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38
“하하! 그럼 특별한 일이라고 정정할게. 대용! 너희 학교 구경 좀 시켜줘.”
“…하아.”
그리 생각했건만 베디비어는 무척이나 긍정적인 마인드의 소유자였다.
“베디! 내가 구경시켜줄게!”
“뭐야! 내가 먼저 말하려고 했는데!”
그런 긍정적인 기운에 끌리기라도 한 것일까?
내가 답하기도 전에 갑자기 여생도들이 베디에게 붙더니, 녀석의 ‘학교 안내원’을 자처하기 시작했다.
“하하! 그냥 다 같이 구경시켜줘!”
뭐…, 여생도들의 반응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녀석의 와꾸 때문인 것 같았다.
“그럼 대용! 나는 학교 좀 둘러보고 올게!”
“…그려.”
아무튼 베디비어는 여생도들을 뒤따라 교실에서 나갔고, 알리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강대용! 여기 강대용 있어?”
그 순간, 또다시 날 찾는 목소리가 교실 밖에서 들려왔다.
나는 뭔가 처음 듣는 목소리에 의문을 가지며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을 쳐다보았다.
“…저거 2학년 선배 아니야?”
알리사의 말대로 명찰을 보니 2학년이 맞는 것 같다.
무슨 일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으나, 나는 퍼뜩 자리에서 일어나 그 선배에게 다가갔다.
“제가 강대용인데요.”
“아, 교실에 있었구나!”
날 부른 선배는 되게 친구가 많을 것 같이 생긴 스타일 좋은 여생도였다.
그녀는 싱긋 웃으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안녕 강대용! 난 생도회 임원 김연우라고 해!”
“아, 네…. 무슨 일이세요?”
생도회.
이름만 바뀌었을 뿐이지 학생회의 역할을 하는 곳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 SHA의 학교 운영 모임에서, 나한텐 무슨 일일까?
표정을 보아하니 나쁜 얘기를 하려는 것 같지는 않은데.
“이따 점심시간에 시간 좀 내줄 수 있어?”
“점심시간이요?”
아무래도 이야기가 길어질 모양이다.
…도대체 뭔 이야기를 하려고 생도회가 하필 날 부르는 것일까.
“중요한 얘기에요?”
“응. 강제는 아니지만 꼭 와줬으면 좋겠어.”
중요한 얘기라니까 더 신경 쓰이는구먼.
이건 아무래도 가보는 게 좋겠지?
***
2, 3, 4교시도 쏜살같이 지나가고 즐거운 점심시간.
“재빈이랑 상은이, 무슨 일일까….” “…….”
그 즐거워해야 하는 점심시간의 분위기는 사뭇 즐거움과는 거리가 있었다.
항상 같이 밥을 먹던 분위기메이커 두 녀석이 동시에 끼니를 거른 탓이었다.
“괜찮겠지 뭐.”
“그, 그치? 역시 그렇겠지…?”
아마 오늘만 이러는 걸 수도, 내일도 이럴 수 있다.
그저, 조금이라도 빨리 두 사람이 기운을 차리고 평소대로 돌아오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다들 이따 교실에서 봐.”
“응응….”
“다녀와 허니!”
나는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평소보다 빠르게 식판을 비우고 곧장 4층에 있는 생도회실로 향했다.
“대용아!”
“…….”
그 도중에 별로 만나고 싶지 않은 녀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것을 무시하고 계속 앞으로 걸었다.
하지만 목소리의 주인은 내가 쉽게 무시할 수 없도록 내 어깨에 손까지 올렸다.
“왜 무시해.”
제발 하루빨리 이 학교에서 사라졌으면 하는 요한 프리드리히는 능글맞은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나는 녀석을 째려보며 짤막하게 답했다.
“뭐.” “한 달 동안 잘 지냈어?”
의외로 녀석은 자극적인 주제의 이야기는 꺼내놓지 않았다.
“뭐, 너희가 안 움직여준 덕분에.”
“그렇구나~.”
최유성 습격 사건이 있고 난 뒤부터, 신세계교는 이상하리만치 우리를 건들지 않았다.
덕분에 나는 황투희의 집에서 아주 평화로운 휴교 기간을 보냈고, 자기 개발도 꾸준히 할 수 있었다.
“나는 조금 바빴어.”
“안 물어봤는데.”
내가 그렇게 말하자 요한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었다.
역시 녀석은 뭔가 숨겨진 저의가 있는 듯했다.
“곧 재밌는 일들이 많이 벌어질 거야.”
“…….”
“네가 우리에게 협력하지 않은 것에 대한 대가가, 어떤 현상들을 초래하는지 한 번 잘 지켜봐.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아무래도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녀석은 날 협박하기 위한 수단을 마련해놓은 듯하다.
징글징글하다 정말.
이쯤 되면 이 녀석의 집착이 알리사보다 강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렇게까지 해서 날 흔들려는 이유가 뭐야?”
“이유? 넌 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꼭 필요하니까.”
요한은 의외로 경쾌한 대답을 내놓았다.
우물쭈물하는 것보다야 낫다만, 당연히 썩 기분 좋은 대답도 아니었다.
“왜. 혹시 생각이 바뀌었어?”
“그럴 리가.”
나는 녀석을 살짝 밀치고 계속 앞으로 걸었다.
다행히도 요한은 할 말을 다했는지 더 이상 쫓아오지 않았고, 나는 금방 생도회실에 도달할 수 있었다.
[들어오기 전에 반드시 놐놐!^^]똑똑.
문에 붙어있는 종이를 보고서, 나는 닫혀있는 문에 두 번 노크를 했다.
안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아서 내가 가장 먼저 온 건가 싶었지만, 곧 문이 열렸다.
끼익.
그리고 산만한 덩치를 가진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공교롭게도, 나는 이 남자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오, 시시해서 죽고 싶은 강대용 후배군.”
“…아, 안녕하십니까.”
체육대회 때, 내게 골이 먹힌 것도 모자라서 ‘중2병 세레모니’의 희생양이 된 강철민이었다.
나를 보자마자 ‘시시해서 죽고 싶은’이라는 말을 굳이 붙이는 거 보니 그 날의 수모를 기억하고 있는 듯했다.
“들어와라.”
그렇다고 내게 뒤끝을 부릴 생각이 있는 것 같진 않아보였지만.
“실례하겠습니다.”
그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서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그러자 가운데가 뻥 뚫려있는 커다란 원탁이 보였고 그 원탁에 둘러앉은 6명이 무언가를 의논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안녕하십니까.”
명찰을 보아하니, 그들은 모두 2학년 선배로 보였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꾸벅꾸벅 고개를 숙이면서 생도회실로 들어왔다.
그제야, 자기들끼리만 얘기하고 있던 6명은 내게 시선을 주었다.
“오! 강대용이 1등이네.”
“소문이랑 다르게 선배들 말을 잘 듣네~.”
아무래도 1학년 중에선 나 말고도 불린 녀석들이 있는 듯했고, 내가 가장 먼저 온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그들은 대체적으로 내게 호의적인 시선을 보내왔다.
“아무데나 앉으면 된다.”
“넵.”
나는 강철민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비어있는 곳 중 가장 선배들과 가까운 곳에 있는 의자에 앉았다.
혹시라도 중요한 정보 같은 걸 들을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 때문이었다.
“다 모이면 곧바로 이야기 시작할 테니까 하고 싶은 거 하고 있어.”
“넵.”
내가 자리에 앉자마자, 나를 불렀던 김연우 선배가 그렇게 말했다.
나는 당연히 사양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꺼내서 만지작거리며 잠자코 조용히 있었다.
“후배후배!”
그때, 호기심이 그득한 눈빛을 한 여자 선배 하나가 내 바로 옆에 앉았다.
나는 뭔가 많이 부담스러웠지만 내색하지 않고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내가 말이야, 후배한테 궁금한 게 좀 많아서!”
그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운을 북돋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묘한 사람이었다.
“말씀하세요.”
“아! 대답해줄 수 있어? 그게그게, 요새 후배를 둘러싼 여러 소문이 많잖아? 그래서 내가 몇 가지 소문에 대한 진상을 알고 싶은데 정말 물어봐도 괜찮을까?!”
가슴까지 내려오는 단정한 검은 생머리, 눈에 띄는 벽안, 오뚝한 코, 과하지 않은 화장.
나는 외모만 봐도 이 사람이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네. 최대한 성실하게 답해드리겠습니다. 생도회장님.”
Episode.64 : 생도회의 부름 (2)
이 사람은 생도 회장, 익숙한 단어로 말하자면 학생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여자다.
“어머어머, 날 단번에 알아보네?”
사실은 스타일이 너무 많이 바뀌어서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는데, 유심히 보니까 행사 때마다 단상에 서던 그녀가 확실했다.
“네. 헤어스타일이나 화장 같은 게 많이 변하셨지만, 벽안은 흔한 게 아니니까요.”
“오올~. 나를 관심 있게 본 거야? 이거이거, 여친이 화내는 거 아닌가 몰라~.”
아무튼, 이 여자는 훗날 주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영웅으로 성장하는 여자다.
구속구를 차고 있음에도 은은하게 흘러나오는 저 마나는, 현 시점에서도 그녀가 얼마나 강한 초능력자인지를 반증한다.
“화낼 겁니다 아마도.”
“하하! 그럼 이 누나가 확 일러바칠까!?”
“···한 번 만 봐주세요. 회장님께서 하시는 말씀 잘 들을 테니까요.”
그래서 그녀에겐 절대로 까불어선 안 된다.
오히려 좀 굽신굽신대는 편이 맞는 거다.
“좋아좋아! 그럼 애들 오기 전에 후딱 궁금한 것 좀 물어볼게!”
“네.”
그녀는 정말 강하고 성격도 좋은 편이다.
어쩌면 이번 기회에 그녀와 인맥을 구축해서 나중에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테지.
···그런 흑심을 품고, 나는 그녀의 첫 질문에 귀를 기울였다.
“대용이가 요새 바람둥이라는 소문이 돌던데 사실이야?”
“······.”
저 질문···.
각오는 하고 있었는데 역시 나오는구나.
물론 저런 말도 안 되는 소문에 긍정하면 나는 바로 나락이다. 그러므로 대답은 NO.
그것도 어느 정도 이유가 있는 NO를 답한다.
“윤희진 저한테 장난을 치는 것뿐입니다. 제겐 알리사밖에 없어요.”
“흐음~. 희진이 말고도 소문이 하나 더 있던데!”
“···네?”
뭔 소리지. 영문을 모르겠다.
회장은 능글맞은 표정으로 접었던 손가락을 하나씩 피면서 자세한 사례를 읊었다.
“우선 백설이! 방학 기간 때 단 둘이 훈련하는 모습이 포착됐고, 최근에도 널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다는 소문이 있어!”
···살짝 정곡을 제대로 찔린 느낌이다.
백설이 날 좋아하는 건 사실이고, 나 역시 미래의 백설 때문에 그녀를 ‘다른 의미로’ 신경 쓰고 있는 건 사실이니.
“오해입니다. 훈련은 원래부터 종종 도와주고 있는 거고···. 눈빛이 심상치 않은 건 어떻게 판단하는 건데요?”
“좋아하는 사람 보는 것 같은 눈!”
“그러니까 그게 뭔 눈빛입니까 도대체?”
어쨌든 나는 강하게 부정했다.
내가 그런 모습을 보이자 선배들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 이 말인가?
이거 내 이미지가 완전히 나락으로 처박힐 수도 있겠는데?
“···정말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그냥 친굽니다.”
“그래그래~. 본인이 아니라는데 아닌 거지~.”
그나마 다행인 점은 회장이 날 믿어주는 눈치라는 거였다.
물론 그녀는 아직 내게 궁금한 점이 많은 듯 보였다.
“그럼 두 번째 질문! 대용이 네가 주문을 외치는 건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는 이야기가 있던데···. 사실일까 이거?”
[진(眞) 흑염룡이 네가 억지 텐션을 부리고 있다는 게 엄청 티나는 것 같다고 하면서 당신을 탓합니다!]두 번째 질문을 중2병 주문을 내 의지대로 외치느냐 였다.
제기랄. 마음 같아선 맞다고 얘기하고 싶지만, 그러면 흑염룡이 무슨 개지랄을 떨지 몰라서 좀 두렵다.
“···상상에 맡기겠습니다.”
“오오~. 노코멘트야? 엄청난 비밀인가보네~.”
[진(眞) 흑염룡이 당신에게 처신 잘하는 편이 좋을 거라고 말합니다!]엿 같은 중2병환자 새끼···.
반드시 내가 완벽히 주도권을 먹어서 널 영원히 이 세상에서 지우고 말 거다.
“그럼 다음 질문~.”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수다쟁이 회장은 다른 애들이 오기 전까지 질문을 늘어놓았다.
다행히 그녀가 배려라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곤란한 질문은 거의 나오지 않았고, 슬슬 다른 1학년 생도들이 원탁의 자리를 채워가기 시작했다.
“회장. 다 왔습니다.”
“오오! 드디어 다 모였구나!”
그리고 어느새 오기로 한 사람들은 다 모인 모양이다.
힐끔 나 말고 온 사람들을 확인해보니, 대개 내가 모르는 얼굴들이었다.
“사부!”
“······.”
···딱 한 사람 빼고.
도대체 무슨 기준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째서인지 최성아도 이 자리에 초대되어 있었다.
“후후. 최성아 후배가 네 제자라는 건 역시 사실이었구나~.”
“···그렇게 됐습니다.”
곧, 회장은 내 어깨를 몇 번 두드려주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내게 보이던 서글서글한 표정을 엄숙한 표정으로 바꾸었다.
“생도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후배 여러분. 저는 현재 이 학교의 생도회장을 맡고 있는 류시연이라고 합니다.”
그녀는 말투까지 완전히 바꿔서 분위기를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가 그다지 즐거운 이야기가 아니라는 걸 암시하는 듯했다.
“오늘 생도회가 후배 여러분을 부른 것은, 여러분에게 ‘평화 담당’을 제안하기 위해서입니다. 수많은 조사를 통해 여러분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으며···.”
평화 담당.
나는 저것이 무엇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아무래도 SHA는 지금 세워둔 대책들 말고도 여러 방면에서 대책을 세워둔 듯 보였다.
회장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