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39
그녀는 세련된 은색 배지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평화 담당만이 찰 수 있는 ‘평화 배지’입니다. 이 배지를 찬 사람은 각 반의 평화 담당이 되어 생도들을 감시하게 될 겁니다.”
그녀는 이런 정책을 시행하게 된 이유로 요즘 따라 행실이 나빠진 생도들이 부쩍 많아졌다는 것을 들었다.
“공원에서 담배를 피다 걸린다던지, 생도들끼리 해선 안 되는 행위를 야외에서 한다던지···.”
아마도 각 반마다 남아있는 ‘타락’의 잔재가 있든, 원래부터 성격이 개차반인 녀석들이 많아서이든 1학년 생도들의 행실이 학교의 눈에 밟힐 정도로 막장으로 치닫고 있는 듯했다.
“평화 담당은 ‘즉시 처분’을 내릴 수 있습니다. 구속구의 해제가 불가피한 상황일 경우, ‘허가 구역’ 외에서도 구속구 해제도 가능합니다. 물론, 두 행위 모두 나중에 타당한 이유를 작성해서 저희에게 알려주셔야 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선도부와 비슷한, 아니, 그냥 선도부의 역할을 하는 거다.
“···나쁜 짓을 하는 생도들을 검거하면 포인트와 상점이 지급될 겁니다. 요즘 길드들이 인성도 중요시 여기는 건 알고 있겠죠? 생기부에도 적히니까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그녀는 평화 담당이 되면 좋은 점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확실히 꽤 파격적이긴 한데, 이미 들어갈 길드가 정해진 나에게는 그다지 끌리는 혜택은 아니었다.
“설명은 여기까지입니다. 혹시나 이 담당이 부담되거나 싫으신 분은 바로 손 들어주시면 됩니다.”
하지만 나는 저 말에 손을 들지 않았다.
혜택이 끌리지 않는다 해서 평화 담당의 권한을 포기하기에는, 그 권한이 너무나도 강했다···.
***
나는 결국 제안을 수락했고, 평화 담당이 되어 교실로 돌아왔다.
배지는 일단 안 보이도록 주머니에 숨겼다.
평화 담당에 대한 공지는 오늘 방과 후에 나갈 것이라고 해서, 굳이 벌써부터 으스댈 필요는 없을 듯했다.
“허니, 부른 이유가 뭐였어 결국?”
“이따 방과 후 때 알게 될 거야.”
“흐음···.”
알리사가 다녀온 나에게 물어봤지만, 역시 대답해주지 않았다.
설명도 길어질 것 같고, 굳이 내가 설명하지 않아도 방과 후 때 이만수가 해줄 테니까.
알리사는 자기가 알지 못하는 사실이 있다는 것이 살짝 걸리는 듯했으나, 나는 다 알게 될 거라고 그녀를 안심시켰다.
“5교시 실습이었지?”
“응!”
아무튼 점심시간이 끝난 후 이어진 학교 수업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루했다.
나는 이미 1학년 수준을 한참 넘어섰기에 실습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고, 그나마 도움이 되는 거라곤 생도들과 직접 몸을 부딪치는 대련 관련 과목뿐이었다.
“큽!”
그리고 7교시, 나는 오랜만에 만나게 된 신세계교의 끄나풀과 연습대련을 하는 중이었다.
“받아라! 능선을 깨뜨리는, 나의 압도적인 화염을!”
내 상대는 몇 달 전에는 살짝 고전했던 전학생, 스즈키.
그녀는 부드럽게 연결되는 내 기술들에 자신의 페이스를 잡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파앙!
그리고 지금 사용한 태산염왕격이 마지막 일격.
그녀는 두 팔로 막아내긴 했으나, 그 위력을 버티지 못하고 장외로 날아가 버렸다.
“그만!”
대련은 1분 20초 만에 마무리됐다.
감정 표현을 잘 하지 않은 스즈키는 살짝 표정을 구기고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제 완패입니다.”
그녀는 내게 다가와선 그렇게 말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흠.”
···생각하면 할수록 스즈키가 굳이 이 학교에 왔어야만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내 상대가 되는 것도 아니고 딱히 하는 일도 없는 것 같은데 왜 투입된 걸까 쟤는.
혹시 몰래 하는 일이라도 있는 걸까?
“다음! 최유성 생도와 베디비어 생도! 링 위로 올라가도록!”
뭐 이유야 뭐든 있겠지.
것보다도···, 다음 대련이 구경할 만한 대련일 듯하다.
UHH 수석과 SHA 수석의 맞대결.
연습 대련이긴 하지만 분명 다른 생도들의 대련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리라.
“인스럭털 엄!”
“···왜 그러지 베디비어 생도.”
그런데 갑자기 베디비어가 할 말이 있는지 손을 번쩍 들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내 쪽을 바라보며 재수 없는 웃음을 만들었다.
“대용의 체력만 괜찮다면, 최유성 생도와 붙기 전에 대용과 먼저 붙고 싶습니다.”
“뭣이?”
베디비어의 선언에 A반 생도들이 술렁였다.
그는 분명 ‘붙기 전에’라고 했다.
그러니까, 나와 대련한 다음에 최유성까지 상대할 자신이 있다는 얘기였다.
“괜찮겠나. 강대용 생도 역시 우리 학교 차석의 실력자다. 방금 대련을 봐선 알겠지만 그리 호락호락···.”
“노 프라블럼!”
엄중석의 걱정에도 UHH의 수석님은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를 푸른 안광을 내뿜었다.
“저는 스트롱한 녀석들과의 싸움을 즐기거든요!”
“···크흠.”
그렇게 말하는 베디비어의 눈빛이, 처음 만났을 때와는 사뭇 다르게 느껴졌다.
그냥 마냥 바보인 줄만 알았는데, 지금 보니까 아주 사나운 눈빛을 하고 있다.
“그렇다는데···. 괜찮겠나 강대용 생도!”
“상관없습니다.”
어쨌거나 베디비어의 실력이 궁금하기도 했으니 오히려 잘 됐다.
스즈키와 대련할 때 흑염룡도 사용하지 않았으니 전력을 다해서 상대해줘야겠어.
“좋다. 그럼 강대용 생도와 베디비어 생도가 연습 대련을 하겠다!”
“오케이!”
“넵!”
그런 마음가짐으로, 나는 어느새 링 위로 올라온 베디비어를 마주했다.
베디비어는 여전히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고, 나 역시 미소를 머금은 채로 녀석을 바라보았다.
“어리석은 필멸자여. 그대가 정녕 심연의 왕이 가진 영겁의 어둠에 버틸 수 있겠느냐?”
“오우! 이게 그 유명한 다크니스 스펠!”
···미국에서는 내가 외치는 주문이 저따구로 불리나보군.
누가 저런 이름을 붙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싸대기를 때려주고 싶다.
[진(眞) 흑염룡이 주문이 좀 약하지만 그딴 건 전혀 상관없다면서 당신에게 분노의 어둠을 빌려줍니다!]흑염룡은 아직도 아침에 있는 일 때문에 베디비어에게 분노한 상태였는지, 살짝 식상한 주문이었음에도 힘의 해방을 인정해주었다.
“쏘 판타스틱!”
“······.”
내 팔다리가 흑염룡의 것으로 변할 걸 보고 환상적이라고 하는 새끼는 또 처음 보네···.
능력치가 높긴 하던데 이 정도로 여유 부릴 정도인가?
살짝 의문이 드는데.
“아! 인스럭털 엄!”
“왜 그러지.”
내 머릿속에 그런 물음표가 떠오른 찰나, 베디비어는 머리를 긁적이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무기를 깜박했습니다!”
어쩐지 아무 것도 안 가지고 올라오더라.
정보창으로만 봐선 분명히 권사도 아닌데 뭔가 이상하긴 했다.
“···연습용 무기는 들고 오라고 하지 않았나.”
“암 쏘 쏘리!”
“어떤 종류의 무기를 사용하나.”
“검이면 아무 거나 됩니다! 적당한 길이의 롱소드면 딱 좋고요!”
그런 실수에도 엄중석은 다른 학교의 생도라는 이유로 너그럽게 넘어가주었다.
그는 A반의 생도들 중 검을 사용하는 생도들 중 한 명에게 연습용 검을 하나 빌려서 베디비어에게 건네주었다.
“땡큐!”
“···좋아. 그럼 바로 시작해라. 두 사람 모두 코팅을 최대한 활용하도록.”
···그 과정에서 30초가 이미 지나가버렸다.
그래서 나는 속전속결로 끝내야겠다고 생각하며, 한껏 마나를 끌어올리고 [용의 투지]를 몸에 둘렀다.
“재밌는 파이트를 하자고!”
“···잔 말 말고 덤벼.”
베디비어는 내 마나를 느끼고도 전혀 주눅이 들지 않았다.
슈와아아아!
도리어 당당한 기세로 마나를 방출했다.
그가 방출하는 마나의 색은 이제껏 보지 못한 것이었다.
···너무나도 깨끗한 하얀색이었다.
슈슛!
그래서 특이하다고 생각하던 찰나, 베디비어가 순식간에 내 앞에서 사라졌다.
Episode.65 : 강대용 상담소
내 앞에서 사라진 베디비어의 기척은 후방에서 느껴졌다.
깡!
나는 그가 검을 내 머리로 내리치는 듯해서, 코팅을 두른 양팔을 교차시켜 머리 뒤로 들었다.
그리고 내 예측대로 베디비어의 검은 코팅한 내 팔에 막혀 둔탁한 소리를 냈다.
그 소리가 들린 직후, 나는 그대로 등을 돌려 베디비어에게 반격할 자세를 취했다.
베디비어는 내 행동을 예상했는지 뒤로 가볍게 점프하여 나와의 거리를 벌렸다.
“오우~.”
그는 감탄사를 내지르며 아이 같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아마도 내가 공격을 막아낸 부분이 녀석에겐 꽤 흥미로웠나보다.
타닷!
물론 그렇다 해서 베디비어는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녀석이 뿜어내는 하얀색 마나는 더욱 찬란하게 빛났고, 녀석은 다시금 내게로 달려들었다.
솨악!
베디비어가 비스듬히 휘두른 검은 내 어깨를 노린다.
나는 코팅을 사용해 녀석이 내리치려는 부근을 강화했다.
“윽!”
하지만 어째서인지 코팅이 먹혀들지 않았다.
녀석의 검은 [용의 투지]와 코팅을 뚫고 그대로 어깨를 강타했다.
“······.”
마나를 뚫었다.
변한 거라곤 녀석의 마나가 더욱 찬란하게 빛나고 있는 것뿐인데 700이 넘어가는 내 마력이 만들어내는 코팅을 뚫었다.
“석세스! 이번엔 뚫었군!”
뿐만 아니라 그 충격이 상당했다.
연습용 검의 뭉툭한 칼날에 가격당한 것뿐인데 어깨근육이 경련이 일 정도로 아려온다.
정보창만 봐서는 내가 상대할 만한 녀석이라고 생각했거늘, 아무래도 몇 가지 놓친 부분이 있었나보다.
“여긴, 짐의 영역이다!”
화르륵!
나는 [홍염의 영역]을 사용하여 내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했다.
링 위는 시뻘건 화염을 뿜어대는 지대로 급변했고, 그걸 본 베디비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훅!
나는 베디비어의 눈이 그렇게 변한 틈을 타 매콤주먹을 녀석의 복부로 휘둘렀다.
베디비어는 그 공격을 어렵지 않게 도신으로 받아내며 재차 내게 검을 휘둘렀고, 나는 막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빠르게 뒤로 스텝을 밟는 것으로 공격을 회피했다.
“···꽤 어메이징한 스킬을 쓰네!”
베디비어는 내 홍염의 영역을 그렇게 평가하고는 두 손으로 검을 고쳐 잡고 칼날의 끝이 천장을 향하도록 만들었다.
콰과과과!
녀석의 검에서 순백의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섬광은 빠르게 어떤 형상으로 변화했고, 곧 그 형상은 어떤 환수(幻獸)와 비슷한 모습으로 변했다.
[진(眞) 흑염룡이 놈의 주특기 중 하나를 발현했다고 당신에게 경고합니다!]···용이었다.
녀석이 뿜어낸 검기는, 마치 하얀 비늘을 가진 용이, 입에서 불을 뿜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베디비어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그런 형상을 두른 검을 바닥으로 내리쳤다.
쿠르릉─!
일순간 시야가 하얗게 번지며 굉음이 터졌다.
그리고 내가 서 있던 바닥이 기우뚱, 앞으로 꺼져버렸다.
“뭐, 뭐냐!!!!”
엄중석 교관이 호통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생도들도 동시에 탄성을 내질렀다.
그럴 만하다. 베디비어는 고작 연습용 검으로 ‘기적’에 가까운 행위를 아무렇지도 않게 벌였으니.
“이제 너의 플레이스가 아니네?”
그간 수많은 생도들의 충격을 받아내고도 절대 부서지지 않는 링이, 너무나도 쉽게 분쇄되어버린 것이다.
녀석이 칼날을 내리친 부근이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움푹 파였다.
그 구멍을 중심으로 링 바닥이 가라앉았고, 내가 만든 홍염의 영역은 완전히 그 힘을 잃었다.
-뭐야 저거?
-지금 링 부순 거 맞지?
-저게 가능해···?
그 광경을 지켜본 생도들이 동요한다.
이 링은 A+ 마석으로 만들어진, 아주 튼튼한 링인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력한 힘을 갖고 있어도, 상당한 수준의 무기가 아니고서야 이런 짓을 벌이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일 터이다.
“왜 그렇게 벙 쪄있어? 브로?”
그러니 그것을 순수한 검기로만 무너뜨린 베디비어가 얼마나 괴물일지, 나는 물론 녀석들도 짐작할 수 없는 거다.
특히나 녀석의 대전자인 나는 더더욱 그렇다.
대용위키가 보여준 정보창, 뭔가 잘못된 거 아니야?
최유성이 진검을 뽑아야 할 수 있는 퍼포먼스를 연습용 검으로 해버린다고?
“···날뛰어라 흑염룡.”
나는 이제 녀석의 강함을 인정하고 [흑염룡의 그림자]를 해방할 수밖에 없었다.
아티팩트지만, 거의 내 몸이나 다름없고 베디비어는 최소 최유성 급의 실력자라는 판단이 섰기에 써도 크게 상관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
그렇게 그림자를 해방한 순간, 베디비어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
마치 못 볼 걸 봤다는 눈으로 내 왼팔에 휘감긴 그림자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것에 살짝 위화감을 느꼈으나, 나는 상관 않고 우선 녀석에게 태산염왕격을 사용했다.
“봉우리를 쪼개는 왕의 폭염이여! 내 적을 지워라!”
베디비어는 이번엔 눈을 부릅뜨며 검기의 세기를 올려서 내 공격을 받아냈다.
콰앙!
그러자 하얀 용과, 흑염룡의 그림자가 엉켜서 서로를 물어뜯는 기괴한 장면이 만들어졌다.
휘오오오!!!
그 충돌의 영향으로 대련장 내부에 커다란 충격파와 광풍이 휘몰아친다.
그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생도들의 아우성이 여실히 들려온다.
그럼에도 나와 베디비어는 개의치 않고 서로를 노려보며 검과 주먹을 계속해서 서로에게로 밀었다.
하나, 충돌한 기운은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처음 충돌했던 곳에서 계속 머문다.
“그마아안!!! 당장 중지해라!!!”
그렇게 힘의 수평을 유지하던 우리 두 사람은 엄중석 교관의 호통이 들려옴과 동시에 힘을 거뒀다.
“허, 허억···.”
“훅···. 훅···.”
-······.
거짓말처럼 충격파와 광풍이 멎고, 정적이 찾아왔다.
이곳에서는 나와 베디비어의 가쁜 호흡 소리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내 15년간 여러 학교에서 교관 생활을 했지만 단언하마···.”
그 정적 속에서, 엄중석 교관은 우리 두 사람을 번갈아보며 말했다.
“너희는 세계적인 영웅으로 성장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