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40
그 극찬에 이의를 제기하는 생도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
링이 부서지는 바람에 정상적인 대련을 진행할 수 없게 되어, 최유성과 베디비어의 매치는 볼 수 없게 됐다.
엄중석 교관은 스타디움으로 장소를 옮기기엔 7교시가 거의 다 끝나가는 시간이라 애매하다고 말하며 남은 시간은 자유시간을 줬다.
“허니! 너무 잘 싸웠어!”
“···고마워.”
그 결정에, 오늘 유일하게 대련을 못한 최유성은 딱히 불만을 가지지 않았고 나머지 녀석들도 토를 달지 않았다.
“역시 수석은 수석이구나···. 설마 연습용 검으로 링을 부술 줄은···.”
“그걸 받아낸 강대용도 제법이긴 해.”
덕분에 나는 자리에 앉아서 윤희진과 백설의 대화를 들으며 휴식을 만끽하는 중이었다.
녀석들은 내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알리사 역시 내 이마에 맺힌 땀을 수건으로 닦아주며 나를 격려해주었다.
하지만, 나는 편히 웃을 수 없었다.
“허니, 표정 왜 그래?”
“하하···, 힘들어서.”
···이번 대련만으로는, 베디비어가 가진 힘의 한계치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간 상대해 온 적들은 아즈모데나 마몬, 그리고 요한 같은 초월적인 존재들을 제외한 녀석들이라면 그 힘을 가늠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베디비어는 아니었다.
정보창으로 미리 녀석을 분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힘의 크기를 정확하게 가늠할 수 없었다.
‘베디비어의 현재 능력치.’
[힘 650/ 체력 650/ 마력 650/ 민첩 650]분명 능력치는 최유성과 엇비슷하다.
그렇기에 나는 특성, 재능, 기술 중 빠뜨린 게 있나 해서 다시 한 번 봤다.
[■■ : ■■■ ■■]···내가 빠트렸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보니까 엄청 수상해 보이는 게 하나 있긴 했다.
정보창 맨 아래에 가려져 있는 능력.
아마도 베디비어는 이 능력 덕분에 검을 뽑은 최유성보다 강한 놈이 되지 않았나 싶었다.
“헤이 브로!”
사실, 이게 무엇인지는 예상이 간다.
아마도 베일이 가진 군단 뭐시기 특성과 비슷한 것이겠지.
사용하는 능력과 외관을 보면 베디비어는 확실히 내 부하가 맞고, 그 시절의 힘도 분명 갖고 있을 테니까.
“브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베디비어가 자꾸 날 부른다.
나는 도끼눈을 뜨고 녀석을 쳐다보았다.
“왜.”
“아! 좋은 대련을 경험한 것 같아서 감사인사를 하려고 했지! 나이스 파이트였다 브로!”
“···그래.”
어느새 베디비어의 브로가 된 나는, 녀석이 퍽이나 부담스러웠다.
저리 강한 녀석이 내 수하라 생각하니 과거의 나는 얼마나 대단한 놈이었을까 하는 경외심이 들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저 녀석의 기억을 되찾아 줄 수 있을까 하는 고민도 든다.
“야.”
“왜 그러나 브로!”
무엇보다도 대련 도중에 급변했던 녀석의 표정이 신경 쓰였다.
분명 흑염룡의 그림자를 보자마자 그랬지?
그 표정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아니다.”
“응?”
하지만 물어보려다가 관뒀다.
뭔가 녀석의 심기를 건드리는 행동 같아서 그랬다.
“아무튼 너도 고생 많았다.”
변했던 표정이 나타내는 건 분명 적개심이든 뭐든 간에 부정적인 감정을 표현한 것이 분명했으니까.
***
종례시간.
생도회의 회장이 말해준 대로 ‘평화 담당’에 대한 공지가 내려왔다.
나는 평화 담당으로서 교단에 서서 짧게 선출된 소감을 말하며 내려왔고, 생도들은 내게 박수를 보내줬다.
이것으로 난 ‘허가지역에서만 초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라는 커다란 제약을 어느 정도 거스를 수 있게 됐다.
물론 한 번 사용할 때마다 시말서 하나를 작성해야하는 신세지만, 사용해서 학교 측에 끌려가는 것보단 낫다.
“그래서 아까 말을 안 해줬구나~.”
“맞아.”
어쨌거나, 나는 앞으로 1학년 녀석들이 무슨 허튼짓을 하면 바로 저지할 생각이다.
이런 권한은 특정 학생들에게 주는 방안을 누가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괜찮은 양반이다.
“근데 금요일 방과 후에는 한 번씩 소집에 나가야 한다고···?”
“응. 어차피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일주일간 내가 평화 담당으로서 뭘 했는지에 대해서 말하는 자리라서.”
그 양반의 룰은 이 권한을 가진 생도들이 권한이 이상하게 남용되는 일이 없도록, 일주일에 한 번씩 집회를 소집하여 일주일간 자신이 평화 담당으로서 뭘 했는지도 자세하게 말하게 해놓았다.
물론 그 자리에서 거짓을 고하거나 대충 얼버무릴 수 있겠지만···.
그 부분은 그런 평화 담당을 거를 만한 능력을 가진 회장과 생도회 임원들이 충분히 할 수 있겠지.
애초에 사전 조사를 충분히 했다고 했으니 그런 놈들이 나올 확률 자체가 희박하지만.
“강대용.”
그렇게 알리사와 대화를 나누며 평화 담당에 대한 부분을 생각해보고 있는데, 갑자기 가라앉은 목소리가 내게 들려왔다.
“왜, 황재빈.”
그 목소리의 주인은 오늘 하루종일 기분이 다운되어 있는 황재빈이었다.
녀석은 뭔가가 간절해 보이는 눈빛으로 내게 말했다.
“···혹시 조금 이따가 시간 되냐.”
***
학교가 막 끝나고, 아직은 조용할 시간대의 남자 기숙사 앞.
나는 황재빈과 함께 벤치에 앉아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러니까, 이상은이 맨날 뒤도 안 생각하고 저지르고 보는 네가 겁나 싫다고 말하면서 네 배를 여러 번 때렸다고?”
“어.”
“너는 그 말을 듣고 지금까지의 네 자신을 되돌아봤는데, 확실히 네가 잘못한 것 같아서 뭘 섣불리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어.”
뭐야. 잘 풀리고 있네.
이거 원작 전개 그대로잖아.
“그게 다야?”
“다시는 나 안 보겠대.”
“그럼 아까 교실에서 네가 말 걸었을 때 받아준 건 뭐냐?”
“그건···. 하···. 씨발···. 모르겠다.”
황재빈은 이번 에피소드로 조금 성숙해지고 주역으로써의 발판을 마련해놓는다.
최유성 때문에 주목을 받지 못하는 건 계속 똑같지만,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나서는 지 특성의 이름인 ‘폭열맹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잘 나가는 영웅이 된다.
오늘 하도 죽상을 하고 있어서 얼마나 잘 안 풀리는가했는데 아주아주 잘 풀리고 있다.
하지만 녀석은 미래를 모르기 때문에 제 딴엔 이상은과 화해라도 못하면 어쩌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다.
“어쨌거나, 그동안 알리사랑 산전수전이 많았던 내게 상담이 하고 싶어서 시간을 내달라고 한 거지?”
“전부 다 맞다.”
“···근데, 딱히 해 줄 말 없는데.”
“뭐···?”
그런데 해줄 말이 없다.
거짓말이 아니라 놀라울 만큼 정사대로 흘러가고 있어서 내가 끼어들면 더 이상한 그림이 나올 정도다.
“지금 생각 그대로 네가 그동안 어떻게 잘못해왔는지 반성해보고, 이상은한테 뭐라고 사과해야하는지 고민해 봐. 걔가 옛날에 네 다친 거로, 속병 앓고 있는 걸 고백했다며? 그리고 널 아직도 좋아하고 있다고 고백했다며?”
“······.”
“얘기 다 했는데 뭘 그렇게 너답지 않게 쫄아있냐? 네 남자 아이가?”
황재빈은 초등학생 시절, 이상은과 크고 작은 사건을 겪으며 다치면서 컸다.
물론 대부분이 자기 선에서 해결하려는 황재빈의 열정이 화를 부른 것이었지만, 이상은은 그럴 때마다 노심초사했을 거다.
그런 열정만 앞서는 황재빈이 정말로 죽을 뻔한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그게 황당하게도 공원에서 놀던 이상은을 납치하려고 했던 몹쓸 범죄자에게서 이상은을 지키려다가 심하게 얻어맞은 사건이었다.
“힘내라 인마. 이 형은 네 응원밖에 해줄게 없다.”
“······.”
내가 이 에피소드에서 나온 이상은의 회상으로 황재빈이라는 캐릭터를 다시 봤었지 아마?
철없는 재벌가 망나니 같은 캐릭터에서 열정만 불타오르는 바보 영웅지망생으로 말이다.
“···정말 그거밖에 해줄 말이 없냐?”
“그렇다니까. 네가 충분히 고민하는 시간 가져보고, 이상은한테 사과도 계속 시도해보고 하면 되는 거야. 아, 계속 주눅 들어있으면 이상은도 마음 안 좋을 테니까 하루빨리 평소 모습대로 돌아오는 것도 좋겠지.”
“그러냐.”
그건 그건데···.
왜 내가 정사대로 흘러가는 황재빈과 이상은의 관계에서 마치 오작교의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 같지?
이상은이야 밝은 모습을 잃을 것 같아서 그런 거라 쳐도, 황재빈은 금방 기운 차릴 녀석이었잖아.
“어. 판단은 네가 하는 거지만.”
이거, 뭔가 많이 꼬인 게 아닐까?
하기야, 내 개입으로 바뀐 미래가 너무 많은데 이제 와서 생각하면 무슨 소용이냐···.
“할 말 없다면서 주절주절 떠든 것 같은데···, 뭐, 무튼, 힘내라.”
“······.”
나는 그 말을 끝으로 훈련장에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황재빈도 나를 따라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대용.”
“왜.”
그런데 어째 이어진 황재빈의 반응이 좀 이상하다.
녀석은 마치 은혜를 입은 제비 같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넌 오늘부터 내 XX친구다.”
“···먼 XX친구냐 븅신아.”
···안 지 몇 개월이나 됐다고 벌써부터 XX친구냐?
이 녀석은 역시 알다가도 모르겠다.
“됐고. 훈련 조지러 가자.”
“그래.”
뭐, 그만큼 내 조언에 감동 같은 걸 받았다는 얘기일 테니 더더욱 이상은과 잘 풀리는 걸 기대해 볼 순 있는 거겠지.
그런 생각으로, 발걸음을 내딛으려던 그때였다.
“브로!”
귀찮은 견학생의 목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나는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베디비어가 빠르게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왜.”
“아, 그게 브로···.”
녀석은 어느새 우리 곁에 다가와서 뭔가를 말하고 싶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상담하고 싶은 게 있다!”
···강대용 상담소, 오픈.
Episode.65 : 강대용 상담소 (2)
나는 황재빈을 먼저 훈련장으로 보내고 베디비어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었다.
“스칼렛이 황재빈과 이상은한테 사과하고 싶어 하는데 어떻게 사과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고?”
“정확하다 브로!”
나는 침음을 흘리고 말았다.
그 스칼렛이 사과할 생각을 하다니. 원작에서는 전혀 없었던 전개가 아닌가?
스칼렛은 자존심이 무척 강해서, 자기가 잘못해도 잘 사과하지 않는 성격인데.
“그래서 내가 그 둘이랑 친하니까 스칼렛과 그 둘 사이에 다리를 놓아주면 좋겠다고?”
“예스!”
그래서 나는 조금 고민이 들었다.
본래 황재빈&이상은 에피소드는 견학생인 스칼렛과의 충돌로, 암울한 발암파트가 되어야 했다.
그 전개가 베디비어와 나라는 존재가 개입으로 ‘암울’과 발암’이 어느 정도 빠진 전개로 변했지만, 일단은 황재빈과 이상은의 인격적 성장이라는 큰 주제는 아직까진 깨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개입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으나, 스칼렛도 어째서인지 두 사람에게 정식으로 사과하고 싶어 하고 있다.
직접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지만 어쩌면 더 좋은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 봐도 무방할 거다.
“···본인과 직접 얘기하고 싶은데.”
“오오! 그래도 이야기는 들어주겠다는 건가! 대용은 역시 젠틀맨이군!”
그렇기에 나는 일단 스칼렛과 직접 대화해보기로 했다.
이 열혈바보가 하는 말에는 어느 정도 각색이 있을 수도 있는 거니까.
“헤이 가이즈! 대용이 너희 얘기를 들어주겠대!”
“······?”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베디비어는 뜬금없이 ‘친구들’을 불렀다.
···혼자 온 게 아니었다고?
아니. 것보다도, 스칼렛 한 사람이 아니고 친구들을 불러?
“크흠!”
“으흠!”
베디비어의 부름과 함께, 남자 기숙사 건물 귀퉁이에서 6명의 생도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들을 하나같이 헛기침을 하면서 나와 베디비어가 앉아있는 곳까지 걸어왔다.
나는 녀석들의 면면을 살핀 후, 베디비어를 노려보았다.
“···설마 이 여섯 명이 동시에 사과할 수 있게 해달라는 거였냐?”
“예스!”
에라이.
각색이 너무 심하잖아 이 사기꾼아.
***
나는 스칼렛을 포함해서 6명의 생도들에게 열심히 얘기하는 중이었다.
“일단 얘가 잘못하긴 했어. 아무리 친한 친구라지만 여자 어깨를 그렇게 강하게 잡아끄는 놈은 당연히 무례해보일 수밖에 없지.”
“···미안하다.”
“나한테 사과하라는 게 아니야. 이상은한테 사과해야지.”
약간 멍청해 보이는 덩치, 스미스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스미스는 오태식보다 커다란 덩치의 소유자로 힘 조절이 잘 안 된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우락부락한 외견과 달리 엄청 소심한 이 녀석은, 아마도 이상은이 너무 반가워서 그녀를 발견하자마자 달려가 인사했을 뿐일 거다.
그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마나를 불어넣거나 했을 거고.
한마디로, 눈치가 없어서 여자에게 미움 받는 타입이 딱 이 녀석이라고 보면 된다.
마치 SHA의 누구누구처럼 말이다.
“뭣보다도, 너희가 이상은한테 접근한 방식 자체가 잘못됐어. 니들 어차피 여기로 견학 올 거였잖아? 그런데 왜 급하게 이상은한테 쳐들어 가냐?”
– ······.
뭐 스미스의 문제는 그렇다 치고, 사실 이 무리가 이상은에게 주선하려 한 만남 자체에 조금 문제가 있다.
내가 말했다시피 그냥 천천히 만나서, 이상은한테 만남 한 번 없이 떠나야만 했던 사정도 물어보고 안부도 물어보고 하면 되는 거였다.
하나, 녀석들은 그런 선택지는 배제한 채 대뜸 이상은이 살고 있는 인천으로 쳐들어가서 일을 크게 벌려 놨다.
원작을 보면서도 생각한 거지만, 내가 볼 땐 이게 가장 큰 잘못이었다.
“스칼렛이라고 했나? 너는 황재빈이 싸우자고 해서 진짜로 싸워준 건 아주 잘못했어. 당연히 최대한 대화로 계속 끌어갔어야지. 네가 무리의 리던데 애들이 주먹질하는 널 보고 뭘 느끼겠냐?”
“······.”
“그리고 방관하기만 한 니들도 문제야. 아무리 비하 발언을 들었다지만, 여긴 대한민국이지 니들이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가 아니거든? 아니, 애초에 캘리포니아가 할렘가도 아닌데 주먹질 막 하는 걸 구경만 하고 있는 게 맞는 거냐? 엉?”
내가 녀석들의 잘못을 계속 지적해주다보니 어째 상담소보단 청문회로 변한 느낌이었다.
때문에 녀석들에게 아주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으나, 사실 진짜 문제는 이 부분이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가 어떻게 사과하면 되는 건데?”
“아니! 지금까지 실컷 말했잖아. 니들이 잘못한 게 정확히 무엇인지를 두 사람한테 말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라니까?”
“진심으로 사과하라는 게 뭔지 잘 모르겠어.”
“아악!”
진짜 문제는, 내가 똑같은 말을 3번째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녀석들은 이제 지들이 뭘 잘못한 건지는 얼추 알겠다는 눈친데 어떻게 사과해야할지 모르는 모순나선(矛盾螺線) 속에 갇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