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48
“응? 아냐. 나 진짜 멀쩡해! 오히려 여보랑 같이 있는 편이 훨씬 편한 걸!”
하지만 내 기우였던 모양이다.
알리사는 배시시 미소 짓곤 내 입가로 사과조각을 하나 들이밀었다.
“내 걱정은 너무 하지 말고 자기 몸이나 걱정하세요. 내가 간호해 줄 테니까.”
“···그래.”
나는 그 사과를 받아먹으며 알리사의 얼굴을 유심히 보았다.
확실히 꿈에 나왔던 기네비어와 거의 똑같은 얼굴이다.
조금 느낌이 다른 것 같긴 하지만.
“응? 혹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름다움이 듬뿍 묻었어.”
“엇···.”
···미친. 나 방금 뭐라고 한 거냐?
와. 진짜 내가 친 멘트지만 토할 것 같다.
정신 침식률의 영향으로 말이 헛나간 듯한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진짜 아닌데···.
“어머어머···. 우리 여보가 그런 멘트도 칠 줄 알았어?”
그런데 알리사의 표정을 보아하니 그리 기분이 나쁜 것 같지는 않았다.
나라면 징그럽고 역겹다고 말했을 텐데.
이럴 때마다 알리사의 포용력이 넓다는 것을 여실히 느낀다.
“그럼···. 우리 여보 얼굴에는 김이 묻어있네?”
“······.”
“잘~ 생~ 김~!”
알리사는 장난기가 발동했는지 내 볼을 살짝 꼬집으며 꺄르르, 웃음소리를 흘렸다.
“잘생기고 멋진 여보~. 혹시 일요일까지 회복 다 되면 아름다움이 잔뜩 묻은 저랑 데이트 할래요?”
“···아, 그만해.”
“후훗, 귀여워 죽겠어 아주!”
···정말 아주 오랜만에 죽고 싶다는 심정이 들었다.
어서 화제를 돌리지 않으면 수치사(羞恥死)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나는, 급히 다른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른 애들은 어때?”
“응? 다들 괜찮은 것 같아. 다 같이 일어나서 여보 대련 본 다음에 최유성님 대련하는 것까지 다 봤으니까.”
좋아. 자연스러웠어.
이제 이 이야기 쭉 끌고 나가기만 하면 된다.
“교류전은 누가 이겼어?”
“놀랍게도 우리가 이겼어! 최유성님이 역시 강하긴 강하더라고.”
일단 대련은 어찌어찌 우리가 이긴 듯했다.
원작에서처럼 최유성의 상대가 되는 UHH의 생도는 없는 듯했다.
뭐, 사실 베디비어랑 최유성이랑 붙으면 어떻게 됐을지 조금 궁금하긴 하다만, 최유성의 [미래계승]은 눈에 띄는 곳에서 사용할 수 없으니 아마도 베디비어가 이기지 않았을까.
“그래도 난~. 우리 여보가 그 괴물을 해결해준 게 가장 잘했다고 봐!”
“···고마워.”
그러니 내가 베디비어를 쓰러뜨린 건 틀림없이 잘한 일이라는 거다.
이제 남은 건, 베디비어를 통해 ‘쪽지’의 봉인을 해제하고 그를 내 편으로 포섭하기 위해 설득하는 것뿐이겠지.
– 용왕의 운명을 타고난 자가, 어찌하여 연못에 머무르려고 하시는 겁니까?
걸리는 게 있다면 베디비어가 대련의 종반에 다다른 시점에서 나를 설득하려고 시도했다는 것.
녀석은 내심 나랑 동료가 될 생각은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이 학교에 남은 걸 탐탁지 않아 하는 느낌이었지.
드륵.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병실의 문이 열렸다.
나와 알리사는 문 쪽으로 시선을 두었다.
“···무슨 일이세요?”
알리사의 표정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내 병실에 온 인물은, 우리와 별로 마주치고 싶어 하지 않아야 하는 인물이었으니까.
“오우. 미세스 강도 여기 와 있었군! 둘 다 몸은 좀 괜찮아!?”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베디비어 나이트는 붕대를 칭칭 감은 모습으로, 찬란한 미소를 흘리며 우리의 안부를 묻고 있었다.
Episode.69 : 그녀의 사전엔 포기란 없다.
“당신이 여긴 무슨 일이죠?”
알리사는 베디비어가 우리 쪽으로 가까이 다가오자마자 목소리의 날을 세웠다.
베디비어는 그녀가 경계하는 것을 빠르게 눈치챘는지 두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우! 미세스 강. 별거 아니야. 대용과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서 잠시 들린 것뿐이지!”
“···그렇군요.”
알리사는 껄끄럽다는 표정을 지었으나, 이내 베디비어에게서 악의가 한 톨도 없다고 느꼈는지 표정을 누그러뜨렸다.
“30분 만 대용과 토킹할 시간을 줄 수 있을까?!”
“···30분이나요?”
“아, 할 얘기가 많아서 그래! 그리고 단 둘이서만 얘기하고 싶은데!”
“네?”
하지만 베디비어가 하는 소리를 듣고는 다시 표정을 구겼다.
저 바보가···.
대뜸 찾아와서 갑자기 30분이나 자리를 뺏겠다고 하면 당연히 이상한 눈빛으로 보지 않겠냐?
그래도 지금까지의 모습이 다 연기 같아서 좀 머리가 돌아간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구먼.
『폐하. 몸은 괜찮으십니까.』
···아, 바보는 나였고.
텔레파시라는 개사기 소통수단을 두고 무조건 얘기로 할 거라는 생각을 한 내가 바보지.
그리고 베디비어는 역시 유능한 부하다.
‘힘이 쭉 빠졌지만 적어도 너보단 괜찮은 것 같구나.’
『하하. 그런 것 같군요.』
베디비어는 여전히 빙그레 미소 짓는 중이었다.
그는 애초에 나와 텔레파시로 대화할 생각으로 내 병실에 온듯했다.
“···안 돼요. 제가 보는 앞에서 이야기 하세요.”
“흠···. 역시 안 되는 건가. 알았어! 그럼 여기서 조금만 놀다가 갈게!”
“중요한 용무가 없으면 최대한 빨리 가주실 수 있나요?”
“오케이! 걱정 마!”
근데 왜 굳이 30분이니 단둘이니 하는 멘트를 친 거지.
애초에 텔레파시로 대화할 거였으면 좀 더 알리사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방향으로 부탁할 수 있지 않았을까.
‘베디비어.’
『예, 폐하.』
일단 내 예상이긴 한데, 베디비어는 베일과 마찬가지로 알리사가 기네비어의 환생인 것을 알고 있고, 그 때문에 알리사를 싫어하는 게 아닐까.
희미한 기억을 토대로 생각해보자면 저쪽 세계든 이쪽 세계든 기네비어가 아서를 배신하고 ‘불륜’을 저지른 방향은 똑같은 듯 보이니까.
‘혹시 알리사가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하지만 그런 거 안 따지고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면 될 일이다.
사실대로 안 말해주면 어쩔 수 없지만, 왠지 베디비어는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밝힐 것 같으니까.
『···주군을 버린 여자를 좋게 볼 리가 있겠습니까.』
역시, 베일이랑 마찬가지로 알리사를 그리 좋게 보지는 않는구나.
‘알리사는 기네비어가 아니야.’
『하지만 같은 영혼을 갖고 있지요.』
‘그래봤자 쟤는 어차피 전생을 기억하지 못해. 그리고 네가 믿을지는 모르겠지만, 나를 꽤 많이 좋아하고 있고.’
사실 설득까지 해야 하나 싶지만, 그래도 내 커다란 힘이 되어줄 이 녀석이 알리사를 편견적인 시선으로 봐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런 텔레파시를 보냈다.
『과연 그럴까요.』
‘···뭐가.’
하지만 내 텔레파시는 베디비어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도리어 베디비어는 매우 회의적인 어투의 텔레파시를 내게 계속 보내왔다.
『기네비어도 폐하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듯했습니다.』
‘그랬나.’
『네. 지금은 폐하의 기억이 불안정해서 잊으신 것 같습니다만, 기네비어는 겉으로만 폐하를 사랑하는 척했습니다. 결국, 종국에 이르러서는 그녀는 호수의 기사와···.』
‘그만.’
베디비어는 아무래도 베일과 다르게 기억이 꽤 온전한 듯했다.
나와 군단의 녀석들은 정신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뭐 그러더니 이 녀석처럼 예외인 개체들도 있는 것 같다.
‘나머지 기억은 내 스스로 찾아보겠다. 또,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알리사는 기네비어가 아니다.’
『···저 여자를 사랑하고 계시는 군요. 기네비어만큼이나.』
‘부정은 하지 않겠다.’
베디비어의 웃는 얼굴이 어느새 무표정이 되어있었다.
그는 나를 질책하지도, 알리사에 대한 것을 더 이상 말하려들지도 않았다.
그저 무언가를 어떤 상념에 가득 잠긴 눈빛으로 조용히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토요일 새벽 1시에 다시 오겠습니다. 그때 쪽지의 봉인을 해제해드리죠. 혹시 시간이 조금 그러시면 다른 시간대도···.』
‘됐어. 그때로 하지.’
『감사합니다.』
그러다가 바로 쪽지의 봉인 얘기를 꺼냈다.
베디비어는 더 할 말이 딱히 없는 듯했다.
‘그때 다른 얘기도 좀 하자고.’
『네 폐하.』
그는 옅은 미소를 띤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곤 나와 알리사에게 손을 흔들었다.
“이만 가볼게.”
“네? 한마디도 안 하셨는데 왜···.”
“그냥! 갑자기 할 말을 까먹었군!”
알리사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베디비어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하지만 이내 딱히 꼬투리 잡을 부분은 없다고 생각했는지, 시선을 거두고 작게 말했다.
“잘 가세요. 치료 잘 받으시고요.”
“아, 네···.”
“···갑자기 웬 존댓말이에요?”
알리사는 왠지는 모르지만 갑자기 베디비어를 걱정하는 말을 해주었고, 베디비어는 그 점에 놀랐는지 존댓말을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가슴 한편에서 피어오르는 어떤 감정을 느꼈다.
“아, 별거 아니다! 그럼! 둘이 좋은 시간 보내!”
그 감정은 슬픔이었다.
***
알리사는 몸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지만, 내일 아침까지는 영양제랑 약을 먹고서 푹 쉬어야한다는 처방을 받았다고 내게 말했다.
“내일 보자 여보!”
“응. 푹 쉬어.”
그렇기에 그녀는 내 옆에서 얘기를 좀 더 하거나 조용히 책을 읽다가 8시쯤에 자신의 병실로 돌아갔다.
딱히 할 게 없어진 나는, 다시 침대에 누워서 잠시 눈을 붙이려고 했다.
드륵!
“두 번째 여친, 희진님 등장!”
하나, 휴식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알리사가 나가고 나서 약 3분 후, 부담스러운 불청객이 요상한 등장 대사를 외치며 포즈를 잡곤 내 병실로 들어왔다.
“···뭐냐.”
“잘 쉬고 있었어 대용암?”
껄끄러운 그녀, 윤희진은 들어오자마자 알리사가 앉았던 의자를 끌고 와서 내 앞에 앉았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귀찮다는 어투로 말했다.
“알 필요 없어.”
“후웅~. 왜에~.”
···역시 이건 안 통한다.
내가 쌀쌀맞게 굴수록 윤희진은 더더욱 부담스러운 애교쟁이가 될 뿐이다.
“읏샤!”
“······?”
그 애교쟁이는 갑자기 돌발행동을 했다.
“헤헤. 따뜨떼~.”
“···야, 너 미쳤어?”
“응! 도~. 레~. 미~! 쳤어!”
그녀는 내 침대에 올라와서 내 겨드랑이와 팔 사이에 두 팔을 붙들고 껌 딱지처럼 붙어버렸다.
누가 봐도 불륜의 현장으로 오해할 만한 장면이 연출되어버린 것이다.
“···좋은 말로 할 때 내려가.”
“시룬뎅~. 리사가 돌아갔으니 지금은 내 남잔데~.”
“하아···.”
윤희진은 부담스러운 말을 하며 강아지처럼 내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부비적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 녀석을 계속해서 밀어냈지만, 그녀는 관성이라도 얻은 거 마냥 계속 내 쪽으로 돌아왔다.
“너 다시는 안 보기 전에 내려가.”
“힝···. 조금만 더 이러고 있을게에~.”
“내려가라니깐.”
이거 화를 내야 하나?
어떻게 하면 얘가 나한테서 떨어질까?
아니. 화라면 지금도 계속 내고 있잖아. 이건 최선의 대책이 아니다.
“대용아 우리 이러고 있으니까 신혼부부같다~. 그치~?”
“······.”
제기랄. 이 폭주기관차를 어떻게 해야 하는데.
뭐 방법이 없나?
지금은 알리사가 없어서 다행이지만, 만일 알리사가 여기 있었으면 진짜로 윤희진을 죽이려 들었을 지도 모른다.
“오늘부로 너랑 절교할 거야.”
“···아! 먄! 진짜 미안! 앞으로 선 안 넘을게!”
그래도 내가 절교 소리를 하니까 조금 당황한 것 같다.
그녀는 다급한 움직임으로 이불을 걷어차고 내려가려는 듯했다.
드륵.
그때, 이번에는 또 한 명 부담스러운 인물이 내 병실로 들어왔다.
백설이었다.
“유, 유···.”
그녀는 뭔가를 들고 있었는데, 그걸 땅으로 떨어뜨리곤 성큼성큼 내 침대 쪽으로 다가왔다.
“윤희진···!”
“앗! 설아!”
백설은 살짝 성난 눈빛으로 윤희진을 내려다보더니 그녀의 왼쪽 귀를 붙잡았다.
“아, 아야야! 설아! 이거 놔!”
“대용이 침대에서 내려와!”
···대, 대용이?
얼마나 당황했으면 갑자기 내 성을 떼고 부르지.
근데 백설이 날 성 떼고 부르니까 진짜 어색하긴 하네.
“내려가려고 했다구!”
아무튼, 윤희진은 순순히 내 침대에서 내려간 다음 귀가 얼얼한지 살짝 눈물을 머금었다.
“아프잖아!”
“···네가 먼저 이상한 짓 했잖아.”
“이상한 짓이라니! 나는 단지 남친 옆에 붙어있던 건데 뭐!”
“누가 네 남친이야!”
그리고 백설과 윤희진은 투기장에서 서로를 물어뜯는 검투사마냥 고성으로 말싸움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