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50
그렇다면 내게 필요한 건 ‘치트키급 스펙업’이다.
그걸 이뤄줄 것은 아마도 흑염룡이 말했던 내가 과거에 사용하던 성검, 그것뿐일 테지.
하나, 베디비어가 내 검을 순순히 돌려줄지가 첫 번째 문제고 내가 그 검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두 번째 문제다.
“흠.”
어떻게 해야 할까, 계속 혼자서 고뇌하다 보니 시간은 금방 갔다.
그리고 병실의 걸린 시곗바늘이 새벽 1시에 근접한 무렵.
드륵.
“폐하.”
아까 나와 약속했던 베디비어가 표정을 굳히고서 내 병실로 들어왔다.
***
베디비어와 나는 조용히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
그는 섣불리 입을 열지 않았다.
마치, 내가 먼저 자신에게 부탁해주길 바라는 듯 보였다.
“일단···. 이 쪽지의 봉인을 해제해줘.”
나는 지갑에 끼워두었던 낡은 쪽지를 녀석에게 건넸다.
베디비어는 씁쓸한 미소를 흘리더니, 갑자기 손가락을 깨물었다.
그러자 그 손가락의 살갗이 터지고, 피가 살짝 흘러나왔다.
“이 ‘지도’는 제 피가 열쇠입니다.”
그 피를 살짝 쪽지에 묻히니, 갑자기 쪽지가 찬란한 빛을 내뿜었다.
빛을 내뿜던 쪽지는, 순식간에 새하얀 종이로 변했다.
“···지도라고?”
“네. 열어보시지요.”
나는 녀석의 말대로 쪽지를 열어보았다.
별로 안 클 줄 알았는데, 지도라서 그런지 양옆으로 크게 펼쳐졌다.
지도에는 섬처럼 보이는 장소가 그려져 있었다.
그 정중앙에 표시된 파란색 십자가 모양이 눈에 띄었다.
“폐하의 검은, 그 지도에 표시된 곳에 잠들어 있습니다.”
“······!”
그리고 이 지도는, 내 검이 잠들어있는 부근을 표시한 지도였다.
당연하게도, 이 지도의 획득은 마침 검이 필요했던 내게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하지만 이거, 아무래도 깨나 고생 좀 해야 할 듯하다.
“알아서 되찾으라는 거냐?”
“···송구하오나, 그렇습니다. 제가 보관을 하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만, 검은 항상 그 장소로 되돌아가더군요.”
에고 소드.
황재은이 지니고 있는 ‘가웨인’이나 SHA 이사장 신태양이 보관 중인 ‘푸른 검’처럼 이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물건 중 하나가 내 검인가보다.
“검이 고집을 부렸다는 말이지?”
“네. 물론 주인이 아닌 제게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고 행동으로만 보여주었기에 확실치는 않습니다만···. 쉬운 성격이 아닌 듯합니다.”
아직 안 돌아온 기억도 있는 탓에, 도대체 어떤 성격을 가진 검인지는 기억이 정확히 나지 않지만 아마도 베디비어의 표정을 보면 피곤한 성격임은 확실하다.
“···알았다. 검은 내가 잘 찾아보기로 하지.”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폐하.”
“물론 이건 이거고, 내 너에게 물어볼 것과 부탁할 것이 많다.”
나는 살짝 미간을 구기고서 베디비어를 보았다.
베디비어는 고개를 끄덕이며 옅은 미소를 만들었다.
“뭐든지 말씀하시지요.”
“좋아. 그럼 첫 번째 질문이다.”
나는 베디비어가 나와 대련 중에 보냈던 텔레파시를 토대로 질문을 준비했다.
그 중, 가장 중요할 수도 있는 질문을 할까 한다.
“둥지의 상황은 어떻지?”
둥지.
베디비어는 분명 대련 중 내게 ‘둥지로 되돌아가자’고 말했다.
둥지는 내가 마신일 시절에 만들어두었던 주둔지 같은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알기론, 내가 이 세계에서 소멸하면서 내가 거느리던 부하들도 대부분 죽거나 봉인되었다.
그런데도 둥지로 돌아가자는 말은, 남아있는 잔존세력이 아직은 있다는 소리일 수도 있었다.
나는 그게 궁금했기에 베디비어에게 이런 질문을 던진 것이었다.
“혹시 돌아오실 마음이 생기신 겁니까?”
그런데, 베디비어는 대뜸 내게 귀환 의사를 물었다.
역시 녀석은 내가 이 학교에서 썩는 것을 원치 않는 모양이다.
“아직은 아니다. 나는 너희를 이끌 힘이 아직 온전하지 못하니까.”
“제가 상대한 폐하는 충분히 강했습니다만···.”
“일시적인 거다. 그 상태를 유지하는 건 몇 분이 한계고, 보다시피 앓아눕기까지 했지.”
“······.”
내 거절에 베디비어는 씁쓸한 미소를 흘렸다.
“알겠습니다. 더는 폐하의 귀환을 독촉하진 않겠습니다.”
“이해해줘서 고맙군. 그럼, 이제 둥지의 상황을 말해줄 수 있겠나?”
“물론이지요 폐하.”
내 부탁을 받아들인 녀석은, 갑자기 스마트폰을 몇 번 두드리더니 그것을 내게 내밀었다.
“···뭐냐 이게.”
그리고 난, 상당히 충격적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Episode.70 : 가속하는 세계 (2)
베디비어가 내민 스마트폰 화면에서는 어떤 모임의 회식 자리 모습이 담긴 사진이 보였다.
“왜 다 살아있냐···?”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이 사진은 평범한 회식 자리의 모습이 아니었다.
정신 침식률이 높아진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사진 속에 나와 있는 인물 중 대다수를 알고 있었다.
내가 왕이었던 시절에 함께 했던 얼굴부터, 내가 마신이 되었을 때 붙었던 녀석들까지 있다.
심지어 베디비어만큼이나 중요한 부하들도 보인다.
그래서 이상하다.
이들은 분명 ‘마계대침식’에서 대부분 사망했을 텐데···.
“호, 혹여나 저희가 살아있는 게 아니꼬우신 건지···.”
“···그럴 리가. 좀 놀랐을 뿐이야.”
하나 베디비어는 이 사진을 현재 ‘둥지’의 상태를 보여주기 위해서 내게 내밀었다.
그것은 즉, 죽은 줄로만 알았던 부하들이 고인이 되지 않고 아주 잘 살아있다는 얘기가 된다.
“내가 사라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다들 왜 이렇게 멀쩡한 건데?”
“아, 그게···.”
내가 묻자 베디비어는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폐하와 아주 가까웠던 분께서 저희를 살려주셨습니다.”
“나와 가까웠던 사람?”
“네. 폐하만큼이나 강한 분이시지요. 그분께서 저희에게 신분증도 만들어주시고 이 현대 세계에서 적응하도록 도와주셨습니다.”
···그게 누군데?
사진에 나온 것만 열 명이 넘는데, 모두 목숨까지 구해주고 신분증도 만들어 줄 정도로 능력이 있다고?
[진(眞) 흑염룡이 자신은 누구인지 예상이 간다며 잘 생각해보라고 말합니다!]나한테는 전력이 되어줄 녀석들을 살려준 거니까 좋긴 하지만, 인간에게 있어서 절대 좋은 일이 아니다.
이들은 모두 나를 따라서 이 세계를 유린한 마수 정예병들이니까.
그러니 모두 숙청되고, 봉인되어야 정상이다.
하나, 사진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평범한 삶을 사는 인간들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너희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도와준 게 누군지 자세히 말해줘.”
그래서 알아야 했다.
과연 이들에게 인간 세계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어떤 조치를 취해준 것인지, 베디비어처럼 여전히 용종이며 힘을 사용할 수 있는지.
무엇보다도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준 게 누군지.
무슨 목적으로 살렸는지.
나는 그걸 알아내야만 했다.
“···일단, 그들 모두 저랑 같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너와 같은 상태?”
“예. 반인반용이 되었다···, 보시면 됩니다. 물론 폐하처럼 신체구조를 용의 것으로 바꿀 수는 없습니다만, 저희의 영혼과 심장은 용의 것입니다.”
뭔 혼종이야 이게?
아니. 혼종이라고 할 수 있나.
심장만 용인 인간이고, 분명 마기가 아닌 마나를 사용할 텐데.
“현재 폐하가 우려하는 것이 많은 것을 압니다. 아무리 인간과 유사한 육체가 되었다 한들, 영혼과 기억을 이어 받았으니까요. ”
“······.”
“사실은 저희도 살 생각이 없었습니다. 주군을 잃고, 목적도 잃었으니 더 이상 살아갈 이유도 없었지요.”
베디비어는 슬픈 표정으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하지만 저희의 영혼을 거두어 ‘호문쿨루스’인 이 육체로 살려주신 분이 계셨습니다.”
“호문쿨루스···.”
“예. 완벽한 호문쿨루스라 인간보다 수명도 길고 초능력자처럼 힘을 사용할 수 있지요. 물론 저희는 회의적이었습니다. 삶의 의지도, 목적도 없는 범죄자 집단이었으니까요.”
베디비어는 자신이 범죄자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듯했다.
그는 아주 침통한 표정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분께선 ‘너희들은 사실상 환생한 거다.’라고 말씀하시며 저희를 ‘인간’으로 키워주셨습니다.”
그러곤 뭔가 굳건한 의지가 담긴 눈빛을 내게 보냈다.
“그래서 저희는, 일단은 인간으로 살아가는 것을 택했습니다. 물론 몇몇은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고, 또 몇몇은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에 일주일을 굶거나 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습니다만···. 결국엔 모두가 살아가기로 결정했습니다.”
“···인간의 마음을 얻은 건가.”
“네. 그렇지 않다면 사람을 죽였다는 사실에 어떠한 감정도 느끼지 못했겠지요.”
이들은 마수였던 시절에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
물론 씻을 수 없는 죄인 것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서 사람의 육체를 얻은 저들이 직접 경찰에게 잡아가달라고 하거나, 정말 죽기 위해서 자살을 시도하는 일은 힘들었을 거다.
···죽고 싶어 하는 인간은 없으니까.
“저희는 호문쿨루스로 환생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사고 한 번 일으키지 않고 인간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그렇군.”
아무튼 이걸로 알았다.
이 녀석들은 현재 전원이 완벽한 호문쿨루스이고, 평범한 인간과 다를 바가 없다.
“너희는 전원이 초능력자라로 했지?”
“네. 마수 시절에 사용하던 힘을 인간의 마나로 구현할 수 있는 초능력자입니다.”
또한 어째서인지 마수였던 시절의 힘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나에게 있어서 이들은 커다란 조력자가 되어줄 수 있다는 거다.
“그리고 말이 길어졌습니다만, 저희를 살려주신 것은 다름 아닌···.”
물론 그런 부분도 중요하지만, 지금부터가 가장 중요한 대목이다.
이들이 이렇게 살 수 있도록 도와준 인물은, 과연 누구인가?
“오하와 님이십니다.”
···뭐?
황투희도 아니고, 벨도 아니고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여자가 이 녀석들을 살려줬다고?
“···그녀에 대해서 자세히 얘기해줘.”
도대체 목적이 뭐지?
나는 그 부분을 안 짚고 넘어갈 수 없어, 베디비어와 새벽 2시까지 이야기를 나눠야만 했다.
***
많은 사실을 알 수 있었던 새벽이 지나가고 아침이 밝았다.
백설이 준 포션이 꽤 상품(上品)이었는지, 나는 체내의 마나를 대부분 회복하고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기력이 많이 회복되셔서 퇴원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회복 되셨다고는 해도, 당장 격한 운동이나 훈련을 하는 건 삼가시고, 식사도 제때 챙겨 드세요. 약은 따로 드릴 건 없으니 바로 수속 밟으시면 됩니다.”
물론 이 답답한 병원에서 퇴원을 하는 것뿐이지 당장 초능력을 사용하지 말라는 소리를 들었다.
하나, 사용할 일이 생길 지도 모른다.
오늘은 당장 가봐야 할 곳이 있고, 그곳에서 어떤 일이 생길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곳이 학교 밖에 있는지라, 나는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드륵.
“리사야.”
“자기야 좋은 아침!”
허락받기 위해 알리사의 병실에 들리는 것이었다.
“할 얘기가 있는데···.”
뭐, 허락을 안 해준다고 해도 갈 생각이지만 일단 연인간의 기본적인 절차라 생각해서 들린 거였다.
“오늘 학교 밖으로 나갔다와야 할 것 같아.”
“응? 무슨 일인데?”
그래서 나는 알리사와 조금 이야기를 나눴다.
알리사는 내가 학교 밖으로 나간다는 소리를 듣고 살짝 걱정하는 눈치였으나, 이내 웃는 얼굴로 허락해주었다.
“조심히 다녀와야 해?”
“걱정 마. 강한 영웅께서 보호해주시기로 했으니까 별일 없을 거야. 내 걱정보다도··· 네 회복에 전념해.”
“걱정 마! 부상도 거의 다 회복했고 힘도 많이 돌아왔거든!”
기분이 좋아 보이는 알리사는 회복 속도가 빨라서 내일 무리 없이 퇴원할 수 있다고 한다.
베디비어에게 입은 부상이 상당해보였는데, 역시 [기사회생] 덕분인지 상처가 아무는 것도 빠르고 기력 회복 속도도 포션을 마신 나보다 빨라 보인다.
“그래서 내일 자기랑 데이트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자기가 내일까지 없다니까 아쉽네.”
“하하. 오늘 출발하는 거니까 빠르다면 내일 오전에 돌아올 수 있을 거야.”
나는 그 사실에 안심하며 그녀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어주곤 포옹을 한 번 했다.
“너무 기다리지 말고. 잘 쉬고 있어.”
“응응. 잘 다녀와 자기.”
그렇게 허락까지 받고, 나는 병원을 나왔다.
그 후 스마트워치로 짧게 해야 할 말이 있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하와]빌어먹을 짓을 벌이고 있는 점장이었다.
의외로, 점장은 내 전화를 빠르게 받았다.
-여보세요?
“나야.”
-어머. 무슨 일이야? 혹시 그 아이에게 무슨 말이라도 들은 거야?
점장은 능글맞은 목소리로 이미 내 행동을 예측하고 있었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녀의 장난에 어울려 줄 생각이 없었다.
“그래. 그리고 그 녀석한테서 ‘지도’를 얻었어.”
-오. 검의 지도를 얻었구나.
“···그래. 너라면 지도를 얻은 내가 지금부터 뭘 할지는 알고 있겠지?”
내가 딱딱하게 말하자 오하와는 잠시 대답이 없었다.
하지만 정말 잠시였다.
-거대한 힘이야. 그걸 당장 온전하게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은 게 좋을 거야.
“알아.”
-또, 네 검은 성격이 아주 고약해. 아마도 오랜만에 만나는 너한테 어떤 심술을 부릴지 모르니까 조심해야 할 거야.
“어.”
오하와는 언제나처럼 내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평소라면 이 말에도 의도가 숨겨져 있다고 의심했겠지만, 어제 베디비어에게 이야기를 들은 터라 사뭇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말을 꼭 해야 할 것 같은데···.”
-응 뭔데?
나는 그녀에게 지금껏 잘 하지 않았던 말을 건넸다.
“···고맙다. 내 부하들한테 네가 얼마나 베풀어 줬는지 들었다.”
감사하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