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51
살짝 낯이 간지럽지만 그래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녀가 어떤 정성을 내 부하들에게 쏟았는지를 들었으니까.
-후후. 고마우면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줘.
“···그래. 끊는다.”
-응~.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을게.
아무튼, 감사인사도 끝냈으니 더는 할 말이 없었다.
나는 통화를 끊고 곧바로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나야 벨.”
전화를 받은 사람은 내 할머니 행세를 하고 있던 벨이었다.
그에게 전화를 건 이유는 다른 거 없었다.
“영국에 가야하는데, 네가 내 보호자 역할 좀 해주라.”
혹시나 모를 습격에 대비해서 조력자가 되어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오늘 나는, 내 검을 얻으러 머나먼 영국에 다녀와야 하니까.
***
한편, 알리사는 강대용을 내보낸 뒤부터 이상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뭐지···.”
아니, 사실은 어제부터 이 느낌이 계속 가슴 속에서 스멀스멀 피어오르고 있었다.
불안감을 비롯한 여러 부정적인 감정들이 지독한 연기를 내뿜는 것이었다.
‘벌써부터 보고 싶어.’
그 감정은 알리사를 뜨겁게 달구었다.
강대용을 보낸 게 불과 몇 분 전인데 강대용이 벌써부터 보고 싶었다.
“···안 되겠어.”
평소에도 이 정도 수준은 아니었다.
그를 좋아하긴 하지만 이 정도로 애가 타지는 않았다.
그래서 알리사는 자신의 집착병이 심하게 도졌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가방에서 약을 꺼냈다.
“꿀꺽, 꿀꺽.”
그것을 물과 함께 약을 삼키고 몸을 안정시키기 위해 침대에 누웠다.
하지만 몸이 뜨거운 건 여전하다.
부정적인 감정을 주체하는 것도 힘들었다.
“후우···.”
하지만 이건 약효가 발휘되는데 시간이 걸리니까 당연한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알리사는 최대한 심호흡을 하면서 자신을 진정시켰다.
“하아···.”
그 직후 알리사는 고민에 빠졌다.
지금은 아주 알콩달콩하고 좋지만, 혹시라도 강대용이 자신의 곁을 떠나면 어쩔까 하는 고민이었다.
‘어디로도 떠나지 못하게 붙잡아야 해···.’
그리고 그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역시 백년가약뿐이었다.
‘졸업하자마자, 프러포즈 할 거야.’
그녀는 지금까진 말로만 남들 앞에서 떵떵거렸지만, 이젠 정말로 강대용과 졸업하자마자 결혼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영국 웨일스.
“후우.”
“역시 이곳은 여전하군요. 비행을 할 수도 없고, 텔레포트를 사용할 수도 없는 미로라니.”
나는 그곳에 있는 마경으로 변한 지대에서, 조력자로 데려온 벨과 함께 헤매고 있는 중이었다.
다행히 이곳에서 나오는 마물은 그리 강하지 않아, 전력을 다하지 않아도 주먹이나 발길질만 해도 나가떨어지는 수준이었다.
[그건 이 대용위키가 설명해주지!가 목적지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당신에게 말하고 있습니다!]대용위키를 탑재한 내가 헤맨 이유는, 이곳이 시시각각 지형이 바뀌는 [환영미로]라고 불리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몇 번 발을 내딛으면 갑자기 길이 구부려지고 하다 보니 유일하게 위치가 변하지 않는 중심부까지 가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었다.
“슬슬 도착할 것 같군요.”
“그러게.”
아무튼 이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형이 계속 변하긴 하나, 결국 길은 계속 안쪽으로 이어졌고 곧 중심부에 도달할 터였다.
[그건 이 대용위키가 설명해주지!가 오른쪽으로 틀면 중심부에 도착하게 된다고 말합니다!]나는 대용위키가 가르쳐주는 대로 오른쪽으로 발길을 꺾었다.
그리고, 드디어 마경의 중심부에 도달했다.
“···여기가 환영의 호수지?”
“네.
물속이 전혀 보이지 않는 잔잔하고 푸른 호수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호수 주변에서는 기이하게도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숲에 생성된 마경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적인 바람이 한 점도 안 느껴졌다.
“이곳에 검이 잠들어있단 말이죠?”
“그래. 베디비어가 준 지도대로라면 말이야.”
나는 호수 앞으로 다가갔다.
베디비어의 말대로라면, 호수에 입구가 있다고 했다.
그리고 그 입구를 여는 방법도 간단했다.
“간다?”
“네. 바로 시작하시죠.”
호수에다가 손을 집어넣으면 될 뿐이었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바로 호수에 왼손을 집어넣었다.
쏴아아아─!
그것과 동시에,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Episode.71 : 검의 시련
바람이 불지 않아 물결이 일지 않던 호수에서, 마치 바다에서 치는 것처럼 격렬한 파도가 일었다.
솨아아아─.
크게 분노한 듯 요동치는 격류.
나와 벨은 살짝 뒤로 물러서서 잠자코 호수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지켜보았다.
“이건···.”
곧, 호수는 마치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 것처럼 반으로 갈라졌다.
갈라진 틈에는 아래쪽으로 내려가는 검은 계단이 형성되었다.
[진(眞) 흑염룡이 어서 내려가 보자고 당신을 독촉합니다!]마치 나보고 내려오라는 듯이 떡 하니 만들어진 계단을 보면서, 살짝 불길한 기운도 들었지만 그래도 내려가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이 왔다고 아주 열렬히 환영해주는구먼.”
“하하···. 그러니까 말입니다.”
사실 좀 급하게 온 감이 없지 않아 있다.
하지만 베디비어는 내가 검을 회수할 만한 자격과 힘이 있다고 했고, 학교에서는 곧 커다란 사건이 터질 지도 모른다.
“가자 벨.”
“넵!”
그것을 위해서는 지금처럼 단기적으로 강해지는 힘 가지고는 턱도 없다.
상시로 사용할 수 있는, 나만의 독보적인 힘이 필요하다.
그 역할을 해줄 물건이, 이 호수 아래에서 날 기다리고 있다.
***
강대용이 호수의 계단으로 내려간 그 시점.
“요한님. 방금 강대용이 수상한 곳으로 들어갔습니다.”
그의 뒤를 미행하고 있던 스즈키는, [통신석]을 이용해 요한에게 상황을 보고하고 있었다.
신세계교는 강대용이 조금 약해진 지금 상황에서 외출하는 것을 확인하고서 이번 기회에 그를 노리기로 작정한 것이었다.
[수상한 공간이요?]“네. 호수가 반으로 갈라지더니 계단이 나타났습니다.”
[계단이라···. 이거, 시간이 별로 없겠군요.]보고를 받고 있는 요한의 목소리는 평소와 달리 상당히 가라앉아 있었다.
스즈키는, 요한의 목소리를 통해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고서 요한에게 말했다.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네, 그래야죠. 제가 드린 ‘짐승의 고삐’는 잘 갖고 계시죠?]“예.”
[좋습니다. 그럼, ‘짐승’을 소환한 다음 강대용 생포를 시작하십시오. 그 과정에서 그가 망가진다 해도 숨만 붙여놓으면 상관없으니, 조금 과격한 명령을 내리셔도 됩니다.]“알겠습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스즈키. 당신에게 신세계의 축복이 함께하길.]스즈키에게 명령을 내린 요한은 통신을 종료했다.
역할을 마친 통신석은 곧 평범한 돌멩이로 변했다.
휙!
스즈키는 숲속으로 통신석을 던져 흔적을 지운 후, 곧바로 가방에서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검은색 밧줄을 꺼냈다.
“후우···.”
살짝 긴장한 스즈키는 심호흡을 했다.
그녀는 자신이 이런 막중한 임무를 맡아야 한다는 것에서 커다란 부담감을 느끼고 있었다.
또한 그녀가 지금 부리려는 ‘짐승’은 요한의 협력자인 ‘색욕’의 걸작 중 하나였기 때문에, 그 부담감은 더욱 가중됐다.
‘성공해야만 한다.’
혹여나 짐승을 잘못 다룬다면, 분명 교단에서 좋은 소리는 들을 수 없으리라.
그런 생각으로, 스즈키는 밧줄을 두 손으로 꽉 잡고 양옆으로 강하게 당겼다.
쿠구구구─.
그러자, 그녀의 뒤편에 있던 풍경이 일그러지며 커다랗고 시꺼먼 구멍이 뚫렸다.
철그럭─. 철그럭─.
그 구멍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까만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가 걸어 나왔다.
스즈키는 그 기사를 보면서 침을 꿀꺽 삼켰다.
‘무슨 이런 힘이 있단 말인가···!’
마음대로 다룰 수 있다는 게 천만다행이라고 스즈키는 생각했다.
일평생 이런 괴물은 한 번도 본 적 없었다.
갑옷을 입은 존재가 내뿜는 마기는 주변의 풀을 회색빛으로 만들고 건강했던 토지를 오염시켰다.
‘이 괴물이 내 명령만 따른다니···.’
‘고삐’를 들고 있는 스즈키는 그 힘에 영향을 받지 않았으나 그 장면을 보면서 꺼림칙한 기분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내 임무를 완수해야한다는 사명감을 가슴 속에 세 번 새기며, 짐승에게 말했다.
“나를 따라와라.”
스즈키는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강대용이 열어둔 계단의 입구로 다가갔고, 짐승은 조용히 그녀의 뒤를 따랐다.
***
호기롭게 들어온 나와 벨은 슬슬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끼고 있었다.
“도대체 어디까지 이어진 거지?”
한참을 내려온 것 같은데, 도무지 계단의 끝이 보이지 않았다.
“대략 10분 정도 내려온 것 같습니다만···. 저번 생에서도 느낀 거지만, 역시 당신의 성검은 호락호락하지 않군요.”
“···일단 계속 내려가 보자. 이것도 일종의 시험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죠.”
하지만 포기할 수 없었다.
베디비어는 분명 쪽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건, 내게 검을 쥘 자격이 돌아온 거라고 했으니까.
그러니 고작 계단을 오래 내려가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얻을 수 있는 물건을 그림의 떡으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대용님.”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베디비어가 목소리를 낮추고서 나를 불렀다.
나는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거···. 불청객이 온 것 같네.”
“전혀 눈치채지 못했습니다···. 상당한 실력자군요.”
거대한 기운이 뒤편에서부터 느껴지고 있었다.
다행히, 거리는 좀 멀다.
아무래도 우리가 여기까지 온 시점에야 이곳에 돌입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수준이라면, 높은 수준의 은신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뜻일 거야. 그런 기술을 가진 녀석은 그리 흔하지 않고.”
일부러 나를 미행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예측해보건대, 아마도 스즈키가 외출하는 내 뒤에 따라붙은 듯하다.
그리고 그녀는 강대한 힘을 가진 ‘무언가’를 동료로 데리고 있다.
“서두르자.”
“네!”
나와 벨은 내려가는 속도를 올렸다.
이 좁디좁은 공간에서 적을 등지게 되면 매우 불리하니까.
싸우게 되더라도 좀 탁 트인 공간에서 싸워야 한다.
그렇게 생각하며 우리는 하염없이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이윽고, 계단이 아닌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문···, 이군요.”
“그러네.”
투박하고 거대한 철문이었다.
혹시나 무슨 함정이나 장치가 있지 않을까해서, 나는 대용위키에게 물었다.
[그건 이 대용위키가 설명해주지!가 그냥 평범한 문이라고 말합니다. 다만, 이 안에는 범상치 않은 존재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합니다.]함정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이 안에는 날 기다리고 있는 뭔가가 있는 건 확실했다. 하지만, 미지의 존재로부터 공포를 느낄 시간은 없었다.
끼익!
나는 두 손으로 문을 밀었다.
오랫동안 열리지 않은 듯 신경을 긁는 쇳소리가 나며 문이 열렸다.
문을 열자 보이는 것은, 온통 어둠뿐이었다.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제게 어둠 속에서 앞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기술이 있습니다. 들어가 보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지만, 벨이 그렇게 말하니 상당히 믿음직스러웠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우리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문 너머로 발걸음을 옮겼다.
쿵!
“이런!”
우리가 완전히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갑자기 빠른 속도로 철문이 닫혔다.
그나마 스며들어오던 빛도 사라져서 눈앞이 완전히 캄캄해졌다. 바로 옆에 붙어있는 벨의 얼굴조차 보이지 않았다.
“상당히 성급한 성격을 가진 검이군요.”
“그러게.”
그래도 안심이 된다.
벨이 암흑 속에서 볼 수 있는 기술을 배우고 있다 했으니.
“재빨리 확인해보겠습니다.”
든든한 벨은 내게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유심히 확인하는 모양인지, 잠시간 조용해졌다.
“뭔가 보여?”
“······.”
벨은 내 말에도 대답하지 않았다.
때문에 나는 살짝 불안감을 느꼈지만, 벨은 금방 다시 입을 열었다.
“이거···. 검이 당신에게 시험을 내리려는 모양입니다.”
“시험?”
화륵!
그와 동시에, 내 옆에서 푸르스름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화륵! 화륵! 화륵!
그것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에서 푸른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 불꽃은 어두컴컴한 이곳을 밝혔고, 나는 곧 벨이 한 말의 의미를 알 수가 있었다.
“저건···!”
우리가 들어온 곳은 마치 고대 신전의 내부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