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52
그리고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정면에, 아까 우리가 밀고 들어왔던 문과 똑같이 생긴 문이 하나 더 붙어 있었다.
“기사(騎士)로군요···.”
그 앞을, 중세시대의 기사를 방불케 하는 생김새를 가진 어떤 존재가 지키고 있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갑옷도, 검도, 망토도 전부 초록색을 띠고 있다는 것이었다.
[잘 왔어 팬드래건.]그걸 확인한 찰나, 갑자기 청아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진(眞) 흑염룡이 여전히 싸가지 없는 목소리라면서 씨익 조소합니다.]나와 흑염룡은 이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기억을 어느 정도 되찾은 이 시점에서 모를 수 없는 목소리였다.
[지금부터 그대에게 첫 번째 시련을 내리겠노라. 그대는 총 3개의 시련을 통과해서 내게 도달하면 된다.]제길. 목소리를 들은 시점부터 예상은 하고 있었는데.
한시가 급한 이 상황에서, 기어코 나의 자격을 시험할 셈인가.
“누님!”
[···누님?]“네! 들어보십쇼 누님. 누님도 느끼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 우리 뒤에는 거대한 악이 따라붙었다는 것을! 그러니 시련을 거두고 내게 길을 터주십시오!”
[싫다. 그건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너희들의 잘못이지 않느냐.]혹시나 해서 아부까지 떨어가며 부탁했지만, 역시 통하지 않았다.
어쩔 수 없다. 저 녀석이 낸 시련을 정면으로 돌파할 수밖에.
“벨. 최선을 다해줄 수 있겠어?”
“물론이죠.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나는 우선 벨에게 그렇게 물은 뒤, 문을 지키고 있는 녹색 기사의 정보를 대용위키에게 부탁했다.
‘문지기 정보.’
[그건 이 대용위키가 설명해주지! 가 검색할 수 없는 적이라고 말합니다!]엿같다.
무슨 능력치도 제대로 가늠할 수 없는 녀석을 문지기로 세워놓지?
“정보창이 안 뜨는데!”
“괜찮습니다! 놈이 가진 기운으로 보아하니, 변신하지 않은 당신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도 뭔가 숨겨져 있는 게 있을까봐 불안한데.”
베디비어 그 자식은 분명 내가 어렵지 않게 검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새벽 2시까지 몇 번이고 강조했는데.
정말로 되는 거야 이거?
“에라이!”
“같이 가시죠!”
나는 일단 [헤르메스의 발걸음]을 발동해서 기사의 뒤편으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그 다음, [마력이 깃든 붕대]를 풀고서 외쳤다.
“날뛰어라 흑염룡! 느려!”
[그건 이 대용위키가 설명해주지! 가 [저주] 상태이상에서 영구면역 능력을 가지고 있는 대상이라 [사기안]이 통하지 않는다고 귀띔해줍니다!]저주 영구면역?
최유성도 ‘중화’로 갖고 있는 능력의 강화판을 가지고 있다고?
후욱!
그런 생각이 뇌리에 스치던 순간, 녹색 기사는 내 움직임에 반응하여 빠르게 내 쪽으로 검을 휘둘렀다.
“보호하라! 물의 방패여!”
퉁!
나는 녀석의 공격을 검으로 막았다.
다행히 벨이 말한 대로 버틸 만한 공격이었다.
“잘하셨습니다!”
내 움직임을 본 벨은, 자신의 그림자에서 무언가를 소환하여 자신의 손에 들었다.
검은색 완드였다.
탕! 탕! 탕!
벨은 그 완드를 붙잡더니 곧바로 시꺼먼 구체 형상의 에너지를 세 개를 녹색 기사에게 쏘아보냈다.
나에게 집중하던 기사는, 벨의 공격을 그대로 맞았다.
콰광!
녹색 기사에게 명중한 구체는 커다란 폭발을 일으켰다. 동시에 자욱한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큭큭···. 이거이거, 별것도 아니었군.”
[진(眞) 흑염룡이 점점 나에게 물드는 당신의 모습이 꽤나 볼만하다고 말합니다!]그걸 보고서 나도 모르게 3류 악당 분위기를 잡아버렸다.
그 정도로 벨의 공격은 압도적인 위력이었다.
“아직 안 끝났습니다!”
그런데, 기술을 발사한 본인이 저런 단언을 해 버렸다.
···제길. 정신 침식률이 높아진 영향으로 너무 바보같이 생각하고 말을 뱉었군.
집중하자 강대용.
찰싹찰싹!
나는 정신을 차리자는 의미에서 양쪽 볼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 번 때린 뒤, 연기가 피어오르는 곳을 주시했다.
쉬악!
그리고 곧, 초록빛을 머금은 칼날이 단번에 연기를 지웠다.
벨의 단언대로 녹색 기사는 공격을 맞고도 쓰러지지 않은 것이었다.
“마법 공격이 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녹색 기사는, 황투희급 실력자인 벨의 공격을 맞고도 전혀 타격을 입지 않은 모습이었다.
[진(眞) 흑염룡이 아무래도 방어력에 올인한 변태인 것 같다고, 당신에게 조언합니다!]Episode.71 : 검의 시련 (2)
강대용과 벨이 녹색 기사와 싸우고 있는 그 시각.
‘···일종의 경비시스템인가.’
스즈키와 [짐승]은 내려갈 때마다 나타나는 그림자 괴수들을 뚫으며 전진하고 있었다.
그들에겐 그리 어렵지 않은 적들이었지만 수가 워낙 많아서 강대용 일행에게 따라붙는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
“제길···.”
그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은 스즈키는 눈살을 찌푸렸다.
‘분명 그리 시간차가 크지 않았거늘···.’
그러다 보니 진작 봤어야 할 강대용 일행의 뒷모습을 아직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다간 요한이 우려한 일이 실현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스즈키는, 마음이 급해졌다.
“허가한다!”
그래서 그녀는 고삐를 강하게 잡아당겼다.
요한이 준 고삐는 짐승의 힘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일종의 리미터다.
고삐를 한 번 잡아당기는 순간부터 위험부담이 증가하지만, 그만큼 일부러 제약해두었던 짐승의 힘을 한 단계 해방할 수 있는 것이다.
『ㅅㅇ···. ㄷㅇㅇㄹ ㅆㅇㄱ ㅅㅇ···.』
그때, 짐승은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두 손으로 투구를 움켜잡았다.
마치 괴로워하듯, 어떤 말을 계속 중얼거렸다.
스즈키는 그 모습을 보며 살짝 움찔거렸다.
‘뭐지···? 혹시 오작동이라도 한 건가?’
하지만 그 걱정도 잠시, 빠르게 평정을 되찾은 짐승은 어마어마한 마기를 내뿜기 시작했다.
콰아아아!!
그것만으로 스즈키의 앞길을 막아서는 그림자 마수들이 소멸했다.
스즈키는 다시 한 번 그 힘에 감탄하며 살짝 미소를 띠었다.
“계속 내려가.”
그래. 이만한 힘을 가진 괴물을 거느리고 실패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런 자신감을 안고서, 스즈키는 짐승을 앞세운 채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
첫 번째 시험, 녹색 기사 쓰러뜨리기.
그 시험이 시작된 지 체감 상 5분 정도 지난 것 같은데, 어째 뚫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텅─!
녹색 기사의 공격은 지금까지 싸워온 적들과 비슷하거나 약한 수준이다.
하나, 방어력만큼은 이처럼 단단한 녀석은 처음이라고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렇게나 공격을 받아냈는데도 데미지가 미미해 보이는군요.”
“그러게 말이다···.”
흑염룡의 말대로 녹색 기사의 모든 능력치가 체력으로 쏠렸다던가, 녀석이 입고 있는 갑옷이 아주 특별 하던지 둘 중 하나로 보인다.
내가 할 말을 아니지만, 이 자식도 참 엿 같은 컨셉을 잡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죠? 일단 제 마법은 통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만···.”
“방법이 있긴 있어.”
하지만 지금까지의 전투로 보아, 파훼법이 없는 건 아니다. 이 단단한 녀석에게도 우리의 공격 중에서 통하는 공격이 있었으니까.
[진(眞) 흑염룡이 이제야 좀 알 것 같냐고 물으면서 씨익 웃습니다!]흑염룡이 툭 뱉은 말처럼 보이는 메시지가 힌트였다. 녀석을 ‘방어력에 올인한 변태’라고 표현한 그 메시지 말이다.
“네 기술 중에서 ‘내구를 무시하는 기술’을 골라서 사용해.”
“···그걸로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겁니까?”
“너도 봤잖아. [태산염왕격]이 녀석의 견갑을 찌그러뜨리는 걸. 너무 단순한 것 같긴 해도, 내구 무시가 녀석의 약점인 것 같아.”
태산염왕격은 푸른지옥 매콤주먹, 마운틴 스트라이크, 왕의 주먹의 융합.
이 기술로 타격을 입었다는 건 기술의 위력이 강한 이유도 있겠지만, 꼭 그뿐만이 아닌 듯했다.
녀석은 태산염왕격만큼은 아니지만 아주 위력적인 기술인 [광염예살권]과 [청염회축]에는 전혀 타격을 입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나는 [태산염왕격]의 토대가 되는 기술 중에서, 녹색 기사에게 타격이 되는 기술이 있었다는 확신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왕의 주먹] (기술)─────
* 이 기술은 적의 내구를 일부분 무시한다. 무시하는 비율은 자신의 힘에 비례한다. (현재 62%)
─────
그리고 그 기술은, 흑염룡의 힌트와 접목해서 생각해보면 [왕의 주먹]인 것 같았다.
실제로도 [왕의 주먹]은 권사들이나 궁사들에게 있어서 까다로운 적인 내구형 마물이나 초능력 범죄자들을 깨부수는데 아주 좋은 기술이고, 녹색 기사는 턱 봐도 공격형보단 내구형으로 보인다.
“지체할 시간 없으니까 내 말대로 해!”
“···알겠습니다!”
그러니, 혹여나 약점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녹색 기사에겐 내 ‘왕의 주먹’이 잘 먹힐 거란 소리다.
타닷!
그 판단을 내린 나는 빠르게 녀석의 투구를 향해 [왕의 주먹]을 휘둘렀다.
텅!
녹색 기사는 그 공격을 칼등으로 막았다.
그것에 부딪힌 주먹이 상당히 저려왔지만, 나는 헛된 충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단하던 녹색 기사의 검에, 희미한 균열이 이는 것이 보였으니까.
슉! 슈욱! 샥!
내 뒤에서 예리한 마법 세례가 날아온다.
나는 높게 점프하는 것으로 마법 피했고, 녹색 기사는 몸이 무거운 탓에 차마 피하지 못하고 마법 세례를 받아냈다.
콰직! 쾅! 콰앙!
굉음과 함께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살짝 아래를 내려다보니, 녹색 기사 왼쪽 견갑이 부서진 모습이 보였다.
“좋아!”
역시, 방어력 올인에겐 방어력 무시가 답이었다.
나는 탄성을 지르며 바닥으로 착지한 후, 곧장 녹색의 기사에게 다시 달려들었다.
“그 무엇보다도 강력한 짐의 주먹!”
노리는 곳은 후두부.
평범한 인간이라면 급소일 터인 여기에 공격이 명중한다면, 상당히 큰 타격이 될 테지.
콰득!
명중이다.
이토록 경쾌한 명중은 없을 거라고 자부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투구가 충격을 완화했는지, 녹색의 기사는 쓰러지지 않았다.
부웅─!
기사는 도리어 내게 검을 휘둘렀다.
나는 빠르게 고개를 뒤로 젖혀서 칼날을 피하고, 방금 한 공격으로 금이 간 투구 쪽으로 청염회축을 휘둘렀다.
콰직!
투구에 균열이 일어난 덕분에 이번 청염회축은 타격이 있었다.
녀석의 몸이 갸우뚱 기울었고, 중심축이 무너졌다.
“피하십시오!”
그 순간, 벨이 아주 강력한 마법을 시전하려는 모양인지 내게 그렇게 말했다.
나는 곧바로 녹색 기사의 그림자를 밟고서 외쳤다.
“그림자 장막이여! 어둠의 왕을 보필하라!”
풍덩!
나는 [암중비약]을 사용하여 녹색 기사의 그림자 속으로 잠수했다.
그와 동시에, 벨의 주문이 들린다.
“트와일라잇!”
그 주문이 들리고 난 후, 고막이 멍해질 만큼 거대한 폭발음이 발생했고, 그림자 바깥은 고요에 잠겼다.
[암중비약을 사용한 대상의 그림자가 사라져, 암중비약이 자동으로 해제됩니다.]곧이어 승전보가 들려왔다.
***
쿠구구구···.
내가 바깥으로 튀어나오자마자 자욱한 흙먼지가 날 엄습했다.
나는 그것을 뚫고 나와 벨의 곁으로 돌아왔다.
“얌마. 내가 있는데 이 정도로 강력한 마법을 날리면 어떡해?”
“하하···. 강대용 님의 기술은 잘 알고 있으니까요. 피하실 수 있으실 거라 생각했습니다.”
저렇게 말하니까 딱히 할 말이 없구먼.
아무튼, 나는 이 공격으로 녹색 기사가 반드시 쓰러졌기를 바랐다.
후방에서 점점 사악한 기운이 가까워지고 있으니까.
삐그덕···.
“이런···.”
하지만 아쉽게도 내 기대를 충족시키진 못했다.
먼지 속에서, 녹색 기사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모습이 보였다.
“···이건 좀 놀랍군요.”
녹색 기사를 본 벨은 상당히 흥미로운 걸 본 것만 같은 표정이 되었다.
자신의 공격을 버텨내서 놀란 것 같긴 하다만, 단지 그 이유 뿐만은 아닌 것 같았다.
“헉···. 헉···.”
곱슬기가 있는 금빛 장발, 에메랄드 눈동자.
투구가 완전히 깨지고 드러난 녹색 기사의 안면은 웬 부잣집 아가씨처럼 생긴 얼굴이었다.
처음에는 여자처럼 생긴 남자인가 했는데 기사가 뱉는 숨소리를 듣고 나서야, 그녀가 여자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성검이 생명을 창조하는 힘까지 갖고 있나보군요. 영락없는 인간입니다.”
“그러게.”
“하지만 저건 호문쿨루스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물론 벨은 녹색 기사가 살아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은 딱히 상관없는 것 같았다.
그는 녹색 기사의 견갑을 날렸던 그림자 창을 여러 개 생성해냈다.
“처리하죠.”
벨은 그렇게 말하곤 곧장 그림자 창 4개를 기사에게 날렸다.
이제 막 몸을 일으키고 있던 기사는 그것을 포착해내고 너덜너덜해진 검을 치켜들었다.
텅! 콰득! 타앙!
끈질긴 기사는 기습적인 공격조차 기밀한 몸놀림으로 세 번이나 막아냈다.
그러나 마지막 하나를 어찌하지 못했다.
콰직!
정확히 그녀의 오른쪽 허벅지를 꿰뚫는 그림자 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