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59
이 여자는 좀 목석같은 성격처럼 보이지만, 그렇다고 칭찬이 나쁘게 들리진 않을 테지.
“헤, 헤헤···.”
“······?”
···목석같긴 개뿔.
아주 그냥 칭찬 한 번에 얼굴까지 빨개져선 아픈 것도 잊어버리네.
하기야. 왈가닥 구닥다리 성검한테 교육받았을 텐데 너무 또 무뚝뚝하면 그게 더 이상하긴 해.
[왜 날 욕하는데!]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비비안의 말을 가볍게 무시하고 녹색 기사의 치료를 시작했다.
녹색 기사는 발그레 상기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저, 저기···.”
“왜 그러느냐.”
그러다가 그녀는 뭔가 쑥스러운 듯, 조용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제, 제 이름은 안 물어보십니까? 그래도 당신의 부하 될 사람인데···.”
“그렇군. 이름이 뭐지?”
나는 그다지 궁금하지 않아 대강 말했다.
그런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녹색 기사는 입술을 삐죽이며 답했다.
“버틸락이에요.”
“···특이한 이름이구나.”
“이건 성이고, 이름은 따로 있어요. 근데 안 가르쳐줄래요.”
나는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자 녹색 기사는 볼을 잔뜩 부풀리며 나를 쏘아보았다.
“···왜.”
엑스칼리버의 구원이 그녀를 거의 다 회복했는지, 그녀의 얼굴에선 어느새 힘들어하는 기색이 싹 사라져있었다.
대신, 뭔가 오묘한 감정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샤를이에요.”
“뭐?”
“제, 제 이름이라고요···. 앞으로 절 부르실 땐 샤를이라고 불러주세요.”
···안 가르쳐 준다며.
비비안한테 뭘 배운 건지는 모르겠지만 얘도 참 이상하네.
[내 욕 그만 좀 하라고!]아무튼, 나는 튼튼한 탱커 샤를 버틸락과 활용 가치가 높은 미래의 윤희진, 사기템 엑스칼리버라는 큰 수확들을 얻었다.
***
쏴아아아!
샤를의 치료까지 마치고 호수에서 나오자마자, 거짓말처럼 호수의 입구가 닫혔다.
[후~. 이 지긋지긋한 곳도 이제 작별이구먼.]비비안은 내 왼쪽 허리춤에서 홀가분한 듯 재잘재잘 떠들었다.
“드디어 바깥세상으로 나가는 군요 비비안 님!”
[그래. 너에겐 참 미안하구나. 늙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육체로 만들어놓아서 영겁의 시간을···.]샤를은 그런 비비안과 같이 떠들었다.
그 수다가 상당히 시끄러웠으나, 지금 문제는 이게 아니었다.
“···야.”
나는 내 바로 오른쪽을 내려다보았다.
내 옆구리에는 초롱초롱 눈을 빛내는 미래의 윤희진이 붙어있었다.
“좀 놓지···.”
『ㅎㅎ···.』
그녀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눈웃음까지 지으며 빙그레 웃는다.
미래의 윤희진은, 날 좋아하는 마음을 여전히 버리지 못한 듯 보였다.
내가 고삐를 가지고 있으니 세뇌도 풀린 듯해서, 이제 그냥 현재의 윤희진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오. 역시 형님답습니다. 무릇 왕이라면 많은 여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이···.”
“입 닥쳐 벨.”
큰일이다.
물론 다른 시간대의 같은 사람이긴 한데, 어쨌거나 곤란한 사람이 하나 늘어나버린 느낌이다.
얘를 어디다 맡기려 해도 내 곁에서 안 떨어지려고 할 텐데. 어쩌지.
“···아!”
그렇게 고민하다가 좋은 생각이 났다.
내 생각을 바로 실행하기 위해, 나는 곧장 벨에게 말했다.
“벨. 이따 한국에서 윤희진 얼굴 좀 한 번 더 바꿔줄 수 있어?”
“네? 한 번 바꿨는데 왜 굳이 또···.”
“이번엔 내가 원하는 대로 바꿔줘.”
그러곤 엄지로 내 얼굴을 가리켰다.
“나랑 비슷하게 생긴 여자로 바꿔줘. 딱 봐도 남매 사이처럼 보일 수 있게.”
“···네?”
알리사에겐 미안하지만, 누구인지 설명하라고 하면 아주 곤란해지기에 이 방법이 최선이다.
“···형님, 혹시 그런 취향이셨습니까?”
“내가 그럴 것 같나?”
“아, 아닙니다···.”
잃어버린 여동생이라는 설정을 붙이는 거다.
현실에서는 극히 드문 환상의 생물, ‘오빠를 너무 좋아하는 사춘기 여동생’ 말이다.
『ㄷㅇㅇ ㅅㅁㅇㅇ···.』
그렇게 플랜을 짜고 있는데, 내 곁에 붙어있던 윤희진이 뭔가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누구 때문에 이러는 건지 알고 있긴 하냐?”
『···ㅊ!』
···알아. 나도 아주 쓰레기 같은 발상인 건 잘 안다고.
그런데 이 방법밖에 없는 걸 어떡해.
‘학교 바깥에서 두 번째 여자친구를 데리고 왔습니다.’라고 할 바에야 ‘실어증에 걸린, 잃어버린 여동생이 날 찾아왔다.’라고 하는 게 더 그럴싸하잖아.
“형님의 취향은 존중을···.”
“별로 좋은 취향은 아닌 것 같네요. 좀 더 건강한 연애 관념을 가지는 게···.”
[어휴. 진짜 주인 새끼 생각하는 꼬라지하고는···.]그러나 이미 나는 내 부하들에게 있어서 나는 ‘여동생에게 금단의 사랑을 품은 친오빠’라는 이상한 이미지가 되어버린 듯했다.
“···아니라니까.”
나는 계속 단호하게 말했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믿어주지 않았다.
그래. 믿지 마라 이 나쁜 자식들아.
나는 일편단심 그녀지만 아무튼 믿지 마.
“벨.”
“네 형님.”
어쨌든 지금 내가 이상한 사람으로 몰렸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조금이라도 빨리 학교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벨이 좀 수고해 줄 필요가 있었다.
“장거리 텔레포트, 너 포함해서 우리 모두한테 사용할 수 있어?”
“네. 투희님의 댁에 여분의 ‘그림자’들을 남겨두긴 했습니다. 몸 상태도 나아졌으니 아마 가능하겠죠.”
“좋아. 그럼 시전 시작해줘. 바로 출발할 거니까.”
“넵!”
벨의 장거리 텔레포트는 이 세계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개사기 기술이었다.
마나 소모가 상당하긴 하지만, 그림자를 남겨둔 곳이라면 어디든지 이동할 수 있는 도X에몽의 ‘어디로든 문’과 비슷한 성능을 자랑한다.
“준비할 테니,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물론 개사기 기술인만큼 시전 시간이 좀 걸린다.
저번에 황투희의 집에 갈 때 했던 경험을 생각해보자면, 아마 오 분에서 십 분가량이었던 같다.
“그럼 나는···.”
그 자투리 시간에 할 수 있는 창조적인 활동이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벨의 그림자 구속구에 질질 끌려온 스즈키를 조금 더 캐보는 것밖에 없는 듯했다.
“어이, 스즈키.”
“······.”
샤를에게 붙잡혀있는 스즈키에게 다가가, 최대한 악당처럼 그녀를 불러보았다.
···뭔가 관계가 역전된 것 같지만, 어쩐지 이게 내 체질에 더 어울리는 것 같았다.
“5초 내에 대답 안 하면 나머지 손목도 마저 부러뜨린다. 5, 4, 3···.”
“무, 무슨 일이냐.”
나는 엑스칼리버의 칼날을 그녀의 목덜미에 들이대며 이야기를 이었다.
“네가 SHA에 온 이유를 말해라.”
“···너의 감시역이였다.”
그렇군.
스즈키는 확실히 무력은 좀 달려도 나랑 벨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굉장한 수준의 은신 능력을 갖고 있으니 그 역할에 적합했겠구나.
“얼마나 날 따라다닌 거지?”
“거의 항상 너를 따라다녔다.”
“거의 항상?”
등골이 오싹해진다.
이 녀석···.
아무것도 안 하는 줄 알았는데 아주 무서운 짓을 뒤에서 하고 있었구먼.
“그래. 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물론, 기술 감지 시스템이 잘 구비된 길드 건물까지는 못 따라갔지만.”
“···네 임무는 그것뿐이었나.”
“그렇다.”
엑스칼리버는 확실하게 잘 작동하고 있다.
즉, 스즈키는 지금 내게 진실만을 고하게 되어 있고 자투리 시간이 난 지금 최대한 많은 정보를 뽑아내야 한다.
“그럼 두 번째 질문이다.”
나는 곁에 붙어있는 윤희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날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사실 이 녀석에게 물어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지금 윤희진의 상태는 미래의 백설과 똑같아서 불가능했다.
그러니까, 스즈키에게 묻는다.
“···너희는 지금 내 옆에 붙어있는 이 녀석과 비슷한 인간을 몇 명이나 데리고 있지?”
앞으로의 싸움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질문이었다.
오늘이야 스즈키가 엑스칼리버의 힘 때문에 당황해서 내게 윤희진의 컨트롤러를 보이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지만, 미래의 윤희진을 내게 빼앗긴 걸 본 요한이 호락호락하게 나올 리가 없으니까.
“그리고 만약 있다면 각각의 전투 방식은 어떻지?”
즉, 백설과 윤희진 같은 적들이 더 있다면 미리 대비를 해놔야 한다.
“그게···.”
스즈키는 요한이 미래의 윤희진을 쥐어줄 정도로 신뢰하는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라면 분명 꽤 많은 사실을 알고 있을 확률이 높으리라.
“······.”
스즈키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무래도 엑스칼리버의 힘에 최대한 버티려는 듯 보였다.
역시 호락호락하진 않다는 건가.
『어서 말해라.』
우웅─!
나는 엑스칼리버의 출력을 높였다.
그러자 스즈키의 눈에서 빛이 사라지고 완전 넋이 나간 표정이 되었다.
그녀의 볼은 붉게 물들어졌다.
“예 폐하···. 하인인 제가 전부 말씀 드리겠사옵니다···.”
···근데, 이건 도대체 뭔 말툰데.
이러면 내가 아주 나쁜 짓을 저지르는 것 같잖아.
악당은 이 녀석을 비롯한 신세계교의 녀석들인데···, 뭐지 이 죄책감은?
아니지. 이건 심문일 뿐이지. 암.
나는 그저 악당에게 정보를 캐낼 뿐이다.
그러니까 이건 절대 최면술 같은 게 아니야!
“제가 알고 있는 바로는···.”
어쨌거나 스즈키는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드디어 말하려는 듯했다.
“뭐···?”
그리고 나는, 그녀의 이어지는 말을 듣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Episode.75 : 강습(强襲)
“옆에 데리고 계시는 그 아이와 비슷한 힘을 가진 개체는 네 명 더 있사옵니다.”
네 명.
미래의 윤희진만큼 강력한 키메라가 네 명이나 더 있다.
미래의 백설로부터 얻은 정보 덕분에 윤희진을 포함한 세 명까지는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 되면 내가 모르는 둘이 끼어있다는 거다.
“그 녀석들은 어떤 전투방식과 능력을 갖고 있지?”
“두 사람은 각각 총과 대검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았사옵니다. 총을 사용하는 자는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로 날렵했고, 대검을 사용하는 자는 놀라운 재생력을 갖고 있었사옵니다.”
“나머지 둘은?”
“그 둘은 제가 보지 못했사옵니다.”
총과 대검.
이걸로 키메라 두 명은 누구인지 대충 예상이 갔다.
물론 아닐 수도 있지만 미래의 윤희진까지 등장한 이 시점이니, 아무래도 내가 아는 녀석들일 확률이 상당히 높았다.
“아! 그리고 그들의 유전자를 토대로 만들어진 ‘악룡’ 개체들이 작전에 투입될 예정이옵니다.”
“···악룡?”
“예. 저희는 그냥 흑룡이라고 부릅니다만, 아즈모데님께서는 ‘순수한 악(惡)으로부터 비롯된 용’이라고 해서 악룡이라 부른다고 하셨사옵니다.”
심지어 그게 끝이 아니었다.
아즈모데는 매드 사이언티스트답게 양산형 개체들도 잔뜩 준비한 모양이었다.
“그 녀석들은 얼마나 강하지?”
“하나하나가 A+마물에 버금가는 강함을 갖고 있다고 들었사옵니다.”
“···숫자는.”
“많사옵니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서 미래의 존재들을 막대한 대가를 지불하면서까지 데려오고, 그들을 이용해서 괴물들을 만들어낸 것일까.
그의 권능이 요구하는 대가는 심히 무겁다.
미래의 백설, 윤희진, 그리고 나머지 두 명만 데려와도 분명 이미 그 힘을 다했을 터다.
그런데 두 명이나 더 있다니.
이거, 어쩌면 미래의 존재가 아닌 ‘현대의 존재’로 키메라를 만들었을 수도 있겠다.
“제게 더 궁금하신 건 없으시옵니까?”
“생각해볼게. 일단 얌전히 있어라.”
“넷!”
아니, 어쩌면 아직 나타나지 않은 네 명 모두 미래의 존재가 아니라 현대의 존재일 가능성도 있었다.
꼭 내가 알고 있는 ‘두 사람’이 백설이나 윤희진과 같이 왔다고 볼 순 없으니까.
어쨌거나 이 문제는 당장 대책을 생각해봐도 딱히 떠오르는 게 없으니 일단 마음속에 묻어놔야겠다.
***
“출발합니다! 모두 손을 놓지 마십시오!”
슉, 슈슉!
약 10분 후, 나를 포함한 일행들은 벨의 그림자 텔레포트로 곧장 황투희의 집으로 이동했다.
좋은 성능을 자랑하는 텔레포트답게, 아주 먼 거리를 순식간에 도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속이 울렁거린다거나 머리가 빙빙 도는 느낌은 하나도 없었다.
“도착했습니다.”
눈 깜짝할 새에 황투희의 집에 도착한 우리는 거실 소파 뒤에 서 있었다.
“하하하!”
그곳에서, 소파에 벌러덩 드러누워선 TV를 보며 웃음을 터뜨리고 있는 황투희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무슨 예능 프로에 푹 빠진 듯했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왔다는 사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투희님.”
“으갸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