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61
그럼 확실히 마나를 계속 소모하는 것보단 여기에서 좋은 장비 하나 맞추고 가는 게 낫겠다.
[그건 이 대용위키가 설명해주지! 가 저 방어구가 샤를에게 가장 잘 맞을 것 같다고 말합니다!]나는 샤를이 장비 맞추는 걸 도와주었다.
대용위키 덕에 장비를 고르는 시간은 2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그래. 바로 출발해야 하니까 어서 갈아입어라.”
그러고 나서, 나는 조금 궁금해졌다.
마나로 이루어진 장비들은 어떻게 벗는 걸까?
그냥 ‘사라져라!’ 하면 없어지는 건가.
소설 설정에 자세히 다루던 부분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건 이 대용위키가 설명해주지! 가 알려주기 귀찮으니까 샤를에게 물어보라고 말합니다!]···뭐지?
흑염룡이 최종 형태가 되면서 대용위키에게도 영향이 갔나.
이런 식으로 거부하는 건 처음인 것 같다.
“샤를.”
“예. 또 하실 말씀 있으세요?”
결국, 나는 조금 시답잖은 부분이긴 하지만 샤를에게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마나로 이루어진 갑옷은 어떻게 벗어?”
“네? 아, 그게···.”
내 질문에, 샤를은 갑자기 시선을 피하고 얼굴을 붉혔다.
어째서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인지, 나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갑옷의 마나를 회수하면 자연스럽게 사라집니다. 혹시 갑옷 안이 궁금하시다면···. 당신 앞에서 보여드릴 수 있어요.”
“그러냐.”
그래서 얼굴이 새빨개진 거였군.
근데 왜 나한테 보여주는 걸 전제로 두고 있는 거지?
비비안한테 교육받아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좀 이상한 발상을 하네.
“안 보여줘도 괜찮으니까, 탈의실 가서 갈아입고 와.”
“······.”
나는 당연히 샤를을 배려해주기 위해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내 말을 좀 다르게 받아들인 듯하다.
샤를은 갑자기 뾰로통한 얼굴이 되었다.
“저, 저 벗으면 굉장하거든요! 제가 얼굴만 반반하다고 생각하시나 본데···.”
“응?”
그녀는 먼저 발에 신고 있던 녹색 판금 장화를 소멸시켰다.
그다음은 장갑을 사라지게 하고.
그다음은···.
“아, 알았어! 진정해! 네 말 믿을 테니까 어서 탈의실에서 갈아입고 와!”
어떤 부위를 소멸시킬지 아주 뻔했으므로 내가 저지했다.
샤를은 여전히 날카로운 눈빛으로 날 보고 있었으나, 내가 기겁을 하자 갑옷을 소멸시키는 것을 그만두었다.
“믿는 거 맞죠?”
“믿는다니까? 진짜 굳이 보여주려고 할 필요 없어.”
“···알았어요.”
샤를은 황투희에게 탈의실의 위치를 물어본 다음 곧바로 새 장비로 갈아입고 튀어나오듯이 탈의실에서 나왔다.
그 속도가 마치 군대에서 환복 하는 것처럼 아주 빨랐다.
“얼추 다 준비된 것 같지?”
그와 동시에 황투희와 세뇌 상태(?)인 스즈키도 만전의 상태가 되었다.
이제, SHA를 향해 출발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벨!”
“네 투희님.”
상당히 급한 기색의 황투희는 벨을 불렀다.
벨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닥을 가리켰다.
“여러분이 무장하시는 동안 캐스팅을 마쳐두었습니다. 결계가 전개된 SHA 내부로 바로 들어갈 수는 없으니, 제가 예전에 그림자를 남기고 온 SHA 주변으로 이동하겠습니다.”
그렇게 설명한 벨은 어서 자기 옆으로 붙으라고 손짓했고, 우리는 영국에서 황투희의 집에 왔을 때처럼 손을 잡았다.
“출발합니다!”
***
강대용 일행이 텔레포트 하고 나서부터 10분 후.
펜리르의 길드원들이 현장을 통제하고 있는, 단절 결계가 생성된 SHA 북쪽 입구.
콰쾅! 쾅! 콰앙!
그곳에선 족히 3m는 넘는 덩치의 늑대인간이, 결계를 향해 주먹과 다리를 쉴 새 없이 내지르는 중이었다.
“마, 말려야 하는 거 아니야?”
“그니까···.”
펜리르의 길드원들은 수군거리며 그 늑대인간에게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 길드원들만큼이나, 부길드장인 윤세라도 비슷한 심정이었다.
“으, 은호야···.”
늑대인간은 바로, 펜리르의 길드장 백은호였으니까.
“으아아아아!!!”
그는 격앙된 고함을 지르며 마나를 아끼지 않고 강력한 기술들을 [단절 결계]에 퍼부었으나, 결계엔 흠집조차 나지 않았다.
즉, 지금 백은호가 하는 행위는 자신의 육체와 마나를 깎는 자해행위나 다름없었다.
“그만해 백은호.”
결국, 부길드장 라이너스가 백은호의 앞에 섰다.
백은호는 그제야 움직임을 멈추고 세찬 숨을 몰아쉬었다.
“비켜라 라이너스···.”
“···이제 좀 알아처먹을 때가 됐잖아?”
그는 백은호의 행위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기 위해서 그를 말리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무식한 백은호는 멈추지 않았고, 라이너스는 자신이 움직여야 한다는 판단이 섰다.
“너는 물론이고 여기 있는 누구도, 저거 절대 못 부숴.”
“······.”
“결계는 핵을 제거하지 않은 이상 파괴할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어. 자존심 상하지만···. 마법을 통달한 나조차도 이 결계를 부술 마땅한 방법이 당장은 떠오르지 않아.”
그렇기에 라이너스는 어김없이 백은호에게 냉정한 진실을 말해주었다.
“그러니까···. 기도나 해. 저절로 결계가 해제되게 해달라고.”
현실주의자 라이너스는 항상 생각한다.
‘내 사전에 불가능이란 없다’라는 나폴레옹의 명언은 개소리고,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라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그런 생각을 가진 라이너스는, 더 이상 ‘안 되는 일’을 하려는 백은호를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쿵─!
라이너스의 적극적인 저지에, 백은호는 힘없이 맨바닥에 주저앉았다.
인정하기 싫지만, 펜리르를 설립할 때부터 라이너스가 해주던 조언은 대부분 맞는 말이었고 지금도 역시 그가 맞는 말을 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방법이 없는 거냐.”
백은호는 풀죽은 늑대의 눈초리로 투명한 막을 노려보았다.
유일한 피붙이인 백설이 이 강력한 단절 결계 안에 갇혀있다. 그녀뿐만이 아니라 윤세라의 동생인 윤희진도, 다른 팔용사들의 동생들도 같이 갇혀있다.
“나는 또, 소중한 사람들을 이렇게 보내야 하는 거냐.”
백은호는 날카로운 어금니를 으득 갈았다.
그는 이미 친구와 가족들을 ‘마계대침식’이라는 끔찍한 전쟁에서 떠나보낸 경험이 있다.
정이 많은 백은호는 그런 끔찍한 경험은 다시 하고 싶지 않았다.
“유일하게 남은 가족을···.”
하지만 이번에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소중한 이들을 잃게 될 것 같아서, 그는 스스로가 원망스러웠다.
백은호는 곧 결계에서 눈을 떼고 어깨를 축 늘어뜨린 채 고개를 떨궜다.
“기, 길드장님!”
그 순간, 갑자기 아주 커다란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은호는 천천히 등 뒤로 고개를 돌렸고, 라이너스와 윤세라도 같이 돌렸다.
“무슨 일이죠?”
백은호 대신 라이너스가 그 길드원에게 물었다.
길드원은, 살짝 황당한 표정을 하고서 라이너스에게 보고했다.
“결계를 뚫을 수 있으니, 제발 좀 들여보내달라고 하는 일당이 찾아왔습니다!”
그 말을 들은 라이너스는 자기도 모르게 실소를 흘리고 말았다.
팔용사인 자신들조차도 뚫지 못하는 결계를 대체 무슨 수로 뚫겠다는 건지.
허언증에 걸린 사람들이 찾아온 모양이라고, 라이너스는 단정 지었다.
“쫓아내세요.”
“그, 그런데···. 그중 한 사람이 부길드장님께서 관심을 가지시던 SHA의 생도입니다.”
“SHA의 생도?”
그러다가, 이어지는 길드원의 말을 듣고는 조금 호기심이 생겼다.
“···일단 데리고 와보세요.”
라이너스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그 생도가 들어오는 것을 허락했다.
물론 그 생도가 여기에 온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혹시라도 결계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말이다.
***
나는 일행과 함께 도착하자마자 SHA 외곽 쪽으로 달렸다.
하지만 이미 여러 길드들과 국가 기관의 사람들이 결계 주변으로 사람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고, 나 역시 SHA 생도라고 해서 쉽게 들여보내주지 않을 것 같았다.
“부길드장님께서 허락하셨습니다. 들어오시죠.”
그래서 결국, 그나마 나와 견식이 있는 펜리르 쪽에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내가 왔다고 하니 금방 길을 열어주었고, 나는 빠르게 결계가 있는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강대용 생도!”
내가 들어오자마자, 라이너스가 살짝 손을 흔들며 나를 불렀다.
나는 그에게 다가가 꾸벅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얼굴을 보니 반갑군요. 그나저나, 여긴 무슨 일이십니까?”
결계 주변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되어 있었다.
백은호가 결계를 부수려고 발버둥을 크게 친 모양이다.
물론, 이제 그 발버둥은 치지 않아도 된다.
“결계를 뚫으러 왔습니다.”
“······.”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이 황당한 발언으로 여길 것은 알고 있지만, 나는 라이너스에게 말했다.
하지만 라이너스의 반응은 싸늘했다.
“혹시, 같이 온 일행들과 함께 뚫겠다는 말 같지도 않은 말을 하진 않겠지요?”
“아닙니다.”
나는 내 가슴에 손을 얹고 그에게 답했다.
“저 혼자 뚫을 겁니다.”
“···그게 무슨.”
“보고만 있으세요. 지금 당장 뚫을 테니까, 길드원 분들 데리고 뒤로 물러나주시고요.”
싸늘하던 라이너스의 얼굴에 당황스러운 표정이 서렸다.
나는 피식 웃음을 흘렸고, 바로 그를 지나쳐서 결계로 다가가려고 했다.
팍!
그 순간, 라이너스가 내 어깨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나는 살짝 표정을 구기며 그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왜 이러십니까?”
“···이런 상황에서, 그런 장난은 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강대용 생도.”
···그렇군.
지독한 현실주의자인 이 녀석은 제 딴에 내 말이 말도 안 된다고 여기는 거다.
“장난 아닌데요.”
“······.”
라이너스의 표정이 분노한 듯 일그러졌다.
물론 나는 그것에 전혀 주눅 들지 않고 그에게 말했다.
“좋아요. 제가 못 뚫으면, 이 자리에서 바로 펜리르의 계약서에 싸인하겠습니다.”
“···뭐라고?”
“아, 물론 제가 잘못해서 싸인하는 거니까 당신들이 저에게 지급하기로 했던 연봉도 안 받을 겁니다. 최저시급으로 일해 드리죠.”
웃음을 잃지 않고 당당히.
이 인간 앞에서는 그런 태도로 나와야지만 꺾을 수 있다.
“장난도 작작···.”
“장난 아니라니까요? 방금 제가 한 말 한 번 더 해드려요? 녹취하셔도 되는데.”
“······.”
내가 이렇게까지 나오자, 라이너스는 상당히 질린 표정으로 내 어깨에서 손을 내렸다.
“모두 뒤로 물러나세요!”
그러곤 길드원들에게 큰 목소리로 말하며 내게 차가운 시선을 보냈다.
“···해보시죠.”
나는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고 결계 앞으로 다가갔다.
그 길목에는 주저앉아있는 백은호가 있었고, 나는 잠시 멈춰서 그에게 말했다.
“결계를 부수겠습니다.”
“강대용 생도···. 가, 가능합니까?”
“물론이죠. 제 힘은 좀 특별하거든요.”
엑스칼리버에는 이 세계의 법칙을 완전히 무시하는 힘이 하나 있다.
수많은 싸움에서 내게 승리를 안겨주었던 힘이 말이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런 확신을 느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백은호는 군말 하지 않고 퍼뜩 일어나서 나를 지나쳐갔다.
지나쳐가면서,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보상은 준비해두겠습니다.”
나는 그 말을 머릿속에 새긴 채로 결계 앞에 우뚝 섰다.
그 직후, 왼쪽으로 왼손을 쫙 뻗고서 말했다.
“해방.”
그러자 허공에서 엑스칼리버의 회색 손잡이가 툭 튀어나왔다.
나는 그것을 망설임 없이 뽑아 들었다.
그 순간, 주변에서 들려오던 모든 잡음이 사라졌다.
똑···.
머릿속으로 물방울이 하나 떨어지는 이미지를 상상했다.
떨어진 물방울이 만든 파동은 내 머릿속에서 천천히 퍼져나간다.
쏴아아아···.
그 파동은 점차 기세를 키워가고 거친 파도가 되었다.
사아아···.
그 이미지가 완성됨과 동시에, 내 몸으로 성검의 마력이 밀려들어 오기 시작한다.
나는 두 손으로 검을 꽉 잡은 뒤, 머리 위로 검을 치켜들었다.
휘오오오─!
성검의 마력이 내 안을 가득 채웠고, 성검 역시 완연한 빛을 내뿜기 시작했다.
주변의 공기가 거친 기류를 만들며 내게 응집된다.
땅바닥에서는 오색빛깔의 마나가 피어올라 내 검으로 모여들었다.
솨악!
나는 망설임 없이 결계를 향해 검을 내리쳤다.
콰과과과─!!!
검풍이 휘몰아치며 유리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신 섬광이 일대를 감싸 안았다.
스스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