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63
아마도 학교 측에서 위험하다 판단하여 사람들을 어디로 대피시켜 놓은 게 아닐까 한다.
『ㅇㄹ ㅇㄴ···. ㅇㄹㄱ ㅇㅃㄱㄴ···.』
그나저나, 내 곁에서 달리는 미윤이 아주 신경 쓰인다.
그녀는 윤세라를 봤을 때부터 줄곧 계속 중얼거리고 있다.
뭐라고 중얼거리는지 알 수 없을뿐더러, 달리면서도 계속 중얼거리니까 좀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ㅎㅎ···.』
···왜 그렇게 입까지 벌리고 웃는 건데.
이거, 내가 고삐만 잡고 있어도 괜찮은 거 맞지?
막 갑자기 폭주해서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고 그런 거 아니지?
스즈키한테 정보를 충분히 얻어놨다지만 어째 좀 불안하다.
“멈춰!”
그런 쓸데없는 걱정을 하며 달리던 그때.
갑자기 윤세라가 상당히 큰 목소리로 우리 일행을 멈춰 세웠다.
“···누님. 아무래도 좀 강한 녀석이 나타나려는 것 같수.”
“응. 그러게.”
두 사람은 바로 앞을 바라보며 그런 대화를 나누었다.
나는 도대체 뭐 때문에 그들이 멈췄는지가 궁금해서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저거 봐 강대용 생도.”
윤세라는 사뭇 심각한 표정을 하곤 검지로 앞을 가리켰다.
그곳에선 아주 시꺼멓고 둥그런 구멍이 빠르게 그 크기를 불려가고 있었다.
···허공에서 말이다.
“모두들 대비하세요!”
윤세라는 어느새 양손에 기관단총 두 정을 소환했고, 백은호는 은빛 털을 곤두세우고 근육을 부풀렸다.
저 구멍에서 나타날 존재가, 팔용사들이 경계할 정도로 강적이라는 뜻이었다.
또각. 또각.
곧, 구두 소리가 나며 어떤 존재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그 ‘여자’를 보고 두 눈을 휘둥그레 치켜뜰 수밖에 없었다.
“안뇽 대용암~.”
“넌···!”
절대 살아있어선 안 되는 인물이었다.
찰랑이는 갈색 웨이브 머리카락과 초롱초롱한 눈망울.
그리고 저 능글맞은 눈웃음.
···저 얼굴을 잊을 수 있을 리 없다.
“보구 싶었엉!”
이 학교에서 초기에 부딪쳤던 빌런, 이민희.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녀가 매우 역겨운 마기를 내뿜으며 내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
한편, SHA 본 건물 이사장실.
우웅─. 우웅─.
그곳에서, 바닥에 덩그러니 놓인 검이 스스로 진동하며 푸른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거의 다 끝났나.”
이사장 신태양은 그 검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
그의 중얼거림에 반응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최유성은, 검의 주인이 되기 위해 ‘시련’을 받으러 검의 내면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럼, 난 슬슬 나가봐야겠네.”
이사장은 피식 미소를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마 자신이 지켜보고 있지 않아도, 랜슬롯은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간 최유성을 지켜줄 것이고, 이제 곧 막강한 마물의 군세가 이곳으로 들이닥치게 될 테니까.
슈와와와···.
신태양은 오랜만에 몸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영구적인 장애를 얻은 그가 절대로 해선 안 되는 짓이었으나, 그는 그럼에도 강행했다.
“쿨럭···.”
이사장의 얼굴에서 세월의 흔적이 희미해져 간다.
말랐던 몸이 점차 근육을 부풀리며 그 크기를 키워갔다.
회색빛이었던 눈동자에 푸른빛이 감돈다.
“후우···.”
곧 그는 들고 있던 지팡이를 바닥에 떨어뜨리고 어깨를 쫙 폈다.
콰아아아!
새파란 마나가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신태양은, 거대한 싸움을 준비하기 위해서 나름 만전을 기하기로 한 것이었다.
“···너도 그곳에서 지켜보고 있겠지.”
그는 오른팔을 옆으로 쫙 펴고서 계속 혼잣말을 했다.
하지만 그 혼잣말은 결코 혼잣말이 아니었다.
『네놈의 선택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가.』
곧, 이사장의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음처럼 차갑고, 강철보다 무거운 목소리였다.
그만큼 누구나 한 번쯤 움찔거릴 만한 목소리였으나, 신태양은 익숙한 듯 말을 이었다.
“또 인과율을 건들 생각이냐?”
『네놈이 하는 걸 봐서 결정하겠지.』
“항상 그 소리군. 관음증 주제에.”
신태양은 어이가 없단 듯 뻗고 있는 팔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허공에서 검푸른 연기가 일었고 그 안에서 손잡이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챙!
그는 망설임 없이 그것을 뽑아 들고 상태를 확인한다.
여전히 꺼림칙한 기운을 품고 있는 검은색 칼날의 검이었으나, 큰 싸움에선 반드시 필요한 물건이었다.
오랜만에 불러내는 것이었으나, 다행히 상태는 괜찮았다.
『정녕 네놈은 이번 세계에서 ‘운명의 여정’이 끝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시끄럽네.”
검의 상태를 점검을 마치고 나서, 신태양의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말을 걸어왔다.
그에 신태양은 심드렁한 표정을 짓곤 귓구멍을 후벼 팠다.
“반드시 끝날 거다.”
그는 이사장실의 문을 박차고 복도로 나가버렸다.
***
학교 안쪽으로 가는 길목에서 우리 일행은 멈추고 말았다.
“이민희···.”
“구랭 대용암! 나 미니야!”
민망한 복장의 이민희는 싱글싱글 웃으며 우리 주변으로 독한 마기를 내보내고 있었다.
그 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강한 두통이 일었다.
우웅─.
그때, 내 오른손 검지에 끼워져 있던 반지가 진동했다.
황투희가 만들어주었던, 항마의 기능이 있는 반지가 작동한 것이었다.
혹시나 해서 오늘 영국으로 출발하기 전에 껴두었던 게 이렇게 도움이 되는구나.
“올~. 오늘은 마기를 마셔도 괜찮아 보이네?”
“···오늘은?”
“후후···.”
눈매를 초승달 모양으로 만든 이민희는 쿡쿡 웃음소리를 흘렸다.
“···너.”
“우웅? 왜?”
그제야 나는 이 녀석이 이민희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저 마기를 내뿜는 것만으로 내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녀석은 단 한 명뿐이다.
강대용이 되고 나서 그런 경험을 한 적도 딱 한 번밖에 없고 말이다.
“살아있었던 거냐.”
“후후! 내 어필이 통했구낭! 좋아좋아! 알았으면 됐어!”
색욕의 마신 아즈모데.
녀석은 저번에 만났을 때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품고 이민희의 육체에서 완벽히 부활한 것이었다.
“강대용 생도. 아는 사람입니까?”
“아, 그게···.”
백은호는 이민희가 나랑 아는 척을 하는 게 의아했던 모양인지 나에게 물어왔다.
“···네. SHA의 생도였다가, 반마였다는 게 밝혀지고 감옥으로 이송되었던 여자에요. 제가 제압했었습니다.”
“저게 생도였다고요···?”
나는 ‘폭식’으로서 ‘색욕’인 녀석을 안다고 할 수 없었기에 대충 얼버무렸다.
물론 지금 한 말도 거짓말이 아니니까 딱히 문제 될 건 없었다.
“후후! 맞아요 멋진 오빠! 저는 대용이랑 동갑이구, SHA의 생도였답니당!”
“···허.”
백은호는 살짝 어이가 없는 듯 탄식했다.
나 역시 어이가 없었다.
왜 하필 이민희의 육체로 부활해선 그녀랑 똑같은 말투로 저런 변태행각을 벌이는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후움~? 다들 고작 생도 따위였던 제가, 어떻게 이 아름다운 힘을 얻었는지 궁금하다는 눈치네요?”
하나도 안 궁금하다.
물론 그런 내 의사를 생각할 리가 없는 아즈모데는 쉴 새 없이 입을 움직여댔다.
“여자의 몸으론 할 수 있는 게 아주 많아요. 예를 들자면···.”
녀석은 자신의 배를 문지르며 야릇한 미소를 흘렸다.
“짐승 같은 남자들과 ‘사랑’을 나누는 거? 그 과정에서 정기를 몽땅 다 흡수하니까 이렇게 강해지지 뭐야?”
“···뭐?”
“몸뚱이랑 마나 말고는 영 쓸모없는 녀석들이었지만···, 나름 맛있었어요! 제 힘을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됐고 말이죵!”
그 미소에는 광기가 어려 있었다.
그간 내가 목도했던 악당들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진짜 광기가.
“다들 사람 고기 드셔보셨어요?”
“···미친 새끼.”
녀석의 말을 듣던 황투희는 벌레라도 본 것처럼 아즈모데를 노려보았다.
나는 하마터면 헛구역질이 나올 뻔했다.
녀석이 저지른 행위를 상상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후후. 먹어보진 않으셨나 보네요! 다들 사람은 많이 죽여보신 것 같은데, 다음엔 꼭 드셔보시길 바랄게요!”
아즈모데가 저토록 강해진 이유가 있었다.
녀석이 이민희 육체로 ‘색욕’이라는 죄악에 절여진 인간들과 문란한 행위를 즐긴 뒤에 그들의 육신마저 섭취했기 때문이었다.
아즈모데 가진 힘의 원천은 색욕에서 온다.
즉, 이민희라는 육체를 취한 시점에서 녀석은 강해질 수밖에 없었던 거다.
“뭐 그렇게 해서! 평범했던 SHA의 생도는 마신이 되었답니다!”
끔찍한 진실을 밝힌 아즈모데는 해맑은 목소리로 자신의 정체를 스스로 밝히려는 듯 보였다.
“···마신?”
“네네! 제가 누군지 맞춰보실래요? 힌트! 저는 제 앞에 서 계시는 분들 중, 누군가의 가족을 모조리 죽였답니다!”
“······!”
그렇군. 도발하려는 의도였나.
확실히 저 도발에 걸려들 사람이 우리 일행 중에 있긴 하다.
“후웅~. 설명이 부족했나요? 그럼 이번엔 ‘맛’에 대한 품평을 좀 해줘야 하낭?”
아즈모데는 중지를 입술에 가져다 대고 그것을 할짝거렸다.
“추억이네요~. 그분의 가족들은 꽤 맛있었거든요~. 특히 아비 고기가 아주 일품이었죠 아마?”
파앙!
순간, 백은호의 인영이 우리 앞에서 사라졌다.
사라진 그는 눈 깜짝할 새에 아즈모데에게 주먹을 내지르고 있었다.
“어이쿠!”
슉!
아즈모데는 그 빠른 공격을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숙여서 피했다.
콰아아아!!!
빗나간 백은호의 주먹은 공기 그 자체를 지웠고 골이 떨리는 굉음을 만들었다.
직접적으로 아즈모데에게 맞았으면, 가히 즉사시켰을 만한 위력이었다.
“아즈모데!”
늑대의 눈동자에서 시퍼런 안광이 번들거린다.
백은호도 나와 마찬가지로 이민희가 아즈모데라는 사실을 눈치챈 것이다.
“후후! 오랜만이에요 은랑 오빠! 그간 평화로운 세상에서 평온한 일상을 보내셨나요?”
“닥쳐!”
백은호 두 손을 깍지 끼고서 아즈모데를 향해 내리쳤다.
아즈모데는 위쪽으로 텔레포트 하여 그 공격을 가볍게 피했다.
콰콰쾅─!
백은호의 두 손은 그대로 바닥에 내리꽂혔다.
그러자 마치 강한 지진이 난 듯 땅이 한 번 요동쳤다.
휘오오오!
분명 별다른 기술이 아닐 텐데도 그 후폭풍이 웬만한 영웅의 필살기에 버금갔다.
그가 내리친 부근을 중심으로 돌풍이 휘몰아쳤고, 흙먼지와 파편이 휘날렸다.
“와! 그 시절보다 훨씬 강해지셨는데요? 칭찬 도장 찍어드릴게요! 꾸욱!”
아즈모데는 레비테이션을 사용했는지 허공에 머무르고 있었다.
마치 우리를 놀리듯이, 투명의자에 앉아있는 것처럼 다리를 꼰 채로.
“아, 근데 아쉬워용~. 한 번 싸워보고 싶은데, 오늘은 제가 직접 싸우려고 온 건 아니거등요~.”
놈···, 아니, 저 년은 아무래도 이민희의 말투가 우리의 신경을 긁는 것에 효과적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아즈모데!!!”
“으, 은호야 진정해!”
백은호는 이성을 완전히 잃었다.
가족을 몰살한 원수가 멀쩡히 부활한 것도 모자라 죽은 가족들을 욕보이는 말을 하고 있으니 당연한 것이었다.
아무리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백은호라 할지라도, 저게 인간으로서 당연한 반응이었다.
“오늘 은랑 오빠와 동료들을 상대할 건~. 바로 이 사람이랍니다!”
아즈모데는 자신의 작전이 성공했다는 듯 완연한 미소를 띤 채로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아즈모데가 등장했을 때처럼 허공에 거대한 구멍이 뻥 뚫렸다.
크르르르─.
그곳에서 어떤 짐승이 으르렁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철그럭. 철그럭.
짐승의 목소리였지만, 걸어 나온 것은 분명 인간이었다.
정리하지 않아서 까칠까칠해 보이는 수염이 얼굴을 뒤덮고 있는 중년인이었다.
“크르르···.”
중년인의 피부는 창백했고, 눈에는 핏발이 잔뜩 서 있었다.
그는 나를 노려보며 계속 개처럼 으르렁거렸다.
공교롭게도, 저 남자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스승님···?!”
“우후훗! 역시 바로 알아보시네요!”
잔뜩 격앙된 상태였던 백은호는 중년인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넋이 나간 표정이 되었다.
“그럼 소개하겠습니당! 오늘 당신들을 상대해 줄 전투원은, 바로바로 제가 만들어낸 최고의 걸작품!”
그럴 수밖에 없었다.
중년인은 바로 백은호의 스승이자 내가 러시아에서 죽였던 십이영웅 중 한 사람─.
“베히모스 스페셜! 화이트 울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