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67
하지만 알리사의 귀엔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는 너무나도 충격을 받아서,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놈의 냄새가 진하게 나. 덕분에 네가 더 증오스러워졌어, 그라이펜.”
요한은 알리사의 머리카락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았다.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역겹다고 생각했으나 아무도 나서지 못했다.
요한이 내뿜는 아우라로부터 비롯된, 압도적인 공포 때문이었다.
“강대용이 오기 전까지, 널 망가질 때까지 가지고 놀아주지. 그간 내가 느꼈던 고통을 네년에게 똑같이 각인시키겠다.”
“한, 한스가 살아있어….”
찰싹!
요한은 멍한 표정으로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알리사의 뺨을 한 번 더 강하게 후려쳤다.
“…그렇게 부르지 마. 괜히 예쁜 얼굴 찢어버리고 싶어지잖아.”
“…….”
“아무튼, 넌 이제 내 거다.”
요한은 알리사의 몸을 염동력으로 띄웠다.
그는 의기양양하면서도 사악한 미소를 띠고서 생도들이 알리사를 위해 열어준 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이 학교도 내 것이다. 누구라도 들어오면 바로 개죽음….”
그리고 요한은 자신의 승리를 선언하며 강대용을 어떻게 맞이할까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있었다.
“어딜 가려고?”
…그 찰나였다.
요한의 뒤편에서, 싸늘하고 무거운 목소리가 들려온 것은.
Episode.78 : 왕의 귀환 (2)
“······!”
요한의 등줄기에 일순 소름이 돋았다.
각성제를 들이킨 듯 흥분 상태였던 그의 정신이 곧장 평소처럼 차분하고 차갑게 식었다.
“나랑 대화 좀 하고 가야 하지 않나?”
요한이 줄곧 우려하던 사내가 나타난 것이었다.
‘텔레포트!’
요한은 급히 마음속으로 텔레포트를 외쳤다.
하나, 기술이 사용되는 일은 없었다.
“네놈의 텔레포트 캐스팅은 방금 ‘파괴’했다.”
저벅. 저벅.
그 말에 한마디에 일대가 정적에 휩싸였다.
아니, 정확히는 사내가 내뿜어내는 강대한 기운에 압도된 생도들이, 너무 놀라서 입을 열지 못하는 것이었다.
“결계를 파괴하는데 권능의 커다란 힘을 사용했다만, 권능의 성질조차 이용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
저벅. 저벅.
SHA의 운동장에선, 그저 사내가 말하는 소리와 발소리만 들려올 뿐.
모두가 숨을 죽이고 그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사아아!
“쿨럭···.”
“가, 강대···.”
사내는 구멍이 뚫린 이만수와 신태양의 상처를 순식간에 회복시키는 여유까지 보이며 천천히 요한에게로 다가왔다.
“내가 가장 아끼는 것을 건드린 배짱은 좋구나.”
요한은 움직여보려고 했지만, 두 다리가 마치 땅에 뿌리를 내린 듯 움직여지지 않았다.
광선이 생성되거나 다른 기술들이 발동되지도 않았다.
그는 현재,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물론, 그만큼 목숨이 여러 개라는 거겠지?”
그 와중에, 사내는 염동력으로 허공에 떠올라 있는 알리사에게 다가가 그를 살포시 품에 안았다.
“대, 대용아···!”
생도들을 압도하는 기운을 뿜던 사내는 바로 영웅도, 용병도 아닌, 생도 강대용이었다.
정신을 못 차리던 알리사는 그를 보자마자 퍼뜩 정신을 차리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으흑···. 으흐흑···.”
“늦어서 미안해.”
강대용은 슬픈 미소로 그녀에게 화답했다.
그 후, 강대용은 알리사를 한 번 꽉 안아준 다음 곧바로 백설 곁으로 데려다주었다.
“강대용···.”
“대용쓰!!!”
강대용의 등장만으로 백설을 비롯한 주역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그들은 강대용의 등장만으로 상황이 완벽히 반전되었음을 확신했다.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다.”
강대용은 그들을 안도시키기 위해서 희미하게 웃었다.
그러곤 언제 웃었다는 듯이 웃음기를 싹 지우고, 운동장에 있는 이들에게 말했다.
“모두 학교 안으로 대피하세요!”
“가, 강대용 생도.”
그 말에 교관 엄중석은 곤란한 듯 강대용에게 다가오더니 학교 쪽으로 가는 방향을 가리켰다.
“저 녀석들 때문에 도저히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상처 입히는 것도 무릅쓰고 기술까지 사용했는데 끄떡도 안 한다고.”
“···아.”
꽤 많은 수의 생도들이 그곳을 틀어막고 있었다.
말 그대로 ‘틀어막고’ 있었는데, 그들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특수한 파장이 거대하고 견고한 [차단막]을 형성한 것이었다.
“혹시 저 괴물 같은 놈을 얼어붙게 한 것처럼, 저 녀석들도 제압해줄 수 있겠나? 자네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만···.”
최소 50명은 되어 보이는 사람들이 뿜어낸 마나의 결속으로 만들어진 차단막.
때문에 교관들조차 쉽사리 그 생도들을 뚫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저것들은 걱정 마세요. ···최성아.”
“하암···.”
강대용은 엑스칼리버 한 번만 가볍게 휘둘러도 저 차단막을 박살낼 수 있다고 생각하다가 이내 생도들이 다치지 않는, 더 좋은 방법을 채택하기로 했다.
“무슨 일인가 사부···.”
그는 자신을 뒤따라오던 최성아에게 신세계교의 잔당들이 차단막을 형성해놓은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네 [권능]을 사용해서 저들을 와해시켜라.”
“하아암~. 알았다···.”
최성아는 비몽사몽 한 듯 눈을 비비며 걸었다.
곧, 그녀는 땀을 뻘뻘 흘리며 앞으로 손을 뻗고 있는 차유라 앞에 도달했다.
“뭐, 뭔데!”
차유라는 자신이 지을 수 있는 최대한 위협적인 표정으로 최성아를 쫓아내려고 했다.
물론 전혀 겁먹지 않은 최성아는 크게 하품을 하곤 차유라를 비롯한 신세계교의 잔당들에게 말했다.
『모두 각자의 교실로 돌아가거라.』
그녀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차단막을 유지하던 신세계교의 잔당들이 한 명 한 명씩 몸에 힘을 빼고 멍한 표정이 되었다.
“차, 차단막이 해제된다!”
엄중석은 활짝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최성아의 말 한마디에 차단막을 유지하던 자들이 하나둘씩 등을 돌렸고, 그대로 학교 건물 안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살았다!!!”
생도들과 민간인들도 차단막이 사라지는 걸 보자마자 학교 건물 쪽으로 뛰어갔다.
하지만 들어가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먼저들 가 있어.”
“대용아···.”
최유성 없는 최유성 일행은 들어가지 않고 강대용을 지긋이 쳐다보았다.
물론, 강대용은 아직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
“내 뒤에 있는 녀석과 대화를 좀 나눠야 할 것 같거든. 아, 들어가기 전에 이만수 교관님이랑 신태양 이사장님도 부축해서 가줄래?”
강대용은 일단 학교의 관계자들은 전부 대피시키고 나서 요한의 담판을 지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는 이사장과 교관을 그들에게 부탁했다.
“···응! 맡겨줘!”
“걱정 마 강대용!”
알리사를 비롯한 일행들은 곧장 신태양과 이만수에게 다가가 각각 두 명씩 그들에게 붙었다.
“강대용 생도···.”
그때, 이만수가 작은 목소리로 강대용을 불렀다.
그의 눈빛에는 짙은 의문이 깔려있었다.
“···모든 일이 끝난 뒤에, 설명이 필요할 거다.”
“그러죠 뭐.”
이만수는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하는 그를 일별하며 멋쩍은 미소를 흘렸고, 알리사와 백설의 부축을 받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강대용 생도.”
이만수가 걸어 들어가기 시작한 그때, 이번엔 신태양이 강대용을 불렀다.
“···네.”
강대용은 의외라고 생각하는 중이었다.
줄곧 인과율을 빌미로 방관만 하던 이사장이, 전성기 시절의 힘까지 해방하여 나섰으니 말이다.
“부디 다치지 말고, 이따가 웃는 모습으로 뵙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물론 그렇다 해서 지금까지 방관한 게 잘한 일이라곤 할 수도 없었기에, 강대용은 시큰둥한 표정을 짓곤 이사장에게 얼른 들어가라고 손짓했다.
신태양은 고개를 끄덕였고, 황재빈과 이상은의 부축을 받으며 학교 쪽으로 들어갔다.
“···대용아.”
그때, 윤희진이 강대용을 뒤따라온 미래의 자신을 보며 강대용을 불렀다.
분명 모습을 바꿔놓았기에 알아보지 못해야 하는데,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보고 있는 윤희진과 윤희진 사이에선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왜.”
“아, 아냐! 내가 착각했나봐. 하하.”
“···어서 들어가. 이제 다시 위험해 질 테니까.”
“응!”
하지만 이내 윤희진은 자신의 착각이라고 여기며 볼을 긁적였고, 바로 일행들을 뒤따라갔다.
이제, 운동장에는 강대용이 이끌고 온 일행과 요한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움직이는 걸 허락한다.”
“헉!”
그렇게 모두가 학교 건물로 들어간 걸 확인한 강대용은 요한에게 걸어두었던 [명령]을 풀어주었다.
“헉, 허억···.”
요한은 진이 다 빠졌는지 움직일 수 있게 되자마자 무릎을 꿇었다.
그의 이마에서 땀이 우수수 떨어졌다.
분명 [창조]의 권능은 유지시키고 있을 텐데,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형님! 이제 어떻게 하실 겁니까?”
한 치의 여유도 없는 요한과 달리, 강대용 일행은 아주 여유로운 기색이었다.
벨은 강대용에게 물었고, 강대용은 그 질문에 답했다.
“너희도 학교로 들어가.”
“···네?”
“뭔 개풀 뜯어먹는 소리야?”
황투희와 벨은 아주 황당했으나, 금방 입을 다물고 말았다.
“어서.”
강대용의 얼굴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짙은 분노가 감돌고 있었으니까.
그들은 강대용으로부터 ‘마신 시절’의 그를 어렴풋이 느꼈다.
“자자! 여긴 내 제자한테 맡기고 어서 들어가자!”
“네? 저는 여기 와서 아직 아무 것도 안 했···.”
“에헤이! 샤를! 너 강대용 부하잖아! 좋은 부하는 상사가 시키는 대로 하는 거다?”
“맞습니다! 폐하의 뜻은 곧 저의 뜻이지요!”
황투희는 허겁지겁 다른 이들을 설득했다.
결국 샤를과 미윤, 그리고 스즈키는 황투희를 뒤따라 학교로 들어갔다.
“이제야 대화할 만한 환경이 조성되었군.”
그렇게, 운동장엔 강대용과 요한만 남게 되었다.
“왜 그러지. 아까 전까지는 알리사의 머리카락도 곧잘 잡아당기던데.”
“······.”
요한은 강대용의 말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물론 요한이 꼬리를 만다고 해도 강대용을 그에게 자비를 내려줄 생각이 없었다.
솨악!
강대용을 요한을 향해 칼날을 내리쳤다.
패닉에 빠졌던 요한은 검의 예기(銳氣)를 느끼곤 다급하게 텔레포트를 시전했다.
슉!
이번엔 성공적으로 시전된 텔레포트.
요한은 강대용과 상당히 거리를 벌리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요한은 여전히 안심하지 못했다.
“잘난 권능을 발현한 것 같은데, 나한테도 사용해보지 그래?”
강대용은 엑스칼리버가 가진 힘을 거의 다 활용하고 있었다.
획득한 지 몇 시간 정도밖에 안 됐을 텐데도 말이다.
요한은 그런 강대용을 이길 자신이 없었다.
‘···젠장. 괜히 개처럼 흥분해서는.’
그는 어리석은 자신을 탓했다.
알리사의 태도 때문에 눈이 돌아가선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치고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이런 추태는 그간 신세계교의 수장으로서 ‘완벽’에 가까운 삶을 영위하던 자신이 저지를 수 없는 실수였다.
‘그래도···. 시간만 끌면 된다. 결계의 핵은 최성은에게 넘겨주고 다른 곳으로 피신시켜놓았으니. 나는 강대용을 붙잡아두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후회한다고 한들 무엇이 돌아오겠는가?
요한은 다시 마음을 다잡고 냉정하게 계략을 정리했다.
이제 곧, 학교의 동서남북에 발생시켜놓았던 마나 파동이 도어로 일변한다.
그것만 성공한다면, 오로지 인간들만을 노리는 최악의 마물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어오게 될 것이고, 승세는 신세계교쪽으로 기울게 될 터.
‘이길 수 있다. 많이 꼬였지만 분명 이길 수 있다. 최성은이 잘 도망쳐 다니기만 하면 된다.’
요한은 희미한 미소를 흘리며 이사장과 이만수를 압도시켰던 광선을 내뿜는 구체를 10개 생성해냈다.
다만, 그 구체가 노리는 것은 강대용이 아니라 학교였다.
“넌 속박을 풀어주지 말았어야 했다!”
요한은 그렇게 외치며 광선을 쏘기 위해 학교 쪽으로 오른손을 뻗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구체에서 광선이 나가지 않았다.
“······?”
요한은 오른손을 한 번 더 내저었다.
여전히 광선은 나가지 않았다.
“그 역시 내가 파괴했다.”
강대용의 검에서 검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그는 [파괴]의 권능이 가진 힘을 이용해, 요한이 생성한 [창조]를 완벽히 차단한 것이었다.
팍!
직후 강대용은 칼날의 끝을 강하게 바닥으로 내리꽂았다.
드드드드!
그러자, 땅바닥에서 커다란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공간마저 일그러졌다.
쿠르릉─!
곧이어 굉음이 터지고, 균열로부터 뿜어져 나온 섬광이 강대용과 요한을 휘감았다.
“으윽···.”
요한은 너무나도 눈이 부셨던 나머지 질끈 눈을 감고 말았다. 그래도 섬광은 차츰 잦아들었고, 그는 천천히 눈을 뜰 수 있었다.
“···이건!”
그러나 요한은, 시야를 되찾았다는 안도감보단 불안감을 강하게 느꼈다.
주변 풍경이,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일변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