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72
***
같은 시각, SHA 본 건물.
떠날 채비를 마친 사람들은 대열을 맞춰서 차분하게 학교 바깥으로 나가고 있었다.
“저깄다! 백설쓰! 희진쓰!”
그 대열에서 잠시 빠진 알리사, 이상은, 황재빈은 화장실로 갔던 윤희진과 백설을 데리러 왔고, 화장실 앞에서 얘기하고 있던 그녀들을 불렀다.
“아, 상은아.”
“···잉? 희진쓰 왜 그렇게 울어?”
“······.”
그런데 백설과 윤희진 사이에서 흐르는 분위기가 울적하고 어두웠다.
“아, 아니야! 그냥, 대용이한테 그랬다는 게 너, 너무 쪽팔려서! 아하하···!”
윤희진은 어찌나 울었는지 눈가가 빨개져있었고, 투명한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백설은 운 것 같진 않지만 기분이 썩 좋아보이진 않았다.
“그, 그랭?! 그럼 다행이고!”
이상은은 그것을 감지하고선 말을 줄였다.
둘 사이에서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갔는지는 조금 궁금했지만, 왠지 알면 안 될 것 같았다.
“아! 지금 모두 학교 바깥으로 나가는 중이야! 그니까 우리도 얼른 가자!”
“응응. 가야지. 근데 대용이랑 유성이는?”
그런 생각을 가지던 와중에 윤희진이 그녀에게 물었다.
이상은은 윤희진이 최유성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주 조심스럽게 답했다.
“아, 유성쓰가 교실로 돌아오긴 했는데···. 상태가 좀 안 좋아서. 대용쓰가 치료해주고 이따가 같이 오기로 했어.”
“···그렇구나. 그래도 대용이가 붙어있으니까 괜찮겠지!”
그리고 이상은은 흠칫 놀랐다.
좋아하는 최유성의 상태가 안 좋다고 말했는데도, 윤희진이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기 때문이었다.
‘뭐지? 유성쓰가 걱정이 안 되는 건가?’
보통의 윤희진이라면 온갖 오두방정을 다 떨었을 거다.
그 때문에 이상은은, 지금 윤희진이 보여준 태도에 위화감을 느꼈다.
‘무슨 심경의 변화라도 있었나···?’
이상은은 그렇게 추측하며 합류한 두 사람과 함께 걷기 시작했다.
“리사야! 그동안 정말 미안했어! 내가 많이 귀찮았지···.”
“응? 아냐 희진아. 한스···, 요한 때문에 그런 건데.”
윤희진이 곧장 웃는 얼굴로 알리사에게 팔짱을 끼고 걷는 모습을 보고서, 이상은은 그녀가 빨리 마음을 다잡은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
···그렇게 생각했었다.
윤희진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미소가 사라지는 걸 보기 전까지는.
***
쾅─!
나는 옥상의 문을 박차고 석양빛에 물들어져 있는 옥상 바닥으로 걸어갔다.
챙!
그곳에 아직까지도 깨어나지 못한 최유성을 눕혀놓고 엑스칼리버를 소환해 손에 들었다.
[오늘 너무 자주 부르네~.]구닥다리 비비안 아줌마가 귀찮은 어투로 내게 툭 뱉듯이 말했지만, 가볍게 무시하고 최유성의 심장으로 조심스럽게 칼날을 가져다댔다.
[너 자꾸 그딴 식으로 생각할래!]그때, 비비안이 내게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뭐어?! 지금 사과도 안 하고 입이나 닥치라는 거야? 하! 넌 어째 환생한 지금이 더 싸가지 없···.]“그래, 미안. 됐지? 너도 마음의 준비나 해. 분명 엄청 까칠할 테니까.”
[와 진짜 사과도 대충대충! 너! 지금은 급한 상황이라 넘어가주지만 앞으로 한 번만 더 그러면 앞으로 그 어떤 힘도 안 빌려줄 거야! 알았어?]“···네네. 알겠습니다. 고귀하신 호수의 요정님. 앞으로는 아주아주 조심하겠습니다~.”
[흥!]나는 기운을 빌려주지 않는 비비안에게 사과했다.
그제야, 엑스칼리버는 자신의 기운을 최유성에게 불어넣기 시작했다.
사아아아─.
그러자 최유성의 몸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그 연기는 천천히 사람의 형상을 이루어 갔고, 허공에 시꺼먼 구멍을 하나 만들어내더니 그곳에서 푸른 칼날을 가진 검을 하나 빼 들었다.
“···후우.”
예상은 했지만 괜스레 긴장이 됐다.
엑스칼리버를 쥐고 있는 손아귀에 땀이 가득 차고 한숨이 절로 나왔다.
[···오랜만입니다 호수의 요정.]분명 육체가 존재하지 않는 영체 상태일 텐데도, 그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완연한 마나를 뿜어내고 있었다.
또한 녀석의 모습은 그 시절에서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를 보자마자 내 안에서 뭔가 끓어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증오로 빚어진 응어리가, 다시금 내 안에서 뿌리와 가지를 뻗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오랜만입니다.]“···그래. 그 재수 없는 낯짝은 여전하구나.”
나도 모르게 말이 강하게 나갔고, 녀석 역시 나를 철천지원수 보듯이 노려보았다.
[폐하.]“랜슬롯.”
나는, 수천 년 전 내 반려를 홀리고 최유성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은 개새끼와 마주했다.
Episode.81 : 변화 (2)
[그간 강녕하셨습니까.]랜슬롯은 꾸벅 고개를 숙이며 물어왔다.
그의 푸른 눈동자에서는 호수의 물결처럼 잔잔한 분노가 감돌고 있었다.
“그래. 환생하고 나서 아주 새로운 삶을 살고 있지.”
물론 나 역시 화난 건 마찬가지.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새로운 삶을 살기로 했거늘, 역시 내 타락에 직접적인 방아쇠가 된 이 녀석을 보자니 본능적으로 감정이 격해진다.
“후우···.”
하나, 참아야 한다.
나는 아서 팬드래건이 아니라, 강대용이니까.
괜히 여기서 터져버리면 최유성이 회귀한 빌미를 제공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최대한 그를 부드럽게 설득해야만 하는 것이다.
“비비안.”
나는 나지막하게 비비안을 불렀다.
그러자, 내 엑스칼리버가 덜덜 진동하더니 이내 회색빛을 방출했다.
사아아···.
그 빛은 방금 랜슬롯이 인간의 형상을 이룬 것과 마찬가지로 한 여인의 형상을 이루어간다.
생기 없는 회색빛 머리카락, 그와 상반되는 호수를 담은 것만 같은 눈동자.
그녀 역시 랜슬롯과 마찬가지로 그 시절과 변한 게 하나도 없었다.
[이렇게 얼굴 볼 수 있어서 좋네.]영체의 형태로 현현한 비비안은 랜슬롯에게 옅은 미소를 띠었다.
랜슬롯은 그녀에게 고개를 꾸벅 숙였다.
[저도 그렇습니다. 호수의 요정이시여.] [호호. 누구누구랑 다르게 여전히 품행이 단정하단 말이지. 네가 내 주인···.]나는 그 말을 차마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손날을 세우고 칼등을 내리쳤다.
깡.
[아야!]비비안은 머리를 싸매더니 짧은 비명을 흘렸다.
[뭐! 왜!]너, 내 속마음 읽을 수 있지? 그럼 들어봐라.
남의 여자를 빼앗아간 놈한테 그런 망언을 하려고 하면 내가 화가 나겠어, 안 나겠어?
영체를 때릴 순 없지만, 본체를 때릴 순 있단다.
쓸데없는 말 하지 말고 본론만 말하는 게 좋을 걸?
[아 진짜 이 왕싸가지···.]결국 비비안은 잔뜩 짜증난 표정으로 혀를 몇 번 차더니, 금세 표정을 온화한 영업용 미소로 바꾸고 랜슬롯을 바라보았다.
[랜슬롯? 지금 네가 자리 잡은 이 남자는 이 왕싸···, 팬드래건의 소중한 친구란다? 그러니 부디 힘을 거둬주지 않겠니?] [······.]비비안은 내게 말하는 어투와 완벽히 상반되는 다정한 어투로 랜슬롯에게 부탁했다.
그러나 그는 바위처럼 요지부동이었다.
[랜슬롯···?] [죄송합니다.]돌아오는 말은 죄송하다는 말뿐.
즉, 랜슬롯은 아무래도 최유성에게서 자신의 힘을 거둘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어, 어째서니? 그 아이가 너를 받아들였다는 건 곧 시험을 통과했다는 얘기 아니니? 그런데 왜 또 그 아이에게 시련을 내리는 거야?] [···제 새로운 주인은 저 말고도 새로운 힘을 육체에 받아들였으니까요.] [응?]랜슬롯의 대답에 내 뇌리에서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랜슬롯.”
[네.]나는 그제야 랜슬롯이 최유성을 서서히 죽여가고 있는 게 고의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다.
녀석은 자신의 힘을 사용해 그 사악한 힘으로부터 최유성을 보호해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로 인해 힘의 세기가 너무나도 과했고, 최유성의 육체에 도리어 악영향을 끼친 것이고.
“그가 화산의 검···, 아니, ‘붉은 검’을 해방한 것이냐.”
[맞습니다.]···젠장. 이건 최유성의 잘못이다.
녀석은 너무나도 이르게 화산의 검을 해방한 모양이다.
그것으로 랜슬롯의 시험을 통과했으나 육체가 화산의 검에게 빼앗길 위기에 처한 거겠지.
랜슬롯은 그것을 지금 억제할 뿐이었지만, 최유성에겐 독이 되었을 테고.
[랜슬롯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었구나! 그래! 나는 처음부터 랜슬롯이 자기 주인을 해치는 나쁜···. 아악!]깡!
나는 비비안이 또 이상한 말을 하려고 해서 한 번 더 칼등을 때렸다.
비비안은 이번에도 머리를 싸매고 커다란 비명을 질렀다.
“···하여튼, 지금 그 화산의 검에 잠들어있던 녀석이 문제라 이거지?”
[예. 그 녀석만 제압하면 저도 제 주인의 몸을 장악할 필요가 없어지고, 주인은 다시 살아날 수 있을 겁니다.]“그래?”
그 말에 나는 엑스칼리버를 옥상 바닥에 비스듬히 꽂았다.
우두둑, 우두둑.
그리고 찌뿌둥했던 근육을 풀고 다시 엑스칼리버를 뽑아 들었다.
“육체를 장악하고 있는 건 네놈이니, 네가 그 녀석을 소환해라. 내가 그 놈과 ‘대화’를 할 테니.”
공교롭게도, 화산의 검에 잠들어있던 사악한 존재는 내가 아는 녀석이다.
아니, 그냥 아는 수준이 아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분명 쉽게 제압되지는 않을 겁니다. 저와 왕자님, 그리고 제 주인의 육체를 동시에 상대하셔야 할 테니.]“흥! 너는 내가 패배할 거라 생각하느냐?”
[그건 아닙니다만···.]녀석은 아서 팬드래건이었던 시절의 나를 죽음 직전까지 몰았던, 랜슬롯보다 더한 반역자다.
그러니까, 어쩌면 랜슬롯보다도 원수라고 할 수도 있는 놈이라 해야겠다.
[알겠습니다. 그럼 준비를 해주십시오.] [으잉? 지금 랜슬롯이랑 싸우라는 거야? 진짜?] [저도 별로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만···. 폐하께서 제안하신 방법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는 것 같긴 합니다.] [으음···. 싫은데···.]아무튼, 예상외로 고분고분한 랜슬롯과 달리 그 녀석은 ‘말’로 대화하는 것으론 해결할 수 없을 거다.
[그럼, 준비가 끝나면 말씀해주십시오. 제 영향력을 모두 거둬들이겠습니다.]“언제든 좋다.”
그런데도, 내 입가에선 저절로 웃음이 자아졌다.
[폭식의 마신(魔神) 흑염룡이 일타쌍피라고 하면서 완연한 미소를 띱니다!]아무래도 원수라고 생각하는 두 녀석을 한 번에 패버릴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오니, 나든 흑염룡이든 희열을 느끼는 것 같다.
물론 4기사 중 두 자루를 들고 있는, 풀템 최유성을 상대하는 것이니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그리고 결국 최유성을 패는 거니까 녀석에게 미안해야 하는 것도 맞다.
“크큭···.”
하지만 그런 거 다 제쳐두고 얼마나 속이 뻥 뚫릴지가 기대됐다.
콰과과과─!
내 몸에서 검붉은 기운이 끓어오른다.
양손에서 불과 물의 마나가 요동친다.
그 충만한 기운을 느끼며, 나는 기분을 상기시킨 채 큰 목소리로 외쳤다.
“모든 악마와 어둠의 주인, 되살아나는 전설의 마왕! 마제스티 오브 킹 오브 엠페러 다크플레임! 강림!”
[폭식의 마신(魔神) 흑염룡이 “드디어 즐기게 됐구나 파트너?” 라고 말하며 마신의 힘을 빌려줍니다!]철컥! 척!
그 순간 피투성이가 된 내 옷 위로, 모습을 감췄던 [프리드웬]이 저절로 착용되기 시작한다.
그 과정은 얼마 걸리지 않았고 나는 이내 완전 무장한 상태로 랜슬롯에게 말했다.
“어이, 호수의 기사.”
[···네 폐하.]척!
나는 다시 한 번 엑스칼리버를 바닥에 꽂았다.
내 행동을 본 랜슬롯은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이내 왜 그런지 알 것 같다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검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거군요.]“너희는 주먹으로 패고 싶어서 말이다.”
엑스칼리버는 내 주위에 있기만 해도 내게 힘을 제공한다.
휘두르는 편이 검의 온전한 위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굳이 휘두를 필요도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검을 사용하면 최유성이 크게 다칠 염려가 있고, 내가 검으로 최유성에게 비빌 수도 없다고 생각하니 내가 가장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무기인 주먹과 다리로 싸우는 편이 낫다.
···그런 생각으로, 나는 당당하게 녀석에게 외쳤다.
“자! 그 오만방자한 놈을 내 앞에 대령하거라!”
[분부대로.]내가 말하자, 랜슬롯은 순식간에 한 줌의 먼지가 되어 푸른색 검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검의 손잡이는 저절로 최유성의 오른손에 안착했다.
사아아아···.
그다음 최유성의 왼손에서 붉은 섬광이 크게 번쩍였다.
그 섬광은 피처럼 새빨간 칼날을 가진 검으로 일변했고, 아주 사악한 기운을 내뿜었다.
“크크···.”
그렇게 두 자루의 검이 최유성의 손에 들린 순간, 최유성은 나지막하게 웃음을 흘리며 천천히 눈을 떴다.
그는 죽어가던 게 언제였다는 듯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안녕 아버지?”
하지만 지금 그의 몸을 움직이는 건 최유성이 아니었다.
그는 화산의 검에 잠들어있던 악귀(惡鬼)이자, 4기사 중 하나.
전생의 나에게 치명상을 입힌 나의 핏줄─.
“안녕 못 한다. 후레자식아.”
모드레드 팬드래건.
그가 최유성의 몸에 강림한 것이었다.
***
한편, SHA를 탈출하고 있던 행렬은 나가던 학교 본 건물과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서 멈췄다.
“대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