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80
그러다가 내 시선을 피하며 어색하게 물었다.
“나, 나는 몇 등 했을 것 같냐?”
“…뭐, 아까 부르는 거 보니까 잘 부르던데? 적어도 2, 3등은 했겠지.”
“잘 부른다고? 하, 하하!”
백설은 내 평가를 듣고 어깨를 살짝 움찔거렸다.
그러곤 끼었던 팔짱을 풀고 얼굴을 긁적이며 내게 말했다.
“그, 그럼 이따가 나랑 듀엣 할래…?”
“…아니.”
“이, 이익! 야! 그렇게 단호할 필요 없잖아!”
나는 그녀의 듀엣제의를 거절하고 알리사의 눈치를 살폈다.
부디 노는 곳에선 살벌한 분위기가 형성되질 않길 바라면서.
“대용아…. 해도 돼….”
“응?”
하지만 내 우려와 달리 알리사는, 백설이 노골적으로 내게 대쉬하는데도 시선을 내리깔며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 같은 음치보다…. 노래라도 잘 부르는 백설기랑 부르는 게 낫지….”
“왜, 왜 그래. 노래 좀 못 부를 수 있는 거지….”
그래서 나는 최대한 위로해주기 위해 그녀에게 물었다.
하지만 알리사는 묵묵부답이었고, 백설이 내 물음에 대신 답했다.
“…걔, 지금까지 자기가 노래를 적당히 잘 부른다고 생각하고 있었어.”
“뭐…?”
“그래서 내기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자신만만했는데, 자기 점수 보고 줄곧 그 상태야.”
백설은 안쓰러운 눈빛으로 알리사를 쳐다보고 있었다.
평소에는 견원지간인 백설이 저런 반응을 보일 정도라면, 알리사가 정밀테스트에서 아주 처참한 결과를 받은 모양이었다.
“…며, 몇 점이길래 이 정도로 충격 받은 건데?”
나는 조금 궁금해져서 백설에게 물었다.
그때, 알리사가 내 팔을 살짝 강하게 붙잡곤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발…. 알려고 하지 말아줘….”
“…….”
나와 백설은 알리사의 표정을 보곤 말문이 턱 막혔다.
그녀의 눈망울에, 수치심의 눈물이 괴어 있었다.
***
노래방이 끝난 뒤.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뷔페가 있는 스테이크 전문점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고기 먹고 기운 차리자. 알았지?”
“응….”
알리사는 겨우겨우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왔다.
물론 표정이 아직은 썩 좋진 않아서, 아무래도 맛있는 걸 잔뜩 먹어야 완전히 풀릴 듯했다.
물론 지금도 그녀를 위로 차 쓰다듬어주기 위해 일행들과 조금 떨어져서 걷는 중이었다.
우웅, 우웅.
그때, 갑자기 내 스마트워치의 진동이 울렸다.
나는 아까 부재중이었던 이만수인가 싶어서 손목을 들어 화면을 확인해보았다.
“응?”
“왜 대용아?”
그리고 살짝 입꼬리를 올렸다.
“바보 녀석이 깨어난 모양이야.”
Episode.85 : 훈장(勳章)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나와 알리사는 베디비어가 입원한, 서울에서 가장 큰 황제병원에 가기로 했다.
“…이 시간에 검진을 받으러 가요?”
“원래는 내일인데 너희 간다는 김에 같이 가려고.”
“그래요…? 그럼 그, 파프니르님은요?”
“강자는 강자와 함께 있어야 하는 법!”
“으음….”
그런데 우리가 황제 병원에 간다니까, 파프니르와 최유성이 따라붙었다.
알리사는 뭔가 나랑 단둘이 가고 싶었는지 입술을 뾰로통하게 내밀었다.
그러나 따라오겠다는 녀석들이 나름의 이유를 갖고 있어서 그런지, 알리사는 그들을 밀어내진 않았다.
“이쪽이야.”
그렇게 만들어진 기묘한 4인 일행은 최유성의 안내에 따라 금방 황제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충 봐도 SHA에 있는 황제병원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거대한 규모였다.
“베디비어의 병실은 몇 호래?”
“1032호.”
그래도 어제까지 이곳에 입원해 있었던 최유성 덕에 베디비어의 병실까진 굳이 지도를 보지 않고도 편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선객이 있는 것 같네.”
병실의 미닫이문은 완전히 닫혀있지 않아 안쪽에서 말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바깥으로 새어 나오고 있었다.
조금 신경을 집중해서 목소리를 듣자니, 내가 알고 있는 녀석들의 목소리인 것 같았다.
나는 조심스럽게 노크를 했다.
드륵─.
그러자 눈가가 벌겋게 부어오른 UHH의 차석, 스칼렛이 문을 활짝 열어주었다.
“강대용!”
그녀는 은인 보듯이 나를 보며 내 이름을 크게 외쳤다.
그러자 베디비어의 침대 주변에 있던 다른 녀석들도 벌떡 일어나더니 내 쪽으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브로! 왜 이제 와!”
“기다리고 있었어!”
…뭐지?
이 녀석들, 나한테 왜 이 정도로 호의적인데?
***
녀석들의 이야기를 듣자 하니 베디비어가 자신이 살아난 경위에 대한 이야기를 아주 확대시켜서 해놓은 듯했다.
“칠칠치 못한 친구를 살려줘서 고마워. 보답이라기엔 뭐하지만 혹시 우리가 필요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 말해줘.”
사실 베디비어는 내가 한 부탁한 행동을 이행하다가 몸을 던진 거지만, 이 훈훈한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해질 것 같아서 차마 그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그럼 다음에 또 한국 놀러 올 테니까 그때 또 보자!”
“그, 그래. 조심히들 가고.”
어쨌거나 UHH의 녀석들은 나를 아주 절친한 친구 대하듯이 대하다가, 슬슬 돌아갈 시간이 되었는지 해맑게 인사하며 병실을 떠났다.
“휴우….”
“재밌는 녀석들이지?”
“그건 모르겠고, 사람을 진 빠지게 하는 능력은 출중한 것 같네.”
“오우, 굉장히 애들한테 실례되는 말을 하는데 브로?”
그제야 베디비어와 내가 대화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다.
물론 그렇다 해도, 내 곁에 알리사를 비롯한 일행들이 붙어있어서 왕과 신하처럼 대화를 나눌 순 없었다.
하지만 딱히 지금 비밀스럽게 나눌 얘기도 없었기에 굳이 텔레파시로 대화를 나누거나 하진 않았다.
“몸 상태는 좀 어때.”
“노 프라블럼! 며칠이면 금방 퇴원수속을 밟을 수 있을 만큼!”
“그거 참 다행이구먼.”
베디비어의 건강은 빠르게 호전되고 있었다.
발견했을 당시에는 여러모로 많이 위험한 상태였는데, 용종의 힘을 갖고 있어서 그런지 [구원]의 힘을 조금 부여하는 것만으로도 회복 속도가 무척이나 빨랐다.
“브로! 혹시 날 살렸던 너의 힘을 한 번 볼 수 있을까?”
“내 힘?”
베디비어는 [구원]의 힘을 느낀 만큼 엑스칼리버를 직접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말없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최유성이 조금 신경 쓰이기는 하지만, 녀석은 아마 랜슬롯과 모드레드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미 많이 들었을 테니 그냥 꺼내기로 결정했다.
스릉─.
나는 허공에서 회색빛으로 빛나는 성검을 꺼내 베디비어의 다리 위에 내려놓았다.
베디비어는 엑스칼리버의 모습을 보곤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 이게 나의 라이프를 회복시켰던 힘이군!”
녀석의 입가에 커다란 미소가 걸렸다.
아무래도 엑스칼리버의 색깔이 검은색이 아니라는 사실에 크게 기뻐하는 듯 보였다.
“엑설런트! 딱 봐도 엄청난 보물인 것 같다!”
베디비어는 생전 처음 보는 물건을 보듯이 엑스칼리버를 어루만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알리사도 조금 호기심이 생겼는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저 검은 어디서 얻은 거야?”
“그냥…. 마경을 탐험하다가 우연히.”
“그렇구나….”
알리사는 조금 믿지 못하는 눈빛이었지만 애써 납득하는 듯 보였다.
그 옆에 있던 최유성은 옅은 미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
“나도 하와이에서 대용이 거랑 비슷한 걸 우연히 발견했으니까. 아주 불가능한 일도 아니야.”
“그렇군요….”
녀석은 어째서인지 내 말에 신빙성을 더해주려는 것 같은 발언을 내뱉었다.
알리사는 최유성의 말을 듣고 고개를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용아. 근데 그 검은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 거야? 얘기 들어보니까 별의별 능력이 다 있는 것 같던데.”
그 후, 최유성은 웃는 얼굴로 엑스칼리버에 관한 것을 물어왔다.
분명 웃는 얼굴이었지만, 나는 그 일면에서 호기심을 어린 눈동자를 엿볼 수 있었다.
…뭐지. 저 녀석, 혹시 엑스칼리버에 관한 걸 아무것도 모르는 건가?
“그게….”
사실 나도 정확히 얼마나 많은 능력을 가졌는지는 가늠하지 못한다.
옛날에 자주 사용하던 능력들은 전부 꿰고 있지만, 그 외에도 엑스칼리버에는 내장된 능력이 너무 많다.
그 때문에 나는 녀석에게 대충 몇 가지만 말하려고 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났다.
엑스칼리버의 능력, 대용위키로 전부 출력해볼 수 있을까?
대용위키가 출력하지 못하는 정보는 꽤 있었고, 중요한 능력들은 굳이 확인해 볼 필욘 없어서 지금까진 출력하지 않았는데 혹시 확인해 볼 수 있나?
그런 호기심으로, 나는 최유성에게 말하기 직전에 엑스칼리버의 정보를 출력했다.
띠링─!
[엑스칼리버] (엑스트라)─────
* ‘폭식의 마신’이 ‘팬드래건’일 시절에 사용했던, 지상에서 가장 강력한 전쟁병기.
* [고유 : 영혼결속]
– 엑스칼리버는 ‘검의 시련’을 통과한 자만을 주인으로 인정한다. 엑스칼리버의 주인이 되면, 검을 마나화해서 육체 안에 보관할 수 있다.
– 결속된 엑스칼리버는 절대로 파괴되지 않는다.
* [고유 : 호수의 요정]
– 엑스칼리버에는 ‘호수의 요정’이 깃들어있다. 의지를 가지고 있어 언제, 어디서든 주인에게 되돌아올 수 있다.
* [고유 : 신이 내린 성검]
– 결속자의 모든 능력치를 500 증가시켜준다. (결속자가 ‘팬드래건’일 경우 추가로 100 증가한다.)
– 이 능력치 증가 효과는 착용자의 본래 가지고 있는 평균 능력치가 1300을 초과했을 경우 절반으로 감소한다. 대신, 결속자에게 [미공개 권능]을 하나 새롭게 부여한다.
* [고유 : 팬드래건]
– 결속자가 본래 주인인 ‘팬드래건’일 경우 이하와 같은 능력들을 부여한다.
1. [권능 : 파괴]를 부여한다.
2. [기술 : 구원], [기술 : 명령]을 부여한다.
3.[기술 : 구원]은 [잃어버린 칼집]을 되찾을 경우, [미공개 권능]으로 진화한다.
4. ……
[1/3] [터치 시 다음 페이지로]──────
그러자 3 페이지짜리 정보창이 나타났다.
첫 번째 페이지는 내가 사용했던 능력들과, 추가로 획득하거나 강화시킬 수 있는 능력들이 적혀있는 페이지였다.
그것만 봐도, 가히 이 세계 최강의 아티팩트라 불려도 손색이 없었다.
내가 ‘치트키’로 취급했던 게 과언이 아니라는 것을 보란 듯이 내게 증명하고 있다.
“…그냥 뭐, 적당히 능력치 증가시켜주고 잡다한 기술들 달려있고 그런 아티팩트지 뭐.”
아무튼 전혀 적당하지도 않고 잡다하지도 않은, 아주 불합리한 물건이지만 최유성에게는 그렇게 말했다.
알리사가 곁에 있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고, 최유성이 엑스칼리버에 관한 것을 좀 모르는 눈치라서 굳이 전부 밝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재밌는 물건이네. 나중에 한 번 사용해보고 싶을 정도로.”
“…응?”
그런데 최유성의 반응이 조금 의외였다.
녀석의 표정에는 아주 보기 드문 감정이 깃들어있었다.
“사실 내가 얻은 검도 좋긴 한데, 대용이 네 거 정도는 아니거든. 조금 길들이기도 힘들고.”
저 녀석….
엑스칼리버를 아주 조금이지만 부러워하고 있다.
뭐지? 모드레드랑 랜슬롯도 엑스칼리버 바로 아래등급으로 매겨질 정도로 강한 아티팩트인데, 그 최유성이 어째서 부러워하는 거지?
게다가, 생각해보니 녀석에게는 ‘진리를 꿰뚫는 자’라는 기술까지 있는데 왜 굳이 물어본 걸까.
“나중에 한 번 서로가 가진 검으로 대련해보자. 그 검이 가진 진짜 힘이 궁금해.”
“…어, 어.”
나는 밀려들어 오는 의문들의 해답을 알 수 없어 조금 혼란스러웠다.
최유성이 드러낸 탐욕, 그리고 그의 재능으로도 꿰뚫어 볼 수 없다는 암시.
저게 모두 연기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내 눈에는 어쩐지 진심으로 보인다.
“이제 그만 봐도 될 것 같다 브로!”
“어, 그래.”
나는 재빨리 검을 마나화 시켜서 사라지게 만들었다.
최유성의 의미심장한 반응 때문에 더 노출시켜봤자 좋을 게 하등 없을 듯했으니까.
똑똑.
그 순간, 우리가 닫아놓았던 병실의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살짝 큰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세요?”
“…나다. 강대용 생도.”
문 너머에서는 이만수 교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러자 우리 곁에 서 있던 파프니르가 허리를 곤두세웠다.
“가, 강대용. 열어주지 마라.”
“…왜.”
그 후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내게 부탁했다.
물론, 그녀가 귀찮기만 했던 나는 피식 조소를 흘리고 곧장 병실의 문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머, 멈춰!”
끝내 무시한 채, 문을 벌컥 열어 재꼈다.
그리고 난, 험상궂은 표정을 한 이만수 교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으아아악!”
뒤편에서 파프니르의 비명이 들려왔다.
이만수의 표정은 더더욱 구겨졌다.
“하하. 무슨 일이십니까 교관님?”
“너랑 베디비어 생도에게도 볼 일이 있지만…. 일단 저 녀석부터 손보겠다.”
“…아, 넵!”
나는 순순히 옆으로 비켜주었고, 이만수는 불쑥 들어와서 파프니르에게 다가갔다.
“아파! 아프다고 주인!”
“가출할 거야? 안 할 거야?”
뒤를 돌아보니 겁에 질린 보라색 소녀가 이만수에게 연달아 꿀밤을 맞는 모습이 보였다.
“풉.”
그들의 모습은 내게 딸과 아버지의 모습으로 비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