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83
“응?”
“아! 아아! 그걸 왜 말하는데 최유성!”
그러다가 최유성이 충격적인 사실을 밝히자마자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무래도 자극을 좀 줘야 움직이는 타입인 듯했다.
“혜린이가 서브컬쳐? 그쪽에 관심이 많거든. 그런데 딱 네가 혜린이 취향에 딱 맞았나봐. 네 팬이….”
“그만 말하라고!!!”
어찌 보면 최유성이 동생에게 얄궂게 구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으나, 그는 어떻게라도 동생이 나와 대화해보길 원하는 것 같았다.
그나저나 최유성의 동생은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 살짝 그쪽이구나.
그래. 취향은 존중해야지.
“하…. 하아…. 아!”
최혜린은 언성을 높이고 최유성의 어깨를 찰싹찰싹 때리다가 심호흡을 했다.
그러던 도중 나와 눈이 마주쳤고, 그녀는 어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표정이 되었다.
“저, 저, 저희 오… 빠가 한 말… 다 거짓말….”
“…괘, 괜찮아. 편하게 말해.”
이거….
이따가 국밥 나오면 먹다 체하겠는데.
연하의 중학생하고 좀 편하게 말을 트는 방법이 없나.
이런 쪽에서는 말짱 꽝이라서 좀 막막하구먼.
“…저, 저. 그럼 혹시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어, 응…. 뭐든지 물어보렴.”
다행히, 최혜린이 좀 용기를 냈는지 내게 질문하려는 듯했다.
나는 최대한 웃는 표정으로 그녀의 질문을 기다렸다.
“강대용 생도님은…. 최유성이랑 언제부터 친해졌어요?”
“입학식 날 등교하다가 우연히 만났어. 너희 오빠가 워낙 붙임성이 좋아서 먼저 말을 걸어줬고.”
“아하….”
뭔가 되게 형식적이고 시답잖은 질문이다.
그래. 처음에는 이렇게라도 좀 재미없는 질문으로 말문을 트는 거지.
잘하고 있어 최유성 동생!
“혜린이는 올해 중학교 몇 학년이야?”
“헉! 혜, 혜린이요?”
나 역시 형식적인 질문으로 대화를 이어가려고 중학교 몇 학년인지 물어봤는데, 최혜린은 내가 부른 호칭이 조금 충격적이었나 보다.
“으, 으으….”
“저…. 그냥 유성이 동생이라고 불러야할까?”
최혜린은 기껏 힘들게 마주보던 시선을 다시 내리깔고 입을 우물거렸다.
“아, 아, 아뇨…. 조, 좋…. 괜찮아요! 그냥 편하게 불러주세요!”
“그래 혜린아. 혹시 몇 학년인지 알 수 있을까?”
“저 중2요…. 헤헤.”
그렇군. 그럼 나를 꽤 마음에 들어 한다는 이유도 얼핏 알 것 같다.
“근데 앉은키만 봐도 또래들에 비해 키가 꽤 크네?”
“아, 네! 그런 얘기 많이 들어요오….”
중2.
한참 마음속에 폭풍이 휘몰아치는 질풍노도의 시기.
자기만의 세상에 빠지고 이상한 것에 혹할 수 있는 시기다.
그러니 내가 외치는 그 빌어먹을 중2병 대사가 이 친구한테는 꽤 멋진 주문으로 들릴 수도 있을 터였다.
중2병은 남자든 여자든 15살의 인간이라면 모두 걸릴 수 있는 거니까.
“저, 강대용 생도님….”
“응?”
“그, 그으! 오, 오…, 오빠라 불러도 돼요?”
그런 시기의 소녀가 저렇게 얼굴을 붉히고 내게 묻자니 조금 안쓰럽다는 생각이 든다.
마음고생이 심하겠지. 가뜩이나 중2병에 걸렸는데.
내가 최대한 편하게 해줘야겠다.
“그럼. 상관없어.”
“가,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부터 오빠라 부를게요!”
그 후 최혜린과 국밥이 나온 뒤에도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물론 내가 가장 궁금한 ‘최유성은 언제 양자로 들여졌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워낙 민감한 주제라서 꺼내기 힘들었지만.
“근데 오빠는 오늘 여기 무슨 일로 오신 거에요?”
“아, 나? 양복 입을 것 좀 보러왔지.”
“양복이요? 양복은 무슨 일로…?”
“내일 행사가 있어서. 교복을 입을까 했는데, 너무 큰 행사다보니까 격식도 차려야 할 것 같고 해서 오늘 맞추러 온 거야.”
말문이 트인 최혜린은 잔뜩 신난 표정으로 내게 쉴 새 없이 말을 걸었다.
그녀는 내게 궁금한 것이 참 많은 듯했다.
“오! 양복 입은 오빠도 멋있겠네요!”
“…아, 그래?”
“네! 오빠는 어깨도 넓고, 키도 크고 얼굴도 잘생겼….”
그러다가 갑자기 내가 멋있을 것 같다는 말을 하더니 중간에 말을 끊고 고개를 푹 숙였다.
나는 조금 당황했지만 곧 왜 그런지 알 것 같았다.
“그렇게 말해주니까 고맙네.”
“아하하, 네에….”
아무래도 내 칭찬을 늘어놓다가 자기가 생각해도 너무 과했다고 느낀 것 같다.
근데….
키랑 어깨는 그렇다 치고 얼굴이 잘 생겼다는 건 너무 보정된 거 아니야?
객관적으로, 난 잘생긴 얼굴이 아닌데.
잘생긴 놈은 네 옆에 그놈이라고.
“후후. 우리 딸이 대용 생도를 많이 좋아해요.”
“아, 엄마…. 아니라구….”
“한참 아이돌 좋아할 시기에 대용 생도한테 푹 빠져선….”
“아니라니깐!”
뭐, 사람마다 미의 기준은 다르니까.
게다가 저 친구는 지금 중2병에 심취해있으니 분명 내 빌어먹을 중2병 환자 이미지에 혹했을 수도 있고.
“혜린이는 오늘 가족들이랑 무슨 일이야?”
“쇼핑이요! 사실 아빠도 오기로 했었는데, 오늘 특근이 생기셔서 엄마랑 최유성하고 왔어요!”
어쨌거나 나는 최혜린과 최대한 대화를 이어가며 열심히 국밥을 떴다.
물론 국밥을 먹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는 줄어들었고, 우리는 곧 뜨끈하고 든든한 국밥에 집중하게 됐다.
“잘 먹었습니다.”
그 시점에 최유성은 어느새 소머리국밥을 다 비웠다.
직후, 그는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내일 훈장 수여식, 나한테도 초청장이 왔더라.”
나는 씹던 국밥을 꿀꺽 삼키고 말했다.
“아, 그래?”
“어. 내가 표면상으론 수석이다 보니까 보내준 것 같아. 생도회장님이나 학교 관계자 몇몇도 참석하시지 않을까.”
“표면상은 굳이 왜 붙이냐. 수석은 수석이지.”
그럼 이 녀석과는 내일도 만나겠네.
뭔가 저번 주에 있던 일이 생각나서 이 녀석이랑 자주 만나는 건 좀 꺼림칙하긴 한데, 그래도 뭐 지금 보니까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애매하구먼.
“기말고사 때 순서가 바뀔 것 같아서.”
“…넌 기말고사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것 같냐? S급 도어 닫는 데 한참 걸린다잖아. 그리고…. 혹여나 기말고사가 진행된다고 해도 누가 널 이기냐?”
“너.”
“허허. 말은 아주 잘해요.”
최유성은 나를 아주 고평가 하고 있는 듯했다.
녀석은 ‘진리를 꿰뚫는 자’의 힘으로 나에 대한 정보를 보진 못해도 모드레드에게 조종당하던 그때, 엑스칼리버를 든 나의 힘을 느낀 게 아닐까한다.
“빈말 아니야. 진짜 네가 이길 것 같아서 그래.”
“…….”
그러나 내가 최유성을 완전히 꺾는 것은 불가능할 거다.
모드레드에게 조종당하던 최유성은 풀템 최유성이긴 하되 ‘풀파워’ 최유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래계승의 권능도 사용하지 않았고, 랜슬롯이 가진 힘도 전혀 활용하지 않았다.
심지어 모드레드도 단순히 나를 베려고만 했지 기술을 제대로 활용한 것도 아니니까.
쿠구구구….
“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였다.
갑자기 건물에 미세한 진동이 일어난 것은.
“…대용아.”
“어.”
“너도 느꼈어?”
최유성 역시 진동을 느낀 모양이다.
우리 옆에 있는 모녀는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지만, 우리는 분명 느꼈다.
“두 사람 모두 어서 일어나세요.”
“응?”
“네?”
“어머니, 혜린아. 대용이 말대로 어서 일어나.”
심상치 않음을 느낀 나는 국밥을 떠먹던 두 사람에게 그렇게 말했고, 최유성도 거들었다.
느껴진 것은 진동만이 아니었으니까.
***
한편, S백화점 지상 출입구.
“얘들아! 늦어서 미안!”
“리사쓰!”
쇼핑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알리사는 오늘 3인방 사이에 끼었다.
사실 처음 이상은에게 제의를 받았을 땐 가지 않으려고 했으나, 알리사는 이번 주 토요일이 어떤 날인지를 떠올리곤 부랴부랴 쇼핑 행렬에 참여했다.
“리사랑 쇼핑하는 건 처음이네!”
“그러게! 내가 쇼핑은 많이 안 다녀서…. 아하하.”
그녀는 강대용과 마찬가지로 몰래 자신의 연인에게 줄 선물을 마련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었다.
며칠 전부터 머리를 싸매며 오늘 무엇을 살 것인지 고민했고, 언니오빠와도 상의를 거쳤다.
‘커플링이랑 커플 팔찌 사고, 그 다음에는 대용이 발이 변신할 때마다 커지니까 크기 늘어나는 마법 신발 사주고….’
그리하여 알리사가 타온 용돈은 3000만 원.
이 정도라면 자신이 원하는 물건은 전부 살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야.”
그런 생각으로 두 손을 불끈 쥐던 그때, 알리사가 가장 경계하는 사람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뭐 백설기.”
“혹시 오늘 강대용 선물 사러 나왔냐?”
백설은 자신의 머리카락을 배배 꼬며 물었다.
그 질문에 알리사는 눈을 게슴츠레 좁히고 백설을 쏘아보았다.
“어. 왜?”
“아, 아니. 별 거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그녀는 알리사의 대답을 듣고서 확신했다.
알리사랑 강대용은 100일이 다 돼 가는 시점에서도 여전히 사이가 좋구나.
그러니 지금은, 아니, 앞으로도 자신이 끼어들어갈 자리는 없겠구나.
“흥. 우리 사이 좋으니까 꿈도 꾸지 마.”
“무, 무슨 소리야! 내가 뭐 강대용을 빼앗겠다고 말이라도 했니?”
“얼굴엔 그러고 싶다고 써져 있는데?”
“아니야!”
그렇기에 역시 백설이 생각하는 선택지는 두 가지밖에 없다.
하나는 저번에 생각한 일부다처제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이 깔끔하게 강대용을 포기하는 것.
하지만 후자는 정말 선택하기 싫다.
웬만하면 어떻게든 알리사와의 관계를 좋은 친구 관계로 만들고 전자를 실현시키고 싶다.
“하하. 얘들아 그만 싸우고…, 어서 들어가장! 오늘 볼 거 많잖아 다들!”
그리고 그 일부다처제엔 자신의 친구 윤희진도 포함시키고 싶었다.
저런 착한 친구가 자기 스스로 포기하고 싶다고 하는 것을 보고, 백설은 그런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콰쾅!
그때, 갑자기 백화점 쪽에서 커다란 폭발음이 일었다.
백설 일행은 백화점 쪽을 주시하며 표정을 찡그렸다.
“뭐, 뭐야!”
백화점 입구 쪽에서 시꺼먼 매연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 비정상적인 광경에 네 사람은 몸에 마나를 두르고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죽었어.”
“…….”
상황은 간단명료했다.
커다란 폭발이 일었고, 화재가 발생했다.
그로 인해 사람이 몇 죽었다.
“우리 길드가 담당하는 지역에서 감히…!”
백설은 스마트워치로 조속히 오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통화음이 반복될 뿐, 오빠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설아! 통화가 먹통이야!”
“뭐?!”
윤희진 역시 바로 언니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 않는 것 같았다.
알리사도, 이상은도 가족에게 통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사람들부터 구하자!”
윤희진은 뒤도 안 돌아보고 불타고 있는 백화점 입구로 달려갔다.
세 사람은 무슨 위협이 있을지 모르니 윤희진을 말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일단 가까이 가서 확인만 하자는 생각으로 그녀를 뒤따라갔다.
“불길이 너무 세….”
“떨어져 윤희진!”
윤희진은 수 속성 마나를 방출하며 불을 꺼보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백설은 그 이유를 알고 있기에 윤희진을 뒤로 물러서게 했다.
“지금 일어난 폭발, 평범한 게 아니야.”
“그, 그럼?”
백설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른다.
서울 시내 한복판에서 이 현상이 일어나다니.
그런 생각을 하니, 식은땀이 흐를 수밖에 없었다.
“마기 폭발이야.”
마기 폭발.
순수한 ‘마기’를 가진 존재만이 일으킬 수 있는 현상.
‘속성 마나’가 몸에 뒤섞여있는 마물이나 반마는 절대로 저 현상을 일으킬 수 없었다.
즉, 백화점의 입구를 터뜨린 것은 악마의 소행이었다.
Episode.86 : 잔존세력 (2)
“우선 본사로 가자!”
백설은 급히 일행을 데리고 펜리르 본사 쪽으로 뛰었다.
“사람들은….”
“지금 우리 아무 것도 없잖아! 잔말 말고 따라와!”
윤희진이 머뭇거리는 만큼, 백설도 마음 같아선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돌입하고 싶었다.
그러나 무기도, 방어구도 구비하지 않은 채 마기 폭발이 일으킨 불길 너머로 돌입하려하는 것은 개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불길 너머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지도 모르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