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85
Episode.86 : 잔존세력 (3)
촤악─!
파괴의 힘을 머금은 엑스칼리버를 허공에 휘두르는 것만으로 도망가던 악마들의 사지가 터졌다.
[폭식의 마신(魔神) 흑염룡이 이 층에는 더 이상 악마가 없는 것 같다고 당신에게 말합니다!]“실망이군.”
나는 주변에 널려 있는 고깃덩어리들을 보며 그리 중얼거렸다.
악마들의 수준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쓰고 버리기 위해서 투입한 듯싶었다.
스으으….
내가 베어낸 악마들은 검은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내 몸에 묻어있던 피와 역겨운 살점도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내가 베어낸 놈들은 빙의 능력을 가진 녀석들은 아니었다.
[폭식의 마신(魔神) 흑염룡이 혹여나 빙의체라 해도 파괴하면 그만이라며 어깨를 으쓱입니다.]흑염룡의 말대로 만일 그런 개체들이라 해도 문제는 없다.
다만, 영혼 그 자체를 파괴하려면 무한하지 않은 권능의 힘을 상당량 소모해야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빙의체가 아닌 편이 좋다.
“흠….”
1층의 악마들을 정리한 나는, 혹시라도 [구원]의 힘으로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남아있을까 해서 1층 곳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마기에 잠식된 사람들은 내가 지나가도 아무런 상관도 쓰지 않고 있다.
그것으로 보아, 백화점을 장악한 세력은 사람들을 이용해서 딱히 뭘 하려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폭식의 마신(魔神) 흑염룡이 이용 가치가 충분히 있는데 인간들을 방치하는 건 조금 이상하다고 말합니다.]마기의 잠식된 인간들을 조종할 수 있는 악마는 분명 있다.
하지만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 기괴하게 발작할 뿐 밖으로 나가려 하지도 않고 그저 백화점 안에서 배회할 뿐이었다.
그 때문에 녀석들의 테러를 일으킨 목적을 모르겠다.
사람들을 포로로 삼으려는 것일까?
그게 아니라면 빙의에 적합한 육체들을 최대한 많이 수급하기 위함일까.
[폭식의 마신(魔神) 흑염룡이 역시 매우 수상하다고 말하며 신경을 곤두세웁니다.]정확한 목적은 알 수 없으나 일단 그들이 어떤 조직인지부터 밝혀내는 것이 먼저다.
그렇게 목표를 잡은 나는, 1층엔 [구원]으로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판단한 뒤 아직 작동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2층으로 올라왔다.
[폭식의 마신(魔神) 흑염룡이 이번 층에는 7마리 정도 있다고 당신에게 말해줍니다.]대용위키 대신 흑염룡이 열심히 설명충 짓을 하는 게 조금 낯설었지만 이것도 나쁘진 않았다.
역시 마신이다 보니까 악마는 곧잘 감지해내는구먼.
휙!
그때, 갑자기 내 관자놀이로 첨예한 비수 하나가 날아왔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뒤로 젖히는 것으로 비수를 피하고 비수가 날아온 방향을 노려보았다.
『킥킥킥킥….』
이번에 나타난 악마들은 아까처럼 평범한 생김새를 하고 있진 않았다.
온몸에 날카로운 칼날이 가시처럼 돋아나 있고, 팔다리가 원숭이처럼 길쭉길쭉하다.
『이것 봐! 밑에 놈들을 죽이고 올라왔어!』
『꽤 재밌게 가지고 놀 수 있겠군.』
그 모습으로 보아 놈들은 ‘칼날악마’로 추정된다.
A+의 위험등급을 가진 강력한 악마 개체인데, 온몸에 돋아나 있는 칼날을 닮은 가시 때문에 매우 성가신 놈들이었다.
슈슈슈슉!
놈들은 원거리에서 몸에 돋아난 가시를 화살처럼 쏴댄다.
마기를 다 사용할 때까지 저 가시는 계속 돋아날 것이다.
하나, 내겐 그다지 큰 위협은 되지 않는다.
“프리드웬!”
촤라라락!
나는 곧장 프리드웬에게 명령해 머리에 검은 비늘로 만들어낸 투구를 뒤집어썼다.
시야가 좀 좁아지긴 했지만 다치는 것보다는 이게 차라리 낫다.
“어둠에서 태어난 악마의 불꽃이여!”
화르륵!
만반의 준비를 마친 나는 엑스칼리버에 화 속성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회색빛이던 칼날에 진홍빛이 번지며 뜨거운 불꽃이 일었다.
슈슉!
그 후 [헤르메스의 발걸음]을 사용해 녀석들의 후방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놈들은 꽤나 빠르게 반응했으나, 나보다 살짝 느렸다.
훅!
진홍의 화염이 크게 휘두른 검의 궤적을 따라 불타오른다.
선명한 화(火)의 검격은 단단한 외피를 가진 칼날 악마들을 쉽게 베어냈다.
『키아악!』
악마의 비명이 고막에 울려 퍼진다.
그에 개의치 않고 한 마리, 한 마리씩 목을 베어나갔다.
여유로운 기색이었던 녀석들은 혼비백산이 되어 내게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오, 오지 마! 이 새끼 죽이기 전에!』
놈들은 내가 베지 못하도록 사람들의 뒤에 숨거나 그들의 목에 칼날을 들이밀기도 했다.
하나, 나보다 격이 낮은 녀석들에게 내가 그런 짓을 허락할 리가 없다.
“멈춰.”
쿨타임이 조금 길긴 하지만, 나보다 격이 낮은 이들을 잠시 동안 내 말에 무조건 적으로 따르게 할 수 있는 [기술 : 명령]을 사용했다.
그러자 악마들은 우뚝 멈춘 채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하게 되었다.
솨악!
나는 멈춰선 녀석들의 목을 가지치기 하듯 손쉽게 쳐나갔다.
검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며 프리드웬을 적셨다.
솨악!
이윽고 마지막 악마들까지 베어낸 나는 그제야 한숨을 내쉬었다.
동시에 활활 타오르던 불꽃도 사그라졌다.
[폭식의 마신(魔神) 흑염룡이 열파참도 성공적으로 사용했다고 당신을 칭찬합니다!]흑염룡이 혼자 신나서 메시지를 보냈지만 나는 그것을 가볍게 무시하고 2층도 찬찬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이번에도 없나.”
아무리 그래도 백화점을 이용하던 고객이 전부 일반인을 아닐 텐데, 뭔가 좀 이상하다.
초능력자의 마나는 마기를 밀어내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초능력자와 가까운 곳에 붙어만 있어도 마기가 침식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한데 지금까지는 전부 마기에 잠식된 사람들뿐이다.
이에 대한 가능성은 크게 두 가지다.
이상한 걸 느낀 정상적인 사람들은 전부 빠져나갔거나, 백화점에 퍼지고 있는 마기가 너무 강력해서 초능력자들도 잠식을 당했거나.
하지만 우리가 나갈 당시에는 이미 마기가 퍼지고 있었기 때문에 전자는 너무 희망적인 가능성이다.
[폭식의 마신(魔神) 흑염룡이 자신도 후자 쪽에 손을 들어주겠다고 말합니다.] [폭식의 마신(魔神) 흑염룡이 우리라서 아무렇지도 않은 거지, 지금 백화점 내부에 퍼지고 있는 이 마기는 상당한 수준이라고 당신에게 말해줍니다.]…너는 그걸 왜 이제야 말해주는데.
물어보지 않으면 대답하지도 않는 게 인지상정이냐?
“흠….”
뭐, 아무튼.
초능력자를 침식할 정도로 마기가 상당하다면, 이 위에는 강력한 악마가 도사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심지어 마기 폭발의 진원지가 아닌 층의 사람들도 삽시간에 모두 잠식시킬 정도라면, 폭발의 진원지의 마기 농도는 내가 지나온 층들보다 훨씬 짙어질 거고, 그에 따라 강력한 악마도 더 강해질 것이다.
[폭식의 마신(魔神) 흑염룡이 남자라면 그냥 부딪치는 게 인지상정이라고 당신에게 말합니다!]그럼에도 나는 계속 층을 오른다.
당연히 흑염룡이 이런 메시지 때문은 절대로 아니다.
[악의 기운을 가진 존재를 쓰러뜨려, 정수에 악의 기운이 축적됩니다! (+4%)]잘하면 오늘, 테러를 일으킨 정체불명의 녀석들도 붙잡고 [특성 : ■두룡의 계승자]의 마지막 키워드를 해제할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
“윤희진 생도의 친구분이시라고요?”
강대용이 홀로 L백화점의 악마들을 일망타진하고 있던 그 시각.
최유성은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펜리르 본사에 도착했다.
“예. 혹시 지금 길드에 있을까요?”
“아까 들어가시긴 했습니다! 지금은 길드장실에서 대기 중이시고요. 불러드릴까요?”
“아뇨. 제가 할게요.”
그는 윤희진이 길드에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만일 그녀가 지금 길드에 없었으면 도움을 요청하기가 조금 번거로워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뚜루루….
최유성은 윤희진에게 통화를 걸었다.
그 지역을 벗어나서 그런지, 곧 윤희진이 통화를 받았다.
– 여보세요?
“나야 희진아. 갑자기 연락해서 미안.”
– 안녕 유성아! 뭘 미안해~ 우리 사이에. 편하게 연락해도 돼!
“그래. 근데 지금 편하게 연락할 땐 아닌 것 같아.”
– 잉?
최유성은 윤희진에게 상황을 간단히 설명했다.
– 뭐? L백화점에서도 마기 폭발이 터졌다고?
“응. 나는 일단 가족들 데리고 여기까지 왔는데, 대용이가 사람들 구하겠다고 혼자 들어가서 걱정이야.”
– 아, 아니! 대용이 들어가는 거 말렸어야지!
그리고 최유성은 윤희진 ‘L백화점도’ 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윤희진에게 물었다.
“미안. 대용이가 워낙 확고해서 말리지 못했어. …그나저나, 혹시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터진 거야?”
– …아, 응. 사실 우리가 쇼핑하려고 했던 백화점에서도 커다란 마기 폭발이 있었거든. 아까 전에 펜리르의 길드원 분들이 그곳으로 출동하신 참이고.
최유성은 S백화점에서도 똑같은 사건이 벌어졌다는 사실에 조금 동요했다.
‘이런 테러가 가능한 조직이 신세계교 말고 있었던가?’
얼마나 규모가 큰 조직이면, 한 곳에 집중하지 않고 두 곳을 동시에 터뜨릴 수 있는 걸까.
그것도 악마만이 일으킬 수 있는 마기 폭발을 이용한 테러를 말이다.
최유성이 아는 한, 이 정도 규모의 테러는 신세계교도 진행하기 힘들 것이었다.
‘인과율이 조정된 건가? 요한이 너무 일찍 죽어서? …아니야. 인과율을 빈틈을 메꾸는 거지 새로운 사건이나 조직을 마구 만들어내진 않아.’
그래서 최유성은 일단 인과율을 의심해봤으나 인과율의 특성 때문에 그건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 최유성 님.
최유성이 그런 생각에 휩싸여있던 그때.
알리사의 목소리가 스마트워치에서 들려왔다.
“알리사?”
“대용이가…. 백화점으로 갔다고요…?”
그녀의 목소리가 불안하게 떨리고 있었다.
최유성은 그제야 ‘아차!’ 싶었다.
“…응.”
– 마, 말리지 그러셨어요….
알리사는 어찌나 불안한지 언성을 높이지 않고 최유성에게 말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강대용에 대한 걱정이 진하게 담겨있었다.
“미안, 내가 대용이의 강함을 너무 맹신했나봐. 차마 말리지 못했어.”
– …….
하지만 최유성은 강대용이 그리 걱정되지는 않았다.
강대용의 강함은 적어도 S급 영웅에 버금가거나 그 이상일 거라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강대용이 위험한 상황에 올바른 판단을 내리고 안전하게 빠져나올 것이라 믿고 있었다.
– 대용이 잘못되면…. 전부 당신 탓이에요.
“…그래.”
물론 그렇다 해서 최유성의 판단이 다른 이들에게 좋게 보일 수는 없었다.
강대용의 강함이 어느 정도인지 아는 사람은 직접 검을 맞대본 최유성이나 강대용에게 처리당한 자들, 그리고 강대용 본인뿐이니까.
그걸 모르는 알리사와 윤희진은, 강대용을 홀로 백화점으로 들어가게 둔 최유성이 이상한 판단을 내렸다고밖에 볼 수 없었다.
– 여보세요? 유성아! 지금 우리 길드 분들한테 추가 지원 요청하고 내려갈 거거든?
그러나 이미 엎질러진 물일 뿐.
최유성은 그런 생각들을 빠르게 머릿속에서 정리해버리고 윤희진과 통화를 계속했다.
***
나는 거침없이 위층으로 올라갔다.
층마다 각기 다른 타입의 악마가 나타나거나, 악마가 나타나지 않는 층도 있었지만 결국 맨 꼭대기인 8층에 도달할 수 있었다.
[폭식의 마신(魔神) 흑염룡이 이제 남은 건 단 한 마리라고 당신에게 말합니다!] [폭식의 마신(魔神) 흑염룡이 살짝 긴장해야할 거라고 당신에게 주의를 줍니다!]아무래도 폭발의 진원지는 이 8층인 것 같다.
올라오자마자 코를 찌르는 악취가 풍겨왔고, 검게 그을린 자국들이 이곳저곳에 보였다.
하지만 악마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오!』
그때, 내 뒤에서 누군가 탄성을 내질렀다.
나는 곧바로 엑스칼리버를 등 뒤로 휘둘렀으나 역시나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혼돈과 부정이 뒤섞인 암흑이여. 지금 이 육체에 강림하여 세계를 흑(黑)으로 물들여라!”
위장이라 판단한 나는, [용안]을 사용하기 위해 곧바로 흑염룡을 해방했다.
그리고 내 판단은 아주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오호. 이제 내가 보이나보구나?』
“…….”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 서양 귀족이 입을 법한 복장을 한 소년이 내게 미소를 보내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걸. 내 위장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놈은 없었는데.』
“네놈은 누구냐.”
나는 소년에게 물었고, 소년은 입아귀를 틀어 올렸다.
『종말의 사자.』
그리고 소년의 짤막한 자기소개를 들은 나는, 조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Episode.87 : 약화
종말의 사자(使者).
신세계교가 가장 활개를 치는 3학년 파트에서 등장하는, 세계멸망의 전조와도 같은 존재들이 자신들을 정의하는 수식어.
『뭐야? 왜 그렇게 놀란 표정이야?』
그 수식어로 자신을 소개한 소년이, 내 앞에서 삐죽거리고 있었다.
저 여유로운 기색을 보아하니, 자신을 종말의 사자라고 칭하는 건 적어도 허세는 아닌 듯하다.
아니, 애초에 저 수식어를 알고 있는 녀석이 이 세상에 그다지 많지가 않지.
“글쎄. 왜 놀랐을 것 같나?”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뭐, 내가 너무 강해서 놀란 건가?』
하나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나는 눈앞의 존재가 정말 종말의 사자가 맞는지가 좀 의아했다.
“알아서 생각해봐라.”
『…치사하긴. 나는 내 정체도 대답해줬는데 너도 대답해줘야 평등한 거 아니야?』
일단 등장 시기가 너무 이르고, 이런 곳에 강림할 놈이 아니라는 것.
종말의 사자를 불러오는 것은 당연히 이 세계의 종말을 바라고 있는 신세계교, 그중에서도 태양신의 힘을 품고 있는 요한이다.
요한은 최유성에게 죽기 직전에 자신의 신성력을 전부 소모하여 ‘작은 구멍’을 뚫게 되고, 그 구멍으로부터 종말의 사자들이 하나둘씩 강림하게 된다.
하지만 강림은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종말의 사자들도 악마는 악마라서 의식의 이행이 필요하고, 그 의식은 많은 조건을 요하니까.
『대답할 생각 없다면…. 일단 붙어보자고. 어차피 너도 그러고 싶어서 내 부하들을 죽이고 여기까지 올라온 거잖아?』
“…….”
게다가 요한이라는 기폭제가 사라졌기에 종말의 사자가 나타날 수 있는 건, 만마전으로 가는 게이트가 가동되는 그 시점이 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게이트가 벌써 만들어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기에, 이 소년이 정말로 종말의 사자라면 인과율에 문제가 생겼거나 누군가가 억지로 차원의 구멍을 뚫었든 무슨 일이 벌어진 게 분명했다.
콰과과과─.
『오호! 역시 싸울 마음이 만당이었네! 볼수록 마음에 든다니까?』
게다가 종말의 사자는 하나하나가 팔용사와 맞먹는 힘을 갖고 있는 괴물들이다.
하지만 내 앞에 나타난 자칭 종말의 사자는 그렇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