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9
마동훈은 숯덩이가 된 채 바닥에 대자로 드러누웠다.
강대용도 폭발에 휘말려 거지꼴을 면치 못했지만, 그래도 마동훈에게 맞아서 생긴 상처는 하나도 없었으며 대체적으로 너무 멀쩡해보였다.
강대용은 느릿느릿한 움직임으로 링 위에서 내려온다.
그는 대련 내내 보여준 익살스러운 모습과 달리 그 어떤 세레모니도 하지 않고 조용히 신발과 양말을 주워서 제자리로 돌아가 앉았다.
“마동훈 생도. 마동훈 생도! 정신이 드나?”
마동훈이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자, 교관은 스마트워치로 대련장 가까이에 있는 의료진을 호출했다.
물론, 마동훈은 제정신이 있었음에도 움직이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지금 죽고 싶은 심정밖에 들지 않았다.
그런 심정이 드는 마동훈 만큼이나 대련을 관람하던 생도들 사이에서도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흘렀다.
강대용을 비웃던 생도들은 사색이 된 채 얼어붙었고, 마동훈이 이길 줄 알았던 생도들은 어벙하게 강대용을 바라볼 뿐이었다.
반면에 두 사람의 대련을 보고 크게 자극을 받은 생도들도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은 다름 아닌 강대용과 같은 조였던 심덕희였다.
“칠흑의 장막, 어둠의 불꽃….”
그녀는 콧김을 뿜으며 놀라운 속도로 태블릿에 타이핑을 시작했다.
윤희진과 백설 역시 강대용의 전투를 보고 느낀 게 많았다.
“강대용 진짜 잘 싸우네? 그치, 설아?”
“…마동훈이 너무 못했을 뿐이야.”
그리 말하면서도 백설은 내심 생각했다.
저 정도의 실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 허접한 마물에게 당했다고?
설마 상성이 좋지 않다는 그 말이, 변명이 아니었고 정말 사실이었단 말인가.
게다가 저 괴상한 기술들은 또 뭘까.
펜리르의 분석관이 가져온 데이터에서는 검은 화염을 터뜨리는 기술이라던가,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기는 기술 따윈 없었단 말이다.
그녀는 밀려들어오는 의문에 머릿속이 꽤 복잡해졌다.
그리고 강대용이 저대로 성장하게 된다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할 수 있는 사람일 될 수도 있음을 마음속에 확실히 새겼다.
황재빈은 강대용을 살짝 곁눈질 하며, 최유성에게 말했다.
“야, 저 새끼랑 나중에 스파링 해봐야겠다. 꽤 재밌을 것 같은데?”
황재빈은 입아귀를 올리며 쓸데없는 열정을 불태웠다.
평소대로라면 그런 황재빈의 말에 최유성이 어떤 말로든 대꾸해줬겠지만, 그는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중이라 그러지 못했다.
타닥. 타닥.
최유성은 그 어느 때보다도 꼼꼼하게, 방금 전 대련에 대해서 분석하고 강대용이 변신한 모습을 기억에 새기고 있었다.
***
마동훈이 병원에 실려 간 뒤에도, 대련은 정상적으로 진행됐다.
윤희진은 이제 막 퇴원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자신의 대련 상대를 압도했고, 최유성, 백설, 황재빈, 알리사 역시 손쉽게 상대를 쓰러뜨렸다.
특히 최유성의 전투가 가관이었는데, 녀석은 배빵 단 한 대로 상대방의 항복을 받아냈다.
그렇게 다른 조의 대련이 진행되는 중, 나는 아까 대련 도중에 떠오른 메시지를 이제야 확인하고 있다.
그렇지만 나는 그것들을 곧바로 자세히 확인하지 않고, 무릎에 얼굴을 파묻었다.
머리가 차갑게 식은 후에야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깨달았다.
지금은, 혼자 있고 싶다.
***
고뇌의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새 점심시간.
여전히 나는 구멍이라도 파서 숨고 싶다는 충동을 격렬히 느끼고 있었다.
“하….”
대련 때 너무 흥분해서, 나도 모르게 주문을 쩌렁쩌렁 외쳐버렸다.
그것이 쪽팔려서, 나는 그때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 최유성 무리나 알리사가 날 부르는데도 무시하고 피해 다녔다.
“대용님!”
하지만 이번에도 알리사는 종이 치자마자 내 자리로 다가왔다.
그녀는 내 등짝을 손바닥으로 몇 번 내리치며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내게 말을 걸었다.
“왜 이리 기운이 없으세요. 승자가 그러면 좀 없어 보인답니다?”
“내가 그 지랄을 했는… 아니다. 말해봤자 모르겠지.”
알리사는 여느 때보다도 활짝 미소를 짓곤 나를 토닥여주고 있었다.
그녀가 내게 ‘어서 기운 차리고 밥이나 먹으러 가시죠!’라고 말하고 있던 중, 최유성 무리도 내 자리로 다가왔다.
“흑염룡, 점심시간부터 왜 이리 죽상이야?”
“…쪽팔리니까 그따구로 부르지 마.”
“이 새끼 존나 웃기네? 지가 그렇게 외쳐놓고 왜 쪽팔려 하고 있어?”
황재빈은 황당하다는 듯 웃음을 흘리며, 거만한 자세로 내게 말했다.
“이상한 주문이랑은 별개로, 네가 그 새끼 참교육 하는 거 보고 꽤 통쾌했다. 그러니까 너무 쪽팔려 하지 마. 사내새끼가 사소한 걸로 그러면 쓰겄어?”
“맞아 대용아. 다른 애들 사이에서도 네가 외친 그 중2··· 아니, 독특한 주문보단 압도적인 대련 내용이 화제니까. 그거 가지고 너무 힘들어 하지 않아도 돼. 아하하···.”
그래도 녀석들의 호의적인 태도를 보니, 내 이미지의 엄청난 타격이 되진 않았나보다.
그것에 살짝 안심한 나는, 허심탄회한 한숨을 쉬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맨날 다니는 무리의 녀석들과 함께 식당으로 향했다.
알리사는 어느새 윤희진과 많이 가까워진 모습이었다.
서로 핸드폰으로 뭘 보여주며 꺄르르 웃는 모습은, 그냥 평범한 여고생들의 일상적인 모습으로 내게 비춰졌다.
황재빈과 최유성은 ‘오늘 백반에 뭐 나오냐.’같은 남고생들이 흔히 나눌 법한 대화를 나눴고, 백설은 조용히 알리사와 윤희진 사이에 껴서 뭔가를 감상하고 있었다.
소설에선 굳이 서술되지 않은 장면을 보자니, 어쩐지 정겨워서 살짝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다.
그렇게 웃음 짓고 있는데, 알리사가 나에게 뭔가를 내밀었다.
“아, 그러고 보니… 심덕희님께서 대용님께 이 쪽지를 전해 달라하셨어요.”
“오, 뭐야. 일주일 만에 여친 생기냐?”
…심덕희가?
나는 너무 의아해서 곧바로 알리사가 건네준 쪽지를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정갈한 글씨체로 다음과 같은 글이 적혀있었다.
─────
대용아! 마음에 들지 모르겠지만 네가 나중에 영웅이 돼서 사용하면 좋을 것 같은 수식언을 만들어봤어!
부디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네!
[어둠 불꽃의 지배자]─────
그것을 뒤에서 지켜보던 윤희진과 황재빈은, 걸음을 멈추고 나를 손가락질 하며 말했다.
“깊은 어둠의 불꽃에 휩싸여 사라져라!”
“칠흑의 장막이여, 어둠의 힘으로 나를 보호하라!”
···씨발. 이럴 줄 알았으면 혼자 까 볼걸.
녀석들은 내가 대련 때 외친 주문들을 유치찬란하게 따라하며 나를 놀렸다.
나는 그 놀림에 찍소리도 뱉지 못하고, 그저 사시나무처럼 몸을 부르르 떨 뿐이었다.
다음화에 계속
Episode.8 : 생도들의 일상
소란스러운 점심 식사 후, 수치심으로 달궈진 머리를 식히기 위해서 혼자 옥상 위로 올라왔다.
SHA 본 건물의 옥상은 누구에게나 자유롭게 열려있다.
사람이 많이 오진 않지만, 이곳은 온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와 시원하고 쾌적한 느낌을 자아내는 명당이기도 했다.
“후우.”
그래도 홀로 있으니까 좀 마음이 진정되는 느낌이다.
내 재능, 그이꺾이 없었다면 정말로 자살을 시도했을지도 모르겠다.
고등학교 때 킥복싱 선수를 하고, 20살부터 사회생활을 한 내 멘탈이 이렇게나 약하다니.
저절로 실소가 터지는 상황이다.
“간만에 편하다.”
진정도 됐으니 체크할 건 하고 넘어가자.
나는 아까 미처 확인하지 못한 기술과 특성을 펼쳐보았다.
[핵 매콤주먹] (기술)─────
* 강력한 화 속성의 마나를 두른 주먹을 빠른 속도로 내지른다.
* 이 기술로 타격한 적에게 높은 확률로 화상을 입힌다.
[기술 진화까지 : 핵 매콤주먹을 사용해서 적을 타격 0/300]─────
핵 매콤주먹은 엄청 변한 건 아니지만 수 속성 반감이 삭제됐다.
이건 생각보다 크다.
속성 기술 치고 반감이 안 달려있는 기술은 드물기 때문이다.
다음은 내 아이덴티티라고 할 수 있는 흑염룡.
[강화 효과 : 증가하는 능력치 + 5 / 흑염룡 상태에서 용안(龍眼) 획득.] [특성 강화까지 : 흑염룡 해방 시간 0/60분] [용안(龍眼)] (기술)─────
* 상대방의 취약점이 눈에 훤히 들어온다. 더욱 약점을 잘 노릴 수 있다.
* 특정한 능력으로 자신의 모습이나 정보를 숨기고 있는 존재를 꿰뚫어 볼 수 있다.
* 흑염룡 해방 중, 영구 지속. / 흑염룡 미해방 시 사용 불가.
─────
능력치 5 상승도 괜찮지만,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용안’.
심플한 효과고 흑염룡 상태 한정이긴 하지만, 굉장히 쓸 만한 기술이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자신의 정보를 은폐하고 있는 최유성의 능력치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괴물같은 최유성의 성장세를 미리 확인하는 기술이, 나쁜 기술일 리가 없다.
“나쁘지 않네.”
그래서 성장세는 순조롭다, 라고 생각하며 흐뭇해하고 있던 중이었다.
-끼익.
옥상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에 나 말고 오는 사람이 또 있었군.”
걸걸한 목소리에 나는 뒤로 고개를 돌렸다.
상당히 떡대였던 마동훈보다도 더 우람한 덩치의 사내가 내게로 걸어오고 있었다.
“오. 영상 봐서 알고 있어. 네가 강대용이구나.”
“뭐, 영상…? 그나저나 누구세….”
[그건 이 대용위키가 설명해주지! 가 등장인물 정보를 출력합니다.]『ㅇㄱㅇSㄴㅅ…… ㄱSㄴㅅㅇSㅈㅎㅇㄱ.』
“윽!”
“강대용. 왜 그래?”
녀석은 내게 달려와서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나는 섣불리 녀석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뻔뻔한 새끼.
나를 걱정하는 척하는 저 낯짝에 당장이라도 주먹을 갈기고 싶다.
1-B반에 있는 녀석이라 얼굴을 못 봤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는구나.
[등장인물 정보]─────
이름 : 오태식
생년월일 : 2014년 1월 9일 (현재 17세)
신장 : 200cm
몸무게 : 110kg
혈액형 : A형
능력치 : 힘 223/ 체력 218/ 마력 110/ 민첩 172
마나 속성 : 철(鐵)
기술 : 개량태극권, 발경, 백호금강
재능 : 금강불괴, 짐승의 감각, 호랑이발
특성 : 천재적인 체술 [자세히 보기] [이 인물은 어떤 고위 악마와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
“아. 내 소개를 안 했네. 만나서 반갑다. 너와 같은 권사 지망, 오태식이라고 한다.”
“…강대용.”
이 평범한 만남이 1학년 편 최종보스, ‘반마 권사’ 오태식과의 첫 만남이었다.
***
오태식의 압도적인 풍채를 눈에 새기고, 사색에 잠겨있다가 학교 수업이 끝났다.
대다수의 이론 수업이 이번 주 목요일에 쪽지 시험을 예고했다.
그러자, 활발했던 반의 분위기가 우울하게 가라앉았다.
“대용아, 노래방 갈래?”
물론 그 분위기를 타지 않는 별종도 있었다.
이론 따윈 상관없다는 듯, 윤희진은 내게 와서 대뜸 물었다.
뭐지. 갑자기 뜬금없이 웬 노래방?
“갑자기 왜?”
“원래 사람은 가끔씩 일탈을 해주는 게 좋대.”
맞다. 윤희진은 이런 캐릭터였지.
너무 변화무쌍해서 감을 잡기가 힘든 변덕스러운 여자.
그녀가 일탈이라고 칭하는 것들은 대개 윤희진이 밥먹듯이 하는 취미활동에 가깝다.
물론, 그 취미활동에 하필 나를 데려가는 데엔 분명 이유가 있을 거다.
“백설한테 차였구나?”
“와… 어떻게 알았어?”
역시나 그랬군.
얘는 맨날 백설한테 가자고 조르는데, 백설은 대부분 거절하는 편이다.
그 이유는 황당하게도, 백설이 윤희진에게 열등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혼자 가면 너무 외로워… 퇴원도 했는데 맘껏 지르러 가고 싶다구.”
“황재빈이라도 데려가지 왜.”
“화, 황재빈은 안 돼.”
그래. 황재빈은 진성 발라드 충에 음치였지.
윤희진이 딱 싫어하는 스타일이니까 좀 꺼려할 만하다.
“…최유성은?”
“미쳤어? 유성이랑 어떻게 단 둘이 가!”
최유성 얘기가 나오자마자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진짜 좋아하는 사람 앞에선 뭐든 조심스러워지는 건가.
“흥. 가기 싫으면 말고….”
“어, 미안하···.”
결국 안 가는 걸로 결론이 나려는데, 갑자기 알리사가 우리 사이에 끼어들었다.
“노래방이요?”
“응응. 속 좁은 대용이 대신 알리사가 같이 가줄래?”
“노래방….”
알리사는 갑자기 나를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젠장 저 여자, 저거 또 시작이네.
“대용님? 같이 가시죠.”
얘가 이러면 정말 거절하기가 힘들다.
임모르탈리스가 뒤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일단 처신을 잘해야 한다는 느낌이다.
아, 핵 매콤주먹이랑 흑염룡의 용안을 빨리 시험해봐야 하는데.
“그래. 나 퇴원 했는데 1시간만 같이 가주라. 응?”
사실 수지타산을 따져보자면 나쁘지 않은 투자이기도 하다.
윤희진과 좀 더 친해질 수 있는 기횐데, 1시간 정도면 나름 괜찮다.
물론 내가 걱정하는 것은, 이 세계에서 내가 아는 노래가 얼마나 될 거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