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90
백은호가 낸 소리였다.
“S급….”
역시 예상대로 내 현재 등급은 S급이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놀란 건 그 부분이 아니었다.
“성장 한계치는 ‘측정불가’….”
나는 이미 S+급, 그리고 팔용사를 뛰어넘을 자질을 갖춘 초능력자가 되어 있었다.
즉, 내 격이 이미 초월급에 다다랐다는 이야기였다.
***
나는 약속대로 등급 측정을 받은 뒤 인근의 병원으로 직행해서 심리 테스트를 받았다.
다행히 사건에 대한 조사는 백은호 덕에 여유롭게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사건을 조작했다고 보기 힘들뿐더러, 악마들을 무자비하게 베어냈다는 증거까지 있으니 급하게 나를 조사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을 특수경찰 측의 강력하게 피력해 준 덕분이었다.
“아주 건강하십니다.”
아무튼 정신과 심리와 관련된 여러 검사를 싹 다 받아본 결과, 다른 녀석들의 우려와 달리 나는 지극히 정상이었다.
흑염룡을 품고 있는 내가 정상이라는 게 좀 많이 웃기지만….
그래도 이걸로 내가 점점 이상해지고 있다는 의심을 벗었으니 다행이라고 본다.
“뇌파도 정상이고 심리 테스트에서도 딱히 불안한 부분을 찾지 못했습니다.”
아무튼 그런 진단 결과를 받으니 내 보호자(?) 겸 나와 동석한 알리사는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녀는 내 어깨에 고개를 기댄 채로 왼손으로 내 오른손을 꽉 잡고 몇 번이나 꼼지락거렸다.
“다행이다 대용아….”
“…응.”
의사 선생님 앞에서 그러는 게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나는 알리사가 안심했으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하며 살짝 입아귀를 올렸다.
“어떻대?”
“정상이래.”
“휴우….”
그렇게 검사를 받고 나오자, 나머지 녀석들도 알리사와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단체로 한숨을 쉬는 꼴을 보자니 앞으로 표정 관리를 좀 잘해야겠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대용아.”
“응?”
그때, 내 곁에서 알리사가 게슴츠레 눈을 좁히고 나를 쳐다보았다.
아차, 내 정신상태가 정상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거 말고도 혼날 부분이 있었지?
“아무리 네가 S급이라 해도 그런 곳에 혼자 들어가는 짓, 다시는 하지 마. 알았지? 다시 한 번만 그러면 나 다시는 너 안 볼 거야.”
“아, 응….”
“맞아 대용아! 너 잘못되기라도 했으면….”
알리사는 마치 내 엄마인 것처럼 잔소리를 시작했고 윤희진은 그 잔소리를 거들었다.
“흥. 저 바보가 귓등으로라도 들을지 모르겠네.”
“맞아맞아! 대용쓰는 조금 크게 혼나야 해!”
백설은 새침한 표정으로 나에게 한 마디 툭 던졌고 이상은은 팔짱을 끼고서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나는 뭔가 죄인이 된 기분으로 그녀들 사이에서 한참을 잔소리로 얻어맞았다.
“얘들아. 대용이 많이 반성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제 그만 각자 일 보러 가자.”
그런 나에게 최유성은 구원의 손길을 뻗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썩 고맙진 않았다.
이 녀석은 아마도 과거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아서 나를 불쌍하게 여기는 걸 거다.
분명 저번 회차의 최유성도 지금 내가 처한 이 상황과 비슷한 상황을 직면한 적이 있으니 확실하다.
“당신도 잘한 거 없으니까 조용히 하세요!”
“맞아! 유성쓰도 이번엔 잘못했어!”
“둘이 아주 친구라고, 무모한 거까지 아주 닮았어.”
“하, 하하! 얘들아 너무 그러지 마…. 유성이도 아까 잘못했다고 했잖아….”
아무튼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 예상되는 최유성은 나를 실드 치다가 나랑 같이 두들겨 맞았다.
그 모습이 어떤지 쌤통이었다.
“미, 미안….”
최유성은 녀석 답지 않게 뭔가 풀 죽은 도베르만 같은 표정이 되더니 뒷목을 긁적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서도 여자애들은 몇 마디 더 우리에게 말한 뒤에야 잔소리 타임을 끝냈다.
“…다른 백화점으로라도 쇼핑하러 갈래?”
“그럴까?”
현재 시각은 오후 2시.
사건이 조금 속전속결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여유가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기에 네 여자는 예정대로 쇼핑이라도 다시 가려고 하는 듯 보였다.
“가족들이 펜리르 구경하고 있으니까, 나는 펜리르로 가볼게.”
최유성은 엄마와 동생이 아직 펜리르에 있기 때문에 길드 본사로 돌아갈 생각인 듯했다.
그렇다면 나도 다시 내 용무를 보러 가야 할 성싶었다.
“나도 정장이나 고르러 가련다.”
그리하여 각자 갈라질 행선지가 결정되었다.
우리는 일제히 고개를 끄덕인 후 곧장 병원 바깥으로 나가 워프게이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팔짱 껴도 돼?”
“응.”
행선지는 다르지만 워프게이트로 가는 길은 하나였기에, 알리사는 내 왼팔에 팔짱을 끼곤 내 어깨에 기댔다.
“미안 리사야.”
“…알았으면 됐어.”
뒤편에서부터 송곳 같은 시선들이 느껴지지만 우리는 개의치 않고 걸었다.
알리사가 나를 얼마나 걱정했는지가 짐작도 되지 않았기에 평소에는 다른 이들 앞에서 보이기 부끄러운 애정행각에 어울려준 것이었다.
“이것만 알면 돼. 네가 이러면 이럴수록 나는 네 아이를….”
“그, 그만! 알았어. 앞으로는 조심할게.”
“후훗, 그래~.”
그러다가 조금 위험한 얘기까지 나올 것 같아서 급하게 잘랐다.
아무리 그래도 진짜 너무 이른 이야기다.
저 얘기는 대마신을 무찌르고 세상이 안정되었을 때 해도 늦지 않는다.
“그럼 그 대신 네 정장은 같이 고르면 안 돼? 응?”
어쨌거나 그녀는 나와의 사랑의 결실(?) 대신이라기엔 뭐하지만 내 정장을 직접 골라주고 싶은 듯했다.
“그래. 대신 정장 사고 나는 다른 데 갈 데가 있어서 빠질 거야.”
나는 결국 마지못해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었다.
***
한편, 펜리르 본사 길드장실.
탁, 탁, 탁.
백은호는 강대용의 측정 결과를 보며 오른손 검지로 책상을 반복해서 두드리고 있었다.
‘대단하군….’
그의 측정결과는 무척이나 놀라웠다.
사실 백은호는 어느 정도 예상을 하긴 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강력한 아티팩트를 얻은 덕이라고 하지만…. 강력한 아티팩트도 소유주가 받아들이지 못하면 빛 좋은 개살구이거늘. 그는 불과 고등학교 1학년에 그 힘을 온전히 받아들였다.’
강대용의 힘의 원천이 그와 영혼으로 결속된 아티팩트덕이라는 건 저번 조사를 통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만한 아티팩트도 분명 주인을 가리고, 어느 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그 힘의 절반도 채 끌어내지 못한다.
그러나 이 혜성처럼 나타난 생도는 그 힘을 온전히 받아들인 듯 보였다.
‘역시…. 안 되겠어.’
그래서 백은호는 판단을 내렸다.
강대용이라는 유망주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 생도라는 판단을.
뚜르르르….
백은호는 스마트워치를 두드려 누군가에게 통화를 걸었다.
– 뭐냐 백은호.
수신인은 현재 외국에 파견을 나가 있는 라이너스였다.
백은호는 그에게 자신이 결정한 사안에 대한 것을 전하려고 한다.
“결정했다.”
– …뜬금없이 뭘 결정했다는 거냐?
“강대용 생도…. 반드시 우리 길드로 영입한다.”
– 뭐? 갑자기 왜 그러는데?
그는 확신했다.
저번 사건과 이번 사건을 거치고 등급 측정을 한 결과, 강대용은 [프로젝트 : 글레이프니르]에 반드시 필요한 인재라는 것을.
“등급 측정을 했다. 그 나이에 벌써 초월급에 거의 다 도달했더군. 현재 등급은 S급이고.”
– …그게 사실이냐?
“그래. 그러니까 지금부터….”
때문에 백은호는 커다란 결단을 내린다.
“강대용 생도 영입팀이랑 예산 따로 편성하고, 그에게 어울리는 아티팩트 여러 개 알아봐.”
지금부터 펜리르는, 일류영웅이나 받을 법한 대우를 내세워서 강대용 영입전쟁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Episode.89 : 이 일상이 계속되길
강남 삼성로에 위치한 남성정장 전문, L테일러 본점.
벌이라기엔 좀 뭐하지만, 지금 네 명의 여자들과 함께 내일 입을 정장을 고르고 있다.
“자기야! 이번엔 이거 입어보자!”
“하하. 벌써 일곱 번이나 갈아입었는데….”
그런데 이 녀석들은 무슨 나를 옷걸이로 전락시킬 생각인가보다.
얼른 정장 맞추고 나는 슬쩍 빠져야 하는데 벌써 이 매장에서 1시간은 붙잡혀 있다.
찰칵! 찰칵!
그리고 정장을 갈아입을 때마다 윤희진은 내 모습을 아주 열심히 찍어서 다른 애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그걸 본 다른 녀석들은 저마다 감상평(?)을 한마디씩 툭툭 던진다.
“흠…. 이건 살짝 별로네.”
“응응! 아까 세 번째로 입었던 게 나은 것 같아!”
얘네, 뭔가 그거 같다.
아들이나 조카가 정장 맞출 때 무척 깐깐하게 굴면서, 막상 사진 찍어놓은 거 보고 좋아하는 아줌마들 같다.
물론 이 생각을 입 밖에 내놓지는 않았다.
안 그래도 오늘 이 녀석들의 심기를 건드렸는데, 농담으로라도 이런 생각을 말하면 분명 끔찍한 언어폭력을 당할 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대로 계속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직원들이 우리를, 특히나 나를 보는 시선이 심상치 않으니까.
“얘들아…. 너희도 쇼핑하러 가야 하잖아. 그냥 대강 고르고 가자.”
아주 조심스럽게 녀석들에게 부탁했다.
그러자 알리사가 아주 해맑게 웃는 얼굴로 내게 말했다.
“앞으로 다섯 벌만 더 입어보자! 큰 행사에서 입을 건데 신중하게 골라야지? 그치?”
“아, 그래….”
뭔가 다섯 벌이 여섯 벌 이상이 될 것 같은 직감이 들었지만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알리사의 미소가 그 어느 때보다도 행복해 보였기 때문이다.
비단 알리사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윤희진은 아주 나를 다방면에서 여러 번 찍느라 신이 났고, 백설도 열심히 옷을 골라서 다른 녀석들과 상의를 한다.
이상은도 직원들과 뭔가 이야기를 나누며 꺄르르 웃음을 흘렸다.
“이렇게 전부 살게요!”
“총 114만 원입니다! 결제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
“카드, 일시불로 해주세요.”
아무튼 내가 총 열세 번을 갈아입은 후, 나는 여자애들이 골라준 두 벌의 정장을 구입했다.
그런데 두 벌 모두 내 돈으로 사는 게 아니고 알리사가 사줬다.
“리사야. 내가 산다니까…?”
“부담 갖지 마 대용아! 나 최근에 용돈 받았거든!”
“그래도 114만 원은 좀 그렇잖아.”
“에헤이. 그냥 여친이 사주면 감사합니다 하고 입어.”
나는 알리사가 용돈을 별로 안 받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말렸지만 알리사는 정말 괜찮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자신의 카드를 직원에게 내밀었다.
“아! 혹시 당일 퀵배송 서비스 가능한가요? 저희가 바로 다른 데 가봐야 해서요.”
“예 고객님! 워프게이트를 이용해서 당일배송 가능합니다! 그렇게 될 경우 비용은….”
그 모습을 보고 커피기계와 커플링 같은 거 말고도 여러 선물을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에게는 아마 다섯 달 치 용돈이었을 텐데, 그것을 고작 몇 번 입지도 않을 내 정장에 할애했다는 게 괜히 고맙고 미안했다.
“대용아! 우리 길드로 정장 보내놓기로 했으니까 안심하고 가도 돼!”
“고마워 리사야.”
“뭘!”
그런 마음을 품고 나는 네 사람과 갈라지기로 했다.
그리고 녀석들도 내가 다른 곳에 가는 걸 말리지 않았다.
아까 옷 골라줄 때 너무 열정적이라서 순순히 나를 안 놓아줄 줄 알았는데, 조금 의외긴 했다.
“내일 수여식에서 봐!”
“응?”
“아, 몰랐어? 내일 우리도 너 훈장 받는 거 보러 가! 수여식 후에 연회장에서 볼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윤희진이 한 말 덕에 알 수 있었다.
이 녀석들도 내일 내 훈장 수여식에 참석하는 것을.
하긴. 팔용사들의 가족들이고 나랑 같은 반 학우이기도 하니까 참석할 수는 있겠다.
“그래. 다들 내일 보자.”
“바이~.”
어쨌거나 나는 녀석들과 헤어진 후 곧장 커플링부터 찾으러 가기로 했다.
커플링을 예약해둔 곳은 인터넷에서 평이 좋은, 강남역 주변에 위치한 쥬얼리 샵.
거리가 그리 떨어져 있진 않아서 금방 도착했다.
“어서 오세요~.”
직원의 인사를 받으며 들어온 나는 당연히 카운터로 향했다.
어차피 금액은 지불했고 가지고 가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다른 걸 볼 필요도 없었고, 커플링을 받은 후엔 팔찌를 찾으러 가야 했다.
굳이 커플 팔찌를 다른 곳에 예약해 둔 이유는 그 팔찌가 ‘아티팩트’이기 때문이었다.
“…….”
그런데 나는 카운터에서 아는 사람과 마주쳐 버렸다.
오늘 이런 우연이 몇 번이나 일어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또 만나버렸다.
“…아, 안녕하세요?”
“네가 여긴 무슨 일이냐?”
내가 마주친 사람.
그 사람은 바로 내가 엑스칼리버를 얻으면서 같이 얻었던 부하(?), 샤를이었다.
***
달리 갈 곳이 없는 샤를은 황투희의 집에서 머무는 중이었다.
거기서 황투희와 같이 훈련도 열심히 하고, 현대에 적응하기 위해서 부단히 공부한다고 들었다.
“황투희는?”
“선생…. 투희 씨는 성아 씨가 배고프다고 하셔서 근처에 있는 돈까스집에 먼저 가셨어요. 저도 조금만 더 구경한 뒤에 가려 했고요.”
“그러냐.”
그런 그녀가 오늘은 기분 전환 겸해서 강남을 구경하러 왔다고 한다.
그녀를 재워주고 먹여주고 선생님까지 되어준 황투희와, 어쩐지 황투희에게 들러붙은 식객이 되어버린 최성아와 함께 말이다.
“쥬얼리에 관심이 많은가 봐?”
“아, 네? 그, 그럴 리가요! 기사인 제가 이런 거에 관심이 있다니요? 그냥 구경 중이었답니다! 견식을 넓힐 겸 해서요!”
어쨌거나 샤를은 귀족 아가씨처럼 생긴 외모와 어울리게 장신구에 관심이 많은 듯했다.
얼굴을 붉히며 횡설수설하는 꼴이 딱 봐도 은밀한 취미를 들킨 사람처럼 보였다.
“몇 개 사고 싶으면 황투희한테 하나 사달라고 그래. 걔 네 생각보다 돈 잘 벌어.”
“아니라니까 자꾸 왜 그러세요!”
그 소녀 같은 모습이 든든한 국밥처럼 버티던 녹색 기사의 모습과는 완벽히 상반되었기에, 나는 살짝 그녀를 놀렸다.
샤를은 그런 나에게 살짝 목소리를 높이며 점차 홍당무가 되어갔다.
“쥬얼리 좋아하는 게 뭐 그리 부끄러운 취미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