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92
충격적인 사실이라도 들은 것처럼 황투희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진다.
그녀는 갑자기 포크를 내려놓더니 물을 벌컥벌컥 마신 후 내게 물었다.
“…진짜냐?”
“진짜지 그럼.”
그녀는 골치 아픈 일이 생겼다는 듯, 한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X발…. 뭔 벌써부터 걔네가 나타나….”
“…….”
방금 전 보였던 여유로운 기색은 사라졌다.
이 반응을 보아하니 내가 물어봐봤자 아는 건 없을 듯 보이지만, 그래도 이야기는 들려줘야 할 것 같아서 계속 이어서 말했다.
“아무튼 그 종말의 사자 중에 특이한 놈이 하나 있었거든.”
“특이한 놈?”
“어. 최유성이랑 똑같이 생긴데다가 최유성이랑 똑같은 기술을 구사하는 놈.”
내가 얘기할수록 황투희의 미간이 구겨지고 눈살에 주름이 잡히는 게 선명하게 보인다.
내 옆에 앉아있는 벨도 살짝 충격을 받았는지 침음을 흘렸다.
“그래서 내가 궁금했던 건, 이 최유성을 닮은 종말의 사자에 대한 정보였어.”
“…그런 건 나도 몰라.”
“저도 모릅니다 형님….”
예상대로 이 둘은 아는 게 없었다.
아쉽지만 나중에 오하와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사부!”
그렇게 단정 지으며 슬슬 이야기를 끝내려는 그때, 최성아가 그 거대한 돈까스를 전부 먹어 치웠는지 입가에 소스와 돈까스 가루를 잔뜩 묻힌 채로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하이.”
“며칠 만에 또 보는군! 잘 지내고 있었나?”
“그냥 똑같았지 뭐.”
최성아는 샤를 옆에 사뿐히 앉았다.
그 직후 손에 들고 있는 종이를 흔들거리며 내게 자랑했다.
“이곳은 내가 제패했다! 그 보상으로 나는 왕돈까스 10회 무료이용권을 얻었지!”
“…그러냐.”
“그렇다! 그래서 나는 매일 여기 와서 점심을 먹을 생각이다! 이 가게는 참으로 돈까스를 잘하더군!”
종말의 사자 이야기로 살짝 가라앉은 분위기는, 이 바보 녀석 덕에 금세 풀려버렸다.
나는 격렬한 전투(?)를 마친 그녀의 얼굴을 보며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입가에 뭐 많이 묻었다.”
“아, 그런가? 고맙다!”
최성아는 그것을 대강 손등으로 닦으려 했다.
그걸 곁에서 쳐다보던 샤를은 질색하는 표정으로 최성아의 손목을 붙잡았다.
“성아씨. 그러면 손등에 묻잖아요.”
“아, 그렇군! 그럼 저쪽에 있는 휴지를 주겠나?”
“제가 닦아드릴게요.”
“고맙다 샤를!”
그러곤 마치 아이의 입을 닦아주는 엄마처럼 다정하게 최성아의 입가를 닦아주었다.
“응?”
그런데 샤를의 눈빛이 조금 심상치 않다.
마치 하나밖에 없는 친구를 보는 것만 같은 눈빛으로 최성아를 바라보고 있다.
그새 정이 붙었나?
“여기!”
그런 시답잖은 생각을 하고 있는데, 말끔해진 최성아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
“네 손님!”
최성아는 뭔가를 주문하려는 듯했다.
샤를이 입가도 닦아줬으니 당연히 디저트 같은 걸 시킬 거라고 생각했다.
“왕돈까스 하나만 다오!”
그러나 난 간과했다.
저 녀석이 상식을 벗어난 인간이라는 것을.
***
“언니한테는 내가 물어볼게. 너는 연락 기다리고 있어.”
“그려.”
황투희 일행과 돈까스를 먹고 헤어진 뒤.
나는 곧장 예약해 둔 물건들을 찾기 위해 점포에 차례차례 방문했다.
“퀵배송 서비스로 부탁드려요.”
커피기계는 상당히 부피가 크기 때문에 퀵배송 서비스를 신청했다.
알리사는 내 정장을 계산하면서 스마트워치로 손쉽게 주소를 입력했지만, 나는 내 스마트워치에 등록된 주소가 하필 벨이 내 할머니로 변장해서 살아가고 있는 시골 쪽 집 주소였기 때문에 임모르탈리스의 제주지부의 주소를 찾아서 번거롭게 입력해야만 했다.
“흐음….”
그 후, 나는 알리사에게 도움이 될 물건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아울렛을 순회했다.
악세서리는 솔직히 더 사긴 좀 그런 것 같고, 가장 좋아할 만한 것도 샀는데 뭘 더 사야할까.
지갑이라도 하나 살까?
톡톡.
그렇게 고민하던 중,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내 어깨를 건드렸다.
나는 등 뒤로 고개를 홱 돌렸다.
“…뭐야.”
하지만 내 어깨를 건드린 듯 보이는 인물은 없었다.
나는 착각이라 단정한 뒤 나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톡톡.
그런데 또 내 오른쪽 어깨 위로 이물감이 느껴졌다.
나는 다시 한 번 고개를 틀었다.
“…….”
그러나 이번에도 내 뒤엔 아무도 없었다.
그에 나는 혹시나 해서, 나지막하게 흑염룡의 주문을 중얼거렸다.
“태초의 어둠을 지배하는 심연의 왕이여. 나의 몸에 깃들어 나의 적을 유린하라.”
그 후 바로 용안을 활성화시켰다.
그리고 난, 그다지 보고 싶지 않은 인물을 볼 수 있게 되었다.
Episode.90 : 꼬인 실타래
“하….”
머리 스타일은 많이 달라졌지만 확실했다.
완전히 지울 수 없는 암살자의 눈빛, 음습하게 위장하는 버릇, 검은 머리카락.
“네가 왜 여깄냐.”
“…….”
요한의 끄나풀이었고, 지금은 엑스칼리버 때문에 낙동강 오리알이 되어버린 스즈키가, 텅 빈 동공으로 날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역시…. 당신은 이 상태인 저도 볼 수 있군요….”
“…뭐라는 거야.”
이 여자, 도대체 언제부터 날 따라다닌 걸까.
눈빛을 보니까 정상은 아니다. 아니, 그냥 변한 모습만 봐도 정상이 아니다.
본래 단발이어야 하는 머리카락은 미용실에서 붙였는지 알리사와 비슷한, 웨이브가 진 장발이 되어있었다.
민낯에 가까웠던 얼굴도 알리사와 비슷한 스타일의 옅은 화장을 한 얼굴로 바뀌어있었다.
“언제부터 나 따라다녔어.”
“휴교한 날부터 쭉 따라다녔습니다.”
“…하아.”
스즈키는 여전히 엑스칼리버에 완전히 홀린 상태이기 때문에 내 말에 곧잘 대답했다.
그렇다고 안심이 되는 건 아니다.
“왜 날 따라다녔지?”
“아 그게….”
아무리 엑스칼리버에 홀렸다 해도 스즈키는 인형이 아니다.
사람이기에 나와 엮이지 않는 일상에선 자신만의 주관을 가지고 행동한다.
즉, 스즈키가 나를 따라다닌 데엔 다 이유가 있을 거다.
“그으게….”
“…똑바로 말 해.”
그녀가 내 시선을 피하며 우물쭈물 거린다.
얼굴색이 노을빛을 받아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붉게 물들어진다.
일단 저 이상한 반응만 봐도 알겠다.
그녀는 적어도 날 암살하기 위해서 따라다닌 게 아니라는 걸.
“서방님.”
“…….”
내가 아무리 눈치를 밥 말아 먹었어도 이 정도는 눈치 챌 수 있다.
알리사와 비슷한 스타일을 하고 나타나선, 저런 수줍어하는 표정을 하고서, 떨리는 목소리로 저렇게 말하면 알 수밖에 없다.
“이제 못 참겠습니다.”
제기랄, 뭘 못 참는다는 거야.
스즈키는 마치 나를 붙잡으려는 것 같은 손동작을 하곤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저에게도 사랑을 주세요!”
[폭식의 마신(魔神) 흑염룡이 “제엔장~. 믿고 있었다고 강대용!”이라고 말하며 당신의 네 번째 여자를 축하해 줍니다!]그리고 나는 사람들이 쇼핑하는 곳 한복판에서 뜬금 고백을 당해버렸다.
***
“서방니임~. 같이 가요오~.”
“후우….”
일본인이 나를 서방님이라고 부르면서 뒤따라오는, 정신 나갈 것 같은 상황에 놓인 나는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그 상황에서 도망치고 있다.
‘비비안. 저거 어떻게 해줄 수 없어?’
[당연하지 바보야. 그러니까 좀 더 신중하게 능력을 사용하지 그랬어?]엑스칼리버의 힘을 해제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스즈키에게 건 것을 최면과 비슷하지만 엄연히 한 단계 높은 상위기술이기 때문이다.
[기술 : 명령].이것은 기술명만 명령이지 사실상 내가 지정한 대상이 할 ‘행동’이나 ‘생각’을 조작하는 기술이다.
조작에 사용되는 것은 엑스칼리버가 비축하고 있는 ‘통솔력’이라는 힘인데, 이것은 마나와 비슷해서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차오르지만 그 속도가 무척이나 더디다.
‘명령을 덧씌울 방법은 진짜 없는 거야? 절대적인 충성을 명령했는데 왜 저렇게 되는 건데?’
[절대적인 충성이라는 게 사람마다 다 다르게 발현되거든.]조작의 강도에 따라 소모되는 통솔력이 증가하거나 감소한다.
행동에 제약을 주는 것 정도는 그리 많은 통솔력을 소모하지 않지만, 생각 자체를 바꾸게 하려면 상당히 많은 통솔력을 소모하게 된다.
스즈키의 경우엔 그 당시의 내가 엑스칼리버를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조작을 잘못했다.
통솔력의 소모량을 조절하지 못한 것이다.
그녀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내게 실토하게 하는 것도 모자라서, 그녀에게 있어서 나라는 사람을 ‘절대적인 충성을 바쳐야 하는 주군’으로 만들어버렸다.
즉, 스즈키라는 캐릭터에 이상한 설정을 추가한 거라 보면 되는 거다.
정말 곤란하게도, 저런 상태가 되면 엑스칼리버로는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는 없다.
‘나를 무척이나 싫어한다’라는 설정을 추가할 생각도 했지만 한 사람당 그 사람을 개변시킬 정도의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건 단 한 번뿐이니까.
“아잉~. 서방니임~.”
한마디로, 큰일 났다는 거다.
왜 저런 식으로 절대적인 충성이 발동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X됐다.
내가 [명령]을 사용해서 떨어뜨리려고 해도 아마 그 명령이 풀리면 다시 날 따라다니기 시작할 거다.
이대로라면 알리사에게 전과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니 좀 겁을 주거나 폭력적인 방법을 써서라도 떨떨어뜨려 놔야 하는데….
여긴 사람이 너무 많다.
그렇다고 으슥한 곳으로 얘를 끌고 가는 것도 그림이 이상하고.
“스즈키.”
“네에 서방님!”
결국, 나는 ‘절대적인 충성’이라는 내가 부여한 설정을 이용하기로 했다.
“앞으로 날 보필하기 위한 규칙을 말해주겠다. 너는 이것을 반드시 이행해야 하며, 불복하는 즉시 네 신하 작위를 박탈하겠다.”
“아, 왜 그러세요오 서방니임~. 저희 사이에 규칙이라뇨오~.”
…젠장. 머리가 어지럽다.
이게 어딜 봐서 절대적인 충성이라는 거야?
아무리 봐도 나랑 같이 있고 싶어서 안달이 난 조선 시대 새색시 같은데?
‘비비안. 내가 생각한 대로 조작한 거 맞아?’
[휘익, 휘익~.]망할 구닥다리 성검.
휘파람 부는 거 보니까 자기 입맛대로 이상한 걸 추가한 것 같다.
그래. 스즈키에게 명령을 내렸던 당시에도 좀 이상하긴 했어.
갑자기 얼굴을 붉히더니 아주 꿀 떨어질 것 같은 눈빛을 하고서 내게 신나게 기밀을 알려주던 그 모습이 이상했다고.
[구닥다리라 하지 말랬지!]‘…구닥다리라고 안 할 테니까 저거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나 알려줘.’
[하…. 그때나 지금이나 여자 못 다루는 건 여전하네. 그냥 네 주관적으로 말하면 되지 바보야! 마음 약해지지 말고 지금 하려던 거 밀어붙여 답답아!]망할. 혈압이 오른다.
그래도 비비안 말대로 지금은 규칙이라는 명목으로 스즈키를 내게서 떨어뜨려 놓는 게 맞다.
윤희진이 현혹 당했을 때도 아주 잘(?) 떨어뜨려 놨잖아?
너는 할 수 있다 강대용.
“거부할 경우, 나는 너를 다시는 보지 않겠다. 지금처럼 따라다니면 내 검으로 널 직접 베어주겠다.”
“헉…. 어떻게 그런 심한 말을….”
내가 좀 강하게 나오자 스즈키는 울먹이는 시늉을 한다.
물론 나는 저것이 연기라는 걸 알고 있다.
스즈키의 특기 중 하나가 표정을 관리하는 거니까.
“내 눈을 속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죄송합니다 서방님.”
“흥. 네가 날 속이려 한 것은 아주 괘씸하나, 특별히 봐주마. 대신 지금부터 내가 하는 이야기 잘 들어라.”
“넵!”
다행히, 내가 억지로 근엄한 분위기를 잡으면서 이야기하자 스즈키는 시치미 떼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나는 한숨을 쉬며 스즈키에게 규칙을 말해주었다.
“첫째, 지금부터 네가 날 칭하는 호칭은 ‘강대용’으로 고정한다. 또한, 너는 내게 반말을 해야 한다.”
“헉! 서방님에게 그럴 수는….”
“해.”
일부러 표정을 구기며 목소릴 깔았다.
내가 화났다고 생각했는지, 스즈키는 살짝 어깨를 움츠리며 고개를 살짝 주억거렸다.
“네, 서방….”
“다시.”
“응 강대용….”
그 뒤로 나는 스즈키에게 명령을 주입했다.
내가 명령을 말할 때마다 스즈키는 무척이나 아쉬워하는 표정이 되었으나 나는 그녀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다소 말도 안 되는 규칙까지 끼워 넣었다.
“하나라도 이행하지 않으면, 즉시 너를 베겠다. 알겠나?”
“으응….”
그렇게 이야기가 끝나고 나서, 스즈키는 풀 죽은 강아지 같은 표정이 되었다.
이 녀석이 그 냉혹한 암살자였던 여자라는 게 믿기지 않을 지경이다.
그래도 뭐, 샤를과 마찬가지로 꽤 쓸 만한 부하가 되었으니 내게 있어서 나중에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겠지.
“좋아. 그럼 바로 이 주소로 가서 강대용이 보냈다고 말하도록. 그곳에서 생활하며 내가 명령을 내릴 때까지 대기하는 거다. 알았나?”
“응! 나 강대용이 말하는 대로 잘 할게!”
아무튼 어떻게든 해결했다.
스즈키는 내게 발랄하게 손을 흔든 후, 날렵한 움직임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