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94
근데 나도 어찌 보면 유망주인 거 아닌가?
나한테는 왜 인터뷰 요청이 없었던 거지? 너무 빨리 자리를 빠져나가서 그럴 겨를이 없었나?
조금 위화감이 들었지만 나는 그냥 신경 끄기로 했다.
어차피 하고 싶다는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으니까.
“저….”
것보다도 이제 안 되겠다.
더 이상은 참기가 좀 힘들 것 같다.
“네 강대용 생도!”
“…죄송하지만 먼저 식사를 해도 될까요?”
쪽팔리지만 나는 최대한 당당하게 말했다.
원래 애들 오면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심적 부담감을 버텨내던 탓에 배가 너무 고파졌다.
“하하! 그럼요! 먼저 드셔도 됩니다!”
“저희도 식사 할까요? 어차피 바로 먹으라고 차려둔 건데 식으면 아깝잖아요?”
아주 고맙(?)게도 아리아는 나와 같이 밥을 먹어주겠다고 했다.
“좋아요. 이런 기회 흔치 않은데 같이 수저라도 들죠.”
“그럼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그러자 황재은과 백은호도 나와 식사를 같이 해준다고 나섰다.
이 사람들…. 내가 뭐 그렇게 대수라고 계속 이러는 건데?
밥 한 번 같이 먹는다고 내가 편해질 리 없잖아.
미칠 것 같다.
결국 나는 네 사람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 뷔페 코스 쪽으로 다가갔다.
마침 슬슬 사람들이 들어와서 접시를 들고 음식을 담고 있었고, 나는 그 행렬 뒤에 줄을 섰다.
“오! 강대용 생도!”
그리고 나는 내 옆에서 음식을 담고 있는 사람과 눈을 마주치자마자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 안녕하세요….”
그 사람이, 아까는 멀리서만 지켜볼 수 있었던 이 나라의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Episode.91 : 부담감
밥 먹으려고 했는데 대통령이랑 만나버리다니.
이거 안 그래도 굉장히 부담되는 상황인데 아주 돌아버리겠구먼.
“안 그래도 직접 인사를 드리려고 했는데. 이거 잘 됐군요.”
“아. 예….”
뭔데 이 인자한 미소는?
왜 우리 할아버지 같은 미소를 짓는 거냐고.
이럴수록 내가 느끼는 부담감은 가중될 뿐이다. 기껏 배고파서 먹으려 했던 밥도 잘 안 들어갈 것 같다.
“만나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저야말로 영광입니다.”
젠장. 뭔 한 나라의 수장이라는 사람이 고작 생도한테 영광이라 하고 있어?
내 활약이 그렇게 큰 거였나.
…음. 솔직히 그런 것 같기도 한데.
하지만 그렇다 해도, 흑와대에 올 때부터 마치 나라를 구한 사람처럼 대접을 받는다는 게 좀 그래.
“앞으로 큰 영웅으로 성장하실 분답게, 겸손하시기까지 하군요.”
“하하….”
문득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역대영웅훈장이라는 거, 정말 굉장한 거구나.
“훈련은 잘 하고 계십니까?”
“예. 임모르탈리스 쪽에서 좋은 시설을 제공해 주셔서….”
아무튼 대통령과는 음식을 뜨면서 몇 마디 나누었다.
다행히 그는 내게 곤란하거나 이상한 얘기를 하진 않았다.
그저 내 근황에 관한 것만 물어볼 뿐이었다.
하기야. 이런 공식 석상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쉽지 않을 테지.
“식사 맛있게 하십쇼.”
“넵, 각하께서도 맛있게 드십쇼.”
대통령과 짧은 대화를 나눈 뒤, 음식을 적당히 접시에 담아서 팔용사들과 함께 자리에 돌아왔다.
무사히 넘겨서 천만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제부터 그다지 사이좋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 앉아서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게 좀 그랬다.
“…식사 하시죠.”
“하하! 다들 맛있게 드십쇼!”
“네~.”
“…….”
그래도 황재은이 식사하자고 말해준 덕에 식사를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주변 신경 쓰지 말고 음식에만 집중하자고 생각하며 나는 차근차근 음식을 씹었다.
잘근잘근.
팔용사들의 식사 자리는 음식을 씹는 소리만 들릴 정도로 굉장히 고요했다.
아직 나머지 일원인 윤세라, 라이너스, 이상아가 오지 않아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거의 한 마디도 나누지 않고 오로지 먹는 것에만 집중했다.
이들이 정말로 마계대침식이라는 거대한 전쟁에서 등을 맞대고 싸웠던 이들이 맞는지 의문이 든다.
길드가 갈라졌다고 해서 이렇게 어색해질 수 있을까?
…아니. 아마 구심점이었던 ‘수호자’가 멀쩡히 살아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졌을 것이다.
“대용 생도?”
“아, 예.”
그런 만약의 이야기를 떠올리던 중, 알프레드 곁에 앉아있던 아리아가 날 불렀다.
그녀는 턱 봐도 내게 곤란한 이야기를 하려는 것 같은 미소를 띠고서 내게 물었다.
“요새 리사랑은 잘 돼가요?”
“…….”
너무 직접적으로 물어봐서 말문이 턱 막혔다.
이거, 질문의 의도가 뭐지.
“네 뭐….”
나는 입아귀를 올린 채로 심플하게 대답했다.
살짝 수줍어하는 척 뒷머리를 조금 긁어주면서 말이다.
아무리 다른 길드장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도 ‘사이가 좋지 못하다.’라는 거짓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어머. 잘 되고 있나 보네?”
“하하….”
아리아는 내 반응이 자신이 원했던 반응인 모양인지 노골적인 미소를 만들었다.
다른 팔용사들도 그에 따라 살짝 미소를 지었으나 그 미소가 썩 편안해 보이진 않았다.
“하긴. 결혼까지 약속한 사인데 사이가 안 좋을 리는 없겠죠~.”
“……?”
이런. 안 그래도 다른 사람들 반응이 썩 좋지 않은데 저런 말을 해버린다고?
어째…, ‘이 생도 우리 거니까 건드리지 마.’라는 발언을 할 기센데?
“하하. 사이가 좋으면 그런 약속을 할 수도 있죠. 물론 지켜지는 경우가 드물지만요.”
“어머, 리사랑 대용 생도는 진지하다고 들었는데요? 이미 기정사….”
“자, 잠시만요!”
이런 미친. 당신이 그걸 왜 알고 있는데.
알리사는 도대체 언니오빠랑 무슨 대화를 나누는 거야?
아니면 알프레드가 우리랑 같이 여행을 가서 알고 있는 건가?
“왜요 강대용 생도?”
“아, 그게…. 리사랑은 아주 사이가 좋다고 말씀드리려고 했어요. 하하!”
어쨌거나 다급히 아리아의 말을 끊고 딱히 할 말이 없어서, 나는 아리아가 하려고 했던 말을 순화(?)시켜서 대신 말했다.
그러자 아리아는 싱긋 미소 짓고는 내 말을 받았다.
“자, 보시다시피 대용 생도는 제 동생과 진지하게 교제 중이랍니다.”
“…허허. 그렇구먼요.”
“…….”
제발 그만해 이 사람아….
아무리 내가 나중에 당신네 길드에 들어가는 게 확정이라고 해도, 이런 식으로 저 사람들한테 찍히고 싶지 않단 말이야.
“뭐 혈기왕성할 나이의 연인들이니 그렇게 생각하면서 연애하겠죠.”
“꼭 그런 나이의 연인들이 아니고 운명의 짝꿍이랍니다? 아까 말했다시피 이미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고요.”
“하하, 과연 어떻게 될까요? 저희 길드의 라이너스도 그렇게 생각하던 여자가 있었다가 깨졌는데 말이죠?”
이거 봐 이거. 또 시작이다.
밥상머리에서 2차 신경전이 열려버렸잖아.
“그 사람이랑 대용 생도는 달라요.”
“어떨까요? 무릇 연인이란 게, 한쪽이 생각하는 대로만 풀리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또, 지금의 사랑이 끝까지 간다고 장담할 수도 없고요.”
“…무슨 의미로 그렇게 말하는 거죠?”
“강대용 생도에겐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지금은 잉꼬처럼 사이가 좋아도 나중엔 자석처럼 밀어내는 사이가 될 수도 있다는 겁니다.”
“하하! 알면서도 참 무례한 말씀을 하시네요!”
진짜 골 때리는 사람들이네.
왜 알리사랑 나 가지고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거지.
너희 아직 젊다고 대가리도 덜 성숙된 거야?
조금 화나는데 이거?
“저기요.”
“네?”
“아, 강대용 생도.”
그런 생각이 드니 어느새 내 입은 저절로 움직이고 있었다.
그래 X발.
이 사람들이 팔용사든 세계 최고의 영웅들이든 뭔 상관이야.
“두 분 모두 그만하시면 안 될까요?”
내가 꼴 받는데.
알리사와 내가 어떤 관계건 그걸 내 영입 신경전의 소재로 삼는다는 게 아주 꼴 받는다고.
그러니까 나는 그냥 당당하게 말하련다.
내 성격에 부담감 느끼면서 조용히 있는 것도 스트레스니까.
“왜 저랑 리사의 사이를 말다툼의 화두로 내세우시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갑니다.”
“대, 대용 생도….”
“지금 입 열린 김에 말할게요. 아리아 길드장님? 제발 좀 거들먹거리지 마세요. 리사랑 사이좋은 건 사실인데, 길드장님께서 우리 사이로 그렇게 말하시면 제가 임모르탈리스에 들어가고 싶겠어요? 아니겠죠?”
“아, 네….”
줄굳 웃고 있던 아리아의 표정에 당혹감이 스며든다.
그럼에도 나는 이야기를 멈추지 않고 백은호에게도 말했다.
“백은호 길드장님도 마찬가집니다. 길드장님께서 무슨 의도로 그런 말씀을 하시는지 전혀 모르겠거든요? 저희 사이가 이대로 계속 좋을지 안 좋아질 지는 저희가 알아서 하는 건데 왜 그렇게 말씀하시나요? 듣자 하니 제 기분이 언짢을 것도 감안하고 내뱉으신 발언 같은데, 그렇다면 아주 실언을 하셨네요. 펜리르에 들어갈 마음이 싹 사라집니다 아주.”
“가, 강대용 생도….”
아리아와 마찬가지로 백은호도 잔뜩 당황한 것 같은 표정을 만들었다.
그 기세를 몰아 나는 결정타가 될 말을 꽂기로 했다.
“무례하죠? 네. 저 아주 무례한 사람입니다. 길드장님들이 아무리 영웅업계에서 제일 잘 나가는 사람들이라 해도, 저는 제 기분 안 좋으면 앞뒤 안 보고 들이박는 사람이라고요. 딱히 오늘만 이런 반응을 보이는 거 아닙니다. 앞으로도 길드장님들이 또 이러시면 전 계속 들이박을 겁니다. 그러니까 그거 감안하셔서 절 영입해주셨으면 하네요. 저 아주 지랄 맞은 놈이니까요.”
“…….”
두 사람의 신경전은 내가 지랄을 하는 것으로 어찌어찌 끝났다.
두 사람은 아주 조용해졌다.
백은호는 시무룩한 눈을 하고서 접시에 남은 음식을 깨작거렸고, 아리아도 아무 말 않고 조용히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이거, 하는 짓까지 완전 애들이구먼.
“강대용 생도.”
그때, 갑자기 황재은이 내게 말을 걸었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이 저번 모임 때도 과열되는 분위기를 막았었지?
그녀가 하던 역할을 내가 맡아서 하긴 했는데, 과격한 방법을 써서 혹시 좀 화내려나…?
“네.”
“그 기개…. 역시 남다르군요.”
“예…?”
아니, 이 여자는 뜬금없이 뭔 소리야?
그냥 조금 언성을 높여서 말한 거뿐인데 뭘 그렇게 고평가하는 건데?
“역시 두 사람보단 제가 당신을 품어야 할 것 같군요.”
“아니, 저기….”
“저는 강대용 생도의 그런 성격 마음에 듭니다.”
너 도대체 왜 그러세요?
어차피 당신은 임모르탈리스랑 협력하게 되는 길드의 길드장인데 왜 그렇게 내 영입에 집착하는 건데요.
그래도 남 주기는 아깝다 이건가요?
“아까 강대용 생도가 말하신 조건, 전부 맞춰드리겠습니다.”
“예?”
젠장. 이 사람도 소설에선 조용한 사람으로만 묘사 돼서 그렇지 조금 이상한 사람인 것 같은데?
내 기분이 어떤지도 대충 알고 있는 눈친데 여기서 또 영입제의를 해버린다고?
“지금 그런 얘기할 기분 아닙니다.”
“아, 실례했습니다. 그럼 나중에 따로 연락드릴 테니까 전화번호 좀 주실 수 있으십니까?”
와 진짜 돌아버리겠네.
왜 팔용사 중에선 정상인이 드문 거야?
이것도 혹시 대마신의 농간인가? 세계 멸망을 손쉽게 하려고 팔용사들한테서 나사를 하나씩 뽑아버린 거야?
“…지금은 누구랑도 영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싫습니다.”
너희랑은 상종을 안 해야겠다 그냥.
이 이상으로 대화를 나누면 내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아.
뭐 내가 이렇게 말해도 계속 요구할 것 같긴 한데, 그때는 또 언성 높이면 되니까.
몇 그릇만 더 먹고 얼른 빠져나가든지 해야겠다 그냥.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런 내 예상과 달리, 황재은은 너무나도 쉽게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뭐지?
내가 싫다니까 또 저렇게 쉽게 포기해버린다고?
세계 최고의 길드장이 저렇게 끈기가 없어도 돼?
물론 내 입장에서는 좋긴 하지만 역시 뭔가 이상한데?
“죄송합니다. 식사…. 마저 하시죠.”
미래가 무척 어둡다.
최유성은 이런 사람들이랑 11회차 동안이나 부딪치고 같이 싸웠겠지?
그놈이 융통성이 좀 떨어지는 것도 있겠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아마도 이 답이 없는 팔용사들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솔직히 좀 신기하다.
이런 사람들이 각자의 길드를 이끌고 있는 데다가, 심지어 세계 1, 2, 3위를 차지하는 길드로 만들었다니.
개연성이 조금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고.
뭔가 좀 위화감이 든다.
톡톡.
그런 기분을 느끼던 찰나.
내 어깨를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나는 뒤쪽으로 고개를 틀었다.
“아, 얘들아.”
그리고 나는 이 불편한 자리에서 날 끄집어내줄 녀석들이 웃는 표정으로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팔용사들에게는 친구들과 따로 앉는다 하고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접시에 음식을 담은 뒤, 뷔페와 별개로 테이블에 하나씩 올려주는 안심 스테이크를 받고 웨이터가 나눠주고 있는 주스를 하나씩 들었다.
“역대영웅이 된 대용쓰를 축하하며! 건배!”
– 건배!
그리고 우리는 이상은을 따라 건배를 외치며 잔을 부딪쳤다.
주변 어른들은 뭔가 귀여운 자식들은 보는 것 같은 눈빛으로 우리를 쳐다보는 것 같았지만, 이 녀석들은 그런 시선을 딱히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