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195
“아, 대용쓰가 이제 세계적인 영웅이 되어버렸구나~. 이 누나 구해주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너무 커버렸으~.”
이상은은 뭔가 허심탄회하다는 듯 그렇게 말했고 다른 녀석들은 동의하는지 고개를 주억거렸다.
“흥. 언젠간 나한테 역전당할 거지만 지금은 인정해줄게.”
“오~. 재뷘이~. 대용이한테 라이벌 의식 불태우는 거야?”
“아니야!”
놀리듯이 말하면서 황재빈의 볼을 꼬집는 이상은이나, 정석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황재빈이나 아주 일품이구먼.
근데 황재빈….
네 캐릭터는 어째 여자한테 더 어울릴 것 같은데.
원작에서는 독기가 바짝 올라있던 녀석이 어째서 이런 꼴이 되어버린 거야?
어째 성격이 점점 남자 백설이 되어가는 것 같아서 좀 그러네….
“얘들아! 우리 연회 끝나고 뒤풀이 갈 거야?”
그렇게 내 개입으로 인해 여성스럽게(?) 변해버린 황재빈에게 마음속으로만 사과하던 그때, 윤희진이 해맑게 물었다.
“그건 오늘의 주인공인 대용쓰가 결정해야지!”
그리고 이상은은 내게 전권을 넘겼다.
사실 맘 같아선 어서 숙소 가서 발 뻗고 좀 쉬다가, 훈련이나 가고 싶은데 이 녀석들 눈빛이 ‘당연히 가자고 하겠지.’라는 말이 담겨있는 것 같아서 거절하기도 좀 그랬다.
“그러던가.”
“좋아좋아! 그럼 오늘 볼링 노래방 저녁까지 풀코스로 가자!”
“그래! 이런 날이 또 어딨겠어! 저녁은 치킨 어때?”
젠장. 그냥 뒤풀이는 없는 걸로 할까?
근데 알리사가 좋다고 손뼉 치는 거 보니까 갑자기 말 바꾸기도 좀 그러네….
“이대로 바깥에 나가면 기자들이 붙을 수 있으니까 조용히 나갈 수 있는 방법 알아볼게! 우리 언니가 그런 건 또 잘 알고 있걸랑~.”
“올! 역시 상은이~.”
그래. 가끔은 쉬는 날도 있긴 해야지.
쉴 수 있을 땐 잘 쉬어두는 것도 분명 내게 좋을 것이다.
이제부터 종말을 막기 위한 여정을 준비하기 위한, 바쁜 나날이 시작될 테니까.
Episode.91 : 부담감 (2)
이 평화로운 일상이 계속되면 좋겠지만, 마냥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다.
종말의 사자의 말대로라면, 늦어도 3년 안에 종말이 시작된다.
어쩌면 그전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그들이 ‘진짜’ 종말의 사자라는 가정 하에서지만, 대용위키가 읽어내지 못한다는 부분과 최유성과 똑같은 놈이 종말의 사자를 자처하던 것 때문에 진짜일 확률이 아주 높았다.
“대용쓰 표정이 왜 그래?”
“그냥 생각할 게 좀 있어서.”
쉬고 있는 지금조차도 이런 걸 신경 써야 한다는 게 조금 예민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긴장을 늦출 순 없다.
또 언제, 어디서 종말의 사자 같은 놈들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일이니까.
“슬슬 일어날까?”
아무튼 우리는 이상은의 언니인 ‘신궁’ 이상아와 주최 측의 배려로 인지를 저하시키는 아티팩트를 착용하고 나가기로 했다.
마침 밥도 다 먹었겠다, 모두 다 같이 일어나 우선 이상은의 언니가 앉아있는 팔용사들의 테이블 쪽으로 다가갔다.
“언니~.”
“…상은아.”
어느새 팔용사의 테이블 쪽에는 일곱 사람이 앉아있었다.
다만 분위기는 아까 나를 사이에 두고 싸울 때보다 훨씬 더 살벌했다.
그 이성적인 알프레드가 라이너스와 눈싸움을 하는 모습이 보였고, 다른 이들의 표정도 그다지 좋지 못했다.
“하, 하하! 타이밍이 조금 안 좋았나….”
눈치가 빠른 이상은은 금방 그 무거운 분위기를 감지해내고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그에 이상아는 괜찮다는 듯 미소를 흘리며 답했다.
“괜찮아. 지금 나갈 거니?”
“그럴 생각이었는데…. 정 지금 줄 수 없으면 조금 더 여기 있다가 나갈 테니까 이따가 줘도 돼!”
“…아냐. 지금 줄게. 조금만 기다리렴.”
이상아는 자리에서 곁에 앉아있던 황재은의 귀에 대고 뭐라 말했다.
그 순간, 황재은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갑자기 나를 쳐다보았다.
“강대용 생도. 나가기 전에 다른 분들께 얼굴 한 번씩 비추고 가시지요.”
“예…? 저, 이유를 여쭤볼 수 있을까요?”
이유는 대강 알 것 같긴 하지만 확실한 게 좋으니까 굳이 물었다.
살짝 무례할 수도 있는 질문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황재은은 희미한 미소를 흘렸다.
“기본적인 예의이기도 하고, 이럴 때 세계적인 인사 분들과 접점을 만들어놓는 편이 강대용 생도에게도 좋을 테니까요.”
“…예. 알겠습니다.”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오늘의 주인공은 사실상 나인데, 내가 그냥 갑자기 말도 없이 나가버리면 다들 당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폭식의 마신(魔神) 흑염룡이 역시 인간의 삶은 피곤하다며 빈정거립니다!]물론 흑염룡의 말대로 괜히 부담스럽고 번거로운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황재은이 나를 생각하는 듯 저렇게 말해주는데 괜히 그냥 박차고 나가는 것도 좋지 않을 것 같았다.
“다른 분들의 소개는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아리아 길드장, 이 정도는 괜찮겠지요?”
“…흥. 그러시던가요.”
그렇게 나는 영빈관을 나가기 전에 황재은을 따라다니며 다른 사람들에게 인사를 돌렸다.
“브로!”
“…몸은 좀 괜찮냐?”
“아임 파인!”
그러던 중 나와 마찬가지로 훈장을 받은 베디비어와 마주치기도 했다.
“한국은 또 한 번 놀러 올게! 씨유 레이럴~.”
“어.”
황재은은 나를 배려하듯 내가 베디비어랑 몇 마디 나누는 것을 기다려주었고 대화가 끝나자마자 다른 사람 쪽으로 날 데려갔다.
“안녕하세요 강대용 생도!”
“역대영웅훈장 축하드립니다!”
걸음을 디딜 때마다 어떤 이들이건 나와 한 번씩 형식상의 인사라도 나누려 했고, 슬며시 명함을 건네는 이들도 있었다.
“이분은 한국영웅협회의….”
그런 이들을 황재은이 차근차근 소개시켜주었다.
물론 그 중에는 황재은이 아까 말한 ‘소개시켜주고 싶은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었는지 묘하게 설명이 길어지는 경우도 있었다.
도대체 내가 뭐라고 이렇게까지 해주는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아주 열심이었다.
“앞으로 큰 영웅으로 성장해주길 바랍니다.”
“…예.”
그리고 드디어 마지막.
대통령만큼이나 부담되는 ‘세계영웅협회(WHA)’의 회장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뭔가 줄임말이 묘하게 SHA랑 비슷한 이 협회는, 이 세계에서 UN 정도의 위상을 가진 국제 연합이라고 보면 된다.
그 협회의 회장이 한국말로 저렇게 말하니까 뭔가 마음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훈장수여식에서 이미 한 번 마주했던 얼굴이었기에 다른 이들보단 마주하기 편했다.
“이제 끝난 건가요?”
“예. 아마 이제 연회장에서 나가도 뭐라 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어쨌거나 이걸로 진짜 끝이다.
조금 피곤한 일정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그래도 오늘 가장 큰 일정이 끝났으니 조금은 편안해질 수 있을 거다.
***
“후아~.”
오후 아홉 시 반.
연회와 뒤풀이를 무사히 끝낸 나는 임모르탈리스로 돌아오자마자 내 방 침대에 엎어졌다.
[폭식의 마신(魔神) 흑염룡이 목이 안 쉰 게 용하다고 말합니다!]녀석들의 에너지가 어찌나 넘치는지 무려 4시간 동안이나 노래방에서 내질렀다.
나도 그 분위기에 휩쓸려서 신나게 노래를 불렀고, 노래를 자주 안 부르는 최유성도 오늘만큼은 녀석들과 어울려주었다.
[폭식의 마신(魔神) 흑염룡이 왕비의 환생은 이제 노래도 나름 잘 부른다고 당신에게 말합니다!]“어, 그렇더라.”
진짜 놀라웠던 건, 황재빈과 알리사의 노래 실력이 괜찮았다는 것이다.
남몰래 노래 연습은 한 것인지는 몰라도 절대 음치라고는 할 수 없는 실력이었다.
물론 여전히 다른 녀석들에 비해선 많이 달렸지만, 장족의 발전이라 볼 수 있었다.
[폭식의 마신(魔神) 흑염룡이 그것보다도 100일 선물은 방에 잘 숨겨두었냐고 당신에게 묻습니다!]“어차피 아직은 각방 쓰고 있으니까 안 숨겨도 상관은 없어.”
[폭식의 마신(魔神) 흑염룡이 그녀가 네놈의 방에 마음대로 들어올 수도 있지 않느냐고 불안해합니다!]“…리사가 그 정도로 도덕관념이 마비되진 않았어.”
물론 노래 실력이 증진했다는 게 그다지 중요한 사실은 아니니까 그러려니 하고.
이제 100일 이벤트와 종말의 사자에 관한 거나 좀 생각해보자.
[오하와]우선 나는 가장 급한 종말의 사자 건부터 전문가와 협의하기로 했다.
물론 내 방 안에 도청 장치 설치나 도청마법이 걸려있지 않다는 건 꼼꼼히 확인해놓았다.
– 여보세요?
“나야.”
그리고 그런 내 수고에 화답하듯 오하와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
– 종말의 사자 이야기 말이지?
“…어.”
그녀의 목소리는 가라앉아 있었다.
아마도 그녀에게 있어서도 그다지 유쾌한 소식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무튼 그녀와도 황투희와 나눈 대화와 비슷한 대화를 나누었다.
물론 황투희와 달리 오하와는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 같았다.
– 최유성과 똑같이 생긴 개체에 관한 건 나도 몰라.
“…그래?”
하지만 오하와조차 최유성과 똑같이 생긴 종말의 사자에 관한 것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했다.
나는 그 사실에 조금 당황했지만, 아무렴 어떠냐는 생각으로 가볍게 넘기기로 했다.
– 당연한 얘기지만, 하루라도 빨리 아즈모데랑 마몬을 막아야 할 것 같아. 놈들은 명백히 이 세계에서 지켜야 할 선을 넘었어.
“근데 내가 아직은 녀석들을 쓰러뜨릴 수준이 안 되잖아.”
– 응. 그래도 금방 그 녀석을 꺾을 수준으로 네가 강해질 수 있을 거야.
“그러냐.”
하지만 원흉들이 그대로 활개 치게 둘 순 없는 법이다.
그래서 종말의 막는 여정의 첫 번째 목표는 아즈모데와 마몬 소탕으로 결정됐다.
그들이 또 무슨 계획을 짤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오하와의 말대로 최대한 빨리 제거해야한다.
– 최근, 아즈모데는 밤마다 신도들을, 특히나 남자들을 잔뜩 먹어 치우면서 힘을 불리고 있는 모양이야. 그로 인해 신세계교의 인원들이 현저히 줄어들었어.
“…그 사실은 어떻게 안 거야?”
– 벨이 위장잠입을 했어. 여자로 변신해서 말이야.
그러기 위해선 정보가 중요한데, 그 정보의 제공은 변신의 대가인 벨이 수고해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즈모데가 보통으로 눈치가 빠른 게 아니기에 불안요소가 있었지만 벨도 워낙 실력자이기 때문에 일단 믿어볼 수밖에 없었다.
– 그리고 아즈모데는, 아무래도 잉태(孕胎)할 생각인 것 같아.
“…뭐?”
– 아마 인간의 몸으로 악마를 품을 수 있는지 실험하는 듯해. 그 녀석은 언제나 그런 놈이었으니까 이제 놀랍지도 않아.
아무튼 아즈모데에 관한 정보는 조금 경악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또라이인 건 알았지만, 역겹다고 느낄 정도로 기행의 강도가 심했다.
“마몬은?”
– 평소에는 훈련만 하고 특이한 움직임은 없다고 해. 아즈모데처럼 인간을 잡아먹는 건 아니니까 쓰러뜨리는 건 이쪽이 더 쉽다고 봐도 될 것 같아.
“…그건 좀 좋은 소식이네.”
그런 아즈모데와 달리, 마몬은 탐욕이라는 대죄를 원동력으로 삼는 놈답지 않게 지나치게 무미건조하고 묵묵한 듯했다.
흑염룡의 기억을 조금 되짚어 봐도 당최 무슨 목적으로 사람을 죽이는지, 종말을 바라는지 알 수 없는 놈이었다.
– 아! 그리고 또 하나 좋은 소식인데.
“뭔데?”
마몬에 대해서 그런 평가를 내리고 있던 그때, 오하와가 갑자기 목소리 톤을 높였다.
– 네 아티팩트 중 하나인 ‘죽음의 창’이 어디 있는지 찾았어.
“…그걸 찾았다고?”
그리고 나는, 그녀가 말해주는 소식을 듣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알리사가 내 아티팩트를 들면 원작보다 훨씬 빠르게, 그리고 강하게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어디에 있는데?”
죽음의 창, 롱고미니아드.
내가 모드레드를 처형할 때 사용했던, 암 속성 마나에 짙게 물든 엑스트라 아티팩트.
롱고미니아드는 알리사와 속성도 찰떡궁합이고 부여된 능력도 강력하다.
그러니 다시 가져온다면, 내가 사용하지 않아서 먼지가 쌓이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었다.
***
한편, 알리사의 방.
알리사는 침대에서 뒹굴 거리면서 스마트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오늘 하루 종일 찍은 사진들을 확인하는 중이었다.
“잘 나왔네~.”
우선 강대용과 같이 오늘 연회장에서 찍은 커플 사진.
자신도 강대용도 잘 꾸며서 그런지 인생샷이 하나 나온 것 같았다.
‘아, 이 사진 보니까 벌써부터 대용이 보고 싶다.’
알리사는 그런 생각을 하며 사진을 휙휙 넘겼다.
‘아, 백설기는 기껏 떨어뜨려 놨더니 슬그머니 대용이 곁으로 붙었네. 희진이도 백설기 바로 옆에 붙었고. 참….’
그러다가 친구들과 같이 찍은 사진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이 사진에 나온 두 사람은 알리사에게 있어서 살짝 불편한 사람이긴 하지만, 그래도 죽은 친구들만큼이나 이젠 그녀에게 소중한 친구들이 되어가고 있었다.
‘다른 남자들도 많은데 왜 대용이를 그렇게 좋아하는 걸까?’
물론 알리사는 이들보다는 강대용이 훨씬 소중했다.
이들이 혹시라도 강대용을 탐내어 그를 꾀어내려 한다면, 알리사는 강경 대응을 할 생각이었다.
‘…이 두 사람이 대용이만 안 좋아했으면 더 허물없이 지낼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알리사는 마음 한편으로는 이렇게 생각했다.
‘많이 아쉽네.’
윤희진은 더없이 순수하고 착한 친구다.
지금까지 만난 그 어떤 사람 중에서도 가장 때가 안 묻은, 깨끗한 사람이다.
어떤 이들하고든 두루두루 잘 지내는 그녀를 보며, 항상 배울 점이 많다고 느끼기도 했다.
백설은 타인을 시샘, 폄훼하고 말을 함부로 하는 악녀라고 평가했었다.
그러나 점차 날이 지나갈수록 그녀에게도 뭔가 아픔이 있고, 그래도 할 때는 제대로 하는 강단 있는 사람으로 평가가 바뀌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어쩔 때는 자신보다 뛰어난 부분을 보이기도 했고.
‘하지만….’
두 사람은 알리사에게 있어서 어떤 방향으로든 영향을 주었다.
그 영향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고, 아마도 그녀들과 가까이 지내는 한 아마도 그 영향은 지속될 것이었다.
그리고 그 영향은 알리사를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시켜줄 거름이 되어줄 터였다.
‘너희들한테 대용이를 줄 순 없어.’
그렇다 해도, 절대로 지금 이상으로 가까워질 수 없었다.
자신이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사랑하는 사람.
그 사람을 윤희진과 백설도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결국 이 이상으로 더 친해질 수 없었다.
우웅─.
알리사가 그런 진지한 상념에 잠겨있던 그때.
갑자기 사진 위에 코톡 메시지가 떠올랐다.
여자 톡방에 올라온 메시지였다.
[희진이] – 얘들아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라는 한국의 속담을 이런 상황에서 써야 하나?
알리사는 조금 당황한 채로 위에 떠오른 코톡을 터치하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