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200
“응? 아니아니! 딱히 그런 거 없는데?”
“······.”
나는 조금 신경 쓰여서 녀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윤희진은 손사래를 치며 어색한 웃음을 흘렸고 백설은 여전히 굳은 표정을 하고서 내 시선을 피하고 있었다.
···뭔데 도대체.
“사모의 오빠라는 사람이 사부를 찾고 있었다!”
그때, 그런 의문을 한 번에 날려주는 시원한 대답이 최성아로부터 들려왔다.
백설과 윤희진은 동시에 최성아를 노려보았다.
“성아야!”
“그걸 왜 말하는데!”
“응? 당연히 사실대로 말해주는 게 맞지 않나?”
나는 그제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강 눈치 챘다.
“···좋은 용건으로 날 찾아온 게 아니었나보네.”
“······.”
내가 그렇게 말하자, 백설과 윤희진의 말문이 턱 막혔다.
물론 그녀들이 굳이 입을 열지 않아도, 나는 알리사가 나간 것만으로도 썩 유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쯤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왜 그걸 숨기려고 그래. 그냥 솔직하게 말하지.”
“미안···. 우린 그냥 네가 리사 올 때까지는 편안히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랬어.”
“···과한 배려야.”
아무튼 나 때문에 괜히 파자마 파티 분위기가 망한 것 같아서 좀 그렇다.
동시에 조금이라도 빨리 알리사를 다시 데려온 다음에 내가 알프레드와 같이 빠져주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알리사 현재 위치.’
그래서 나는 대용위키로 알리사가 어디 있는지를 추적시키려고 했다.
삐리릭~.
“응?”
하지만 그 순간.
문을 여는 소리와 함께 알리사가 돌아왔다.
Episode.93 : 각자의 사랑 (2)
알리사가 돌아온 순간.
우리는 그녀의 표정을 보고 조용해질 수밖에 없었다.
“왔어 대용아?”
“리사야….”
딱 봐도 기분이 좋아 보이진 않았다.
역시 알프레드와 그다지 좋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눈 것은 아닌 듯했다.
“나 때문에 대마도사님이랑 얘기하고 왔다면서. 괜찮아?”
“하하. 응. 괜찮아.”
하나도 안 괜찮아 보이지만 굳이 딴죽을 걸지도, 무슨 얘기를 하고 왔는지도 묻지 않았다.
나와 관련된 일 때문에 무거운 얘기를 하고 온 사람에게 그러고 싶진 않았다.
심지어 파자마 파티를 하고 있는 도중에 다녀온 것이니, 어쩐지 내가 사과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저, 리사야….”
“대용아. 조금 미안한 얘긴데.”
“응?”
그래서 ‘고맙고 미안하다’라는 말을 짤막하게 하려는데, 알리사는 뭔가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
“혹시 지금 시간 내줄 수 있어?”
나는 알리사의 말뜻을 단번에 알아챘다.
알프레드가 내게 하려고 했던 이야기는 결국 내 얼굴을 직접 보고 얘기해야 하는 것이라고.
또한 얘기를 하는 것이 반드시 지금이어야 한다는 것을.
“어. 형…, 대마도사님 집무실로 가면 되는 거지?”
“응응. 조금 피곤해도 부탁할게.”
“당연히 가야지. 네가 일부러 대신 얘기도 나누고 와줬는데.”
그래서 나는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바로 올라가기로 했다.
이 이상으로 파자마 파티의 분위기를 흐리기도 싫었고, 알프레드가 내게 할 이야기도 궁금했으니까.
“다녀올게. 그리고…. 번거롭게 해서 미안해.”
“아냐. 난 괜찮으니까 어서 가 봐.”
“응. 내일 보자.”
나는 알리사에게 짤막하게 인사를 한 다음 방을 나서기 위해 다시 신발을 신었다.
***
나는 바로 알프레드의 집무실로 올라왔다.
“형님, 저 왔습니다.”
“…왔구나.”
알프레드는 안경을 낀 채로 여러 문서를 처리하는 중이었다.
…아마도 저 문서 중에서는 ‘만마전 게이트’와 관련된 문서도 분명 있겠지.
그런 생각이 드니 한 번 보고 싶구먼.
그 계획의 진전이 어디까지 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무슨 일이십니까?”
하지만 당연히 보는 것을 허락할 리가 없으니 나는 알프레드가 내게 할 이야기나 듣기로 했다.
“지금 당장 나와 같이 가봐야 할 곳이 있다.”
내 물음에 알프레드는 안경을 벗고서 그렇게 말했다.
당연히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네?”
“거부는 하지 말도록. 너한테는 매우 중요한 일일 테니까.”
설명도 안 해주고 다짜고짜 어딜 가자고 하다니.
이거 조금 수상하긴 한데, 그래도 표정을 보아하니 나한테 위해를 가하거나 그런 건 아닐 것 같다.
아니, 애초에 내가 마신인 걸 들킬 염려는 없다고 했으니 그런 일은 없겠지만….
“어딜 가는지만 여쭤볼 수 있겠습니까?”
“그래.”
그래도 행선지 정도는 알아야겠다.
다행히 알프레드는 흔쾌히 내게 그 답을 알려줄 듯했다.
“지하로 간다.”
“…지하요?”
그리고 나는 마음속으로부터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안감을 느꼈다.
지하. 지하에서는 그 녀석이 치료를 받고 있다.
알프레드는 하필 이런 늦은 밤에 지하에 가자고 한다.
심지어 정확한 설명 하나 없이 말이다.
“위독…. 한 겁니까.”
“…….”
내 물음에 알프레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고 우두커니 서서 날 바라보기만 했다.
그 반응만으로 충분했다.
나는 지금 알프레드가 무슨 이유로 날 데려가려는지 알 것 같았다.
“따라오도록.”
“…네.”
알프레드는 죽은 이후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죽음에 민감하며, ‘한 번 주어진 삶은 치열하게 살아야 한다.’라는 말을 자신의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
이런 가치관은 자신의 아버지이자 십이영웅인 ‘아놀드 폰 그라이펜’의 사후에 더욱 굳혀졌고, 지금의 알프레드라는 인간을 만들게 되었다.
그래서 보통이라면 솔직하게 말해줄 수 있는, ‘한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 있다’라는 이야기를 내게 쉽사리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는 남의 죽음을 함부로 말하는 것 자체를 싫어하니까.
[내려갑니다. 1층. 문이 닫힙니다.]엘리베이터에 탑승하면서, 나는 생각했다.
죽어가는 그녀를 보면서 나는 어떤 표정을 지어줘야 하는 걸까.
무슨 말을 해줘야 하는 걸까.
“…표정을 보니 이미 무슨 일인지 짐작한 것 같구나.”
그런 상념에 빠져있던 그때.
알프레드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자신의 추측을 말했다.
“…네.”
“미안하구나. 내가 이런 이야기를 솔직하게 할 수 없는 사람이라서.”
“괜찮습니다.”
몇 번 대화가 오간 후에는 적막이 흘렀다.
엘리베이터는 곧 1층에 도착했고, 우리는 관계자만 탑승할 수 있는 지하로 가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그와 동시에 알프레드가 닫혔던 입을 다시 열었다.
“리사에게는 솔직하게 말했단다.”
“…….”
“실은 말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리사가 너를 무척이나 걱정해서 말해줄 수밖에 없었다. 이 점은 사과하마.”
“계속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알프레드는 이런 상황에서는 약해지는 사람이다.
평소에는 냉철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지만, 자신의 가족이나 죽음 앞에서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그렇기에 내게 반복해서 사과하는 것이다.
딱히 그에겐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도 말이다.
띵─.
알프레드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곧 그녀가 치료를 받고 있는 층에 도착했다.
나와 알프레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녀가 있는 방으로 걸어갔다.
걸음걸이는 무거웠고 우리가 나아가는 속도는 느렸다.
“들어가거라.”
그런데도 거리가 가까워서 금방 도착한 나는, 유리벽 너머에 누워있는 검은 머리의 여인을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곤 어깨가 저절로 떨려왔다.
“…야.”
미래의 백설은 죽음을 목전에 두고 서서히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눈을 감고 있는 그녀의 표정은 편안했다.
“며칠 동안 위독하더니 우리가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얼굴의 형태가 망가졌다. 이 모습을 네게 보여주는 것 자체가 좀 껄끄러웠지만…. 그래도 마지막이니 곁에 같이 있어 주어라.”
그런데 내 옆에 서 있는 알프레드가 이상한 소리를 했다.
누가 봐도 백설과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는데 얼굴이 망가졌다니.
혹시 다른 사람의 눈에는 백설이 다른 모습으로 보이는 걸까.
“으음….”
그것에 의문을 느끼며 백설을 바라보고 있는데, 백설이 서서히 눈을 떴다.
붉게 물들였던 눈동자는 텅 빈 회색으로 변해있었다.
“일어났냐.”
“…….”
나는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며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백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게 눈길을 보내며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을 뿐이었다.
“잠시 나가주시겠습니까….”
나는 알프레드에게 그렇게 말했다. 알프레드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병실에서 나갔다.
“오랜만에 보는데 왜 이러고 있냐. 아직 10월인데.”
“…….”
“올해 말까지는 버틸 수 있다면서.”
나는 그녀를 추궁하듯 말했다.
지금 내 표정이 어떤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백설은 여전히 날 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미, 안해….”
“…너!”
게다가 말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백설은 멀쩡하게 말하기까지 했다.
그에 나는 정말로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더, 버티고 싶었어…. 근데…. 내 마음대로 안 되더라….”
“…….”
“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결말에 도달하는 널 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녀의 힘없는 목소리를 듣고 저절로 미간 찌푸려졌다.
백설은 여전히 웃고 있지만, 내게는 웃는 표정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만 말해라. 가뜩이나 힘든데 힘쓰면 안 되잖아.”
“…응.”
“내가 하는 얘기나 들어.”
그렇기에 나는 그녀가 힘겹게 말하는 모습도, 웃는 모습도 보고 싶지 않았다.
나는 시선을 일부러 정면에다가 둔 채, 그녀를 보지 않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최근에 아티팩트를 얻었어. 덕분에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고, 그걸로 학교의 사람들을 구하고 신세계교의 수장인 요한을 무찔렀지.”
내가 겪은 것을 빠르게 말한다.
아마도 이 백설은 알고 있을 모든 이야기를.
“오늘은 여자애들끼리 파자마 파티를 하고 있었어. 백설이랑 알리사가 사이가 꽤 좋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더라.”
그러다가 오늘 있던 이야기까지 금방 도달했다.
백설이 떠나기 전에 모든 이야기를 들려줄 생각으로 핵심만 말하다보니 이렇게 된 것이었다.
“그렇구나….”
그런데 미래의 백설은 파자마 파티를 한다는 말에 의미심장한 표정을 만들었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뭐 이상한 거 있어?”
“응…. 그 정도로 사이가 좋나 싶어서….”
“그래?”
아무래도 이 백설은 알리사와 쭉 사이가 안 좋았던 모양이다.
그러니 파자마파티 같은 건 애초에 하지도 않았을 거고, 표정이 이렇게 변한 것일 테지.
[강대용.]그렇게 추측하고 있는데, 갑자기 내 머릿속에서 백설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텔레파시였다.
‘왜.’
아무래도 세어나가면 곤란한 이야기라서 일부러 힘을 쥐어짜는 것일 터다.
그렇기에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신경을 집중했다.
[전에 말했다시피, 내 힘은 계속 백설에게 전달했어. 더불어 내가 가진 기억의 일부분도 한 줌에 불과하지만 계승됐지.]‘어, 그렇지.’
[그런데 내가 더 버티지 못하게 됐으니, 아마 그 힘은 불안정할 거야. 내 기억은 꿈으로 착각할 정도로만 전달될 거고.]떨리던 목소리와 달리 또박또박 자신의 이야기를 전달한다.
하지만 텔레파시가 전달될수록, 안 그래도 창백했던 그녀의 혈색이 점차 더 하얗게 질러가기 시작하는 게 뚜렷이 보였다.
[그렇다 해도…. 백설은 끝내 찾아낼 거야. 내가 살던 미래에서 너와 함께하던 기억을. 그러니까 지금 이 세계에서 사이가 좋은 알리사와도 척을 치게 될지 몰라.]‘…왜?’
내 물음에 그녀는 싱긋 미소 지었다.
[내가 살던 미래에서, 알리사는 마지막 관문에서 널 빼앗아갔거든.]‘…그게 무슨 소리야.’
[사실 너는 나랑 결혼을 약속했던 사이였어.]‘뭐?’
저번에는 알 수 없었던 이야기들이 그녀가 죽음을 앞둔 이 순간에서야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런데 너는, 대마신에게로 가는 문턱 앞에서 내가 아니라 알리사를 데리고 들어갔어.] [나는 그게 이해가 되지 않았어. 왜 끝까지 함께 하겠다던 나를 버리고 걔를 택했는지. 지금도 그 이유를 모르겠어.] [아무튼 넌 대마신을 막지 못했나봐. 세계는 멸망했고 지구는 평범한 생명체가 살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지. 살아남은 건 너에게서 힘을 받은 사람들뿐이었어.]백설은 내게 모든 이야기를 전할 기세로 빠르게 텔레파시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