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205
‘너무 역겹다···!’
촤라라락─!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곤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한다.
절대로 믿고 싶지 않은, 잔혹한 결론에.
“남은 용들을 정리하고, 모두 뒤로 물러나십시오. 차단막 유지에만 신경써주시면 됩니다.”
– 넵!!!
그러나 그런 결론에 도달했음에도, 알프레드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상황을 통제했다.
슉─!
그다음 텔레포트를 사용하여 곧장 아리아의 후방으로 도약했다.
그 순간 검은 갑옷 사이로 보이는 보라색 눈동자와 눈이 마주쳤지만, 알프레드는 여전히 이성을 유지했다.
“정신 차려.”
그는 침착하게 아리아의 상태부터 고쳤다.
대상의 정신을 빠르게 정상적으로 되돌릴 수 있는 마법, ‘어웨이크’를 사용한 것이다.
파직!
“악!”
아리아는 짤막한 비명을 지르고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끈질기게 적의 창을 밀어대던 아리아의 낫이 옆으로 밀렸고, 아리아는 창에 찔릴 위기에 처했다.
슉!
물론 알프레드는 다 생각이 있었다.
그는 휘청거리던 아리아를 품에 안은 채로 후방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으···.”
“정신이 좀 들어?”
‘마법’으로 분류되는 기술사용이 숨 쉬는 것보다도 쉬운 알프레드에게는, 간단한 기술에 영창 따위 필요 없었다.
보통의 마법사들에겐 아주 어려운 기술인 텔레포트조차, 알프레드에겐 ‘간단한 기술’에 불과했다.
“아, 알프···.”
“정신 차렸으면 됐어.”
그렇기에 텔레포트로 조금 거리를 벌린 뒤엔, 아리아의 상태를 확인할 정도로 여유가 있었다.
그는 아리아가 괜찮은 것을 확인한 후엔 바로 공격과 방어에 사용할 마법들을 캐스팅했다.
파지지직─!
화아아─!
오른손에는 암 속성으로 전기 속성의 최상급 마법을 구현하는 [다크 라이트닝]을.
왼손에는 암 속성으로 화염 속성의 최상급 마법을 구현하는 [다크 인페르노]를.
그는 영창조차 하지 않고, 단 몇 초 만에 그 마법들의 준비를 마쳐놓았다.
하지만 바로 적에게 쏘진 않았다.
적이 자신에게 다가오려고 할 때, 기술을 피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워졌을 때 하나씩 박아 넣을 생각이었다.
“역시 훨씬 더 강해졌구나.”
“······.”
그때, 알프레드의 모습을 지켜보던 검은 갑옷의 남자는 즐거운 듯 말했다.
줄곧 평정을 유지하던 알프레드의 얼굴에 커다란 주름이 생겼다.
“알프···!”
“안 말해도 알고 있어.”
이성을 되찾은 아리아는 알프레드에게 어떤 말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아리아가 할 말을 어렴풋이 예상하고 있었기에 그녀의 말을 잘랐다.
콰아아아─!
알프레드는 주변을 침식시키는 강대한 암 속성의 마나를 내뿜었다.
그 힘이 어찌나 강력한지, 같은 팔용사인 아리아가 침을 꿀꺽 삼킬 정도였다.
‘오랜만에 알프레드가 전력을 다하는 모습을 볼 수 있겠구나···’
아리아는 알프레드가 지는 모습이 잘 상상되지 않았다.
다만 그녀는 조금 불안했다.
역겨운 마기를 품고서, 자신들과 같은 마나를 흘리고 있는 저 검은 갑옷.
저 자는 마계대침식에서 목숨을 잃고 시체조차 찾지 못했던, ‘그 사람’일 확률이 높았으니까.
“사실 그때 너와 회포를 풀었어야 했는데 오늘까지 미뤄졌구나.”
“···당신과 회포를 풀 생각 따위 없습니다.”
“매정하구나. 이제 클 만큼 컸다는 거냐?”
검은 갑옷에게서 걸걸한 중년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리아는 얼굴을 찡그리고 탄식을 흘렸다.
목소리마저, 그 때 당시와 바뀌지 않았으니까.
“네가 그런 말을 할 만한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
아리아가 그런 반응을 한 만큼 알프레드 또한 가시 돋친 대답을 뱉었다.
사실 알프레드는 대화조차 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 남아있던 티끌 같은 ‘그리움’이, 그의 입을 움직이고 있었다.
“큭큭···. 그럼. 당연히 자격이 있지.”
하나, 알프레드는 그 그리움이 하등 쓸모없는 감정인 것을 알고 있다.
자격이 있다고 말하는 뻔뻔함.
저 남자는 그 시절에서 전혀 변하지 않았다.
그걸 반증하듯, 검은 갑옷의 사내는 쓰고 있던 투구를 땅으로 내던졌다.
텅!
투구가 벗겨지고, 사내의 맨 얼굴이 드러난다.
머리카락의 색깔은 얼핏 보면 하얗게 샌 것처럼 보이지만 엄연한 은발이었다.
눈동자의 색깔은 아까 알프레드가 봤듯이 보라색이다.
“내가···.”
은발과 자수정 눈동자.
그것은 독일에서 악마사냥꾼으로 위명을 떨친 명문 가, ‘그라이펜’의 상징.
그리고 지금 런던에 나타난, 알프레드의 앞에서 투구를 벗어던진 남자는─.
“너희들의 아비인데.”
전(前) 그라이펜 가주이자, 십이영웅 중 한 사람.
아놀드 폰 그라이펜이었다.
악마에게 몸을 빼앗긴 것도 아닌, 엄연히 본인이었다.
“네놈 같은 아비를 둔 기억은 없다.”
알프레드는 SHA 강습 사건 때부터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
어쩌면 가까운 시일 내에, 악과 결탁한 아버지와 맞닥뜨릴 것을.
그게 오늘이 될 줄은 몰랐지만, 아무튼 알프레드의 머릿속엔 단 한 가지의 생각밖에 없었다.
‘반드시 죽인다.’
그라이펜의 철칙.
악마와 결탁한 자는 죽인다.
“그래? 그럼 지금 버젓이 살아있는 너희들은 뭐지?”
“······.”
아놀드 폰 그라이펜은 악마와 결탁하여 마기를 손에 넣었다.
그러니 설령 과거엔 평화를 위해 싸웠던 영웅일지라도, 그라이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사람이라도, 자신의 아버지라고 할지라도.
그저 목을 베어내 척결할 뿐이다.
쿠르릉─!
더 이상의 대화는 없다.
알프레드는 먼저 들어올 생각 없이 계속 자신을 도발하는 아버지에게 [다크 라이트닝]을 사용했다.
그러자 알프레드의 손과 허공에서, 커다란 굉음이 울려 퍼지며 검은 번개가 쏘아졌다.
파지지직!!!
검은 번개는 아놀드를 직격했다.
“···후후.”
알프레드의 다크 라이트닝은 S급의 마물들도 튀김 튀기듯 튀겨버린다.
그러나 공격을 받아낸 아놀드는 가소롭다는 듯 웃고 있었다.
“공격에 망설임이 묻어있구나, 아들아.”
“······.”
아놀드는 여유롭게 말하며 알프레드 쪽으로 발을 내딛기 시작했다.
“그라이펜은 악마와 결탁한 자를 무조건 죽여야만 하지. 설령 그게 친구나, 연인, 가족이라 할 지라도 말이야.”
그는 쉴 새 없이 입을 놀렸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알프레드는 이번엔 [다크 인페르노]를 정면으로 뿜었다.
콰아아아아─!
공기와 사물을 녹여버리는 검은 화염이 뻗어 나간다. 그리고 역시나 S급 마물들을 구워버리는 위력을 가진 마법이기도 하다.
“무르다, 너무 무르다 아들아.”
하지만 이번에도 아놀드는 너무나 손쉽게 마법을 타파했다.
단지 창을 앞으로 가볍게 휘두르는 것으로.
“내가 널 이렇게 약하게 키운 적이 없거늘.”
“······.”
결국 아놀드는 알프레드 코앞에 도달하는 것에 성공했다.
그는 히죽 웃으며 알프레드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대화를 좀 나누는 게 어떻겠느냐? 아무래도 조언이 좀 필요할 듯하니···.”
“닥쳐라.”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는 아리아는 자신이 느끼던 불안감인 무엇인지 알았다.
알프레드는 분명 전력을 다할 듯 마나를 내뿜고 있지만, 그의 마음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안 되겠어···.”
아리아는 알고 있다.
알프레드가 아버지의 죽음을 누구보다 슬퍼했다는 것을.
“딸아, 너도 이리로 오거라. 오랜만에 가족 간에 이야기를 나눠 보자구나.”
“···지랄하지 마. 이 더러운 새끼야.”
“허허. 우리 딸이 입이 많이 험해졌구나.”
비겁한 아놀드는 알프레드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알프레드에게 모든 것을 지원했으며, 알프레드가 원하는 건 뭐든 들어준 사람.
하지만 엄할 땐 엄했던 인생의 교육자.
그게 바로 아놀드 폰 그라이펜이라는 사람이었으니까.
‘무슨 꿍꿍이지···?’
아리아는 고민에 빠졌다.
그녀는 아놀드가 아주 영악한 인간이라는 사실인 것도 알고 있었으니까.
그는 자신에게 유리해지기 위해 무엇이던지 이용하는 인간이다.
알프레드에게 얼굴을 완전히 드러낸 건, 분명 그의 마음을 흔들기 위한 작전 중 하나일 거다.
그리고 지금 대화를 하자고 말하는 것도 작전 중 하나일 거다.
그런데 그 목적을 알 수가 없었다.
그렇기에 아리아는 우선 아놀드를 알프레드로부터 떨어뜨려놔야 할 것 같았다.
“알프! 뒤로 빠져!”
“······.”
아리아는 외쳤고, 알프레드는 이빨을 으득 갈았다.
두 사람의 마음은 어느 정도 일치했다.
지금, 아놀드를 상대할 건 알프레드가 될 수 없다.
아리아는 그렇게 판단을 내리며 뛰었고, 알프레드는 후방으로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카앙─!
다시금 아놀드의 창과 아리아의 낫이 격돌했다.
그 찰나, 아리아는 흉흉한 암 속성 마나를 뿜으며 [절대명령]을 사용했다.
“내 공격 막지 마!!!”
절규가 서린 외침이 빅벤 앞에서 울려 퍼진다.
그러난 그 외침은 아놀드에게 닿지 않았다.
“오, 다시 붙어보겠다는 거냐.”
“···제길.”
그 사실을 알게 된 아리아는 낮게 뇌까리며 인정했다.
“망할 아버지···!”
되살아난 아버지는, 자신만큼이나 강하다는 걸.
Episode.95 : 과거와 현재의 싸움 (2)
세계 3위의 영웅, 아리아 폰 그라이펜.
그녀는 ‘여제’라는 별명으로 불리고 있는 만큼 수많은 위업을 달성한 괴물이다.
까드드득─!
“확실히 강해졌지만…. 알프레드에 비하면 조금 부족하구나.”
“닥쳐!”
혼자서 잠재운 도어는 공식적으로 기록된 수만 하더라도 통산 1832개.
그 중에서 ‘대재앙’으로 분류되는 S급 도어가 무려 12개다.
“정녕 네가 마신들과의 싸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게 맞는 게냐?”
하지만 무엇보다도 그녀의 달성한 가장 큰 업적은, ‘규격 외’의 존재로 기록에 남은 ‘칠마신’ 개체 토벌에 4번이나 참가하여 모두 유의미한 활약을 펼쳤다는 것이다.
유럽을 절망의 구렁텅이에 몰아넣었던 [색욕]과 [탐욕].
러시아와 중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대한민국에까지 손을 뻗었던 [용린 군단]의 주인, [폭식].
그리고 그 모든 개체들의 대장 격이라고 할 수 있는 [대마신 : 교만] 토벌에서 큰 공을 세웠다.
“…후우.”
그런 강적들을 상대하고도 멀쩡히 살아남은 그녀가, 지금 새로이 나타난 강적에게 고전하고 있다.
그 강적은 다름 아닌, 자신의 친아버지이자 아리아의 스승이었던 아놀드 폰 그라이펜.
10년 만에 돌아온 그는, 전성기 시절이라고 봐도 무방할 만큼 강력해진 상태였다.
‘힘이든 마력이든 내게 전혀 밀리지 않아…. 역시 몸에 무슨 짓을 한 게 분명해.’
아리아는 아놀드와 합을 나누며, 두뇌를 빠르게 회전시켰다.
저 육체에는 분명 마기의 근원이 되는 이질적인 무언가가 섞여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악마’의 천적인 ‘그라이펜’의 피를 갖고 있는 아리아와 알프레드의 힘이 잘 통하지 않고 있다.
‘이래선 승부가 안 나. 결국 알프레드가 빨리 망설임을 버리고 가세해줘야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겠어.’
그렇다고 그 이유를 억지로 찾으려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또한 ‘쓰러뜨리지 못할’ 뿐이지 질 것 같지도 않았으니까.
슈와아아아─!
아리아는 판단을 내렸다.
알프레드가 마음을 다 잡을 때까지 자신이 아놀드를 막아서기로.
그녀는 차단막에 금이 가지 않을 만큼, 최대한 마나를 방출하여 아놀드와의 싸움에 임했다.
카앙! 캉! 캉!
그녀의 거대한 낫이 강대한 마나를 머금고 가속한다.
여유롭던 아놀드는 자신의 딸이 보여주는 예리하고 유려한 궤적을 보며 표정을 굳혔다.
‘제대로 해야겠구나….’
알프레드가 성장한 만큼, 아리아도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귀여운 자식들이라고 설렁설렁했다간 질 수도 있었다.
콰앙─!
아놀드는 ‘그분’에게 받은 마기를 창에 두르고 아리아에게 대응했다.
쿠구구구─!
강력한 마나와 마기의 충돌은 지진에 버금가는 진동을 만들었다.
쩌적!
노면에 금이 가며 커다란 균열이 일고, 차단막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예상은 했지만….’
아리아는 이빨을 으득 갈았다.
‘기어코 그 더러운 힘으로 바깥에 피해를 입힐 심산이군.’
차단막이 얼마 버티지 못할 듯 보인다.
일단 나머지 마물들은 얼추 정리가 된 것 같지만, 차단막이 해제된다면 피해는 불가피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