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206
“왜 그러느냐 딸아! 혹시 차단막 때문에 신경이 쓰이느냐!”
아리아가 차단막을 신경 쓰면서 싸웠던 것도 재산 피해와 인명 피해를 줄이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힘을 조절했던 것인데, 역시 아놀드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쩌적, 쩌저적…!
이대로는 얼마 버티지 못한다.
길어봤자 일 분 남짓이다. 그 이상은 아마도 다른 영웅들이 버티지 못할 거다.
“그러면 이 차단막을 유지하고 있는 벌레들부터 죽여야겠구나!”
“…이런!”
설상가상으로, 아놀드는 창을 크게 휘둘려서 아리아를 자신에게서 떨어뜨려놓더니 차단막을 전개하고 있는 영웅들 쪽으로 주파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아리아는 그를 쫓았지만, 그가 달리는 속도는 아리아보다 조금 빨랐다.
“대, 대피!!!”
영웅들을 통솔하고 있던 조슈아는 다급히 대피 명령을 내렸다.
그의 판단은 정확했다.
지금 남아있는 영웅들 전부로도, 절대 아놀드를 막을 수 없다.
쉬악!
영웅들은 최대한 차단막을 유지하는 걸 노력하면서 아놀드의 공격을 회피하려 했다.
하나, 아놀드가 창을 가로로 휘둘러서 사용한 기술의 범위가 너무나도 넓었다.
“아…!”
영웅들이 서 있는 곳을 전부 뒤덮을 정도로 커다란 핏빛 파도가 휘몰아친다.
조슈아는 이번만큼은 절대로 피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죽는 건가…!’
영웅들은 넋을 잃고 자신들을 덮치기 직전인 충격파의 파도를 보았다.
슬로우 모션처럼 느릿하게 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지만, 몇 초 후면 자신들을 휩쓸어 버릴 파도를.
콰과과과!!!
압도적인 공포에 몸이 굳었다. 저항할 의지조차 생기지 않는다.
그들을 이끌고 있던 조슈아 마저 들고 있던 검을 떨어뜨렸다.
“안 돼!!!”
아리아는 영웅들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나 닿지 않는다. 아놀드는 이미 기술을 사용한 것도 모자라서 후방에서 아리아가 가해오는 공격에 대비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게 바로 종말의 힘…!’
아놀드는 전율했다.
‘그분’께서 주신 힘은 역시 상상 이상이었다.
‘보아라 딸아! 이게 바로 그분에게 충성을 맹세하고서 얻은 힘이다!’
이 정도 출력으로 발동된 [블러드 웨이브]에 직격당한다면 저들은 즉사할 것이다.
기술을 직접 만들어낸 아놀드가 그런 확신을 가진 만큼, 강력한 일격이었다.
슈욱.
하지만 아놀드는 끝내 웃지는 못했다.
그의 블러드 웨이브가 성가신 사람에게 완벽히 막혔기 때문이다.
“누굴 건드려는 거냐, 쓰레기.”
“아, 알프!!!”
방금까지는 자신과의 전투에서 망설임을 갖고 있었던 알프레드가, 가까스로 영웅들을 향해 뻗어오던 핏빛 파도를 흡수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게티아]의 페이지를 넘기며 아놀드에게 첨예한 눈빛을 보냈다.
“Befreiung, Seite sieben.”
그리고 나지막하게 해방 주문을 읊었다.
화르르르륵!!!
알프레드의 정면에서 거대한 진홍의 불길이 일었다.
그 불길 속에서, 아즈모데의 육체를 불태웠던 악마가 모습을 드러낸다.
-끼에에에엑!
7페이지의 악마, 아몬은 강렬한 불꽃을 두르고서 다시 한 번 현계에 강림했다.
사실 알프레드는 자신의 최고 전력인 ‘2페이지’를 개방할까 했지만, 일단은 아몬으로 아놀드의 힘을 가늠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촤라라락!
알프레드는 아놀드 쪽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허공을 찢고 수많은 쇠사슬이 튀어나와 그에게로 쇄도했다.
캉! 캉! 캉!
물론 아놀드는 알프레드의 속셈을 정확히 꾀고 있었기에 걸려주지 않았다.
그는 창으로 정확하게 쇠사슬을 튕겨낸 다음 후방으로 이동했다.
솨악─!
하지만 알프레드는 혼자가 아니다.
방금 전까지 아놀드와 싸우고 있던 아리아도, 끈질기게 그를 노렸다.
텅!
아놀드는 눈살을 찌푸리며 아슬아슬하게 아리아의 낫을 막아내고 계속 뒷걸음질 쳤다.
아리아는 그를 계속해서 따라갔고, 알프레드의 쇠사슬도 그림자처럼 그를 따라갔다.
‘둘 다 진심이구나…, 그렇다면!’
아놀드는 결국 ‘종말의 힘’이 가진 진면모를 해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동시에, 그는 아리아와 알프레드의 입장에선 절대로 받아들일 리가 없는 제안을 떠올렸다.
‘이 힘으로 두 사람을 굴복시키고, 그들에게도 이 힘을 하사한다.’
두 사람을 자신의 하수인으로 만든다.
즉, 저들도 ‘종말의 사자’로 재탄생 시킨다.
‘이 세계를 멸망시키고, 잃어버렸던 그라이펜 제국을 다시 이 땅에 세우는 거다.’
그리고 자신의 수하가 된 아들과 딸과 함께 이젠 가문에 불과하게 된 그라이펜을 다시 ‘제국’으로 부흥시킬 것이다.
이 힘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
아놀드는 그런 꿈을 떠올리며, 크게 미소 지으며 자신의 가슴을 움켜잡으려고 했다.
“멈춰라.”
하지만 그때,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차단막 내부에 퍼졌다.
“……!”
그 순간, 모든 것이 멈췄다.
쇠사슬과 아몬을 소환하여 아놀드를 몰아넣던 알프레드도, 알프레드를 돕던 아리아도.
그리고 차단막에 총력을 기울이던 다른 영웅들도.
“이게 무슨….”
또한 힘을 완벽히 해방하려던 아놀드도 뻣뻣하게 굳어버렸다.
“아놀드 폰 그라이펜.”
아놀드는 크게 당황했다.
지금 들려오는 사내의 목소리는 분명, 분명 자신과 같은 ‘종말의 사자’의 일원이었으니까.
철그럭, 철그럭.
곧 아놀드의 왼쪽 측면, 검은 도어의 저편에서부터 투박한 소리가 들려온다.
“저, 저게 뭐….”
아놀드와 마찬가지로 모든 행동을 제한당하고 멈춘 영웅들은 일제히 침음을 흘렸다.
겉모습만 봐도 위압적인 검은 갑옷을 착용한 남자가, 닿기만 해도 썩을 것 같은 흉흉한 마기를 뿜어대며 아놀드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또 뭔데…!”
“…….”
알프레드와 아리아는 그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놀랍게도 그들 역시 몸이 굳어서 움직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놀드 폰 그라이펜.”
“네, 넵!!!”
결국, 정체불명의 사내는 아놀드에게 도달했다.
그와 동시에 아놀드는 군대의 이등병이 된 것처럼 허리를 반듯이 곤두세웠다.
‘도대체 누구지…?’
알프레드는 그 장면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단 한 번도 공포에 떤 적 없었던 자신의 아버지가 저렇게나 무서워하는 인물이라니.
누군지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았다.
그래서 일단은, 몸이 움직여지기 전까지 잠자코 그를 지켜보기로 결정했다.
“여, 여긴 무슨 일로….”
아놀드가 시선을 내리깔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남자에게 물었다.
남자는 얼굴 전체를 가리는, ‘용(龍)’의 안면을 본 따 만든 투구를 쓰고 있어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마기를 뿜고 있는 것을 보아 썩 기분이 좋지 않아보였다.
“네놈에게 전할 말이 있어서 왔다.”
“네, 네! 말씀하시지요!”
“네놈은 선을 한참 넘었다.”
“…네?”
남자는 탄식을 흘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아놀드의 뒤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너에게서 사자를 박탈한다.”
그리고 예고도 없이 허공에서 새까만 칼날을 가진 검을 뽑아들더니, 그대로 아놀드의 등에 꽂아버렸다.
푸확!
“커헉!”
아놀드의 흉부와 입에서 검은 피가 울컥 터져 나왔다.
그는 몸을 파르르 떨며 남자에게 물었다.
“어, 어째서….”
“네놈은 종말의 힘을 사용하면서 사욕을 품었다, 그것만으로 사자를 박탈하기엔 충분하지.”
남자는 또박또박 설명하고는 검으로 마기를 흘려보냈다.
그러자, 아놀드의 육체에 변화가 일어났다.
“아, 아아!!!”
검이 찌르고 들어간 부위부터, 점차 검은 불길에 타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저, 저는 그런 적 없습니다!!!”
아놀드는 처절하게 외쳤다.
그러나 남자는 아놀드의 그런 변명도 필요 없다는 듯 곧바로 다음 단계를 이행했다.
우두둑!
“끄아아아악!!!”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날만큼, 아놀드의 가슴에 찔러 넣은 검을 시계 방향으로 비틀었다.
푸확!
그 뒤 이제 됐다는 듯 아놀드에게서 뭔가를 뽑아갔다.
심장처럼 보이는 검은 물체였다.
“제, 제발! 사자는 가져가셨지만 목숨만은!!!”
“터져라.”
콰쾅─!
그 직후, 아놀드의 육체는 폭발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그가 서 있던 자리에는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알프레드와 아리아는 오랜만에 어떤 감정을 느꼈다.
“아, 아버지….”
“…….”
공포.
지난 10년 동안 단 한 번도 느끼지 않았던, 나약한 감정이었다.
“이제 움직이셔도 됩니다.”
그 찰나에, 남자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러자 몸이 굳었던 영웅들은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게 되었다.
“…….”
알프레드는 곧바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 당신은 뭡니까?”
“…….”
그는 잠시 가만히 서서 알프레드와 아리아를 번갈아 본 다음에, 무뚝뚝하게 뱉었다.
“알 필요 없습니다.”
Episode.96 : 대비
런던의 검은색 도어 사태는 허무하게 마무리되었다.
사망자 16명, 민간인 피해 없음.
거대한 규모에 비해 좋은 결과라면 좋은 결과일 수 있겠지만, 영웅들은 웃지 못했다.
“…….”
갑자기 나타난 남자가 아놀드를 죽이고 유유히 사라진 후.
알프레드는 거리에 주저앉은 채로 멍하니 바닥만 바라보고 있다.
그는 지금 상당히 복잡한 심경이었다.
‘도대체 뭐였지.’
아버지가 두 번 죽은 건 그렇다 치자.
하지만 갑자기 나타나선 아버지를 살해한 그 남자의 정체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런 괴물이 아직도 이 세계에 남아있었단 말인가.’
일단, 놈은 아리아의 [절대명령]과 비슷한 기술을 사용한다.
그런데 그 범위가 아리아만큼이나 광범위했고, 심지어 인간을 초월한 격을 갖고 있는 아리아와 자신에게까지 영향을 주었다.
게다가 아리아와 호각을 다투던 아놀드의 강인한 육체를 단번에 뚫는 것도 모자라서 터뜨려버렸다.
무슨 기술인지도 알 수 없었다.
그저, 남자는 한국어로 뭐라 중얼거렸을 뿐이다.
“…아리아.”
“아, 응 알프.”
알프레드는 아리아를 부르며 생각했다.
요새는 정말 자신도 알기 힘든 일들이 연속해서 일어나고 있다고.
“현장 정리하고…. 이번 일은 입단속 잘 시켜.”
“응…. 그럴게.”
피와 뼈를 희생하여 힘겹게 이룩한 평화가, 점차 깨져가고 있노라고.
***
[윤희진]– 갑자기 왜 안 간다는 거야? ㅠㅠ
– (강아지가 울먹이는 이모티콘)
런던에서 일어난 사태가 신경 쓰였던 나는 결국 바다는 가지 않는다고 했다.
대신, 나는 이 상황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있을 것 같은 사람과 의논을 나누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오하와]너무나도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에 대비해야 한다.
지금 당장 검은색 도어를 막으러 가는 게 힘들어도, 미리 대책을 마련해놔야 했다.
– 여보세요?
다행히 평일인데도 불구하고 그녀가 통화를 받았다.
“나야. 갑자기 전화해서 미안한데, 지금 나이버에 긴급속보로 올라온 기사 봤어?”
– …응. 봤어.
심지어 그녀는 이미 검은색 도어가 열린 것도 알고 있는 듯 보였다.
딱히 검은색 도어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나이버에 올라온 긴급속보 중에 우리가 관심을 가질 만한 기사는 런던 사태에 대한 기사뿐이었으니까.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어째서 벌써 종말의 사자들이 나타나는 건데. 혹시 뭐 알고 있는 거 있어?”
– 솔직히, 나도 잘 모르겠어.
종말의 사자가 갑자기 나타난 이유는 그녀 또한 잘 알지 못하는 듯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 응…. 그래도 하나 추측해보자면, 아마 대마신이 변덕을 부리는 거겠지.
“변덕?”
미래의 백설에 관한 것도 알고 있었던 그 오하와조차도, 알 수 없는 게 있는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뭔가 말을 덧붙이려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