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207
– 인과율은 이미 많이 무너진 상태고, 너도 갑자기 강해졌지. 그에 따라 네 주변 등장인물들도 빠르게 강해지고 있어.
“그렇지.”
– 대마신은 그게 못마땅했던 것 같아. 그래서 조금 난이도를 높이기 위해 종말의 사자를 풀어주었거나 했겠지. 그리고 대마신이라고 해도 종말의 사자를 직접 이 세계에 강림시킬 순 없으니, 종말의 사자를 소환할 만한 세력을 이용했을 거야.
“그게 신세계교고?”
오하와는 몇 마디 더 하는 수준이 아니라 계속 말을 이어갔다.
– 그렇지. 백화점에서도 종말의 사자들이 나타났었잖아?
– 종말의 사자를 소환한 건 마몬과 아즈모데. 둘 다 의식 같은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소환했어.
– 너도 알고 있겠지만 종말의 사자를 소환하려면 상당히 복잡한 의식과 많은 제물이 필요해. 하지만 그렇지 않았지. 이게 뭘 의미하는 것 같아?
그러곤 갑자기 속사포처럼 말을 내뱉더니 질문을 던졌다.
물론 어려운 질문은 아니었기에, 나는 바로 대답했다.
“네가 앞서 말한 대로, 대마신이 변덕을 부려서 쉽게 강림을 시켜준 거겠지.”
– 그래. 바로 그거야. 하지만 그나마 추측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야. 이외에는 알 수 있는 게 없어.
“…….”
전화 너머에서 오하와가 커다란 탄식을 흘리는 게 들렸다.
그녀 또한 지금 상황이 상당히 답답한 듯했다.
– 일단 대마신은 그렇다 치고, 아즈모데와 마몬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네.
“그러게 말이다. 처음엔 내가 목적이었던 것 같은데, 뭔가 많이 변질된 느낌이야.”
아즈모데와 마몬.
두 놈은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 걸까.
대마신은 오하와가 말한 대로 파워 인플레가 마음에 안 들어서 이 세계의 난이도를 조절했다고 치자.
하지만 그 둘은?
처음엔 나를 어떻게든 데려가서 뭔가에 써먹으려고 했던 것 같은데, 요한이 사라진 순간부터 조용해지더니 뜬금없이 종말의 사자를 이 세계에 강림시켰다.
“…아즈모데와 마몬이 이끄는 신세계교는 목적이 뭘까.”
어쩌면 만마전과 함께 봉인되어 있는 대마신과 어떻게든 연결이 돼서, 긴밀한 합의를 나눈 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두 마신이 어떤 목적을 위해서 이런 상황을 만들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 그러게. 마몬은 몰라도 아즈모데는 단순히 종말만을 바라볼 녀석이 아니야.
“그렇지.”
요한의 목적은 알고 있다.
그는 ‘악으로 악을 정화시킨 후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라는, ‘악마를 삼킨 회귀자’같은 서브컬쳐 창작물의 메인 빌런들이 충분히 품을 만한 목적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아즈모데는 요한과 같은 성향을 가진 녀석이 아니다.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그 욕망을 충족시킬 수 있는 행동을 우선시하는 놈이다.
그렇기에 나를 비롯한 칠마신들이 ‘이 세계를 파멸시킨다.’라는 목적을 갖고 있던 것과 달리, 아즈모데는 유난히 특이했다.
놈은 항상 전쟁 외에 무엇인가에 몰두해있었다.
수많은 인간과 마물들에게 끔찍한 실험을 자행하고, 자신에게조차도 실험을 진행하기도 했다.
어떨 땐 남자로, 어떨 땐 여자의 몸에 빙의해서 인간을 탐식하고 다니기도 했다.
이 모두가, 단순히 욕망 때문에 한 행동이었다.
“우리가 마신일 시절에도 뭔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놈이긴 했지.”
그렇다면 이번에도 단순히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종말의 사자를 불러온 것일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이 세계가 멸망하면 녀석 또한 즐거운 삶의 목적을 잃게 되니까.
그러니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을 거다.
이번만큼은 놈의 욕망 때문이 아닌, 음흉한 목표가 있는 게 분명했다.
“어쨌든, 아무래도 대비를 좀 해야 할 것 같아. 최근에 벨이 계속 신세계교 지부에 잠입해있다 했지?”
– 맞아.
“계속 녀석들의 동향을 조사시키고, 우리는 우리대로 좀 대비를 해보자고. 혹시 네가 알게 된 사실이 생기면 나한테 연락 좀 해줘.”
– 그럴게.
어쨌거나 지금 당장은 그녀와 더 할 말이 없었다.
나는 그녀와 몇 마디만 더 나눈 후에 전화를 끊었다.
‘음소거 해제.’
그 후, 여러 가능성을 염두에 둔 채로 대책을 짤 수밖에 없을 것 같아서,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선 요새 조금 못미더워진 대용위키가 필요했다.
‘내 칼집이 잠들어 있는 곳.’
가장 먼저, 칠마신일 시절에 상실했던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방어 병기인 ‘엑스칼리버의 칼집’을 먼저 되찾아야 할 것 같았다.
그 후로는 알리사에게 쥐어줄 롱고미니아드, 단검과 투구, 그림자 망토 등, 내가 소실한 물건들을 전부 되찾아야만 한다.
무구를 되찾는 게 가장 우선인 이유는 바로 적응 때문이다.
내게 적응력과 관련해서 아주 좋은 재능인 [언젠간 최고의 드래곤이 되겠어!]가 있긴 해도, 내 무구들은 그리 호락호락한 물건들이 아니니까.
엑스칼리버만 하더라도 아직 100% 활용을 못하는 중이다.
아마 본래 가진 힘의 절반조차 끌어내지 못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러니 다른 무구들도 분명, 엑스칼리버 만큼이나 까다로울 것이니라.
띵동─!
그리 예상하며 대용위키의 설명을 기다리던 그때.
뜬금없이 내 방 초인종이 울렸다.
[그건 이 대용위키가 설명해주지! 가 엑스칼리버의 칼집은 현재….]띵동! 띵동!
젠장, 초인종 소리 때문에 정보를 머리에 새기는 데 집중이 안 되는구먼.
도대체 무슨 일이야?
지금 나를 찾아올 만한 사람이 있나?
꼬똑! 꼬똑!
그렇게 생각함과 동시에 갑자기 내 폰에서 코톡 알림이 울렸다.
나는 뭔가 싸한 기분을 느끼며 코톡 알림을 확인해보았다.
[백설]– 야 강대용
– 문열어
뭐, 뭐지. 갑자기 왜 이래.
내가 바다에 가지 않는다고 해서 좀 화났나?
물론 백설의 코톡을 씹는 건 꽤 익숙했기에 나는 가볍게 무시하려고 했다.
띵동! 띵동!
꼬똑! 꼬똑!
그러나 초인종과 코톡 알림은 계속 울렸다.
나는 짙은 불안감을 느끼며 코톡 알림을 다시 한 번 확인해보았다.
[알리사]– 방에 있는 거 다 아니까 열어
이번엔 차마 무시할 수 없는 여친님으로부터 코톡이 와 있었다.
그녀는 톡을 딱 하나만 보내지 않고 계속해서 보내왔다.
– 간다고 했다가 내빼는 거 진짜 최악인 거 알지? 정확히 설명을 해주던가
확실히 윤희진한테 안 간다고 톡을 보냈을 때 별다른 이유 없이 ‘그냥 갑자기 할 일이 생겨서’라고 무성의하게 답했었지.
그로 인해 만들어진 눈덩이가 그녀들에게까지 굴러갔고, 그녀들의 심기를 건드린 것 같았다.
“하아….”
검은색 도어를 보고 조금 당황한 나머지 실수를 했다.
앞으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시야를 조금 더 넓게 보고 조급해하지 말아야 할 듯했다.
끼익─.
결국, 나는 내 실수를 인정하고 무서운 여자들에게 방문을 열어줄 수밖에 없었다.
***
오후 12시 경.
나는 여자애들과 같이 점심을 먹기 위해, 해변 인근에 있는 유명한 갈치구이 집으로 가는 중이었다.
“진짜 설명 안 해줄 거야?”
“…그냥 컨디션이 조금 그랬다니까.”
“희진이한테는 무슨 일 생겼다고 했으면서 또 무슨 컨디션 난조래?”
“크흠….”
알리사는 내게 팔짱을 낀 채로, 잔뜩 걱정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비단 알리사만 그런 게 아니고 나머지 녀석들도 나를 걱정하는 눈치였다.
“흐음…. 대용쓰 수상해. 숨기고 있는 게 분명 있어.”
“그게 아니면 강대용이 갑자기 저럴 이유도 없지.”
“맞아맞아!”
걱정하는 게 아니었구나….
그냥 내가 뭐 때문에 갑자기 바다에 가지 않겠다고 한 건지에 대해 의심하는 중이었어.
“…대용아. 너 진짜 숨기고 있는 거 있어?”
“아니야. 진짜 그냥 갑자기 나갈 기분이 아니라서 그런 거라니까?”
“근데 지금은 또 왜 멀쩡해 보이는데?”
“너희가 끌고 나왔잖아….”
사실 나도 내가 머리를 싸매고 있는 이유를 속 시원하게 말해주고 싶긴 해.
근데 말하면 안 될 것 같다.
신세계교에 관한 건 윤희진이라는 명백한 피해자가 발생했으니까 설명했다고 쳐도, 내가 느닷없이 ‘이 세계가 멸망할 위기에 처해있어.’라고 말하면 분명 이상한 놈으로 볼 테니까.
게다가 나는 최근에 정신과 진료를 받은 참이니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내가 세계멸망을 논했을 때 오히려 이상한 놈으로만 보면 차라리 나은 거다.
그녀들이라면 충분히 나를 또 병원으로 데리고 갈 수도 있다.
그렇기에 지금 당장은 얼버무리는 게 최고다.
“그래. 난 널 믿지만…. 혹시라도 또 혼자 끌어안고 끙끙대는 게 있으면 솔직하게 말해줘.”
“…그럴게.”
세계멸망의 근거와도 같은, 신세계교의 수장인 요한은 사라졌다.
그러니 조금 더 내가 내세울 수 있는 근거를 수집한 다음에 설명해야 할 것이다.
지금 당장은 녀석들이 나를 걱정해도, 어쩔 수 없었다.
“바다다~.”
그렇게 머릿속을 정리하던 중, 우리는 해변에 도착했다.
탁 트인 푸른 하늘과, 마나를 머금어 사파이어와 에메랄드빛으로 뒤섞인 찬란한 바다가 보였다.
어제는 밤에 와서 몰랐는데, 상당히 아름다운 경치였다.
찰칵! 찰칵!
윤희진은 바다를 보자마자 사진을 찍어대기 시작했다.
그런 윤희진을 보며 백설은 입꼬리를 올리더니 그녀의 어깨를 몇 번 두드렸다.
“야, 밥 먹고 와서 찍어. 바다가 어디 가는 것도 아니잖아.”
“하하…. 너무 예뻐서 저절로 손이 올라갔네…. 다들 배고플 텐데 얼른 가자!”
그렇게 말하는 백설이었으나, 그녀 또한 바다를 보며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나는 무심코 이런 말을 뱉었다.
“…오늘 말고도 나중에 바다 많이 보러들 가. 너희끼리.”
“응? 대용쓰는 왜 쏙 빠지려 해?”
“나는 남자잖아. 여자애들끼리만 노는 묘미도 있어야 하지 않겠냐.”
나는 그녀들이 피로 더럽혀진 전장을 누비는 걸 원치 않게 되었다.
평범한 사람처럼, 평범한 삶을 살며 이렇게 종종 그녀들끼리 바다든 산이든 보러 다니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지금까지의 나는 최대한 그녀들을 비롯한 주역들을 이용하여 대마신에게 승리를 쟁취하려고 했었다.
소중한 친구들로 여기면서도, 어쩌면 희생시켜야 할지도 모르는 사람들이라고 종종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나는 이 녀석들과 이 세계의 모두를 지킬 것이다.
설령, 내가 다시 괴물이 된다고 해도.
Episode.97 : 선물
바다를 보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냥 사진 몇 번 찍고 수다 좀 떨다가, 여자애들은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나와 알리사도 길드 지부로 돌아가기 위해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런던 도어 사태 무사히 종결…. 사상자 발생했지만 민간인 피해 X(종합)]그 도중에 나이버 기사를 확인했더니, 알프레드가 종말의 사자를 잘 막아준 듯했다.
원작에서도 종말의 사자는 대개 팔용사를 넘어서는 힘을 가진 경우가 없었다.
다만 워낙 여러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니, 나는 조금 불안했을 뿐이었다.
“뭐 봐?”
내가 기사를 보고 있던 그때, 알리사가 내게 팔짱을 낀 채로 핸드폰으로 불쑥 고개를 들이밀었다.
“아, 형님 파견 가신 곳에 조금 큰 도어가 열렸다 해서….”
“…나한텐 또 아무 말도 안 하고 갔네.”
찰나의 순간, 알리사의 얼굴이 굳었다.
하지만 정말 찰나였을 뿐,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빙긋 미소 지었다.
“그래도…. 잘 풀린 것 같아서 다행이다.”
“그런 것 같아. 형님과 누님의 인터뷰? 같은 것도 짤막하게 실려 있고.”
“그럼 됐어. 무사하면….”
알리사는 사람을 잃는 것을 두려워한다.
특히나 가족이나 친구들 같은 소중한 사람들이면 더더욱 그렇다.
알프레드는 아버지인 아놀드 폰 그라이펜의 사후, 알리사에겐 아버지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부모를 잃고, 친구를 잃은 알리사에겐 어쩌면 몇 없는 버팀목이었을 사람.
그게 바로 알프레드이니, 이런 커다란 현장에 나가는 것도 내심 걱정하는 것일 터이다.
“리사야.”
“응?”
그녀가 알프레드를 걱정하는 기색을 내비치는 걸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알리사에게 있어서 알프레드만큼이나 소중한 사람일까.
혹여나 내가 잘못되면, 내 전생이 마신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알리사는 많이 슬퍼할까.
“오늘 저녁은 같이 훈련이라도 할래?”
“…으구, 이 훈련 벌레. 그래! 우리 남친이 하고 싶다는데 같이 어울려드려야지!”
나는 차마 그것을 물어보지 못하고 목 뒤로 삼켰다.
그리고 완전 다른 말을 대신 뱉었다.
언제 깨질 줄 모르는 평화가, 부디 최대한 길게 가길 바라면서.
***
알리사와 열심히 땀을 흘리며 훈련을 한 뒤.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지하 1층으로 향했다.
“아, 형님.”
“…둘이 훈련하고 오는 거냐.”
그곳에 위치한 식당에서 우린 알프레드와 마주쳤다.
그는 무척 피곤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네, 맞습니다.”
“성실하군. 앞으로도 서로에게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라.”
“안 그래도 그러고 있으니까 걱정 마~.”
“…그래. 리사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그렇게 말한 알프레드는 우리를 지나쳐가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그를 붙잡았다.
“저, 형님.”
“왜 그러지?”
“혹시 내일 아침에 잠깐 시간 내주실 수 있으십니까?”
미래의 백설을 언제 화장(火葬)해줄지에 관한 얘기를 위해서였다.
사실 오늘 얘기를 나누고 싶긴 했는데 알프레드가 너무 지쳐 보여서 차마 지금 나누기는 조금 그랬다.
“오늘도 된다. 오후 8시 이후에 언제든지 연락하고 올라오도록.”
“아, 넵….”
그런데 저 미친 워커홀릭은 그만한 도어를 막고도 또 일할 생각인가보다.
사실 나야 좋지만 조금 걱정되기도 한다.
취침 시간도 새벽 4시고 아침에도 꽤 일찍 일어나는 것 같은데, 저 사람은 도대체 언제 쉬는 걸까.
“이따 보지.”
“네 형님. 이따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