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21
“최유성. 먼저 간다고 한 게 그 새끼 만나러 간 거였냐?”
“어. 동훈이랑 얘기할게 좀 있어서. 동훈아. 대용이한테 하고 싶은 말 있다면서.”
최유성은 마동훈을 내 앞으로 데려오면서 그에게 말했다.
마동훈은, 눈을 내리깔고선 내게 말했다.
“괴롭혀서 미안하다. 이따가 밥 가져다줄테니까, 번호표 나한테 줘.”
웬일로 이 양아치가 고분고분해졌을까.
대련 한 번 졌다고 자기 뜻을 굽힐 녀석은 절대 아닌데.
아무래도, 최유성이 모종의 협박을 한 것 같다.
“음….”
나는 마동훈이 번호표를 달라고 한 것에 대해서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조금 고민했다.
여기서 마동훈을 자극하는 건 좋지 않다.
녀석은 나에게 패배한 시점부터 시한폭탄이니까.
언제 반마로 돌변할지도 모르는데, 밥셔틀을 시키면 괜히 일이 커질 수도 있는 거다.
“밥셔틀은 됐으니까, 앞으론 조용히 지내자.”
무미건조한 말투로 그리 말한 뒤, 나는 마동훈을 지나쳐서 바로 식당으로 들어갔다.
내가 발길을 옮기자 알리사가 먼저 나를 따라왔고, 그 뒤론 최유성 무리가 함께했다.
그렇게 마동훈은, 식당 앞에 홀로 남겨졌다.
***
저녁을 먹은 뒤, 나는 용안과 핵 매콤주먹을 시험해보기 위해 캡슐 훈련 하루 할당량을 꽉 채우고, 근육 운동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 했다.
그렇게 월요일을 무사히 끝낸 뒤, 화요일 새벽.
이젠 알리사가 나를 마중 나오는 건 당연해져서, 나는 그녀와 막 만나서 훈련장으로 향하려 했다.
“얘들아!”
“최유성. 네가 웬일로 이리 늦게 나가냐?”
“아. 어제 조금 무리했나봐. 어쩐지 몸이 무겁더라고.”
우리 셋은 훈련장까지 동행했다.
알리사는 아직 최유성이 어색한 모양인지 갑자기 조용해졌다.
“알리사. 쪽지 시험 준비는 잘 돼가?”
“네. 뭐… 지금까지는 순조로워요.”
최유성이 어색함을 어떻게든 풀어보려는 듯 수다스럽게 입을 놀린다.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어떻게든 잘 보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좀 안쓰럽다.
“이번에 새로 나온 소지아 코코넛 커피 마셔봤어? 카페에 파는 것만큼 맛있더라.”
“음… 자고로 커피란, 원두를 갈아서 만들어야 본연의 맛이 나는 거랍니다. 그런 마트에서나 파는 커피로는….”
커피 얘기가 나오니 알리사도 살짝 표정과 입이 풀렸다.
11회차때 소설이 끝났으면, 연인이 되었을 두 사람의 대화는 생각보단 평범했다.
그렇게 녀석들의 이야기를 잠자코 들으며 걸어가던 그때.
“강대용.”
우리 앞길을 마동훈이 막아섰다.
그 모습을 자세히 보니, 녀석의 양 손에서 불그스름한 액체가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대용님. 잠시 멈추세요.”
알리사는 불길함을 느꼈는지, 옆구리에 매고 있던 기다란 케이스를 펼쳤다.
그러곤 그 안에서 바로 창을 꺼내 들었다.
그 직후, 마동훈의 입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넌 왜 그리 좇같은 짓만 골라서 하냐? 좇밥새끼가 맨날 나대질 않나, 잘 나가는 애들한테 빌붙어서 놀질 않나, 내 애미가 불쌍하다고 하질 않나……”
마동훈은 정상이 아니었다.
뭔가에 홀린 사람처럼 눈동자가 풀려있고, 뿜어대는 기운은 이미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최유성 씨발 너도 문제야. 항상 잘난 듯 나서고, 자기랑 친하다고 실드 쳐주고! 씨발! 맨날 착한 척 성실한 척 다하는 위선적인 새끼! 좇같게 씨발!”
“동훈아. 일단 진정해.”
마동훈은 그 말을 무시하고, 품속에서 검붉은 칼날의 단도를 꺼냈다.
그 단도는 인간이 지닌 마나와는 여실히 다른 기운을 잔뜩 풍기고 있었다.
“엿이나 처먹어 이 개씨발새끼야!”
그 말을 하며 마동훈은 단도를 자신의 흉부로 찔러 넣었다.
그러자, 마동훈의 모습이 빠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안 그래도 멀대 같이 컸던 덩치가 배는 커졌고, 근육이 크게 부풀었다.
살색을 띤 피부는 검게 물들었고, 머리 양쪽으로 뾰족한 뿔이 솟아올랐다.
반마(半魔).
악마와 맺은 계약을 이행하여 신체의 성질 절반이 악마의 것으로 바뀌어버린 괴물.
마동훈은 결국, 인간을 그만둔 것이었다.
제기랄. 원래 반마가 될 운명이긴 했지만, 그 시기가 너무 이르잖아.
“마동훈. 기어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최유성은 등에 맨 검집에서 두 자루의 검을 빼들었고,
“모든 것을 삼키는 심연의 용이여! 나의 영혼을 삼키고 그 힘을 해방하라!”
나 역시 전투태세를 갖추기 위해 흑염룡을 해방했다.
“여러분. 여긴 저한테 맡겨주실래요?”
알리사가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로 우리에게 말했다.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가 점차 붉은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알리사는 일그러진 표정을 하곤, 마동훈을 노려보았다.
“저 쓰레기는 제가 청소할게요.”
“알리사. 잠시만.”
최유성은 알리사를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막아섰다.
알리사는 분노에 휩싸인 채, 날 선 목소리로 최유성에게 말했다.
“왜 그러시죠? 저런 놈은 저 혼자서도 충분한데.”
“…보통 반마가 아니야. 섣불리 건드렸다간 역으로 당할 수도 있어. 그러니까, 같이 싸우자.”
나는 최유성이 알리사를 막아서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마동훈은 알리사 혼자 상대하기엔 너무 위험하다.
『ㅇ…ㅈㄱㅇSㅇㄷㅅSㄴㅅㄱSㄴㄴㄱ.』
[누군가의 회귀로 인해 세계가 인과율을 조정합니다.] [최유성은 미래계승의 권능으로, 지난 11회차보다 더 높은 능력치로 인생을 시작함.] [그에 따라 마동훈의 폭주시기를 앞당겼음. 또한, 신세계교가 등장인물 : 마동훈에게 ‘작은 질투의 파편’을 하사함.]그에게도, 망할 인과율의 조정이 이뤄져 있었으니까.
***
젠장. 벌써 질투의 파편이 등장하다니.
2학년 때 나오는 빌런들이나 가지고 있을 저 흉물을, 말단인 마동훈이 가지고 있다고?
“나도 같이 싸울게.”
“대용아. 너는 학교 측에 연락해 줘.”
“아니. 놈은 너무 위험해. 셋이서 동시에 덤비지 않으면 힘들 거야.”
“음… 알았어. 대신 너무 무리하진 마.”
물론 최유성 혼자서도, 파편을 지닌 마동훈 정도는 이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모조리 씹어 먹어주지!’ 재능 때문이라도 마동훈 레이드에 참여해야 한다.
반마도 악마는 악마.
그것은 즉, 마동훈의 기술 중에서 쓸 만한 걸 얻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쫑알쫑알대지 마!』
우리가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마동훈이 선제공격을 가해왔다.
놈의 등 뒤에서 튀어나온 8개의 붉은색 촉수가 일제히 우리를 향해 쇄도했다.
우리는 그 공격을 피하느라 세 방향으로 흩어졌다.
콰쾅!
촉수는 그대로 노면에 박히며 자욱한 먼지를 일으켰다.
타닷!
공격을 피한 뒤, 알리사가 쏜살같이 마동훈에게 주파했다.
그녀는 붉은빛을 머금은 마나를 뿜으며 마동훈을 향해 창을 내지른다.
파바바박!
그녀의 쾌속의 찌르기로 순식간에 마동훈의 눈, 가슴, 팔, 다리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틀림없이 즉사했을 치명적인 상흔이었다.
『간지럽잖아.』
그러나 저 강력하고 빠른 창술로도 어림없다.
상대는 ‘질투의 파편’을 지니고 있는 반마니까.
파편이란, 어떤 특유의 악감정을 흡수해서 소유자에게 이능을 부여하는 흉물이다.
녀석이 가진 파편은 ‘질투’.
질투심에 절여져 있는 마동훈이 파편으로부터 어마어마한 메리트를 얻을 거란 사실은 자명했다.
그리고 역시나, 마동훈에게 뚫린 구멍이 곧바로 멀쩡하게 메꿔졌다.
알리사는 계속 창으로 마동훈을 찔러보지만, 마동훈에게선 피 한 방울도 떨어지지 않았다.
“알리사, 일단 빠져!”
그럼에도 알리사는 복수심에 눈이 멀어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최유성은, 알리사가 마동훈을 가로막고 있어 섣불리 공격할 수 없었다.
“윽!”
결국, 이성을 잃은 채 무의미한 공격을 반복하던 알리사가 마동훈에게 목을 붙잡혔다.
그는 어마어마한 힘으로 알리사를 높게 치켜들었다.
『우선 하나!』
그 후, 8개의 촉수가 알리사를 노렸다.
그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최유성은 다급하게 외쳤다.
“멈춰!”
[등장인물 : 최유성이 기술 : 찰나의 틈새 [정지]를 발동합니다!] [당신은 ■■의 ■■ 때문에 기술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마동훈의 날카로운 촉수가 알리사를 덮치기 직전, 최유성이 기술을 사용했다.
그러자, 바람 소리가 멎었다.
마동훈에게 붙잡혀 버둥대던 알리사와, 그런 알리사에게 촉수를 뻗던 마동훈도 한 장의 사진처럼 멈췄다.
그와 동시에 최유성이 달린다.
그는 알리사를 마동훈으로부터 안전하게 떼어낸 뒤, 마동훈을 향해 손을 뻗었다.
“갈라져라!”
[등장인물 : 최유성이 기술 : 간극의 균열 [절단]을 발동합니다!]마동훈의 목이 있는 부근에서, 전자귀 사건 때 보았던 아지랑이 같은 일렁임이 발생했다.
그리고 잠시 뒤, 시곗바늘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푸슉!
『컥… 그어억!』
마동훈의 목에서 검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반마의 피부는 매우 단단하기 때문에 보통 기술로는 상처조차 입힐 수 없지만, 간극의 균열 앞에서는 말짱 도루묵이다.
공간 그 자체를 절단하는 간극의 균열이 자르지 못하는 것은, 이 세계에서 극히 드무니까.
“콜록! 콜록!”
“알리사! 괜찮아? 천천히 숨 쉬어!”
최유성은 알리사의 어깨를 붙잡고 그녀를 진정시켰다.
마동훈은 떨어지려는 목을 붙잡고 그것을 억지로 붙이려 하고 있다.
저대로 두면 놈이 가진 질투의 파편으로 상처가 재생될 터.
“최유성, 알리사 지키고 있어.”
그러니 아직 놈의 털끝도 건들지 못한 내가, 반드시 마무리해야 한다.
타다닷!
곧바로 마동훈에게 달려가 안면에 핵 매콤주먹을 날렸다.
마동훈의 촉수가 날 노렸지만, 흑염룡으로 강화된 신체를 뚫진 못했다.
『그어어억!』
녀석이 거품 무는 소리를 낸다.
퍼억! 퍼억! 퍼억!
그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계속 마동훈의 얼굴에 계속해서 주먹을 내질렀다.
촉수가 사납게 날뛰며 내 신체를 긁는다.
피가 튀고, 살갗이 까진다.
그러나 멈추지 않는다. 끝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뿌드득.
이윽고, 목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나며 마동훈의 머리가 몸통에서 떨어졌다.
푸슉!
목이 떨어진 부위에서 허공으로 비산한 피가 내 몸을 흠뻑 적셨다.
몹시 지독한 냄새가 났고, 선선한 바람을 맞고 있음에도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
쿵.
머리가 사라진 마동훈의 몸통은 그대로 뒤로 고꾸라졌다.
거세게 날뛰던 붉은 촉수는, 마동훈이 쓰러짐과 동시에 홀연히 그 모습을 감췄다.
[흑염룡이 막타를 쳤다며 매우 좋아합니다!]의외로 너무 싱겁게, 마동훈과의 싸움이 끝을 고한 것이었다.
다음화에 계속
Episode.8 : 생도들의 일상 (3)
“돌아와.”
흑염룡의 해방을 해제한 뒤, 나는 마동훈의 시체를 내려다봤다.
확실히 죽었다고밖에 볼 수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분리된 머리와 몸통.
보통 이 끔찍한 광경을 봤으면 구역질이라도 했을 법한데, 내 재능 ‘그 정도론 이 몸을 꺾을 수 없다!’ 덕분인지 아무렇지도 않았다.
[재능 : 모조리 씹어 먹어 주지! 가 마동훈의 기술 중 하나를 맛있게 뜯어먹습니다!] [마동훈의 기술 : 마운틴 스트라이크를 획득했습니다!]···그 와중에도 아주 잘 골라서 먹네.
마동훈의 기술 중 가장 강력한 마운틴 스트라이크를 먹다니.
내가 마나 고자라서 잘 사용할 수 있을 진 모르겠는데, 언젠간 써먹을 기회는 있을 것이다.
그래서 분명 기분이 좋은 상황일 텐데도, 몸에 묻은 피와 역겨운 잔향 때문에 기분이 더러웠다.
아니, 사실 내가 기분이 좋지 않은 이유는 그것 말고도 있었다.
“대용아!”
최유성은 알리사와 함께 달려왔다.
알리사는 다행히도 목에 자국이 좀 남은 것 빼고는 큰 상처는 없어보였다.
……하지만 왜일까.
“야. 너 진짜 죽을 뻔한 거 알지?”
나는 왜 굳이 그녀에게 화를 내고 싶은 걸까.
좀 붙어 다녔다고 정이라도 붙은 것일까.
아니면 소설의 독자로서 좋아하는 캐릭터가 죽을 뻔해서 그런 것일까.
최유성이 없었다는 가정 하에, 그녀가 죽는 모습을 지켜봐야할 수도 있었던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전 괜찮아요. 조금 방심했을 뿐….”
“방심? 앞으로도 이런 식이면 영웅 접어야 해 넌.”
“대용아. 그 얘긴 나중에 하자. 알리사도 정신이 없을 거야. 일단 학교 측에 호출을….”
“최유성. 좀 다물고 있어. 얘는 어영부영 넘어가면 다음에 또 이런다고.”
나는 조금 언성을 높여서 최유성의 말을 끊었다.
그 다음, 바로 알리사를 나무라기 시작했다.
“반마를 원수처럼 생각하는 너의 사연이야 이해해. 하지만 그 사연을 반마나 악마도 이해해 줄 것 같아? 네가 이성을 잃고 울분을 토하면, ‘저 좀 빨리 죽여주세요.’라고 하면서 고분고분 죽음을 받아들일까?”
“그, 그건…!”
“무조건 네 분노를 표출한다고 해서 과연 뭐가 될까? 네 죽은 친구들이 살아 돌아올까? 아니. 도리어 그놈들은 너의 그런 감정을 이용할 뿐이야. 그리고 거기에 말려들면 진짜 개죽음 밖에 없어. 그걸로 허무하게 끝이라는 거지.”
내 스스로 느끼고 있다.
목소리가 떨리고, 발음이 꼬이고, 말이 빠른 것 정도는 여실히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꼭 말해야겠다.
복수에 눈이 멀어 무식하게 달려드는 이 여자한테는 브레이크가 필요하니까.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