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210
“응. 아침에 일어나서 씻고 훈련, 점심 먹고 훈련, 저녁 먹고 훈련···. 아주 열심히들 해.”
그녀의 이야기를 듣자하니 샤를과 미래의 윤희진은 열심히 살고 있었던 것 같다.
무엇 때문에 훈련에 매진하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혹시나 그녀들도 위협이 다가오고 있다는 걸 어렴풋이 느낀 것일까.
“에헤취─!”
그렇게 추측하고 있던 찰나, 최성아가 뜬금없이 재채기를 했다.
나와 황투희는 그 모습을 보고 조금 놀랐다.
“···왜 재채기를 하고 그래?”
“훌쩍, 그냥 갑자기 코가 간지러웠다.”
“난 또···. 바람이 쌀쌀해서 그런 건 줄 알았지.”
빙 속성 마나를 가진 그녀가 감기라도 걸린 건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흔한 광경은 아니다.
그녀는 전투에 필요한 감각을 제외한 다른 신체 감각들은 상당히 둔감하기 때문이다.
“음···.”
황투희도 그 설정을 알고 있는지 살짝 미간을 좁히곤 최성아를 바라보았다.
최성아는 코를 훌쩍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나 대사부?”“···아냐. 얼른 들어가자.”
물론 큰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녀는 지금 재채기한 것 이전에도 ‘미각’이라는 부분이 상당히 민감해졌으며, 식사량도 무서울 정도로 늘어났으니까.
그래도 일단 그녀에 변화에 관한 건 염두에 두기로 했다.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이 세계에서, 무의미한 변화는 없을 테니.
“오셨군요 형님!”
집에 들어가니 분홍색 앞치마를 입고 있는 늠름한 실눈캐가 나를 맞이했다.
행색을 보아하니, 이젠 정말로 밥 해주는 좋은 친구가 되어버린 듯 보였다.
“오랜만이네.”
살짝 안쓰러웠지만 내가 달리 해줄 수 없는 게 없었기에 그냥 평소처럼 인사했다.
내가 안으로 들어가자 벨은 무슨 내 꼬붕이 된 것처럼 내 옆에 붙어선 입을 움직였다.
“짐 주십쇼! 제가 방까지 옮겨드리겠습니다!”
“아냐. 뭘 옮겨주기까지 하려고 그래.”
···뭘까 이 녀석.
밥 잘해주는 착한 친구인 줄 알았더니 이거 완전 가정부 신세 아니야?
진짜, 이제 좀 많이 불쌍해지려고 그런다.
“···난 괜찮으니까 네 할 일 해.”
“아, 넵! 그럼 야식 준비하러 가보겠습니다!”
“하하···.”
벨이 아무런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이 집에서 머무르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식색도 3명이나 되고 심지어 늦은 밤과 새벽에 걸쳐서 신세계교를 염탐하고 있는 임무도 맡고 있는 중인데 조금 가혹한 것 같았다.
“쟤가 집안일 혼자서 하는 거 좀 그렇지 않냐?”
그래서 황투희에게 조금 녀석을 배려하는 게 어떻겠냐고 말하려 했다.
하나, 황투희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하겠다는데 뭘 어떡해.”
“···자기가 하고 싶어서 한다고?”
조금 믿기 힘든 이야기다.
세상에 집안일을 도맡는 걸 좋아하는 변태가 어디 있어!
당장 5인분의 설거지라는 소리만 들어도 탈주하고 싶을 것 같은데!
그건 존재할 수 없는 생물이다.
아무리 벨의 전생이 마신이라지만 그건 말이 안 된다고.
“···기억이 아직 조금 불안정한가보네? 알잖아. 쟤 분명 [나태]의 힘을 갖고 있는데도 무서울 정도로 근면성실인 거.”
“······.”
“저 녀석은 진심이야. 어떤 일이든 자기한테 주어진 일이면 웃으면서 열심히 해. 가끔은 나도 질릴 정도로.”
말도 안 돼.
집안일을 좋아하는 변태가 진짜로 실존했다니.
게다가 벨의 전생은 [나태의 마신 벨페골]이다. 근면성실과 정반대여야 정상이란 말이다.
“어쨌든 쟤는 그냥 두고 네 할 일이나 해. 앞으로 할 거 많다면서.”
“어, 어. 그렇지···.”
이 세계가 여러모로 일그러진 게 많다고 다시 한 번 느끼게 된다.
분명 벨이 저렇게 되어버린 건 대마신이 엿 같이 설정을 써놔서 그런 거겠지.
“난 방 어디 쓰면 돼?”
“2층 방 아무거나 써. 벨도 2층 쓰고 있으니까 딱이겠네.”
“어.”
그렇게 대마신을 쓰러뜨려야 하는 이유를 하나 더 덧붙인 다음, 나는 2층에 있는 빈방 중 하나에 들어가서 짐을 풀었다.
“흠···.”
저번에 와서도 생각한 거지만, 황투희는 혼자 살고 있었을 텐데도 쓸데없이 갖춰놓은 게 많았다.
이렇게 빈방으로 둔 곳에도 기본적인 침구류와 책상 하나는 놓여있다.
마치, 언제든 와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말이다.
물론 크게 신경 쓸 부분은 아니기에, 나는 그 의문을 대강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짐을 풀었다.
그다음 방에서 나와 1층 소파에 퍼져있는 황투희에게 다가갔다.
“왜?”“지금 대련하는 거 좀 그러지?”
“어~. 힘들다 힘들어. 하루 종일 녀석들 상대하니까 체력이 안 남아나.”
“알았다. 그럼 밑에 있는 녀석들이랑 해야겠다.”
천하의 황투희도 지치게 하다니.
두 사람 모두 왕의 무덤에서 만난 당시보다는 강해졌을 수도 있겠다.
쾅! 쾅!
그런 기대를 품고, 나는 지하로 가는 문을 열었다.
격렬한 대련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커다란 굉음이 연달아 들려왔다.
“오···.”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장면을 보자마자 감탄사가 나왔다.
웬만한 영웅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마나를 두르고서, 두 여자가 맨몸으로 서로에게 부딪치는 중이었다.
콰앙! 쾅!
나는 그 조금 더 가까이 가서 그녀들이 대련하는 모습을 관찰했다.
가까운 곳에서 보니, 그녀들은 무작정 하는 개싸움이 아니라 상당히 체계적이고 섬세한 전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훅─!
윤희진의 빠른 옆차기가 샤를에게 꽂히고, 샤를은 최대한 충격을 줄이기 위해 자세를 잡았다.
그것으로 끝나지 않고 샤를은 왼손에 주먹을 쥐고 윤희진의 얼굴로 훅을 휘두른다.
그 모습이 마치 숙련된 선수들의 킥복싱 경기처럼 보였다.
“어이!”
그 정도로 열심히 하는 와중에 미안하지만, 나는 크게 외쳤다.
싸움이 어느 쪽으로 기울어지지 않을 정도로 막상막하였기에, 기다리려면 한참 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어? 강대용 씨!”
“그때보고 또 보네. 윤희진은 오랜만이다?”
“······.”
두 사람은 내가 갑자기 경기를 멈췄다 해서 표정을 찡그리거나 하진 않았다.
오히려 내가 온 것을 반가워하며 링에서 내려왔다.
“둘 다 잘 있었냐?”
“보다시피 잘 있었답니다.”
샤를은 의기양양하게 팔짱을 끼더니 콧방귀를 뀌었다.
윤희진은 그냥 나를 만난 게 마냥 좋은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오늘부터 저희랑 같이 생활한다고는 들었는데, 꽤 일찍 오셨네요.”
“어. 의논할 게 꽤 많아서.”
“의논할 거라뇨?”
하지만 나는 그 미소를 편하게 받을 수 없었다.
미래의 백설을 떠나보낸 시점에서, 나는 윤희진 또한 언제든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은 여기 있는 이들과 의논할 것이 있었다.
“내일, 엑스칼리버의 칼집을 찾으러 갈 생각이거든.”
“···네?”
바로, 칼집을 되찾기 위한 원정대를 꾸리는 일이다.
또한 칼집뿐만이 아니라 앞으로 되찾아야 하는 내 무구들을 같이 찾아줄 녀석들을 추려내야 했다.
“뭐, 그건 이따가 얘기할 거고. 너희 혹시 아직 체력 괜찮냐?”
“물론이죠! 저 샤를, 아직 멀쩡하답니다!”
“윤희진은?”
하지만 그 이야기를 지금 할 건 아니고, 나는 당장 녀석들의 실력을 좀 자세히 확인하고 싶었다.
SHA 강습 사건으로부터 불과 몇 주가 지난 시점에서, 그녀들은 얼마나 강해졌을까.
방금 싸움을 보니 아주 궁금해졌다.
끄덕끄덕.
다행히 윤희진도 체력이 아직 남아있는 듯했다.
그럼 당연히 대련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타앗─!
나는 폴짝 뛰어서 순식간에 링 위에 착지했다.
그리고 입고 있던 저지를 벗어 던지고 편안한 티셔츠 차림이 되었다.
“올라와.”
“지금 대련하자는 말씀이신가요?”
“어.”
나는 입꼬리를 살짝 치켜올렸다.
내 모습에 발끈했는지, 샤를은 뭔가 건방진 웃음을 만들며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다.
“좋아요. 그럼 누구 먼저 올라가면 될까요?”
“같이 올라와.”
“···네?”
그 물음에 나는 서서히 마나를 끌어올리며 말했다.
마치, 그녀들을 깔보듯이.
“동시에 덤벼도 상관없으니까 올라오라고.”
그러자 샤를은 입술을 샐쭉 내밀고 윤희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윤희진은 자신을 보고 있는 샤를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내 쪽으로 시선을 틀었다.
“저희를 만만하게 보시는 것 같은데···. 본때를 보여드리죠.”
그녀들을 자극하는 데엔 성공한 것 같다.
이러면 전력을 좀 다해주겠지.
콰아아아─!
나는 마나를 방출했다.
그녀들은 나처럼 폴짝 뛰어서 링에 올라왔다.
“3전 2선승. 판마다 제한시간은 10분. 타이머는 나한테 탑재되어 있으니까 따로 설정할 필요 없다.”
“맘대로 하셔요!”
그리고 나는, 꽤 오랜만에 그 주문을 외쳤다.
“이 세계를 검게 물들일 사상 최악의 흑룡이여! 지금 내 육신에 강림하여 그 절대적인 힘을 떨쳐라!”
대마신을 쓰러뜨릴 때까지 나와 함께할, 빌어먹을 주문을.
Episode.98 : 여정의 준비 (2)
흑염룡을 해방하고 녀석들과 2 대 1로 싸운 결과는 내 예상대로였다.
“쿨럭….”
“…둘 다 괜찮냐?”
두 사람 모두 강해지긴 했으나, 엑스칼리버를 소환하지 않은 나를 이기지 못했다.
엑스칼리버는 소환하지 않아도 일단은 나와 가까이 있는 것으로 취급이 되기 때문에 능력치 상승효과는 그대로 받을 수 있었다.
S급 수준의 능력치를 가진 나를 이기는 것은 당연히 힘들었을 것이다.
“네…. 하아…. 역시 강하시네요. 검을 사용하지 않고 맨몸이었는데도.”
“엑스칼리버의 힘은 계속 받고 있으니까. 맨몸으로 싸우는 게 익숙하기도 하고.”
그래도 그녀들이 상당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으니 수확이 없었던 건 아니다.
샤를은 일단 가장 부족했던 민첩이 부쩍 상승한 게 느껴졌고, 윤희진은 [고삐]로 능력치가 감소한 것 치고는 점점 미래의 능력치를 되찾아가고 있는 듯했다.
“아무튼 너희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니까, 나한테 진 건 마음에 담아두지 마.”
뭐, 사실 윤희진은 고삐를 없애버리면 나보다 강할지도 모른다.
그녀가 일단 얼마나 먼 미래에서 온 지는 모르겠지만,
미래의 백설이 대마신을 토벌하는 시기에서 온 것을 생각해보면 그녀 역시 그 시기에 왔을 가능성이 높다.
원작에서도, 만마전 원정이 있을 시간대의 주역들은 팔용사에 버금가는 영웅으로 성장한다.
그런데 내가 개입함에 따라 주역들은 더욱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니, 미래의 윤희진이 본래 가지고 있는 스펙은 팔용사 이상이 되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물론이죠! 기사는 패배 한 번으로 마음이 꺾이거나 하지 않는답니다!”
“그러냐.”
나는 놀라울 정도로 강해지긴 했지만 아직 팔용사보다는 조금 부족하다.
내가 유리한 상성인 ‘신궁 이상아’조차 이기지 못한다.
팔용사들은 눈으로 보이는 능력치뿐만이 아니라 특성과 재능, 기술 등으로 올라가는 능력치가 어마어마하다.
원작에서 공개된 바로는, 나와 똑같은 변신계 능력자인 백은호가 전력을 다한 평균 능력치는 2500에 육박한다고 한다.
그런 그가 세계파워랭킹 4~5위를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생각해봤을 때, 백은호 위에 있는 이들이 얼마나 더 강할지는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게다가 그들의 성장은 현재까지도 멈추지 않았다.
아주 느려지긴 했지만 아주 천천히 능력치가 상승하고 있는 거다.
“그럼 계속 노력해줘. 아마 몇 년 이내에 커다란 싸움이 일어날 테니까.”
“당연하죠. 당신이 노력하지 말라고 해도 계속할게요.”
그러니 이 녀석들뿐만 아니라 나 역시 계속해서 훈련을 해야 한다.
훈련으로 내 기본 스펙을 최대한 끌어올린 후에,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는 두 가지 힘을 개방할 생각이다.
“좋아. 그럼 훈련은 여기까지 하고 야식도 먹을 겸 좀 쉬자.”
“네? 아직 한 판밖에 안 했는데요?”
하나는 정신 침식률을 100%까지 채워서 [선택의 때]에 돌입하는 것.
다른 하나는 [■두룡의 계승자]의 마지막 키워드를 해제하는 것.
이 두 가지만 충족한다면, 아마도 폭식의 마신이었던 그 시절의 힘을 대부분 되찾을 수 있을 거라 보고 있다.
하지만 황투희와 오하와가 조언해준 대로 이 두 가지 조건은 현재의 내가 감당하기 힘들다.
순수 평균 능력치가 적어도 800은 되어야 한다.
“너희 오늘 하루 종일 훈련했다면서.”
“그렇긴 한데….”
“적당히 쉬는 시간을 가져야 능력치 상승도 효율적으로 돼. 그러니까 지금 나한테 진 김에 좀 쉬는 게 나을 걸.”
“…좋아요. 마침 출출하기도 했으니 당신 말을 들을게요.”
현재 내 순수 평균 능력치는 약 500 초반.
어쩌면 내 앞에 두 녀석들보다도, 아직 갈 길이 멀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너무 서두르면 될 일도 안 되는 법.
그렇기에 나는 힘을 좀 많이 쓴 김에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훈련에 돌입하기로 했다.
“그래서 내일부턴 뭘 할 거냐면….”
쉬는 시간엔 집안에 모인 모두와 이야기를 나누고 야식을 먹었다.
나는 무구를 구하러 가는 일에 대해서 말했고, 황투희와 벨은 내가 일정을 조율하길 원했다.
“칼집은 엑스칼리버와 짝인 만큼 엄청 고약할 거야. 게다가 대용위키만으로 찾을 수 있을 지도 미지수고.”
“베디비어가 엑스칼리버의 지도를 줬던 것처럼 뭔가 필요하다는 얘기지?”
“응. 그리고 그 단서는 아마 우리가 아니라 네 부하였던 녀석들이 훨씬 더 잘 알 테니까, 우선은 엑스칼리버의 지도를 줬던 베디비어한테 가보는 게 어때?”
황투희가 내세운 근거는 타당했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의견을 수용하고, 가장 먼저 단서를 얻기 위해 미국에 가는 것으로 결정했다.
“얼굴을 뵙는 건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폐하.”
“…그러네. 자주 못 꺼내줘서 미안하다.”
그 후, 훈련을 다시 시작하자마자 나는 아공간 둥지베일까지 불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