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212
“그래.”
“사실 좀 시간이 지나면 드리려고 했지만, 이걸 받으십쇼.”
베디비어는 내게 주먹을 들이밀고 한 번 흔들었다.
뭘 받으려는 시늉 같아서, 나는 그 아래로 손바닥을 내밀었다.
짤그락.
베디비어는 손에 쥔 주먹을 펴자 녹이 슨 열쇠 하나가 내 손바닥 위로 떨어졌다.
“엑스칼리버의 칼집으로 가는 길을 여는 열쇠입니다. 폐하께서 지난 생에 유언으로 제게 남긴 것들 중 하나지요.”
“…너에게 있었군.”
황투희의 말을 듣기 잘했다.
만일 베디비어를 만나지 않고 무작정 대용위키만 믿고 출발했으면 헛걸음만 할 뻔했다.
게다가 베디비어의 눈빛을 보아하니, 칼집 말고도 다른 무구들의 행방 또한 알고 있는 듯했다.
“예. 폐하께서 아직 기억이 불안정하셔서 처음 듣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폐하는 마지막 싸움에 돌입하시기 직전, 저희에게 ‘무구가 돌아갈 곳’을 알려주시고 그 열쇠 같은 물건들을 맡기셨습니다.”
“그런가.”
“네. 그 중 저에게는 엑스칼리버의 지도와 칼집의 열쇠를 맡기셨고, 나머지 [기사]들에게도 각각 구스화이트, 롱고미니아드, 카른웬난, 그웬, 위갸르로 인도하는 물건을 건네주셨지요.”
녀석이 자세하게 말해주니 서서히 기억이 되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착용하고 있던 모든 무구들은 내가 죽음을 맞이하면서 이 세계 곳곳으로 흩어졌다.
그 중 용갑 프리드웬은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최유성이 건네준 물건에 깃들어 있었지만, 나머지 물건들은 아마도 발굴되지 않은 한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기사]들은 지금 어디에 있지? 저번에 네가 말한 대로 둥지에서 생활하고 있는 건가?”
“예. 모두 둥지에서 출퇴근하면서 인간 사회에 녹아들었습니다. 둥지는 현재 캘리포니아 극동에 위치해 있고요.”
어쨌거나 나는 무구에게로 인도해줄 물건들을 전부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마도 내일 와야 할 듯하다.
캘리포니아 극동이면 이곳과 꽤 먼 거리에 떨어져 있다.
물론 경유시간까지 따져도 길어야 20분이겠지만, 문제는 내 부하들이 호락호락한 녀석들은 아니라는 거다.
“내일 가야겠군.”
“아, 오늘은 저만 보고 가시는 겁니까?”
“그래. 베일은 부하들이 날 반가워할 거라고 했지만…, 그 녀석들은 내게 자격이 있는지 분명 시험할 거다.”
“…그렇기 하죠.”
아서왕일 시절에도 내가 ‘왕의 자격’을 증명하고 나서야 내 밑으로 들어왔던 이들이다.
그러니 조금은 시간 여유를 가지고 방문하는 게 좋을 것이다.
“둥지의 주소를 주면 내가 나중에 찾아가겠다.”
“아,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응?”
그런데 베디비어에게 워프게이트보다 좋은 수단이 있는 듯했다.
그는 교복 마의 품에서 웬 스크롤 같은 물건을 하나 꺼내서 내게 내밀었다.
“둥지로 설정한 곳으로 바로 이동할 수 있는 텔레포트 스크롤입니다. 제가 대용으로 만들어둔 것이니, 바로 사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오….”
이러면 오늘 당장 만나러 가도 무방하겠다.
마침 미국은 일요일이고, 오후 5시이니 외출했다고 해도 슬슬 귀가할 타이밍이다.
“근데 내가 이걸 사용해서 둥지에 갑자기 떨어지면 그들이 놀라지 않을까 하는데.”
“괜찮습니다. 저희는 그렇게 간이 작지 않으니까요.”
게다가 갑자기 불쑥 찾아가도 그들의 리더격인 베디비어가 괜찮다고 하니, 바로 찾아가도 될 듯했다.
“그럼 난 곧바로 둥지로 출발하겠다.”
“알겠습니다. 다만, 출발하시기 전에 제가 올릴 말씀이 있습니다.”
“뭐지?”
그래서 베디비어에게 인사만 하고 바로 사용하려 했는데, 그가 내게 할 말이 있는 듯했다.
뭔가 주저하는 눈빛.
나는 베디비어가 저런 눈빛을 내게 보내는 이유를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듯했다.
“칼집이 내리는 시련은 지금의 폐하에게 커다란 고통을 안길 겁니다. 무엇을 상상하건 그 이상을요.”
“…알고 있다. 비비안만큼이나 성격이 더러운 여자였으니.”
그는 내가 칼집을 찾으러 간다는 게 상당히 걱정되는 듯했다.
베디비어는 신하의 도리로서 내게 선뜻 열쇠를 건네주었지만, 그래도 충고라도 좀 해야 할 것 같아서 나를 멈춰 세운 것일 터다.
[하, 뭐라니? 내 성격이 그 마녀만큼이나 더럽다구?]“입 다물어라 비비안.”
그 때문에 비비안의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고, 최근 잠잠하던 비비안이 퉁명스럽게 말을 뱉었다.
[하…. 왜 하필 이런 놈이 내 주인이냐고!]내 머릿속에서 신경을 긁는 이 목소리가 빨리 조용해졌으면 했다. 그러나 비비안은 내가 말을 한 번 잘못했다고 계속 떠들어댔다.
[환생하니까 심성은 더 고약해져가지고 아주 그냥….]매미도 이 정도로는 안 시끄러울 것 같았다.
흑염룡을 조용하게 만드는 것처럼 음소거 모드 도입이 절실했다.
[그건 이 대용위키가 설명해주지! 가 엑스칼리버의 목소리를 차단할 수 있다고 조언해줍니다!] [차단 모드를 실행하시겠습니까?]그때, 내게 구원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역시 요즘은 좀 못 미덥긴 해도 이 녀석밖에 없는 건가.
최고다 대용위키.
“…폐하.”
“응?”
그리 생각하며 차단 모드를 켜고 있던 그때, 갑자기 베디비어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아, 아닙니다…. 제가 착각을 좀 했습니다.”
“…뭔데 그러나.”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조금 수상했지만 이 녀석이 이러는 이유가 분명 있긴 할 것이므로, 나는 굳이 더 캐묻지 않았다.
아마 때가 되면 지금 ‘착각’으로 무마하려고 했던 부분에 대해서 말해주겠지.
베디비어는 항상 그랬으니까.
“알겠다. 그럼…. 이제 더 이상 내게 할 말은 없겠지?”
“네 폐하. 이제 가셔도 괜찮습니다.”
“그래. 그럼 나중에 또 보도록 하지.”
나는 바로 스크롤을 펼쳤다.
그러자 스크롤에 새겨진 마법진이 새하얀 섬광을 발했다.
스크롤이 잘 발동되었다는 신호였다.
“내 곁에 붙어라 벨.”
“예 형님!”
이제 10초 후, 나와 벨은 둥지로 이동될 터였다.
그때, 베디비어가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베디비어. 숨길 거면 좀 제대로 숨기던가 해라.”
“아, 그게….”
뭔데 저럴까.
의문이 짙어지고 있을 때쯤, 베디비어가 입을 열었다.
“대현자님이….”
“…뭐?”
콰아아아!!!
하지만 나는 베디비어가 말을 끝맺는 걸 듣지 못하고 스크롤로 빨려 들어가 버렸다.
풍경이 바뀌는 와중, 내 머릿속은 베디비어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대현자.
그것은 전생의 나를 왕으로 만든 노인의 이명이었으니까.
Episode.99 : 망상 (2)
강대용이 둥지로 출발한 그 시각.
알리사는 강대용을 만날 수 있는 시간까지 뭘 할까 고민하다가, 불안감이라도 날려버릴 겸 훈련을 하고 있었다.
쾅─! 콰직─!
“후우….”
그녀는 요즘 들어 자신이 부쩍 강해진 것을 느끼고 있다.
평균 능력치는 벌써 600을 넘었고, 사용하지 못했던 기술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녀가 이렇게나 강해질 수 있었던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이유, 훈련을 정말 열심히 했다는 것.
강대용과 같이 생활하면서도 그녀는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강대용이 없을 때보다도 훈련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강대용은 훈련벌레라는 별명이 붙은 만큼 훈련에 진심이기에, 항상 강대용과 가까이 있고 싶은 알리사 역시 자연스레 훈련을 열심히 했다.
‘기술과 재능의 가짓수가 부쩍 늘어났어….’
그리고 두 번째 이유.
7월에 강대용과 [어둠의 계약]이라는 걸 맺은 이후부터 성장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고 새로운 재능과 기술을 습득하는 빈도도 증가했다는 것.
알리사는 이때부터, 강대용과 자신이 천생연분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고 있었다.
『그래. 너와 그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지.』
“……!”
그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있던 그때.
알리사는 어떤 여자의 곱디고운 속삭임을 들었다.
“윽….”
목소리를 듣자마자, 알리사는 격렬한 두통을 느꼈다.
그녀는 잠시 휘청거리다가 훈련 캡슐 벽 쪽으로 쓰러지며 몸을 기댔다.
『그런데 지금 또 떨어졌잖니. 네가 고분고분하게 허락해준 덕에.』
“으윽….”
『병신 같은 년. 가지 못하도록 네 곁에 묶어 놨어야지.』
속삭임이 뚜렷해질수록 통증이 심해졌다.
알리사는 임시방편으로 두 손에 마나를 불어넣고서 머리를 부여잡았다. 하지만 통증은 더 심해지고 속삭임은 짙어져 갔다.
『그이는 언제까지 네 곁에 있어야 해.』
『네가 가게 내버려 둔 그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알아?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려 하고 있어. 전쟁을 일으키려 하고 있단 말이야.』
『혹시 알아? 전쟁 후, 그이가 또다시 폭군이 돼서 건너선 안 되는 강을 건너게 될지.』
계속되는 속삭임에도 알리사는 최대한 버티기 위해 고개를 격렬하게 흔들면서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피에 흐를 정도로 강하게 깨물었다.
하나, 알리사에 속삭이는 존재는 너무나도 강력한 힘을 갖고 있었다.
“맞아…. 그래선 안 돼….”
결국, 알리사는 저항을 멈췄다.
그녀는 손을 바닥으로 뚝, 떨어뜨리고 몸에 힘을 뺐다.
“대용이는…. 항상…. 내 곁에 있어야 해….”
콰아아아─!
강대한 암 속성 마나가 그녀의 육체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것은 알리사의 힘이기도 하고, 아니기도 했다.
엄연히 따지자면 ‘과거’에 갖고 있었던 힘이다.
[모든 능력치가 500 증가합니다.] [특성을 획득합니다.] [특성 : 여왕을 획득했습니다!]알리사는 흐려져 가는 의식을 간신히 유지하며,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보았다.
또다시 괄목할 만한 성장을 했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도 강해져 버렸다.
“찾으러…. 갈 거야….”
하나, 알리사는 그 힘을 시험해보진 못했다.
자신의 안에 있는 누군가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고 있었으니까.
“대용이를…. 『내 남편』을….”
과거의 망령이 알리사를 집어삼킨다.
그와 동시에 알리사의 머릿속으로 망령의 기억이 스며든다.
『랜슬롯 경. 저를 사랑하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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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당신을 사랑할 수 없어요. 제가 사랑하는 건 그이뿐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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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명입니다.』
『그이가 전쟁이 아니라 저를 볼 수 있게, 저와 불륜 관계가 되어주세요.』
사아아아….
모든 기억이 스며들고 난 뒤.
알리사는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심호흡을 한 번 했다.
손을 몇 번 피었다, 쥐었다 해본다.
발을 동동 굴려본다.
“하하….”
알리사는 입을 살짝 벌리고 웃음을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그다음 캡슐의 문을 열고 나와,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오! 리사야.”
그 와중에, 알리사는 귀찮은 인물과 마주쳤다.
다 큰 동생을 어린애처럼 귀여워하는 변태 같은 남자, 알프레드.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가 자신을 멈춰 세우더니 입을 열고 있었다.
“마침 할 말이 있었는….”
“꺼져.”
“허, 헉…. 리, 리사야?”
하지만 알프레드의 말을 끊었다.
지금, 강대용이 전쟁을 준비하려고 한다.
그걸 막는 일보다 중요한 건 이 세상에 없을뿐더러, 그냥 알프레드 자체가 싫었다.
“꺼지라고. 오늘 너랑 말할 기분 아니니까.”
“…미, 미안하다.”
알리사는 알프레드를 살짝 밀친 다음 다시 걷기 시작했다.
알프레드는 알리사의 뒷모습을 넋이 나간 채로 바라보았다.
‘우리 리사가 늦은 사춘기가 왔나···. 아니지, 혹시 강대용이랑 말싸움이라도 한 건가? 그래서 이 오빠조차도 보기 싫다는 건가…!’
알프레드는 알리사가 어떤 이유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아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알프레드의 그런 추측은 완벽히 틀렸다.
“빨리, 빨리, 빨리, 빨리, 빨리….”
알리사는 알프레드가 못 알아볼 정도로, 어떤 유사한 ‘인격’에 잡아먹힌 것이었다.
육체의 주도권을 틀어쥔 ‘그녀’는, 쉴 새 없이 중얼거리며 알리사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띠리리!
그리고 방에 도착하자마자 워프 게이트를 탈 때 필요한 생도증과 신분증, 강대용이 선물해준 창이 들어 있는 케이스를 어깨에 걸쳤다.
“캘리포니아…. 하…, 전쟁 준비한다고 멀리도 가셨네요….”
그녀는 알리사의 얼굴로 실소를 터뜨렸다.
여전히 전쟁에 미쳐선, 자신보다 그런 일이 먼저라는 사실이 정말 역겨워서 미칠 것 같았다.
“그래도…. 오후 1시에 약속을 잡아놨으니….”
전생에도 온갖 노력을 했지만, ‘아서왕’은 변하지 않았다.
죽어도 딱히 상관없는 아버지를 구하러 갔다가, 이상한 저주에 걸려선 침략 전쟁에 미친 폭군으로 전락한 뒤로 자신을 한 번도 봐주지 않았다.
그런 일이, 절대로 반복되어선 안 된다.
“그 앞으로 먼저 가볼까요…. 1시까지 안 오면 잡으러 가면 되는 일이니까….”
그런 결의를 다지고서, 알리사의 몸을 잠시 차지한 [여왕]은 방을 나섰다.
***
슈와아아….
새하얀 섬광이 잦아들고, 나와 벨을 어떤 단독 주택 앞에 도착했다.
상당히 커다란 크기로 보아하니 제대로 온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