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216
기네비어는, 과거의 나 때문에 미쳐버렸다.
나 이외의 인간은 아마 인간으로 보지 않을 것이다. 나와 가까이 있는 인간들을 개미목숨처럼 치부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 전쟁을 하시려는 거겠죠.”
“아니다. 이 세상의 자유를 위한….”
“전쟁이죠.”
“…….”
낸 손을 붙잡고 있는 기네비어의 두 손에서 강력한 마나가 감돌기 시작한다.
당장이라고 내 손을 부러뜨리겠다는 각오로 보였다.
“여전히…. 당신은 변하지 않은 거에요. 전쟁과 피를 좋아하는 거죠.”
“…그렇지 않다.”
“아니라면 당장 그만두고 저랑 먼 곳으로 도망가요. 아직, 아직 늦지 않았어요.”
내 곁에서 벨이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그만큼 나와 기네비어 사이에서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그럴 수 없다. 전생과 달리, 이번 전쟁은 이 세계 모두를 위한 것이다. 무의미한 살육이 아닌, 미래를 위한 싸움이란 말이다.”
“닥쳐요. 그래봤자 전쟁인 건 똑같아요.”
“기네비어….”
말이 통하지 않는다.
답답했지만, 나는 그녀가 이렇게 완강히 나오는 것도 이해가 갔다.
성군이었던 아서는 바알의 모든 것을 흡수하고서 폭군이 되었고, 전쟁에 미쳐 아무것도 보지 않았다.
최종적으로는 폭식의 마신, ‘바알서’로 타락했다.
이 과정을 직접 지켜본 기네비어가 나를 믿지 못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날 한 번만 더 믿어다오.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
그렇다 해도, 나는 계속 내 진심을 전할 수밖에 없었다.
기네비어는 내 말을 듣고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였다.
내 손을 잡고 있던 두 손을 놓고 탁자 아래로 내렸다.
“그래요….”
기네비어는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그 결단은, 내게 있어서 그다지 좋은 결단은 아니었다.
“우선 팔다리를 먼저 잘라야겠군요.”
탁!
기네비어는 곁에 내려두었던 창 케이스를 열었다.
그리고 [염동]을 사용하여 들어있던 창을 손에 쥐었다.
솩!
그녀는 곧바로 내 왼쪽어깨로 창을 내질렀다.
이렇게 될 것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나는 곧바로 프리드웬을 둘렀다.
텅─!
기네비어가 내지른 창을 프리드웬으로 튕겨냈다.
물론 싸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지만.
“흡!”
우리 두 사람이 움직임과 동시에, 벨이 지팡이를 꺼내더니 그것을 바닥으로 내리찍었다.
슈와아아─.
그러자, 공기가 가라앉았다.
바깥에서 들어오던 따뜻한 가을 햇살이 차갑게 식었다.
“차단막을 전개했습니다!”
벨은 민간인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차단막을 전개했다.
역시 말하지 않아도 척척 알아서 하는구나.
이러면 조금 과격하게 제압해도 되겠어.
슉! 슈욱!
기네비어는 두 눈에 불을 켜고 내게 창을 내지른다.
나는 엑스칼리버를 소환해 기네비어의 창을 막아냈다.
캉! 캉! 캉!
그녀와 합을 나눌 때마다, 그녀가 강하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전생의 힘이 거의 그대로 유지되었다고 봐야할 듯했다.
“어서 나와 조용한 곳에 가서 살겠다고 약속해!”
기네비어는 단순히 아름다워서 나와 부부관계를 맺은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핏줄은 조상 대대로 강인한 전사의 핏줄이었고, 기네비어 또한 그 피를 짙게 이어받았다.
즉, 우리는 강한 아이를 갖기 위해서 부부가 된 것이었다.
“날 사랑하지 않는 거야?! 역시 나보다 전쟁이 중요한 거냐고오!!!”
하지만 같이 있는 날이 늘어날수록 우리는 서로에게 이끌렸다.
마치, 하늘이 점지해 준 관계인 것처럼.
우리는 한 치라도 떨어있기 싫을 정도로 서로를 사랑하게 됐다.
캉! 캉! 카앙!
그런 우리는, 폭식의 바알 때문에 갈라졌다.
하지만 몇 천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 서로 환생한 채로 이렇게 무기를 맞대고 있다.
“…그럴 리가.”
우리는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있다.
기네비어는 내가 싸움을 그만 두고 자신만을 봐주길 원한다.
하지만 내 모든 자유를 자신이 가지고 있길 원한다.
가히 병적인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기네비어가 집착을 버리길 원한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나는 기네비어가 싫어할 만한 짓을, 기네비어가 내게 집착할 수밖에 없는 일을 골라서 하고 있다.
“나는 예전부터, 네가 불륜을 저질렀다고 착각했던 그 순간까지도….”
아마 한동안은, 이 주제 때문에 우리는 계속 싸울 것이다.
그렇다 해도, 나는 내 뜻을 굽힐 수 없다.
스스로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조금 그렇지만, 나는 이 세계를 위해, 그리고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모두를 위해 싸우는 거니까.
“…그리고 환생한 지금도 너만을 사랑한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은 너를 이겨야겠다.
네 힘을, 마음을, 모든 것을 꺾겠다.
“오의!”
나는 엑스칼리버에 거대한 마나를 실었다.
그와 동시에 기네비어도 뭔가 하려는 듯 자신의 창으로 마나를 응집시켰다.
“그런데 왜….”
“네가 살기 위해서, 나는 싸우는 것이다.”
순간, 우리는 준비한 공격을 서로에게 사용하는 것을 주저했다.
기네비어의 뺨을 타고, 굵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내가 싸워야지만…. 모두가 살 수 있다.”
나는 입술을 잘근 깨문 다음 엑스칼리버를 위로 치켜들었다.
Episode.100 : 믿음
콰쾅!
서로 강력한 기술을 한 번 사용한 후에도, 무기의 충돌은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그 충돌 속에서도 우리는 생채기가 조금 생겼을 뿐, 싸움에 지장이 갈 만한 큰 상처를 하나도 입지 않았다.
“그만 포기하세요! 전, 제 뜻을 꺾지 않을 테니까!”
“후우….”
그녀는 내 팔다리를 자른다는 험악한 말까지 뱉었으면서, 전력을 다하지 않고 있다.
나 역시 그녀를 제압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가진 힘을 거의 활용하지 않고 있다.
[폭식의 마신(魔神) 흑염룡이 어서 자신을 해방해서 빨리 제압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겠다고 말합니다.]흑염룡도 발동하지 않았다.
이 싸움이 상당히 길어질 것 같았으니까.
실제로도 이미 10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고, 우리의 전장이 되어버린 벨의 은신처는 천장이 완벽히 뚫릴 정도로 거의 다 부서져 버렸다.
“마지막으로 부탁한다. 나를 한 번만 믿어다오.”
“싫어요.”
되도록 그녀를 설득하기 위해 입을 계속 나불댔지만, 그녀는 한 치라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뿐이었다.
“형님…. 슬슬 차단막을 유지하기 힘듭니다…!”
“…….”
게다가 벨이 차단막을 유지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나와 그녀의 마나는 S+급 영웅에 버금가니까.
아무리 S+에 근접한 강자인 벨의 차단막이라고 할지라도 얼마 버티지 못하는 건 당연했다.
“기네비어. 마지막으로 부탁하마. 나를 믿어다오.”
결국, 나는 강경책을 사용할 수 있다는 걸 그녀에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슈와아아…!
엑스칼리버에서 흑(黑)과 백(白)을 동시에 품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칼날 쪽으로 집안에서 감돌고 있던 공기와 마나가 빨려 들어간다.
“싫다고요.”
“내 영혼을 걸고 맹세할 수 있다. 나는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
내가 지금 사용하려는 것은 엑스칼리버의 첫 번째 기술이자 궁극오의, [왕의 참격].
기네비어와 랜슬롯을 처형할 때 사용한 기술이었다.
이 기술의 위력은 내가 마나를 소모할 건지에 따라 결정된다.
가령 육체 내에 있는 모든 마나와 주변에서 끌어온 마나를 전부 엑스칼리버에 실었다고 가정했을 때, 정면 1km 범위 내에 있는 사물을 가루로 만들어버릴 수 있는 위력을 갖게 된다.
물론 나는 기네비어를 제압만 하려고 하는 것이기에 그 정도까지 소모하진 않을 거다.
내 마나를 아주 조금만 사용하고, 궁극오의를 사용하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한의 마나를 외부에서 충당할 생각이었다.
“만일 내가 이번에도 살육만을 위한 전쟁을 시작한다면, 스스로 팔다리를 자르고 너에게 예속되겠다.”
“예속된다니요. 폐하는 노예가 아닙니다.”
하지만 잘하면, 아주 잘하면 대화로 해결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기네비어의 살기와 마나가 차츰 잦아들고 있었으니까.
“…내가 그만큼 각오하고 있다는 뜻이다. 뭣하면 너와 ‘운명의 맹약’을 작성할 수도 있다.”
“운명의 맹약을요…?”
“그래.”
이 분위기를 잘 살려봐야 한다.
우선, 약속을 지킨다는 의미에서 흑염룡과 맺었던 ‘운명의 맹약’을 제안했다.
운명의 맹약은 두 사람의 영혼 간에 어떤 규칙, 약속 따위를 정해놓고 어느 쪽이든 그것을 어겼을 경우 맹약 작성 시에 미리 적어두었던 ‘벌’을 이행하게 된다.
그건 내가 아무리 폭식의 마신이라는 격이 높은 존재라 할지라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서로 항목을 잘 조율해서 맺자꾸나. 나는 내 스스로에게, 네게 한 약속을 지킬 자신이 있다.”
“…….”
줄곧 부정적인 기운이 감돌던 기네비어의 표정이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변했다.
그녀는 내게 겨누었던 창을 거두고 눈을 감았다.
아무래도 조금 고민하는 듯했다.
“…과거엔 같은 실수를 몇 번이나 반복하셨지요.”
고민이 길지 않았는지, 그녀는 금방 다시 눈을 뜨고 내게 말했다.
내가 반복한 실수.
그건 기네비어가 말렸는데도 계속 정복 전쟁을 지속했던 것을 뜻하는 거겠지.
“그래. 내가 저지른 죄라서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난 이제 그 실수를 반복하던 아서가 아니다.
“허면….”
“강대용. 나는 강대용이다. 아서의 영혼과 기억을 이어받긴 했어도, 다른 존재라고 할 수 있겠지.”
“…다른 모습을 하고 계셔도, 저에게는 폐하로밖에 보이지 않아요.”
그녀는 불안한 시선으로 날 바라보고 있다.
나는 그 시선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보았다.
“아니. 많이 다르다. 네가 말한 대로 생김새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고, 목표도 다르다.”
“…….”
“그렇기에 아서가 저지른 실수를…, 바알서가 저지른 실수를 나는 저지르지 않을 수 있다.”
엑스칼리버는 여전히 위로 들어 올리고 있었다.
언제 또 기네비어가 돌변할지 알 수 없기 때문에, 그녀가 완전히 살기를 죽일 때까지는 궁극오의를 거둘 순 없었다.
“확신하세요?”
그래도 점차 그녀가 고분고분해지는 것이 보인다.
기네비어는 걱정되는 표정으로 내게 물었고, 나는 그녀의 물음에 살짝 웃으며 답했다.
“확신한다. 나는 바뀔 수 있다. 극악무도한 학살자가 아닌, 그냥 이 세계의 평화를 바라는 한 사람으로.”
“평화….”
“그래, 평화.”
땡그랑─.
기네비어는 창을 떨어뜨린 후 천천히 내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천천히 엑스칼리버를 아래쪽으로 내림과 동시에 소멸시켰다.
어느 정도 확신이 들어서였다.
기네비어가 날 공격할 생각이 없다는 확신이.
“맹약 같은 거…. 작성할 필요 없어요.”
“……!”
갑자기 이렇게 말한 기네비어는 내게 안겼다.
그녀는 어리광을 부리듯 내 품에 얼굴을 묻었다.
“지금 스스로에게 한 약속…. 지켜줄 수 있죠.”
“반드시 지키마.”
기네비어는 한참 동안, 조용히 눈물을 삼켰다.
나는 그녀를 안은 채로 등을 두드려주며 그녀를 달랬다.
“죽지 마세요…. 만약 죽으면, 저도 당신 따라서 죽을 거니까.”
“…걱정 말아라.”
이윽고 기네비어는 내 볼을 두 손으로 가볍게 잡았다.
나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싱긋 미소 지었다.
“저는 이제, 알리사 폰 그라이펜과 섞이게 될 거에요.”
“그녀와 너에게 어떤 영향이 있지?”
“지금의 당신과 비슷한 상태가 되겠지요. 과거를 기억하면서, 같은 영혼을 가진 존재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런가.”
하지만 이어지는 기네비어의 말을 듣고서, 조금 두려워졌다.
알리사는 이제, 내 전생에 관한 모든 것을 알게 될 테니까.
“불안하시겠죠. 알리사는 악마에게 깊은 적개심이 있으니.”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지.”
“…그런 불안감이 들 때마다 그녀와 저를 믿으세요.”
쪽─.
기네비어는 가볍게 나와 입을 맞췄다.
그러곤 방긋 미소 짓고서 말했다.
“당신이 어떤 존재였건 간에, ‘저희’는 당신을 그 누구보다도 사랑하니까요.”
그 말이 끝난 직후.
기네비어는 스르르 눈을 감으며 정신을 잃었다.
나는 쓰러지려는 그녀를 살며시 끌어안았다.
“…저. 끄, 끝난 겁니까 형님?”
“그래.”
“휴우우….”
그 모습을 본 벨은 서 있던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았다.
이 녀석이 고생이 많긴 했다.
나와 기네비어의 마나를 차단해야 했으니 정신력이든 마나든 상당히 소모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