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225
나는 모두가 그런 반응을 보이자 조금 혼란스러워져서, 백설의 말대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알리사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여전히 세심하지 못한 늙어용~.”
“응? 상은아, 그 별명은 뭐야?”
“아~. 대용쓰가 오전에 나한테 덕담을 늘어놨었거든! 그래서 내가 대용쓰한테 붙어줬어!”
“아하….”
설마, 아까 밥을 다 먹고 트림한 거 때문에 부끄러워하는 건가?
확실히 동성끼리는 그냥 가볍게 놀리면서 넘어갈 수준이지만, 알리사는 많은 사람이 있는 곳에서, 그것도 내 곁에서 트림을 했으니 수치심을 느낄 수는 있겠구나.
[폭식의 마신(魔神) 흑염룡이 이럴 땐 그냥 조용히 있어줘야 했었다고 섬세하지 못한 당신을 탓합니다!]그녀의 성격을 생각해보자면 확실히 이게 맞는 것 같다.
기네비어든 알리사든 내게 조신하고 예쁜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으니까.
“내가 잘못했네.”
그렇게 결론은 내리자마자 저절로 실소가 나온다.
또 눈치 없는 내가 알리사를 더 곤란하게 했구나….
역시 계속 눈치를 키울 필요가 있겠어.
“으휴. 이제 좀 알겠냐?”
내가 웃음을 흘리자 백설은 덩달아 어이 없다는 듯 웃음을 흘리며 물었다.
나는 고개를 아무 말 없이 주억거렸다.
“그나저나, 너희는 왜 날 그렇게 보고 싶어 했던 건데.”
그다음, 우리 패거리를 졸졸 따라오고 있는 미국 녀석들에게 물었다.
나는 녀석들이 계속 신경 쓰였다.
다른 게 아니라. 녀석들은 이상은과 얘기하면서도 종종 내게 눈짓을 보내고 있었으니까.
마치 내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큼…. 혹시 잠시 시간을 내줄 수 있어?”
스칼렛은 내 말을 기다렸다는 듯 헛기침을 하며 물음에 물음으로 답했다.
굳이 안부 인사뿐이 아니라 시간까지 내야하는 일이라….
이 녀석들, 설마 베디비어가 말했던 대로 선물이라도 준비한 건가?
“뭐, 점심시간 동안은 괜찮아.”
“다행이네. 그럼 잠시 어디 앉아서 이야기를 좀 나누자.”
그건 잘 모르겠지만 곧 알게 되겠지.
나는 곁에 있는 알리사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리사야. 나 이상은 친구들이랑 얘기 좀 하다갈게. 괜찮지?”
“아, 으, 응! 그럼 난 희진이랑 같이 카페나 가 있을게.”
“그래.”
그렇게 알리사를 비롯한 일행들과 떨어진 나는 순순히 스칼렛을 따라갔다.
스칼렛이 선두에서 걷자 다른 미국 녀석들과 이상은도 덩달아 따라왔다.
…우리 일행보다 훨씬 시끌벅적했다.
“저기가 좋겠다.”
조금 걸어서 공원에 도착한 우리는 바로 벤치에 앉았다.
앉자마자 스칼렛과 미국 녀석들은 동시에 나를 보았다.
“일단, 저번에 은혜를 입은 것에 대한 감사인사를 받아줘.”
그렇게 말하며 스칼렛은 교복 품에서 어떤 봉투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나는 저절로 머리를 긁적일 수밖에 없었다.
내게 무슨 은혜를 입었다는 거지?
“…내가 너희한테 뭘 해줬는데?”
“프레이랑 화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 베디비어의 목숨을 구해준 것, 이렇게 두 가지.”
스칼렛은 진지한 표정으로 어서 봉투를 받으라는 듯 몇 번 흔들었다.
저 안에 무엇이 들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차마 받지 못할 것 같은 귀한 무언가가 들어있을 듯했다.
“…고작 그거 때문에?”
“고작이 아니야. 베디비어는 장차 미국 최고의 영웅이 될 재목이자, 미국의 재산이야. 그런 사람의 목숨을 구해준 건데 당연히 미국으로부터 사례는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
스칼렛은 눈을 부릅뜨며 내 손목을 강하게 잡았다.
“그리고 꼭 베디비어가 그런 인물이 아니라 해도, 너는 우리의 소중한 친구를 구해준 거야. 그러니 이건 꼭 받아줬으면 좋겠어. 우리의 마음을 가득 담았어.”
“…….”
사실 이런 식으로 받는 건 부담스러워서 거절하려고 했는데, 이쯤 되면 거절하는 게 실례인 것 같다.
결국 나는 돈봉투(?)를 받았고, 그것을 바로 교복 마의 품으로 넣으려 했다.
“화, 확인해보지 않는 거야?”
“응?”
근데 스칼렛은 살짝 실망한 표정을 짓곤 그렇게 말했다.
뭐지? 이거 수표나 뭐 그런 거 아니었어?
그런 걸 굳이 여기서 확인해볼 필요가 있나?
“확인해 줘. 우리의 성의가 느껴질 테니까!”
“…….”
혹시 돈 같은 게 아닌 건가….
생긴 것만 보면 몇 억짜리 수표를 넣어놨을 것 같이 생긴 봉툰데.
거참, 부담이 배가 되는구먼.
그래도 저렇게 눈까지 빛내면서 확인해보라고 하니 확인을 안 할 수도 없고 참….
“알았다 알았어. 바로 확인해볼게.”
나는 돈봉투인지 뭔지 모를 봉투의 입구를 열고 조심스럽게 내용물을 바깥으로 끄집었다.
그리고 내가 끄집어낸 것은 현금도, 수표도 아닌 뭔가 쿠폰처럼 보이는 종이쪼가리였다.
“뭐, 뭐꼬 이건?”
조금 당황해서 사투리가 튀어나왔다.
내 표정이 퍽이나 우스꽝스러웠는지, 스칼렛은 해맑게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놀랐지? 그건 여기 있는 이들과 거기 적혀있는 걸 한 번씩 할 수 있게 해주는 쿠폰이야.”
“…뭐?”
“거기 적혀있는 걸 할 수 있게 해주는 쿠폰이라고!”
나는 말문이 턱 막혀버렸다.
뭐 이런 걸 답례라고 주는 거지?
도대체 무슨 내용이 적어놨으면, 저런 당당한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거냐고.
“큼큼. 내용은 바로 확인해 봐. 분명 아주 좋은 내용일 테니까.”
“…….”
녀석의 말대로, 일단 쿠폰을 하나하나씩 확인해보았다.
우선, 유독 부끄러워하고 있는 저 덩치 녀석의 것부터다.
[스미스 킹]– 세계 최고 수준의 대장간, [킹 대장간] 1회 무료 이용권.
당황스러웠다.
스미스 킹의 쿠폰은 스칼렛이 말한 대로 정말 내게 도움이 되는 게 적혀있었으니까.
킹 대장간은 [악마를 삼킨 회귀자]의 후반부에서, 최유성이 만마전에 신고 갈 장화를 제작하러 간 곳이었기에, 여기에 적혀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이 과언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었다.
“마, 만족하나. 대용.”
스미스는 얼굴까지 붉히고서 내게 물었다.
뭘까. 혹시 자기가 [세계 최소 수준의]라고 굳이 적어놨으면서, 이제 와서 부끄러워졌다거나 그런 거냐.
“…고맙다 스미스.”
어쨌거나 아주 좋은 쿠폰인 것은 사실이었기에 짤막하게 감사인사를 전했다.
스미스는 콧방귀를 뀌며 의기양양하게 두 팔짱을 끼었다.
“언제든 찾아오도록!‘
나는 그 과장스럽고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스미스를 가볍게 무시한 채, 다음 쿠폰들도 찬찬히 살펴보았다.
다들 좋은 집안의 자식들이라 그런지, 하나같이 내게 도움이 되는 것들만 적혀있었다.
“어때 대용! 정말 커다란 선물 아니야?”
“…….”
그렇게 생각하다가 누군가의 쿠폰에서 그런 생각이 끊겼다.
지금 내게 확신의 찬 목소리로 말하고 있는 스칼렛의 쿠폰이었다.
[스칼렛 플레처]– 스칼렛의 저택에서 1일 데이트 이용권.
잘못 적혀있는 건가?
어째서 이들 중 가장 집안이 좋은 스칼렛의 쿠폰에 제일 괴상한 게 적혀있는 거지?
나는 혹시나 내가 잘못 봤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며 두 눈을 몇 번 비볐다.
그러나 쿠폰에 적혀있는 문구가 바뀌진 않았다.
“무려 유서 깊은 우리 가문의 저택에서, 나와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쿠폰이야. 어때?”
“…….”
스칼렛은 두 눈을 초롱초롱 빛내면서 날 바라보고 있었다.
이 녀석이 정말 그 군인의 격식이 몸에 새겨져있던 그 스칼렛이 맞는 거냐?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아는 스칼렛은 이런 철없는 소녀 같은 행동을 하지 않는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건데?”
“무슨 의미냐니? 플레처 가문의 저택에서 이 나랑 데이트를 하는 거잖아?”
내가 소설을 잘못 읽은 건가?
스칼렛은 자존심이 무진장 세긴 했어도 이런 자의식과잉을 앓고 있는 캐릭터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리고 데이트라니.
나는 지금 이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알리사와 사귀고 있는 몸인데?
“나 여자친구 있는데?”
“데이트를 꼭 사랑을 나누기 위해서 할 필요는 없지.”
그, 그건 맞는데.
보통은 서로 좋아하는 남녀가 꽁냥꽁냥거리는 걸 데이트라고 하잖아.
하기야. 사전적인 의미는 단순히 이성간의 만남이니까.
부담 없이 쓰자면 쓸 수야 있는데….
굳이 데이트라고 명시할 필요가 있었던 건가?
“집구경이라고 적을 수 있었잖아.”
“응? 그렇기야 한데, 일단은 나와 같이 노는 거니까 데이트라고 했지?”
“그럼 노는 거라고 하면 되잖아.”
“그런가?”
스칼렛은 검지를 볼에 붙인 채 눈을 치켜뜨고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젠장. 스칼렛은 공부도 꽤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혹시 사차원인건가?
원작에서 나오지 않았던 모습이 나오니 좀 많이 당황스럽다. 이게 캐붕이라는 걸까.
“아, 아무튼 고맙다….”
어쨌거나 일단 고맙다고는 해야겠지.
나는 내 부하의 목숨을 살린 것뿐인데 공짜로 이런 혜택들을 받는 것이었으니까.
조금은 황당해도 황당한 티 내지 말자.
“아직 베디의 쿠폰이 남아있네. 마저 확인해 봐.”
“아, 어….”
나는 일부러 좋아하는 척 입꼬리를 올리고서 마지막으로 베디비어의 쿠폰을 확인했다.
[베디비어 나이트]– 3개월 월급 양도권(베디비어가 3학년이 되었을 때 사용가능).
…뭐 이딴 걸 적어놨나.
아무리 자기 스스로 적었다지만 이건 좀 내가 삥 뜯는 것 같잖아.
게다가 나도 돈은 많이 벌게 될 거라 굳이 이런 쿠폰을 줄 필요는 없는데….
“하하. 마음에 드나 브로?”
베디비어는 그 사실을 모르는 건지, 일부러 저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쿠폰을 들고 있는 내게 개구쟁이 같은 미소를 보냈다.
나는 크게 한숨을 쉬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여줬다.
“고맙다 다들. 잘 간직해뒀다가 쓸 때 말할게.”
“대용이 만족해서 다행이네!”
쿠폰 확인이 모두 끝났다.
아마도 이 녀석들은 이걸 전하기 위해 내게 시간을 내자고 했을 테니, 더 이상 내게 할 말을 없을 터였다.
“그럼 난 이만 가봐도 되나?”
“잠시만 대용! 마지막으로 너에게 줄 물건이 하나 남아있어.”
그런데 스칼렛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의 파우치 가방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보통이면 이럴 때 조금이라도 기대감이 들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실용적이긴 해도 좀 황당한 선물을 받아버렸으니, 다음에 줄 물건도 자연스레 비슷한 것일 거라고 단정지어버린 것이다.
“대용에게 아주 잘 어울릴 것 같은 물건이라서 말이야.”
그런데 스칼렛의 그 멘트와 그녀가 꺼낸 물건을 보자마자 그런 생각은 싹 사라졌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는 원통형 케이스.
나는 저절로 침을 삼키고 말았다.
“이건 우리가 저번에 A급 마경에서 어른들과 함께 발굴한 아티팩트야.”
얼떨떨했지만, 나는 스칼렛이 내민 케이스를 받았다.
동시에 내 머릿속에서 과거의 장면 중 하나가 스쳐지나갔다.
– 권사는 딱히 그런 거 없는데. 대신 너한테 어울리는 물건이 있긴 하지.
황재빈이 내게 아티팩트를 구해준다고 하면서 멘트를 치던 그 장면.
어째서인지 그 장면이 갑자기 떠올랐다.
Episode.102 : 1000년 전의 너에게 (4)
데자뷰를 느끼며, 나는 받아든 케이스를 열었다.
그 안에는 둘둘 잘 말려있는 새하얀 무언가가 들어있었다.
[폭식의 마신(魔神) 흑염룡이 말도 안 된다면서 눈을 휘둥그레 뜹니다!]공교롭게도, 나는 이 물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내가 이 보물을 잊을 수 있을 리가 없다.
이것은 내가 마신으로 다시 태어난 그날부터 쭉 나와 함께 했던 무구 중 하나니까.
“왜 그래 대용? 혹시 별로 마음에 안 들어?”
스칼렛이 주저하는 눈빛을 하고서 묻는다.
마음에 안 드느냐고? 그럴 리가.
감히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수호자’의 기술에 같이 찢겨버린 줄 알아서 되찾을 수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던 물건이다.
그런 물건이 생각지도 못한 방식으로 내게 돌아왔는데 기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니. 진짜 고맙다. 잘 쓸게.”
“그, 그럼 다행이고. 왼팔에는 이미 묶고 있으니까, 우리가 준 건 오른팔에 묶으면 딱이겠네.”
“그렇지.”
고개를 끄덕인 후, 나는 바로 원통형 케이스에서 아티팩트를 꺼내 들었다.
붕대다. 그냥 평범한 붕대처럼 생긴 붕대.
나는 능숙한 손놀림으로 붕대를 내 오른팔에 칭칭 감은 뒤 매듭을 묶었다.
“마력을 조금 올려주는 것 외에는 그 어떤 효과도 없는 아티팩트지만…. 부디 잘 사용해주면 좋겠어.”
“어. 잘 쓸게.”
스칼렛은 저렇게 말했지만, 이 붕대는 단순히 마깃붕처럼 마력만 올려주는 아티팩트가 아니다.
주인의 손에서만 진정한 힘을 발현하기에, 다른 이들이 확인했을 때는 단순히 마력을 증가시키는 것으로 보일 뿐이다.
사아아아….
붕대를 다 묶자마자 고대문자처럼 생긴 글씨들이 붕대에 새겨지기 시작한다.
새겨진 글씨는 붉은빛을 뿜었다.
잘 작동된다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내 입꼬리는 저절로 올라갔다.
“정말 마음에 드나 보네.”
“당연하지. 붕대인데.”
“역시 대용은 붕대를 좋아하는구나!”
스칼렛과 다른 이들에겐 그저 내가 붕대를 묶고 좋아하는 모습으로 보일 터였다.
이 붉은 글씨는 오로지 내 눈에만 보이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붕대가 잘 작동한다는 의미기도 했다.
“어디에 있는 마경에서 발견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