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226
작동한다는 걸 확인하고 나니 나는 좀 궁금해졌다.
내 붕대가 어째서 마경에서 발견되었는지, 그리고 어떤 마경에서 발견되었는지가 말이다.
“알레스카. 어른들이랑 같이 격파했는데 얼음 사이에 꽂혀있었어. 그래서 좀 귀한 건가 했는데 아니라서 좀 실망했지.”
“그런 걸 선물로 준 거야?”
“하, 하하! 역시 좀 그런가…. 미안해.” “장난이야. 공짜로 주는 것만으로도 고맙지.”
붕대가 발견된 곳이 알레스카면 그래도 아주 뜬금없는 건 아니다.
내가 최후를 맞이했던 부근과 상당히 가까우니까.
“근데 꽂혀있었다는 건 뭔 소리야?” “말 그대로야. 내가 지금 너한테 준 케이스랑 같이 얼음 사이에 꽂혀있었어.”
“…흠.”
다만 조금 의문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 의문은, 내가 붕대의 케이스를 따로 만들지도 않았는데 어떤 케이스에 담겨있었던 것.
두 번째 의문은, 알레스카쪽 마경은 미국이 국가 차원에서 계속 꾸준히 조사했을 텐데 왜 이제야 붕대가 발견되었는가에 대한 것이다.
“아무튼 고마워. 붕대는 잘 쓸게.”
“오케이. 아, 우리가 준 쿠폰도 꼭 사용해줘. 진짜 선물은 그쪽이니까….”
“그럴게.”
마치 누군가 일부러 지금 시기에 발견될 수 있도록, 그리고 내게 돌아올 수 있도록 한 게 아닐까.
이 작위적인 상황은, 내게 이런 추측마저 들게 한다.
뭐, 당연히 말도 안 되는 가설이다.
그냥 우연에, 우연이 겹쳤을 뿐일 테지.
‘아티팩트 정보 확인.’
[그건 이 대용위키가 설명해주지! 가 아티팩트의 정보를 출력합니다!] [마력붕대] (노멀 아티팩트)─────
* 지극히 평범한 아티팩트.
* 붕대를 피부 위에 묶을 시, 마력이 10 증가한다.
* 특정 인물만 확인할 수 있는 효과 : ???가 착용 시, 이 아티팩트의 등급이 엑스트라 아티팩트로 조정되고, 아티팩트 명이 [폭식의 띠]로 변경된다.
========
* [폭식의 띠] : 폭식의 마신이 힘을 축적하고, 그 힘을 해방할 수 있도록 영혼으로 엮어낸 무구. ???가 착용할 시 다음과 같은 능력이 발동된다.
* 마력폭식(魔力暴食) : 붕대를 묶은 상태에서 공기 중의 마나를 빠른 속도로 흡수하여 폭식의 띠에 축적한다. 1분당 10의 마나를 축적할 수 있다. (최대 축적량 : 1000)
* 마력해방(魔力解放) : 붕대를 풀어낼 경우 축적된 마력을 10분 동안 전부 흡수하여, 흡수한 마력의 수치에 따라 이하의 효과를 전부 받는다.
– 100 이상 : 마력을 제외한 능력치를 5분 동안 100 증가시킨다.
– 500 이상 : 마력해방의 지속 시간 동안 모든 마법(魔法)을 무시한다.
– 1000 : 폭식의 마신의 진정한 모습인, [폭식의 흑염룡]으로 변신할 수 있다.
─────
정보를 확인해보니 더욱 가슴이 뛴다.
아서왕의 무구가 아닌 [폭식의 마신 바알서]의 무구, [폭식의 띠].
이 물건이 내게 돌아온 이상 대마신에게로 향하는 원정은 한층 더 수월해질 것이다.
지금껏 나와 함께했던 마깃붕은 폭식의 띠의 레플리카 수준이다.
폭식의 띠로 받을 수 있는 마력이나 부수적인 것들부터가 마깃붕의 성능을 아득히 초월한다.
그렇기에 나는 아서왕의 무구들, 그리고 폭식의 띠가 함께 발동했을 때 내가 얼마나 강해질지 짐작이 가질 않았다.
[폭식의 마신(魔神) 흑염룡이 그 모든 것을 수월하게 사용하려면 당신이 순수히 가지고 있는 힘이 무척이나 강해져야 할 거라고 조언합니다.]물론 나는 아직 무구들을 전부 길들이지 못했고, 폭식의 띠도 이제야 막 얻은 참이니 훈련은 계속 필요할 것이다.
그 사실을 다시 머릿속에 되새기며, 나는 오늘 밤에도 짤막하게나마 훈련하기로 마음먹었다.
***
미국 녀석들에게 선물을 받은 후에는 연락처를 교환하고 헤어졌다.
그 이후로는 회장의 의무를 수행하거나 축제를 구경하거나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 식으로 금방 하루가 지나가고, 날이 밝고, 또 하루가 지고 하다가 어느새 축제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오늘만 힘내자….”
“어….”
나를 포함한 생도회 녀석들은 이젠 아주 녹초가 되어있었다.
우리의 일이 워낙 일이 바쁘기도 했고, 노느라 바쁘기도 했다.
나는 특히나 더 힘들었다.
하루 일정이 끝난 오후 6시부턴 밥을 먹고 계속 훈련에 매진했고, 생도회장이었기에 다른 생도회 임원들보다 여기저기 불러가는 곳이 많아서 그런 것이었다.
아무튼 오늘만 끝나면 오로지 훈련에 집중할 수 있게 되고, 곧 길드인턴이 될 수 있는 2학년이 온다.
길드인턴은 보통 도어나 마경 임무에도 자주 투입될 거고, 그렇게 되면 나는 지금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터였다.
“…강대용, 뭔가 기분이 좋아 보이네.”
“축제 끝나잖아.”
미래에 관한 일을 생각하며 ‘팔찌 확인’ 업무를 하던 중, 내 바로 옆자리에서 일하고 있던 백설이 말을 걸었다.
그녀의 얼굴은 며칠 사이에 초췌한 모습으로 변했다.
축제 첫날에 나를 격려하던 그 백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부회장님은 좀 피곤해 보이시네?”
“…하, 하나도 안 피곤하거든?”
“네네…. 그래도 무리는 하지 마라.”
그래도 저 날카롭고 새침한 목소리는 여전했다.
별 걱정 안 해도 되겠다고 판단한 나는,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고 다시 정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 강대용….”
“응?”
그러자마자 백설이 내게 말을 걸었다.
나는 그녀를 쳐다보지 않고 대강 대꾸만 했다.
“요새 왜 그렇게 몸을 혹사시키는 거야?”
“혹사?”
“응.”
나는 잠시 할 말을 잃어서 조용히 팔찌 확인 업무에만 집중했다.
백설은 구태여 또 묻진 않았다.
마치 내가 그냥 내킬 때 말해줬으면 좋겠다는 듯 그녀 역시 생도들의 팔찌를 확인하는 것에 집중했다.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 거야?”
그렇게 한참 조용히 업무에만 집중하던 그때, 백설이 의미심장한 말을 중얼거렸다.
마침 팔찌 확인이 거의 다 끝나가고 있었기에, 나는 녀석에게 눈길을 돌렸다.
“당연히 2학년을 준비하는 거지.”
“…….”
백설은 나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아무것도 아냐.”
백설은 한국인이라면 궁금해서 도저히 참을 수 없게 만드는 마법의 말을 한 뒤에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 역시 일단은 한국인인지라 백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지만, 그녀가 너무 피곤해 보였기 때문에 배려차원에서 질문을 던지진 않았다.
나와 그녀 사이에서 적막감이 흘렀다.
“와아아아!!! 끝났다!!!”
그 적막을 깨는 윤희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른 녀석들도 덩달아 기지개를 피며 가장 피곤하고 지루한 업무가 끝난 것에 대한 환호성을 내질렀다.
“수고 많았다 얘들아.”
나는 생도회장으로서 담백하게 한마디 해주고 정리를 시작했다.
크리스마스이브인 오늘, 동아리 부스는 상당히 바쁘지만 생도회가 할 업무는 축제가 끝난 후의 청소나 교관님들이 부르면 튀어가는 것 외에는 없었다.
물론 귀찮은 일정인 ‘캠프파이어’가 남아있긴 해도, 사실상 밤까지는 자유시간이었다.
“대용아. 우리 축제 구경 가자.”
그 사실을 정확히 알고 있는 알리사가 빙그레 미소짓곤 내 곁에 달라붙었다.
나는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응응! 얘들아 이따 점심 먹을 때 봐!” “리사쓰 데이트 잘하구 와!”
알리사와 단둘이서 발길을 옮긴 나는, 그녀와 함께 여러 부스를 돌아다녔다.
먹기도 많이 먹었고, 여러 가지 체험도 하고, 방탈출도 했다.
다행히 그 도중에 호출은 없었고 무사히 점심시간이 되었다.
“설아, 왜 이렇게 힘이 없어?”
언제나처럼 다 같이 밥을 먹고 있던 와중, 윤희진은 백설의 두 어깨를 주물러주며 그녀를 걱정했다.
그 걱정에 백설은 희미한 미소를 짓고서 왼손을 허공에 휘저었다.
“괜찮아. 그냥 피곤해서 그래.”
“그럼 다행이구….”
백설이 괜찮다 하자 고개를 끄덕인 윤희진은 갑자기 눈동자를 양옆으로 굴렸다.
그러곤 나를 쳐다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저, 저기 대용아.”
“응?”
그녀는 이상은이 내게 얼버무리려고 했던 것과 아주 유사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뭔가 또 되게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할 듯하다.
“그, 리사랑 상은이가 나랑 잠시 다녀올 때가 있어서 그런데, 혹시 설이랑 같이 있어줄 수 있어?”
“엉?”
그런 내 추측이 무색해지게, 윤희진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무슨 계획을 꾸미고 있다는 뉘앙스를 대놓고 풍겼다. 그 때문일까, 윤희진을 본 알리사와 이상은은 표정이 썩어가고 있었다.
“어디 가는데?”
그 말을 듣고 있던 백설은 뚱한 표정으로 윤희진에게 물었다.
그에 윤희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아 그게 설아! 사실 오늘, 리사 언니께서 한국에 들어오셨거든!”
“알리사의 언니면…. 여제님?”
“응응! 언니께서 오늘 특별히 우리한테 개인교습을 해주기로 하셔서!”
저건 분명 거짓말이다.
윤희진의 표정만 봐도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하필 오늘?”
“응응! 딱 오늘 하루만 계신데! 길드장이시라 워낙 바쁘시잖아! 우하하!”
“…알리사는 그렇다 치고, 너희 둘은 왜 교습을 받는데? 그리고 그런 좋은 기회가 있는데 나는 왜 쏙 빼?”
백설도 금방 윤희진이 거짓말하는 걸 눈치챘는지 꼬치꼬치 캐묻기 시작한다.
날카로운 질문을 받은 윤희진은 울상이 되어간다.
정황상 가위바위보 같은 거로 져서 윤희진이 총대를 멘 것 같은데, 그래서 그런지 조금 불쌍하다고 느껴졌다.
“이, 일단 넌 마법사고 우리는 전사잖아!” “이상은은 사수잖아.”
“사, 상은이한테도 전장의 상황을 읽는 법을 가르쳐주신다고 하셨어!”
그래도 머리를 모아서 예상 질문에 관한 대본을 짜놓긴 했는지 술술 말하긴 한다.
비록 금방이라도 눈물이 터질 듯 보였지만.
“난 끼면 안 되는 거야?”
“여제님께서 딱 3명만 가르쳐주신다고 해서!”
백설은 게슴츠레 눈을 좁히고서 윤희진을 노려본다.
윤희진은 그런 시선을 마주하고서 입술을 앙 깨물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모습이 안타깝다고 생각했는지, 백설은 크게 한숨을 쉬곤 말했다.
“…후. 그런 게 있으면 나한테도 미리미리 말해줘. 괜히 서운해지잖아.”
“미, 미안….”
“아냐. 나중에 또 안 그러면 되지. 아무튼, 오늘 어디 다녀온다는 거지?”
“응응….”
그렇게 말한 백설은 나를 쳐다보았다.
“근데 왜 강대용이랑 같이 있으라는 거야?”
그 질문에 윤희진은 미리 대본을 짜놓았는지 바로 입을 열었다.
“그야! 우리 설이, 우리 말고 친구가 없잖아.”
“…….”
…아프지만 팩트다.
백설에게는 같이 다니는 우리 말고는 아직까지도 딱히 친구가 없었다.
그녀 특유의 아우라라고 해야 하나?
그 아우라 때문에 생도들은 쉽사리 백설에게 다가가지 못한 것도 있고, 백설이 굳이 친구를 만들려 하지도 않았으니까.
“그래. 어쩔 수 없네.”
하지만 백설은 화내지 않았다.
오히려 실룩거리려는 입술을 주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 같은 표정이 되었다.
“그럼…. 강대용이랑 같이 있을게.”
그녀는 내게 시선을 보냈다.
여전히 안색은 안 좋아 보이지만, 그녀의 눈은 확실히 웃고 있었다.
“…이상한 생각 마 백설기.”
“응~.”
덩달아 알리사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어져가고 있었다….
Episode.102 : 1000년 전의 너에게 (5)
점심시간이 끝난 후.
여자 셋은 아까 말한 대로 자기들끼리만 어디에 가버리고, 최유성과 황재빈 그리고 백설만 내 곁에 남았다.
“아이쿠~. 우리끼리도 할 일이 있어서 이만~.”
“이따 저녁에 봐 대용아.”
“···어, 어.”
그런데 두 놈은 나와 백설에게 능청스럽게 말하곤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결국, 아까 윤희진이 짝을 지어준 대로 나와 그녀만 남게 되었다.
나는 백설 쪽으로 눈을 돌렸다.
“뭐, 뭐!”
단지 쳐다보기만 했을 뿐인데 백설은 얼굴을 붉히고 성을 낸다.
이런 녀석과 저녁 시간까지 같이 있어야 한다 생각하니 저절로 한숨이 나왔다.
“한숨은 왜 쉬는데! 나랑 있는 게 그렇게 싫냐?”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럼 뭐!”
왜 이렇게 예민한 건데.
내가 뭘 실수했나?
아니, 그런 적은 없다. 요컨대 그냥 백설이 나랑 단둘이 남은 게 부끄러워서 방어기제를 발동했을 뿐일 거다.
“이거 껴라.”
나는 품에서 팔찌를 한 쌍 꺼냈다.
저번 축제 때 사용한 인식 저하 아티팩트였다.
“응? 이건 왜?”
“단둘이 있으면 또 이상한 소문 날 수 있잖아.”
“······.”
백설은 입을 샐쭉 내밀었다.
그러곤 아주 못마땅한 눈빛으로 나와 아티팩트를 번갈아 보다가 내 손에서 팔찌를 낚아채 갔다.
“회장님이 하라니까 해야죠 뭐~.”
“···고맙다.”
그녀의 강한 자존심이라면, ‘와! 나랑 같이 있는 게 그렇게 싫어?’라고 하면서 성내곤 가버릴 줄 알았는데.
나와 많이 엮이면서 그 특유의 자존심도 살짝 약해진 것일까.
“걸을까?”
“···흥. 그러던가.”
아무튼 계속 이대로 서 있을 수는 없기에 나는 그녀와 함께 걸었다.
우리 사이에선 대화가 많이 오가진 않았다.
그냥 축제를 구경하면서, 사박사박 나뭇잎을 밟을 뿐이었다.
“강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