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23
갈색 웨이프 파마머리를 찰랑거리는 여생도가 내게 인사한다.
히로인 3인방에 비견되는 외견을 가진 그녀는, ‘나 평범한 엑스트라 아니다’라고 말하듯 손을 흔들고 있었다.
“누구?”
“나? 1학년 C반 반장인데!”
1학년 C반 반장.
그 한마디에 나는 이 여자의 정체를 단박에 알아챘다.
최유성한테나 접근할 여자가 나한테 왜?
‘이민희 정보창.’
[등장인물 정보]─────
이름 : 이민희
생년월일 : 2014년 3월 3일 (현재 17세)
신장 : 163cm
몸무게 : 47kg
혈액형 : AB형
능력치 : 힘 153/ 체력 145/ 마력 301/ 민첩 123
마나 속성 : 광(光)
기술 : 매혹하는 눈동자, 마나 실드(A), 꿰뚫는 섬광
재능 : 마나의 샘, 압도적인 미(美), 광 속성 친화력
특성 : 정신고양(精神高揚) [자세히 보기] [이 인물은 어떤 고위 악마와 계약을 맺고 있습니다.]
─────
그녀는 신세계교가 풀어놓은 추종자 중 한 사람이다.
헌데, 최유성을 꼬시기 위해 꼬리를 흔들어야 할 그녀가 무슨 연유로 내게 말을 건 것일까.
“나한테 무슨 일인데.”
“오프스타 영상 잘 봤어. 너 진짜 잘 싸우더라? 다른 게 아니고… 너한테 복싱도 좀 배우고 싶고, 천천히 친해지고 싶어서.”
“뭐?”
오프스타는 이 세계의 인스타그램이라고 보면 된다.
생각해보니, 오태식도 날 영상에서 봤다고 했는데… 씨발. 설마.
“그 영상이란 거 나도 보여줄 수 있어?”
“어? 본인은 전혀 모르고 있었나보네? 자!”
이민희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펼쳤다.
내가 살던 세계에서 나온 갤럭시 폴더보다도 훨씬 매끄럽게 펼쳐진 커다란 화면.
그 안에서 나와 마동훈의 대련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 깊은 어둠의 불꽃에 휩싸여 사라져라!
그것도 내가 외친 주문이 아주 선명하게 들리는 영상이.
“이거보고 너한테 꼭 복싱 배우고 싶었다? 마동훈한테 펀치 넣을 때 얼마나 통쾌했는지 몰라.”
이민희는 실실 눈웃음치며 내 코앞까지 거리를 좁혔다.
그녀가 나에게 접근한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얘들아. 나 어디 좀 가 봐야할 것 같다.”
“엥, 어디?”
“옥상. 이 세상과 작별하기 위해서 간다.”
그 말을 듣자마자 화들짝 놀란 최유성과 윤희진이 내 팔을 붙잡았다.
황재빈은 두 팔을 크게 벌리며 내 앞을 가로막았다.
“강대용, 진짜 미안. 그거 내가 올린 영상이다.”
“이런 미친. 네가 올린 영상이었어?”
“네가 마동훈 패는 게 너무 통쾌해서 찍은 거야. 그리고 봐. 댓글엔 네 칭찬이 가득하다니까? 네가 말한 주문을 따라 적기도 하고, 영상을 퍼가기고 하고….”
“당장 지워 씨발놈아. 그리고 이거 놔. 뛰어내리러 갈 테니까!”
자살충동이 격렬하게 들었다.
원래 세계에서도 당해보지 못한 인스타 박제를, 흑염룡의 주문을 외친 영상으로 박제 당했다.
그동안 흑염룡이 주는 스트레스를 잘 참아왔지만, 이젠 참을 수 없다.
“놔! 놓으라고!”
“대용님 진정, 진정 좀 해요!”
“이거 괜히 보여줬낭….”
[재능 : 그 정도론 이 몸을 꺾을 수 없다! 가 당신의 정신줄을 붙잡습니다.]결국 나는 녀석들에게 붙잡힌 채로 한참 동안 몸부림쳤고, 내 재능이 발동되고 나서야 가까스로 진정할 수 있었다.
***
점심을 먹은 뒤 학교 옥상.
나는 알리사의 위로를 받으며 그곳에 있는 벤치에 축 늘어진 채로 앉아있었다.
“하아.”
“대용님 괜찮아요. 뚝 해요 뚝.”
“안 울어.”
“강대용, 진짜 미안해. 내가 잘못했다.”
일단 황재빈이 영상을 내리는 것으로 사태를 수습했다.
물론 퍼진 영상은 어쩔 수 없지만, 그렇다고 성깔 있는 황재빈과 계속 척을 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두개골이 우동사리로 가득 찬 이놈에게 할 말은 해야겠다.
“넌 어떻게 나한테 상의도 안 하고 그걸 올리냐?”
“강대용. 너는 공연이나 스포츠 경기 찍은 걸 누구한테 상의하고 올려? 대련도 스포츠의 일종이잖아.”
씨발. 그렇게 말하니까 할 말이 없네.
하지만 이건 프로 초능력자 선수들의 대련이 아니라 생도들의 대련이다.
그리고 내 얼굴이 모자이크도 안 되고 나왔잖아.
“아니. 그래도 상의 안 한 건 문제 있어. 너는 내 얼굴 여기저기 팔린 거 어떻게든 보상해야 해. 알아?”
“아. 미안하다고 했잖아. 남자가 쩨쩨하게 왜 그러냐?”
“그래. 쩨쩨하니까 뛰어내리러 갈게 씨발아.”
“워, 워! 릴렉스 해. 강대용.”
내가 몸을 일으키자 황재빈이 두 손으로 내 어깨를 짓눌렀다.
흑염룡을 해방하지 않은 상태에선 녀석의 힘을 이길 순 없어서, 나는 바로 폭삭 주저앉았다.
“알았어. 뭘 원하는데. 돈? 아니면 장비? 이 형이 심란한 너를 위해서 원하는 거 하나 해줄게.”
녀석은 진지한 어투로 내게 말했다.
알리사든 윤희진이든 얘든, 주역이란 것들은 무슨 보상으로 원하는 거 아무거나 해준다고 하냐?
…잠시만.
얘는 진짜로 내가 원하는 거 줄 수도 있겠는데?
“원하는 거 아무거나?”
“그래. 대신 내 능력이 되는 선에서. 뭐… 한 5000만원 안쯤이면 되냐?”
황재빈은 한 번 뱉은 말은 죽어서라도 지키는 녀석이다.
게다가 그의 능력이 되는 선이라는 것은, 곧 그가 매달 500만원씩 용돈을 받고 돈을 저축해놓은 통장의 금액 내라는 의미이다.
무엇보다도 황재빈의 누나는 황제 길드의 길드장이며, 황제 길드의 본산인 ‘황제 팩토리’는, 전 세계의 마도구와 특수 장비 시장을 꽉 잡고 있는 대기업이었다.
그렇다면….
“혹시 권사가 쓸 만한 마력보충 아티팩트 같은 거 좀 구해줄 수 있냐?”
“권사가 쓸 만한 거?”
황재빈은 손으로 턱을 짚고는 골똘히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뭔가가 떠오른 듯 말했다.
“권사는 딱히 그런 거 없는데. 대신 너한테 어울리는 물건이 있긴 하지.”
“나한테 어울리는 물건?”
이 녀석이 그새 나를 분석한 건가.
그런 생각을 한 순간, 황재빈은 의기양양한 미소를 띤 채 입을 열었다.
“그게 뭐냐면….”
다음화에 계속
Episode.9 : 마력이 깃든 ■■ (2)
“바로 마력이 깃든 붕대라는 아티팩트야.”
“마력이 깃든 붕대?”
어떤 게임의 종결 아이템 이름이랑 비슷한 이름이네.
어쨌든, 이름만 봐도 마력을 보강해주는 아티팩트라는 건 알 수 있겠다.
“엉. 아는 사람만 아는 꿀템이야. 게다가 네 컨셉하고도 얼추 맞고, 사용하기도 간편하지. 유니크 아티팩트라서 비싼 거다? 어때?”
설마 흑염룡 주문 외치는 걸 컨셉질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하긴, 정황상 맞겠지. 얘는 자기 인스타에 날 중2병 권사로 박제한 녀석이니까.
“어떻게 쓰는 물건인데.”
“간단해. 그냥 묶고 풀고 하면 끝이야. 아티팩트 설명 보면 잘 적혀있으니까 그거 보면 되고… 마력을 상승시키는 데엔 시간이 조금 걸리지만, 효과는 상당해.”
아티팩트에 대해 빠삭한 지식을 갖고 있는 황재빈의 말이라 신뢰도가 높다.
그래도 무턱대고 마깃붕을 받겠다고 할 수도 없는 노릇.
일단 대용위키로 그 정보를 확인해봐야겠다.
‘마력이 깃든 붕대 정보 좀.’
[그건 이 대용위키가 설명해주지! 가 해당 아티팩트의 정보를 출력합니다!] [마력이 깃든 붕대] (유니크)─────
* 공기 중에서 마나를 흡수하는 괴상한 마력이 깃들어 있는 검은색 붕대.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매우 질기고 튼튼하다.
* 이 붕대를 몸에 묶고 있을 시, 3분마다 붕대에 1의 마력을 저장한다.
* 붕대를 푼 순간, 붕대에 축적된 마력을 3분 동안 자신의 마력으로써 흡수한다. 이 3분 동안은, 붕대를 다시 묶어도 붕대에 마력이 저장되지 않는다.
* 마력이 100 이상 축적된 붕대를 풀었을 경우, 영구적으로 3의 마력을 흡수한다.
[이 아티팩트에는 특별한 기술이 잠들어 있습니다.]─────
유니크답게 굉장히 좋은 아티팩트다.
5시간만 묶고 있어도 100이나 되는 마력을 뻥튀기 해주고, 심지어 마력을 3 올려주다니.
물론 증가 시간이 3분 동안이라는 게 마음에 걸리지만, 그래도 이만한 아티팩트는 구하기 힘들 것이다.
…게다가 특별한 기술이라니.
기술을 담고 있는 아티팩트는 레전더리나 엑스트라 중에서도 그리 흔치 않을 텐데.
‘특별한 기술 자세히 보기.’
[그건 이 대용위키가 설명해주지! 가 착용자가 누구인지에 따라 랜덤으로 부여되는 스킬이기 때문에 자신도 알 수 없다고 합니다.]진짜 특이한 아티팩트네.
이런 게 왜 유니크 등급밖에 안 되는 거지?
하여튼 이걸 안 받으면 난 병신이다. 그냥 병신도 아니고 상병신.
“그거 언제까지 줄 수 있어.”
“오. 역시 마음에 들었나보네? 그럼 일단 약속 하나만 하자.”
황재빈은 거만하게 팔짱을 끼고서 내게 으스대듯 제안했다.
“이 시간부로 내가 오프스타에 올린 거 가지고 아무 소리 안 하기. 어때?”
“콜.”
엎질러진 물은 어쩔 수 없는 거고, 황재빈과 벌써부터 갈라지는 것도 사양이다.
인스타 박제한 것을 빌미로 최대한 취할 수 있는 이득을 취할 뿐이다.
“좋아. 아마 빠르면 금요일 아침에 도착할 거니까 그렇게 알아둬. 내가 받으면 바로 건네줄게.”
“오케이. 땡큐.”
나와 황재빈은 악수를 하며 끝내 합의했다.
알리사는 우리 옆에서 그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가볍게 손뼉을 쳤다.
***
지루했던 자습 시간이 끝나고 종례 시간.
이만수는 모든 조사를 마친 모양인지 무사히 우리 반으로 귀환했다.
“내일 있을 쪽지 시험 잘 준비하고. 오늘은 훈련보단 이론 준비하는 게 나을 거다. 알았지?”
– 네….
쪽지 시험은 수행평가 성적에 반영된다.
사실 입학 2주 만에 쪽지시험이라는 게 참 웃기긴 하다.
하지만 SHA 신입생들은 모두 중학교 때부터 비슷한 교육을 받았으며, 지금 배우는 과목들도 중학교 때 배운 과목들의 심화과정이기 때문에 다소 일찍 시험을 보는 것이라고, 나미선이 말했었다.
물론 이해가 안 가는 점이 있다면, 사건이 터져도 쪽지시험을 강행한다는 점이었다.
이 점은 내 머리론 잘 이해가 가질 않는다.
보통은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게 당연한 수순일 텐데.
“그리고 성적이 좋은 생도들에게는 각 과목마다 포인트 지급이 있다. 내가 가르치는 마나와 인체의 기초의 경우에는, 반에서 1등한 사람에게 10만 포인트, 2등에게는 5만, 3등에게는 3만 포인트가 지급될 거야.”
이거 알리사가 아주 눈에 불을 켜고 공부하겠고만.
안 그래도 오늘 아침에, 그녀는 커피기계를 사서 직접 커피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으니까.
“이상으로 종례 마치겠다. 반장. 인사하도록.”
“차렷! 교관님께 경례!”
나는 그녀가 했던 말을 회상하며, 훈련장으로 가기 위한 채비를 하는 중이었다.
“대용님!”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고, 알리사는 종례가 끝나자마자 내 자리로 왔다.
그녀는 이미 가방을 전부 싸맨 채로, 빨리 어디에 가야한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오늘 도서관으로 공부하러 가실래요? 이따가 희진님이랑 황재빈님도 오신데요.”
역시나 열심히 공부할 작정인가보다.
하지만 그녀와 다르게 나는 훈련을 하는 것이 더 우선시된다.
오늘 하루 종일 몸이 뻐근하기도 했고 말이다.
“미안. 아무래도 오늘은 개인적인 훈련으로 바쁠 것 같아.”
“아,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그녀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내게 물어볼 문제가 있었다거나, 아직은 두 사람 사이에 있는 게 어색해서 그럴 것이다.
“그럼 도서관까지만 같이 가주세요. 어차피 가는 길이니까.”
“그 정도는 괜찮지.”
하지만 계속 끌려 다닐 수도 없으니 오늘은 그녀와 갈라져서 혼자 훈련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강대용!”
그때, 교실 문 앞에서 쾌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 앞에서 고개를 내밀고 커다란 눈을 깜박이는 여생도.
점심시간에 인스타 영상의 존재를 알려줬던 꽤 고마운 악역, 이민희의 재등장이었다.
나는 가방을 들고, 알리사와 함께 그녀에게 다가갔다.
“무슨 일이야?”
“오늘 혹시 시간 남아? 내가 복싱 가르쳐달라고 했잖아!”
그녀는 능글맞은 웃음을 띠더니 갑자기 내 왼손을 붙잡았다.
그 직후, 갑자기 그녀의 눈동자에서 핑크빛 이채가 서리기 시작했다.
뭐야. 왜 갑자기 나한테 저 기술을?
너무 방심한 나머지 나는 그녀의 눈을 똑똑히 보고 말았다.
젠장. 그녀가 빌런이라는 사실을 생각하고 침착하게 다가갔어야 했는데.
[재능 : 그 정도론 이 몸을 꺾을 수 없다! 가 이민희의 기술을 잠시 동안 차단합니다!]어?
정신력을 증진시킨다더니 정신계 기술도 막는다고?
그동안 부각된 적이 거의 없어서 몰랐는데 정말 괜찮은 재능이었구나.
어쨌든 이걸로 됐다.
지금 당장 이민희에게서 떨어져야 한다.
“오늘은 안 되겠다.”
“잉?”
나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바로 곁에 있던 알리사의 손을 붙잡았다.
“대, 대, 대용님?”
“얘랑 도서관에서 공부하기로 해서. 내일 쪽지 시험 끝나면 알려줘도 되지?”
“어, 어…?”
“알리사. 짐 다 챙겼지?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