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233
간만에 힘든 싸움을 했더니 이마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다.
“흐음…. 10이 유성이고 12가 대용이니까…. 유성이가 이겼네!”
결과는 끝내 엑스칼리버를 꺼내지 않은 나의 패배.
큰 부상을 입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최유성의 검을 받아내던 프리드웬의 팔 부분이 크게 손상됐다.
하지만 걱정할 것은 없다.
프리드웬은 살아있는 것과 다름없기에,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재생할 테니까.
“오늘은 아티팩트 안 썼네?”
그보다도 내 상대가 조금 불만인 듯 보인다.
최유성은 의아함과 분노(?)가 뒤섞인 표정을 짓고서 내게 다가와 물었다.
“썼으면 네가 이겼을 텐데 왜 안 쓴 거야?”
이 녀석이 이런 표정을 짓는 데엔 이유가 있다.
별로 그럴 것 같지는 않지만, 최유성에게도 호승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 딴엔 내가 최근에 했던 대련처럼 전력을 다해주길 바랐을 거다.
“아티팩트에만 의존하는 거, 좋지 않잖아.”
“…그렇긴 하지.”
이거, 내가 하니까 아주 개소리가 따로 없긴 하다.
순수 능력치가 많이 올라갔다곤 하나, 지금 내가 당장 최유성과 막상막하일 수 있는 이유는 엑스칼리버와 프리드웬이라는 엑스트라 아티팩트들 덕분인데.
“내려가서 얘기해.”
그 점을 최유성도 인지하고 있는지, 녀석은 여전히 미심쩍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조금 더 자세한 이야기가 필요할 것 같아서 퍼뜩 녀석과 함께 링에서 내려와 대련장 구석으로 갔다.
“내가 검을 사용하지 않은 건 널 얕봐서가 아니야. 만약을 위한 대비지.”
“…어. 이해해.”
최유성은 괜찮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지만 뭔가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 표정으로 녀석이 뭔 생각을 하고 있을지 대강 알 것 같았다.
이 회귀자 녀석은, 아마도 내 의도를 조금 더 확대해석했을 것이다.
이 녀석의 성향 자체가 그렇다.
“혹시 내가 너랑 연습할 때 계속 이럴 것 같아서 그러냐?”
“…….”
최유성은 잠시 나를 빤히 보다가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려버렸다.
…이거, 내가 정곡을 찔렀구먼.
“걱정 마라. 대부분은 실전처럼 할 거니까.”
“별말 안 했는데.”
“알고만 있으라고.”
생각을 들켰다는 것 자체가 커다란 실수라고 여기는지, 최유성의 얼굴에서 보기 드문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바로, 수치심을 느꼈을 때만 나올 수 있는 표정이었다.
“다, 다른 애들 대련이나 보러 가자.”
“어.”
이 녀석도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있구나….
11번이나 회귀했으니까 속은 애늙은이일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건가.
이런 부분을 보면 최유성 이 녀석도 애새…. 아니, 애긴 애구나.
“다음은 재빈이랑 설이 올라가면 돼!” “아….”
“왜, 쫄려?”
“…죽을 준비나 해 황재빈.”
저기 저 녀석들처럼 말이다.
“너 대련 개 못하잖아.”
“…흥. 최근 전적이 어떻게 되더라?”
“응~. 그저께 내가 이겼어~.”
“그 전에는 내가 다 이겼잖아!”
이렇게 보니 조금 웃기기도 하다.
다들 이미 영웅계에서도 날릴 수 있을 정도로 강해졌지만, 여전히 철없는 고등학생들일 뿐이니까.
초능력이 없었더라면 내가 아는 고등학생들처럼 수능을 준비하거나, 취업을 준비했을지도 모르는 녀석들이다.
하지만 강력한 초능력을 가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저 녀석들은 2학년부터 실전에 투입될 수 있고, 졸업 후에는 위험한 현장에서 뛸 수도 있다.
“뭘 그렇게 생각해 대용아?”
“…별거 아냐.”
또한 가까운 미래에, 전쟁터로 내몰릴 수도 있다.
아니. 내몰릴 것이다.
그 전쟁은 이 지구의 존명을 건 싸움이 될 테니까.
그렇기에 나는 이 평화로운 일상이 나중에도 지속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
짧은 2월이 끝나고 곧 3월이 찾아왔다.
오늘은 3일, 종업식 날.
나와 주역들은 2학년이 되었고, 여느 학교와 마찬가지로 다른 반으로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다.
“여보야아아….”
“인턴 활동 때 많이 보잖아. 쉬는 시간에도 볼 수 있고.”
아쉽게도, 나는 알리사와 다른 반에 배정되었다.
1학년 때 전교권 생도들이 한 반에 모여 있는 것 자체가 기적적인 우연이었는데, 그게 두 번이나 일어나긴 힘들었던 것이다.
“그래도 같은 반에 최유성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네.”
“응응, 진짜 다행이지….”
반 배정은 [악마를 삼킨 회귀자]와 똑같이 되었다.
알리사와 최유성은 A반, 이상은과 백설은 B반, 황재빈은 C반, 윤희진은 D반으로 말이다.
“재빈쓰랑 떨어졌어~.”
“난 왜 혼자냐…. 킹받네….”
그렇기에 알리사 뿐만 아니라 다들 꽤 아쉬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쉬워하는 와중에도 좋아하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대, 대용아…. 2학년도 힘내자!”
“…어.”
바로 윤희진이었다.
그녀가 좋아하는 이유는, 당연히(?) 강대용이 D반에 배정되었기 때문이었다.
…아주 그냥 싱글벙글 웃는구먼.
“사부우우우!!!”
“응?”
윤희진이 그러는 와중, 왼편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 사부라 부르는 녀석. 당연히 최성아였다.
“…아침부터 왜 그러냐.”
“후, 후우! 사부!”
요란스럽게 내게 달려온 최성아는 숨을 몰아쉬며 아주 기쁘다는 듯이 내게 말했다.
“사부와 같은 반이 되었다! 앞으로 사부에게 더 많은 가르침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거다!”
“…그래.”
이 녀석도 D반이었구나.
뭐, 큰 상관은 없다.
이 녀석이 수련을 명목으로 날 귀찮게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 봤자 어차피 3일은 인턴 실습을 나가고 훈련도 꽤 자주 같이하는 사이였으니까.
“성아도 같은 반이구나! 잘 지내보자!”
“알았다 사부의 친구!”
어쨌든 이렇게 반은 정해졌고, 이제 가기만 하면 된다.
“쉬는 시간에 종종 모이자.”
“응응!”
우리는 대강 서로에게 인사하고서 각자 반으로 갈라졌다.
알리사는 마지막까지 내게서 시선을 떼지 않고 손을 흔들어댔고, 백설은 윤희진과 나를 흘깃흘깃 쳐다보다가 콧방귀를 뀌고 이상은과 함께 B반으로 들어갔다.
황재빈은 1학년 때 봤던 그 성깔 있는 표정을 하고서 당당히 C반의 뒷문을 열었다.
드륵.
그리고 나, 윤희진, 최성아는 조용히 D반으로 들어갔다.
내가 앞장섰고 윤희진과 최성아를 나를 뒤따라 들어왔다.
“조용하네.”
“그러게.”
D반의 생도들은 대부분 어색해서 그런지 상당히 얌전했다.
조곤조곤 이야기를 나누거나, 스마트폰을 보거나, 아니면 엎드려 있거나 하는 녀석들이 대개였다.
모두 정들었던 학우들과 떨어지고 새로운 반에 배정되었으니, 지극히 정상적인 풍경이었다.
“우리도 앉자.”
“응응. 저기 빈자리 있다!”
나와 윤희진 또한 그런 어색함을 느끼는 사람이었기에, 일단은 짝꿍이 될 수 있는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최성아는 내 바로 뒷자리에 앉았다.
“다 모르는 애들이네…. 하하….”
“그러게.”
앉자마자 우리는 어색함을 조금이라도 풀기 위해 바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아하하….”
“…….”
생각해보니 나랑 윤희진은 대화를 오래 나눈 적이 거의 없었다.
그렇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하나 윤희진은 그 당연함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뭔가 결심한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대용이는 요새 관심사가 뭐야?” “응?”
마치 어색한 사람한테 어떻게든 말문을 터보려고 발악하는 것 같다.
나는 그게 안쓰러워서 어떻게든 받아주었다.
“어떻게 하면 더 강해질까…. 뭐 이런 거.”
“하하. 대용이답네….”
그러나 내가 대답을 재미없게 한 탓인지 대화는 또 끊겨버렸다.
나는 뒤통수를 긁적였고, 윤희진은 책상에 시선을 고정한 채 골똘히 고민하는 표정이 되었다.
“펜리르 인턴은 언제부터냐.”
“응? 아! 나 다음 주부터 나가!”
“우리랑 똑같네.”
내가 입을 먼저 열자, 윤희진은 반색하며 답했다.
그 이후로 우리는 자연스럽게 길드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설이가 임모르탈리스 꼭 가고 싶어 했는데…. 은호 오빠가 끝까지 허락 안 해줬다 하더라구.”
“내가 걔 오빠였어도 그랬을걸.”
그리고 나는 백설이 진심으로 임모르탈리스의 인턴이 되려고 했던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말 친오빠를 뒤로하고 날 택하려고 하다니….
이럴 때마다 백설이 과연 머리가 좋은 설정인 게 맞는지 의심이 든다.
요새 하는 짓만 보면 영락없는 바보인데 말이지.
“그치. 내가 생각해도 오빠가 길드장인데 굳이 나가서 고생하는 건 아니라 봐.”
오히려 ‘진짜’ 바보 설정을 가지고 있는 이 윤희진이, 요즘의 백설보다는 훨씬 더 똑똑해 보인다.
물론 2학기 기말고사 필기 점수를 생각하면 진짜 그런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성적인 면에선 그녀가 백설보다는 훨씬 나은 것 같다.
“와. 우리 길드 들어오면 고생이라는 거야 지금?”
“아, 아니이! 그냥 흔히들 집 나가면 고생이다! 이러잖아! 그런 의미에서 말한거징….”
“우리 길드도 집은 제공해주는데?”
그래서일까.
백설을 놀리는 건 뭔가 꺼려지는데, 윤희진을 놀리는 건 부담이 많이 적은 것 같다.
“아니아니! 그 집 말고! 그, 그 뭐냐. 원래 태어나서 살던 집 있잖아. 그걸 뭐라고 하더라?”
“생가? 아니면 본가?”
“응응! 그거! 그거 나가면 고생이라는 의미에서 말한 거야!”
그리고 내가 윤희진을 놀리는 건, 결과적으로 어색함을 푸는 데 도움이 되었다.
녀석과 나는 교관이 올 때까지 편하게 수다를 떨었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곧 우리 반의 담당 교관이 들어왔다.
“앗! 황투희 교관님이다!”
“…….”
이유는 모르겠지만 2학년 담임도 황투희가 되었다.
바깥에서는 이름을 날리는 영웅이긴 해도, 몇 개월 차 신임교관인데 굳이 2학년을 맡은 점은 조금 의외였다.
“만나서 반가워. 앞으로 1년간, 너희의 담임교관을 하게 된 황투희라고 해.”
우리가 2학년이 된 점을 고려한 걸까.
황투희는 1학년 때와는 묘하게 다른 억양으로 우리에게 인사를 건넸다.
생도들은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조용해졌다.
“…너무 긴장할 필요들 없어. 나 그렇게 무서운 사람 아니니까.”
그 말에도 생도들은 쉽사리 긴장을 풀지 않았다.
뭘까. 왜 작년이랑 반응이 묘하게 다른 거지?
혹시 황투희가 뭐 했나?
“후. 진짜 긴장할 필요 없는데…, 어쨌거나 우선 내 자기소개를 하자면….”
그런 의문을 가지고, 나는 황투희를 바라본다.
하지만 쉽사리 의문의 해답을 찾을 순 없었다.
그냥 뭔가 바뀐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애매한 느낌이다.
“그럼 출석부터 불러볼까? 우선 1번…. 강대용.”
“예.”
그리 생각하던 와중, 황투희는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다.
이름 때문인지 나는 여전히 1번이었다.
그래서 안 받을 주목도 받게 되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생도회장이기도 하고, 전교 2등으로 1학년을 마무리하기도 했으니 주목을 안 받을 수 없기는 하다.
“10번….”
아무튼 황투희는 쭉쭉 생도들의 번호와 이름을 불러나갔다.
“18번 심덕훈.”
그러다 보니 금방 18번까지 왔는데, 내게 있어서 그리 달갑지 않은 이름이 호명되었다.
심덕훈이 같은 반이라니.
원래 소설에서도 D반이었나? 기억이 잘 안 나는데.
“심덕훈!”
뭐, 이건 오히려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
다른 반이었을 때는 녀석을 감시할 수 없지만, 같은 반이라면 그 점에선 수월해지니까.
물론 종종 기분 나쁜 상황을 직면할지도 모르겠으나 그럴 때마다 참교육하면 그만이다.
“심덕훈!”
그런 식의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데, 뭔가 심상치 않은 기류가 감돌았다.
황투희가 심덕훈을 연호하는 데도 돌아오는 대답이 없었고, 생도들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교관님! 심덕훈 없는 것 같은데요!”
“뭬야?”
어떤 생도가 그렇게 말하길래,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확실히 심덕훈은 보이지 않았다.
‘대용위키. 심덕훈 어딨어.’
혹시나 누구로 변신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대용위키에게 물어보았다.
“…뭐?”
“응? 왜 그래 대용아?”
그리고 대용위키로부터 돌아온 대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녀석이 겪고 있는 상황이 머릿속에서 그려질 정도로.
Episode.103 : 주체할 수 없는 흐름 (5)
[그건 이 대용위키가 설명해주지! 가 심덕훈은 현재 마취도 하지 않고 온몸 곳곳에 마기 폭탄을 심는 수술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이쯤 되면 아무리 악역이라 할지라도 조금 불쌍해질 지경이다.
수술을 하는데 마취도 안 하고, 심지어 이상한 물건을 몸에 집어넣는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