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234
자의인지 타의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끔찍한 경험일 것이다.
“일단 지각으로 처리해야겠네. 그럼 다음, 19번….”
지금 대용위키가 보내준 메시지가 심덕훈이라는 인간의 마지막 행적이 될까.
그건 모르겠다만, 나는 녀석이 몸에 심고 있다는 물건이 아주 많이 신경 쓰였다.
마기 폭탄.
누가 만든 물건인지는 짐작이 간다.
그런 걸 만들 사람은 미친 과학자인 그 녀석뿐이니까.
하지만 그 꿍꿍이속을 알 수가 없다.
그냥 기계로 만들어서 터뜨려도 상관없는 걸 어째서 사람에게 심는 거지?
뭘 꾸미고 있는 걸까. 굉장히 불길한 예감이 든다.
콕콕.
그런 생각에 빠져있던 그때, 바로 옆에서 윤희진이 내 어깨를 콕콕 찔렀다.
“대용대용. 괜찮아?”
그러곤 아주 작은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뭐가 괜찮냐고 묻는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내 표정이 녀석이 보기엔 안 좋아 보이는 듯하다.
“괜찮아.”
“휴. 그럼 다행이다. 갑자기 ‘뭐?!’ 이러길래.”
“…내가 언제 그랬는데.”
“뭐?”라고 한 건 맞는데 윤희진이 지금 한 것처럼 엄살스럽게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윤희진은 자신의 말이 옳다는 듯 미간에 살짝 힘을 주었다.
“방금 그랬거든! 내 귀로 똑똑히 들었걸랑.”
“…그러냐.”
“응응. 나 어릴 적부터 귀는 좋았다구.”
그다음 백설처럼 “흥!”하고 콧방귀를 뀌었다.
뭐 어쩌라는 걸까.
어서 내가 “뭐?!”라고 했다는 걸 순순히 인정하라는 건가.
“…그래. 귀 좋은 네가 그랬다니까 그런 게 맞겠지.”
“알면 됐어~.”
내 그런 추측이 맞았는지 윤희진은 뭔가 흡족한 표정을 만들었다. …이 녀석은 사람이 복잡한 것 같으면서도 단순하단 말이지.
“대용아.”
“왜 또.”
그런데 윤희진은 그걸로 끝나지 않고 내게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고서 속삭이듯이 말했다.
“힘든 일 있으면 혼자서만 앓지 말고 우리한테도 말해줘.”
“응? 갑자기?”
“갑자기가 아니구.”
갑자기가 아니라지만 그녀는 갑자기 날 걱정하는 표정을 짓고서 말했다.
“새로운 학년 시작하는 김에 이렇게 말하는 거야.”
“그게 갑자기지 뭐.”
“아무튼. 나랑 약속 하나 해. 앞으로 힘든 거 있으면 우리한테 말하기.”
윤희진의 목소리는 작지만 진지했다.
“약속할 거면 손가락 걸고, 안 할 거면…. 아니지. 안 하면 안 돼. 꼭 걸어.”
…엄지랑 새끼를 핀 채로 내게 손만 안 내밀었어도 더 진지했을 것이다.
이래선 엄마랑 아들이 다신 나쁜 짓 안 하겠다고 약속하는 것 같잖아.
“어서~.”
“…알았어.”
하지만 나는 마지못해 그녀의 손에 엄지를 붙이고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그러자 윤희진은 활짝 미소 지었다.
…역시 이 녀석은 아직 애구나.
[폭식의 마신(魔神) 흑염룡이 당신은 나쁜 남자라고 말합니다.]아마도 그녀는 내가 약속을 지킬 것이라 여기고 있을 것이다.
하나, 그녀는 너무 순진하다.
맘 같아서는 같이 얘기하면서 풀고 싶지만, 다른 이들에게 말하기 힘든 고민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그녀는 아직 모른다.
심지어 윤희진 자신도 내게 고백하기 전까지는 그런 인간 중 하나였는데도 말이다.
나는 수많은 고민을 머릿속에 담아두고 있다.
하지만 그 고민들이 하나같이 남에게 말하기 힘든 고민들뿐이다.
그렇기에 절대로, 내 고민들을 주역들에게 가볍게 털어놓을 수 없다.
털어놓을 생각도 없고 말이다.
그러니 나는 나쁜 놈이다.
손가락까지 걸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을, 그런 나쁜 놈.
***
심덕훈은 그날 결국 결석했고,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기록을 조사해 본 결과, 심덕훈은 새 학기가 시작되는 바로 전날 외출증을 끊고 학교로 나갔고 그 뒤로 학교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SHA 측은 ‘스마트워치를 추적기능’을 사용하여 심덕훈의 현재 위치를 알아냈다.
하지만 그곳에도 심덕훈은 없었다고 한다.
황투희에게 듣기론 현장에 도착했을 땐 흙투성이가 된 스마트워치만이 땅바닥에서 굴러다니고 있었다 한다.
결국 심덕훈은 ‘실종’으로 처리되어 SHA 측이 아닌 특수 경찰이 심덕훈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심덕훈의 머리카락 한 올조차 발견하지 못했다.
한 주가 끝나고, 둘째 주가 끝나도, 필요한 단서는 찾지 못했다.
결국 3월이 끝나기 전까지도 진실을 알고 있는 건 오직 나뿐이었다.
[그건 이 대용위키가 설명해주지! 가 등장인물 : 심덕훈은 사망했다고 말합니다.]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심덕훈은 아즈모데의 실험체가 되었고, 끝내 목숨을 잃었다.
그 얍삽한 녀석이 어째서 안전한 SHA를 뒤로하고 제 발로 아즈모데에게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허무한 죽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작에서는 그래도 최유성을 많이 괴롭히고 죽는데….
나 때문에 작년 중간고사도 꼬이고 생도회장 선거도 꼬이다가 결국 이런 결말을 맞이하고야 말았다.
[폭식의 마신(魔神) 흑염룡이 어차피 쓰레기 죽은 거니까 딱히 신경 쓰지 말라고 당신에게 말합니다!]아무튼 심덕훈 실종 사건과 함께, 3월도 쏜살처럼 지나가 버렸다.
시간이 빠르게 지나간다고 느끼는 이유는, 워낙 바쁘기 때문이다.
길드 인턴과 새로운 교육과정이 동시에 시작되니 나는 물론이고 대부분의 생도들은 숨 쉴 틈조차 없이 바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모든 생도들이 나처럼 길드 인턴을 바로 나가는 것은 아니다.
아직 때가 아니라 생각하고 3학년부터 나가는 이들도 있고, 들어갈 길드를 찾지 못하고 학업과 단련에 집중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역시 새 학기는 미래를 걱정하지 않는 멍청이들을 제외하곤 모두 바쁠 수밖에 없다.
어려운 중간고사와 수행평가 준비를 열심히 해야 하니까.
여기다가 길드 인턴까지 병행하는 녀석들은 아주 죽을 맛일 수밖에 없다.
이렇듯 차라리 대부분의 시간을 정식 길드 소속으로 보내는 3학년이 낫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SHA의 2학년들은 고단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 역시 그 2학년 중 하나이므로 예외는 아니었지만 1년간 혹독한 훈련으로 단련된 몸이라서 그런지 그다지 힘들지는 않았다.
“…하아.”
‘육체’만 말이다.
정신적으로는 너무 힘들었는데, 이게 또 내 문제가 아니라는 게 더 꼴 때린다.
[속보 : 아르헨티나서 폭탄테러…. 벌써 열 번째….]나는 요즘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사건들 때문에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속보 : 403번 반마화 환자. 끝내 안락사 결정….]근래, 치한이 안 좋은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탄 테러가 발생하고 있다.
게다가 평범한 폭탄을 사용한 테러가 아니다.
고농축 마기를 생화학무기처럼 공기 중으로 퍼뜨려서 평범한 사람을 ‘반마화’ 시킬 수 있는 폭탄을 사용한 테러였다.
이런 위험한 폭탄에, 마기 감지 시스템이나 첨단 방어 설비가 설치되지 않는 도시들이 공격을 받고 있는 것이었다.
피해자는 이미 몇만 명을 넘어갔다고 한다.
심지어 그 중 대략 3000명 정도가 반마가 되었고, 6000명 정도가 사망했으며, 나머지는 중상이라는 소식까지 들려온다.
“젠장….”
“대용아…. 네 잘못 아니잖아.”
공교롭게도, 나는 저 폭탄의 소재를 알고 있다.
유능한 수사기관들조차 아직 소재를 밝혀내지 못할 만큼 은밀하게 활동하고 있는 사이비 교단.
그 교단의 지도자가 만들어낸 물건임을, 나는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형님은 별말 없으셔?”
“…응. 교인들은 몇 잡기는 했는데 곧바로 목숨을 끊거나 제대로 말을 못 할 정도로 미쳐버리거나. 둘 중 하나래.”
“아즈모데….”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알리사의 부탁으로 움직이는 알프레드와 염탐꾼 오하와와 벨의 신호를 기다릴 뿐이었다.
대용위키는 나 같은 ‘독자’나 이 세계의 진실과 직결되는 존재를 검색이 불가능하기에, 적의 본거지가 어떤 상황인지 알아낼 수 없기 때문이다.
[폭식의 마신(魔神) 흑염룡이 그래도 손가락만 빨고 있던 건 아니라고 당신을 격려합니다!]그래서 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대신, 아즈모데를 맞닥뜨렸을 때 기회를 놓치지 않고 놈의 숨통을 끊을 수 있도록 자신을 단련하는 중이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내 순수 평균 능력치는 750에 도달했다.
성장 속도가 일정한 건 아니지만, 이대로라면 대략 한 달 정도 후에 초월적인 힘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우리 오빠가 반드시 잡아줄 테니까…. 대용이 너는 너무 걱정 말고 지금 생활에만 충실하면 돼.”
“…고맙다 리사야.”
물론 마음의 준비도 하고 있다.
그 초월적인 힘이 내게 좋은 것만 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룡의 계승자]에 관해서는 대강 기억하고 있지만, 흑염룡의 [선택의 때]는 아예 모르는 것이기에 더더욱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 된다.
“대련하러 가자 리사야.”
“…걱정하지 말라니까 바로 대련이야?”
“걱정을 안 한다 해도 준비를 멈출 순 없으니까.”
“하아…. 알았어. 최유성 님도 부를 거지?”
“어.”
그래서 나는 임모르탈리스에 인턴을 하러 와서도 대련을 멈추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자면 대련이 가장 능력치 상승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
스트레스를 받으면 받을수록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 효과가 있는 모양이다.
중간고사가 있는 4월마저 내 머릿속에 기억이 남지 않을 정도로 빨리 끝나버린 것이다.
오히려 행사와 휴일이 몰려있는 5월 초의 시간이 내게는 느릿느릿하게 흐른다고 느껴질 지경이었다.
“…드디어.”
아무튼 시간이 빠르게 가든 느리게 가든, 그것은 크게 신경 쓸 문제는 아니다.
[힘 799/ 체력 800/ 마력 803/ 민첩 805]드디어 800이 된 내 능력치를 보고서, 나는 만감이 교차하는 기분이 들었다.
당장이라도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나는 가까스로 그런 충동을 참고 우선 황투희를 먼저 찾아갔다.
“어서 와 강대용 생도.”
“네 교관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뭔데?”
마침 점심시간이었기에 교무실에 앉아있는 그녀와 쉽게 만날 수 있었다.
나는 그녀의 귀에 대고 내 능력치가 평균 800을 돌파했다는 사실을 알렸다.
“…벌써 그렇게 됐어?”
“네. 그래서 교관님께 부탁이 있는데요.”
황투희는 일단 내 담임 교관이기 때문에 나는 정중하게 존댓말을 했다.
내 존댓말이 마음에 든 것인지, 내가 끝내 놀라운 성장을 이뤄낸 것이 기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녀석은 웃고 있었다.
슥슥.
그녀는 공책 하나를 꺼내더니, 거기다가 볼펜으로 앙증맞은 글씨를 적어서 내게 보여주었다.
– 우리 집 빌려달라고?
뭐야. 어떻게 알았지.
이 녀석 그새 독심술이라도 익힌 건가?
“제 생각은 어떻게 아셨습니까.”
“응? 어마어마한 변화가 있을 텐데 이 정도 준비는 당연하지.”
녀석은 내 어벙한 반응 때문인지는 몰라도, 또 뭐라고 끄적거렸다.
– 앞으로도 그렇게 존댓말 해. 듣기 좋다 야.
…이 녀석. 즐기고 있었구나.
상당히 괘씸하지만, 황투희는 내게 자기 집을 내주는 ‘물주’의 입장이기 때문에 나는 한숨으로 그 마음을 털어냈다.
“내일모레 어때.”
“좋죠.”
내 두 특성의 각성 날짜는 일요일로 잡았다.
너무 서둘러서 몸도, 마음도 진정되지 않은 채 바로 각성하는 것보다는, 하루 정도 시간을 두는 게 괜찮다는 황투희의 친필 충고 때문이었다.
“그럼 그때 보는 걸로 하자고….”
그렇게 황투희와 이야기를 끝마친 참인데, 갑자기 황투희가 내 뒤편을 가리켰다.
나는 고개를 틀었다.
“근데 저기 네 여친 아니냐?”
“아. 그러네요.”
교무실 입구에서 얼굴만 옆으로 살짝 내민 채,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알리사가 보였다.
“…화난 것 같은데?”
“그, 그러네요….”
왜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일까.
그런 의문을 품고 나는 조심스럽게 알리사에게 다가갔다.
“리, 리사야. 무슨 일이야.”
“…….”
그녀는 입술을 샐쭉 내밀고 있었다.
일단 뭔가 마음에 안 드는 건 확실하다. 문제는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는 거지만.
“여보야. 잠깐 얘기 좀 해.”
“엥?”
그래도 조금 다행인 건, 알리사가 그 이유를 말해줄 듯 내 팔을 잡아끌었다는 것이었다.
Episode.104 : 마지막 각성
나는 내 팔을 잡아끄는 알리사를 따라 학교 옥상에 왔다.
“여보야.”
알리사는 여전히 뾰로통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 때문에 나는 내가 혹시나 큰 잘못을 한 게 아닌가 해서 마음을 졸였다.
“왜, 왜 그럴까요. 우리 자기?”
“···애교 부려도 안 통하거든.”
“미안···.”
그녀는 눈을 반만 뜨고서 날 뚫어져라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쟤네들이랑 친하게 지내지 말라 했잖아.”
그리고 난 알리사가 살짝(?) 화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그녀는 기네비어로부터 기억을 물론이고 힘도 거의 다 넘겨받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기네비어의 능력 중 하나인 [색적]을 통해 그녀가 느꼈던 칠마신들의 기운과 냄새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즉, 황투희가 거의 완벽한 인간이 되긴 됐음에도 알리사는 황투희에게 남아있는 기운을 느끼고 그녀가 ‘질투’라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이건 나를 위해서가 아니야. 울 여보를 위해서라고.”
“아, 알지. 그래서 나도 최대한 이용만 하고 있어.”
아서는 폭식의 마신으로 타락하던 그 날, 기네비어와 랜슬롯을 벤 다음 자신을 찾아온 칠마신을 맞이했다.
그래서 기네비어는 내 타락의 원인이 모두 칠마신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흐음···. 진짜지?”
내가 이런 기네비어의 속내를 어떻게 아냐면, 사실 1월 달에 알리사와 한 번 논쟁이 있었던 덕분이다.
그 당시에 알리사는 자기는 물론이고 기네비어의 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했는데, 그녀가 칠마신을 알아볼 수 있는 이유도 그 이야기에 끼어 있었다.
“그럼. 진짜 이용하는 거야.”
어쨌거나 결론은, 알리사는 아즈모데나 마몬, 대마신은 물론이고 황투희와 벨 같은 인간으로 환생한 마신들도 무척이나 싫어한다는 거다.
그런 알리사가 내가 다정하게 황투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걸 목격했으니, 기분이 당연히 나빠질 수밖에 없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