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235
“그런 거 치곤 그 년이 너한테 귀여운 척하던데.”
“으, 으잉?”
···기분이 나빠지니 황투희를 부정적인 시선으로 본 건가.
그녀는 단지 글씨를 써서 내게 보여주었을 뿐이지만, 알리사에게는 애교 부리는 장면으로 보였나보다.
“하···. 교관만 아니었으면 한 대 치는 건데···.”
“리사야···.”
그만큼 알리사는 내 생각보다 훨씬 화난 것 같다.
그녀로부터 요 몇 개월간 나와 같이 훈련하면서 강해진 암 속성 마나가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여보야. 그 년이 한 번만 더 너한테 찝쩍거리면 말 해. 내가 손봐줄 테니까.”
“아, 어. 어···.”
덕분에 이젠 진짜로 무서워졌다.
알리사라면 진짜로 마음만 먹으면 황투희에게 덤벼들 것 같아서 말이다.
근데 나···. 일요일에 황투희 집에 가기로 했는데.
어쩌지.
“리사야.”
“어떻게 손봐주지···? 가증스럽게 펄럭이던 손을 잘라버릴까···.”
“리사야?”
젠장. 여기서 황투희 집 간다고 사실대로 말하면 내가 황투희보다 먼저 정리당하겠는데?
게다가 나, 어쩌면 되게 위험한 시도를 하러 가는 거잖아.
이러면 알리사가 허락해줄 리가 없을 것 같다.
“그래···. 그 여자를 정리하는 김에 백설기도 같이 정리해 버리자···. 우리 여보한테 들이대는 여자들은 다 죽여···.”
“리, 리사야! 정신 차려!”
그래서 나는 기네비어에게 집어 삼켜질 것처럼 위태로운 알리사를 흔들어 깨우며 마음을 정했다.
일요일에 힘을 해방하러 간다는 사실은, 알리사에게 말하지 말자고.
***
일요일.
벨이 준 텔레포트 스크롤을 이용해 가까스로 학교에서 빠져나온 나는 황투희의 집에 도착했다.
다다다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익숙한 갈색 머리가 내 쪽으로 달려왔다.
갈색 머리는 기습적으로 날 끌어안았고, 난 어안이 벙벙해졌다.
“야, 야. 윤희진.”
“······.”
윤희진은 날 안은 채로, 아예 내 품에 얼굴을 묻어버렸다.
“보고 시퍼써···.”
“······?”
그러곤 어눌한 어투지만, 확실히 윤희진의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나는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마, 말할 수 있는 거야?”
“쪼그음···.”
내가 묻자 윤희진은 날 안은 상태에서 올려다보며 빙긋 미소 지었다.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 처음 만났을 때는 창백했던 안색이, 지금의 윤희진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건강한 색깔로 변해있었다.
“뭐, 너도 혹시 갑자기 죽어간다거나 그런 건 아니지?”
그럼에도 나는 걱정이 되었다.
혹시나 이게 회광반조 같은 건가 해서 말이다.
하지만 윤희진은 내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도리도리 고개를 저었다.
“나 주그면···. 너 모 보자나···.”
미래에서 오긴 했지만 이 윤희진도 표정에 속마음이 다 드러나는 것 같다.
즉, 확실치는 않지만 적어도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는 거다. 다행이다.
“···그럼 다행인데. 일단 나 좀 놔주지?”
“시러.”
···그래 다행인 건 다행인데.
갑자기 왜 이렇게 질척거리는 거야?
설마 너무 오랜만에 봤다고 이러는 건가.
“나 진짜 중요한 일 하러 온 거야.”
“조끄만 더 안고 이뜰래.”
슥슥.
내 부탁에도 윤희진은 내 품에서 강아지처럼 얼굴을 비비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그 표정을 보자니 뭔가 떼어내면 안 될 것 같았다.
“···헤헤.”
“······.”
미래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도대체 내가 이 녀석이나 백설에게 무엇을 주었으면, 이토록 날 소중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걸까.
“시간 정해. 나 진짜 바빠.”
아무튼 나 역시 윤희진이 소중하다.
나 때문에 산전수전을 다 겪고 과거로 돌아온 이 녀석을, 차갑게 내칠 수 있을 리가 없다.
“오 뿐···.”
“너무 길어.”
“그러엄 산 뿐···.”
“어.”
그래서 나는 잠시 윤희진과 어울려주기로 했다.
알리사에겐 아주, 진짜 아주 미안했지만···.
이 녀석이 날 안는 것조차도 못 하게 하면 너무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허, 헉! 뭐, 뭐, 뭣들 하시는 거에욧!”
그렇게 생각하며 기둥이 된 것처럼 가만히 서 있는데, 미래의 윤희진을 따라 나온 금발 아가씨가 우릴 보고서 소리를 질렀다.
“오랜만이네 샤를.”
“오, 오랜만이긴 한데! 오자마자 도대체 뭐 하시는 거냐구욧!”
그녀는 못 볼 걸 봤다는 듯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어깨를 덜덜 떨며 말했다.
“그, 그만들 해욧! 그런 애정행각은 몰래몰래 하라구욧!”
···저 말투 진짜 못 들어주겠다.
그리고 얼굴 가려놓고 힐긋힐긋 손가락 사이로 쳐다보는 것도 너무 추한데?
“3분만 안고 있겠다고 했으니까, 보기 싫으면 방으로 들어가던가.”
“으, 으으···. 아녜요···. 애정행각을 어떻게 하는지 알아야···. 저도 안아주죠···.”
화룡점정으로, 그녀는 정상인이라면 이해하기 힘든 개소리까지 한다.
···정말 내가 알던 그 든든한 샤를이 맞나?
가슴이 옹졸해지는 느낌이 드는 것 보니까 아닌 것 같은데.
“···에휴. 알아서 해라.”
아무튼, 윤희진이든 샤를이든 요 몇 달간 아주 많이들 변했다.
좋은 방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녀석들 차츰 어떻게든 이 세계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거겠지.
다행이라면 다행인 걸까.
“형님 오셨습니까!”
“오자마자 뭐 하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고 있는데, 벨과 황투희도 모습을 드러냈다.
황투희는 내게 안겨있는 윤희진을 시큰둥한 표정으로 보더니, 성큼성큼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퍽!
“아야!”
황투희는 윤희진의 머리에 꿀밤을 먹였다.
상당히 아팠던 모양인지, 윤희진은 내가 감았던 두 팔을 풀고 자신의 머리를 부여잡았다.
“맘은 이해하는데, 여자친구도 있는 애한테 그건 아니지.”
“우으···.”
“따라와 강대용.”
안 그래도 조금 곤란했는데 내심 고마웠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녀석을 뒤따라갔고, 윤희진은 또 꿀밤을 맞기는 싫은지 맞은 부위를 손바닥으로 살살 비비며 나를 따라왔다.
“사실 지하에 훈련장만 있는 건 아니거든.”
“그럼?”
“곧 알게 돼.”
황투희는 일단 지하훈련장으로 날 데려간 다음 어떤 벽 앞에 섰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듯 보이는 벽에 오른손을 쫙 펴서 가져다댔다.
드드드드─.
그 순간, 황투희가 대고 있는 부분으로부터 푸른 섬광이 일렁이더니 벽이 아래로 내려갔다.
뻥 뚫린 벽 쪽에는 짙은 어둠이 가득했고, 조금 자세히 보니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너 집에다가 뭐 숨겨놨냐?”
“따라와 보면 알아.”
집에다가 별걸 다 만들어놨구먼.
도대체 이 아래에 뭐가 있으면 입구를 이런 식으로 숨겨둔 거야?
무슨 비급서라도 있나.
“내려가자.”
황투희는 스마트폰으로 손전등 기능까지 켜고 우리를 아래로 데려갔다.
뚜벅, 뚜벅.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발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상당히 깊이가 있는지 계단은 계속 이어졌고, 황투희가 비추고 있는 부분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두워졌다.
“거의 다 왔어.”
“···어.”
내려갈수록 공기가 음산해진다.
이 아래에 있을 장소가 그리 평범한 곳이 아니라는 예감이 들었다.
[폭식의 마신(魔神) 흑염룡이 힘을 되찾기엔 아주 적절한 곳을 찾았다고 당신에게 말합니다.]곧, 흑염룡의 메시지와 함께 깊디깊은 지하 3층에 도착했다.
푸르스름한 불꽃이 곳곳에 걸려있어서 그런지 이제껏 주위를 가리던 어둠이 밝혀졌다.
그리고 난,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보고 살짝 움찔할 수밖에 없었다.
“여긴···.”
“하와 언니의 마법으로 통째로 옮겨왔어.”
검을 들고 있는 기사를 닮은 거대한 석상이 양옆에 정렬되어있는 복도는 내게 너무나도 익숙했다.
뚜벅, 뚜벅.
나는 과거를 회상하며 계속 앞으로 걸었다.
금방, 나는 그리웠지만 다시는 볼 수 없을 줄 알았던 장소에 도달했다.
“오, 저기 왔네.”
-폐하를 뵙습니다!
그곳에서는 베디비어와 갤러해드를 비롯한 기사 전원과 오하와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점에 신경 쓰기보단 바닥에 새겨진 커다란 원형의 문양을 주시했다.
그 원형의 문양 상단에는 내가 왕이었을 시대의 문자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 가장 위대한 왕과, 그가 인정한 신하들만이 앉을 수 있는 자리.
이곳은 과거, 아서였던 시절과 마신일 시절에 사용했던 ‘대형 아티팩트’, [원탁].
나에게 있어서 아주 의미 있는 곳이었다.
“놀랐지? 원탁은 너와 ‘계약’으로 연결된 아티팩트니까.”
내가 어벙한 표정을 짓고 있는지, 오하와가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서 물었다.
나는 바보처럼 고개를 끄덕이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떻게 보존한 거지.”
“원탁의 계약이 해제되고 붕괴하기 직전에, 과거의 내가 좀 아까워했거든. 그래서 원탁이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도록 내가 좀 손을 봤어.”
“···역시 재주가 좋네.”
원탁은 나 없이는 존재할 수 없도록 만든 곳이다.
그래서 원래대로라면 내가 죽음을 맞이함과 동시에 이곳 또한 소멸해야 했지만, 내 앞에 있는 여자가 어찌어찌 잘 지켜준 모양이었다.
“덕분에 마신 시절에 요긴하게 사용했었어.”
“원탁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니까 그럴 만하지.”
어쨌거나 황투희가 날 여기로 데려온 이유는 알겠다.
혹시라도 내가 폭주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있으니,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마력결계가 전개되어 있는 이곳이 제격이라 판단했겠지.
“뭐, 이런 이야기는 나중에 해도 되니까···. 일단 흡수할 파편부터 보여줄래?”“어.”
물론 그런 판단에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도 내가 위험한 것을 알고, 내가 최종적으로 얻을 힘이 위험한 걸 아니까.
그래서 나는 오하와에게 투명한 타원형 케이스에 담아둔 파편을 보여주었다.
“흐음···. 이 정도면 확실히 마신을 쓰러뜨리지 않고도 마지막 부분을 채울 수 있겠어.”
“그럼 이것들을 먹기만 하면 되는 건가.”
“응. 정말 달리 할 건 없어. 굳이 준비하고 싶다면···. 마음의 준비만 단단하게 하면 돼.”
“알았어.”
다행히 이상이 있진 않았다.
그렇다면 이제, 이 불길한 것들을 먹기만 하면 끝난다.
탁!
케이스의 뚜껑이 열리는 소리가 쓸데없이 경쾌했다.
그 덕인지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던 불안감이 조금은 해소되는 기분이 든다.
“모두 아까 연습했던 대로 각자 자리를 지키렴.”
– 넵!
기사들은 오하와의 부탁을 받고 원탁의 벽면 쪽에 붙었다.
함께 내려온 녀석들과 오하와도 기사들과 함께 비어있는 벽에 가서 붙었다.
“네가 너무 힘들어한다고 판단되면 우리가 도와줄 거야! 그러니까 안심하고 파편을 흡수해!”
그 후, 오하와는 이렇게 내게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폭식의 마신(魔神) 흑염룡이 빙긋 웃습니다.]나는 우선 오태식으로부터 얻은 파편부터 흡수하기로 했다.
역시, 이런 걸 삼켜야 한다는 게 아주 꺼림칙하지만, 그 시절의 힘을 전부 되찾으려면 어쩔 수 없다.
슉!
나는 오태식의 파편을 입안으로 던졌다.
그리고 맛을 느낄 틈이 없도록 바로 꿀꺽 삼켰다.
사아아아···!
“으윽!”
그러자, 거짓말처럼 내 몸속에서부터 아주 뜨거운 마나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머리는 송곳으로 꿰뚫리는 것처럼 아려왔고, 심장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뛰었다.
[정신 침식률 100%를 달성했습니다!] [선택의 때에 돌입합니다!]그 와중에도 나는 내 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정확하게 주시했다.
이제껏 궁금했던 끝.
나는 이제, 그 끝에서 선택을 해야만 한다.
[당신에게는 두 가지 길이 주어져 있습니다.]=======
[고독한 왕의 길 : 과거의 영혼을 모두 흡수하여 완전체로 거듭난다.] [동행자의 길 : 과거의 영혼을 흡수하지 않고 계속 함께한다.]=======
이런 두루뭉술한 설명만 보고 말이다.
아무리 메시지 쪽으로 손을 휘저어도 터치가 되진 않았다.
즉, 설명은 정말로 이게 다라는 거다.
[길의 이름을 말하는 것으로 결정을 끝마칠 수 있습니다!] [1분 안에 결정하지 않으면, 랜덤으로 길이 결정됩니다!]심지어 제한시간까지 둔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