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236
흑염룡 특성을 정말로 마지막까지 빌어먹을 특성이구나.
그렇다면 역시 전자를 택하는 게 좋을까.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역겨운 중2병 메시지를 보지 않아도 되고, 종종 정신이 이상한 상황도 안 겪을 수 있을 것 같은데.
“······.”
그리 생각하며 나는 서서히 입을 움직였다.
“나는···.”
Episode.104 : 마지막 각성 (2)
“동행자의 길을 택한다.”
조금 고민이 있긴 했지만, 나는 제한 시간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내 길을 택했다.
[폭식의 마신(魔神) 흑염룡이 지금 뭐 하는 짓이냐고 당신에게 묻습니다!]흑염룡은 자신의 영혼이 사라지지 않는데도 어째서인지 내게 성을 냈다.
하지만 내 생각은 확고했다.
“어이, 시스템. 동행자의 길을 택하겠다고.”
[당신의 길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흑염룡이 어째서 [고독한 왕의 길]을 원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나, 내겐 후자를 택한 이유가 있다.
일단 첫 번째 이유는, 그때 내 앞에 나타났던 미래의 나로 추정되는 것으로부터 아주 이질적인 힘을 느껴서다.
그놈이 나라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 이유도 그 때문이었고.
그래서 난 메시지를 받은 찰나에 이렇게 가정했다.
미래의 나는 지금 이 선택지에서 [고독한 왕의 길]을 택했다.
그리고 ‘완전체’라는 것이 되어 지금까지의 나와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었다.
그렇기에 미래의 백설이 말한 실패한 미래가 만들어진 것이다.
…라고 말이다.
물론 그날 나타났던 게 혹시나 내가 아니라면, 지금 내 선택을 훗날 후회하게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지금 이 가정 자체가 틀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겐 이유가 하나 더 있다.
“흑염룡. 완전체라는 말에 혹한 건 아니겠지.”
[고독한 왕의 길]에 적힌 문장대로라면, 지금껏 내게 힘을 빌려주던 흑염룡이 완전히 소멸하는 게 된다.그것도 내가 녀석의 영혼을 흡수하는 것으로 말이다.
나는 이 부분에서 불안감을 느꼈다.
안 그래도 어디 하나 나사가 빠져있는 녀석을 흡수한다면, 나는 과연 무사할 수 있을까?
나는 이게 도박이라고 생각한다.
더 큰 힘을 원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내 자신이 자신이 아니게 되는 것을 바라는 건 아니다.
내가 멀쩡하지 않으면 아무리 대마신을 꺾을 힘을 손에 넣어도 전부 말짱 도루묵이라는 거다.
[이제부터 당신은, 동행자의 길을 걷게 됩니다.]그렇기에 나는 안전한 길을 택하겠다.
내 안의 시끄러운 녀석과 앞으로도 같이 가야 한다는 점은 무척 마음에 들지 않지만, 뭐 어쩌겠는가.
선택지가 두 개뿐인데.
쉴 새 없이 떠오르는 메시지와 함께, 내 몸에서 마나가 용솟음쳤다.
이질적인 힘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힘이 더 강해진 기분이 들 뿐이었다.
[흑염룡의 능력치 상승이 300으로 고정됩니다!] [광폭화의 조건이 에서 로 조정됩니다!] [당신의 재능이 본래의 모습을 되찾습니다!] [ 가 로 변경됩니다!] [ 가 으로 변경됩니다!] [ 가 으로 변경됩니다!] [ 가 으로 변경됩니다!]다행히 동행자의 길을 택했음에도 변화가 상당했다.
이제껏 나와 함께한 네 가지 재능이 모두 변경되고, 흑염룡의 사용 효과가 상당히 강화되었다.
“…멀린.”
그나저나 대용위키 녀석, 그동안 평범한 재능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 할아범이었을 줄이야.
확실히 항상 내게 이것저것 가르쳐주던 사람이었으니 어울리긴 하는데….
그렇다해도 지금껏 내가 알아채지 못 했다니.
조금 충격이다.
[앞으로 흑염룡의 진언을 들을 수 있게 됩니다!] [앞으로 대용위키의 진언을 들을 수 있게 됩니다!]게다가 이제부터는 이 녀석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다는 건가.
항상 메시지로만 대화하던 녀석들이라 기분이 좀 이상하겠구먼.
[이게 맞는 것이었나. 나의 분신이여.]그렇게 생각하자마자, 흑염룡이 내게 말을 걸었다.
녀석의 목소리는 마신이라는 수식어에 어울리는 중저음이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이게 맞는 것 같아.”
[큭큭…. 그렇군. 마음에 들어.]그래서 저 목소리로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니 무척이나 괴리감이 든다.
[자고로 남자라면, 본래 모험을 즐겨야 하는 법이지.]“…너 내 생각 못 읽었냐? 안전한 길이라니까 뭔 모험이래?”
[아무튼 모험이다. 큭큭.]젠장. 그간 보낸 메시지로도 느꼈지만, 과거의 나는 역시 정상이 아니구나.
하기야. 이럴 수밖에 없긴 해.
바알은 나이가 15살에서 멈췄던 아서와 융합한 여파로, 정신연령이 15살에 고정되어 버렸으니까.
[큭큭…. 이제 메시지 따위로 내 마음 드러내지 않아도 되니, 더 시끄럽게 떠들어주지.]“전투에는 지장 안 가게 하라고.”
[걱정 마라! 전투 때는 나도 집중하는 남자라고?]…이런 녀석이 러시아와 중국을 괴멸시키고 한국까지 침범했던 괴물이라니.
내 부하들은 용케도 이런 녀석을 맹목적으로 따랐구나.
“할아범. 너도 이제 말할 수 있으니까 말해 봐.”
뭐, 그건 과거의 일이니까 그냥 그랬다고 치자.
그보다도 멀린과 조금 대화를 나눠봐야겠어.
[어린 왕이여. 이렇게 직접 보는 건 처음이구나.]내가 그를 부르자 갑자기 내 곁에서 증기가 피어오르더니, 하얀 로브를 두른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정말 멀린이네.”
[그럼 뭐라고 생각한 건가?]노인은 끌끌 웃으며 길게 늘어진 수염을 가다듬었다.
생김새는 물론이고 하는 행동까지 영락없는 멀린이었다.
“네 이름을 빌린 재능이 아닐까도 생각했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아쉽게도 진짜 멀린이다.]“…아쉽진 않아. 오히려 할아범이라서 다행이지.”
[오호. 그새 철이 든 게냐. 예전에는 잔소리 듣기를 그리도 싫어했는데 말이다.]어쨌거나 내 재능이 멀린이라면 앞으로 내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할아범이 알지 못하는 것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니까.
물론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마신과 관련된 정보는 멀린도 알기 힘들 수도 있지만.
“강대용! 왜 자꾸 혼잣말을 그렇게 해!”
뭐, 회포는 여기까지만 풀자.
지금 내 모습이 주변에서 날 지켜보고 있는 녀석들에게는 마치 혼잣말을 하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자, 나의 분신이여. 이제 ‘정수’의 진정한 힘을 되찾을 시간이다.]당장 변경된 재능을 전부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그건 조금 이따가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아직 내겐 하나 더 각성해야 할 특성이 남아있었으니까.
나는 백설이 내게 건네준 파편을 보았다.
그녀의 목숨과 맞바꾼, 미래의 내가 가진 힘이 담겨있는 파편.
조각이 워낙 커서 목 뒤로 삼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반드시 먹어야 한다.
휙!
나는 망설이지 않고 아까 오태식의 파편을 먹었을 때처럼 조각을 입으로 털어 넣었다.
그리고 맛을 느낄 새도 없이 바로 삼켰다.
[■두룡의 정수가 완연한 악의 힘으로 가득 찼습니다.] [마지막 키워드가 해제됩니다.]“윽!”
메시지가 떠오름과 동시에, 내 몸이 격통으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숨도 턱 막혔다.
그간 많은 고통을 느껴봤지만, 그중에서 단연 가장 고통스러웠다.
쿠구구구…!
또한 나를 중심으로 원탁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내 몸에서 방출되는 어마어마한 마기 탓이었다.
“으윽….”
역시, 내 예상대로 이 정수는 그 물건이 맞았다.
그 물건이 아니라면 이렇게나 역겨운 마기를 뿜을 수 없을 테니까.
[마지막 키워드는 칠(七)입니다.] [특성 : 칠두룡의 계승자가 완벽히 해방되었습니다!]오하와가 내게 줬던 목걸이는 바로 ‘칠두룡의 정수’.
이름 그대로, 칠마신을 태어나게 한 일곱 머리의 용을 이루고 있던 정수(精髓)이다.
[크으윽…. 역시 우리를 태어나게 한 존재의 힘은 버겁구나….]일곱 머리의 용이 가진 힘으로 이루어진 묵시검.
그 검에 저항할 수 있는 것은 일곱 머리의 용이 가지고 있던 또 다른 힘이나, 일곱 머리의 용을 죽였던 ‘태초의 신’이 가진 힘이어야만 한다.
즉, 나는 그중 일곱 머리의 용이 가진 힘을 손에 넣었다는 것이었다.
물론 워낙 강대한 힘이라서 버티기만 하는 것도 버겁지만 말이다.
[강대한 마기가 당신의 몸을 잠식합니다!]내 육체는 아주 강하긴 해도 결국 인간의 육체다.
그러니 정수가 내뿜는 이 마기를 버티려면 온갖 권능과 재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재능 : 금강불괴가 당신의 회복력이 증가시킵니다!] [재능 : 폭룡의 의지가 당신의 정신을 붙잡고, 마기에 격렬히 저항합니다!] [재능 : 절대룡이 잉여 마기를 몸 밖으로 배출합니다!]다행히 내겐 그런 안전장치들이 있었다.
[권능 : 폭식이 정수의 힘을 먹어치웁니다!]덕분에 곧, 강대한 마기가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통증도 완화되었고, 숨통도 트였다.
“허억, 허억….”
나는 바로 제자리에 주저앉았다.
단 몇 초 동안이었지만, 정말 죽는 줄 알았다.
온몸에서 홍수라도 난 것처럼 땀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다.
나는 이마에서 흐르는 땀이라도 닦아내며, 내 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했다.
[이제부터 당신은, 인과율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플롯의 영향 또한 받지 않습니다.] [모든 권능에 저항할 수 있게 됩니다.] [당신의 격이 초월격(超越格)으로 상승했습니다.] [특성의 능력치 증가 효과가 200으로 고정됩니다.]·
·
·
쉴 새 없이 이어지는 메시지를 보자니 정신이 멍해졌다.
칠두룡이 남긴 힘답게, 이것저것 다 퍼주는 느낌이다.
물론 그중에서 핵심이 있다면, 가장 위에 떠오른 메시지들이다.
저 메시지들의 의미하는 바는 간단하다.
나는, 이제 대마신이 주도하는 흐름에 완전히 저항할 수 있게 됐다는 거다.
***
강대용이 선택을 마친 그 시각.
만마전, 대마신의 왕좌.
“…놀랍군.”
“…….”
왕좌에 앉아있는 흑발의 사내와 그를 올려다보고 있는 은발의 사내는 굳은 표정을 지었다.
“강대용이 재밌는 선택을 했다. 어떻게 보지?”
“우연이다. 목표를 포기하지 않은 이상 결국, 녀석은 나와 같은 끝에 도달할 뿐이다.”
은발의 사내는 등을 휙 돌리고 걷기 시작한다.
흑발의 사내는 걸어가는 그에게 물었다.
“어디 가려는 거지 형제여.”
“훈련을 하고 오겠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으니, 당연히 대비를 해야겠지.”
은발의 사내는 멈추지 않고 계속 걸었다.
하지만 흑발의 사내는 그를 아직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그에게는 마치, 은발의 사내가 도망가는 것처럼 보였으니까.
“…200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고도 그 시절과 변한 게 없군.”
“…….”
은발의 사내는 허공에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공간이 갈라지며 시꺼멓고 커다란 구멍이 나타났다.
“네놈은 아직 포기를 못한 게지. 그러니까 저 강대용에게 여러 도움을 줬고 말이야.”
“내가 한 짓이 아니다. 그리고 방금 말했다시피, 녀석 또한 나처럼 절망하게 될 거다.”
“…솔직하지 못하군.”
흑발의 사내의 비아냥거리는 소리에도, 은발의 사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뚫어놓은 구멍으로 발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강대용은 내가 막겠다. 어리석은 선택을 할 바에야 내가 처리하는 게 낫겠지.”
“이제 1년 후면 정말 재밌어질 텐데, 굳이 해치워야 하겠나?”
“당장 하려는 건 아니다. 이곳으로 올라오는 입구를 틀어막겠다는 얘기지.”
“후후. 그래. 알아서 해라.”
곧 은발의 사내는 완전히 모습을 감췄다.
이제, 대마신의 왕좌에는 흑발의 사내만이 남게 되었다.
슥.
그는 허공으로 손을 한 번 휘저었다.
그러자, 이제 막 최종적인 각성을 끝내고 얼떨떨한 표정을 하고 있는 강대용의 모습을 비춘 화면이, 허공에 나타났다.
“‘또 다른 세계의 형제’는 저기서 잘못된 각성을 했다는 얘기인가….”
그 모습을 보며 흑발의 사내는 히죽 웃었다.
저 어벙한 인간이, 나를 무찌를 운명을 짊어진 영웅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보고 있나, 태초의 신이여.”
그렇게 생각하는 사내는 바로, 11개의 세계를 멸망시킨 초월적인 존재이자 회귀자 최유성의 근원.
교만(驕慢)의 대마신, 루시페르.
“드디어 네가 바라는 끝이 다가오고 있다.”
그는 자신이 차지한 ‘수호자’의 눈으로, 강대용을 계속 응시하며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