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237
역시나 같은 시각.
중국 상해에 위치한 신세계교의 지하교회.
“…드디어 시작이구낭.”
“그래.”
그곳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아즈모데와 마몬은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짜 전쟁을 시작해보자고.”
그들은 강대용이 각성을 끝냈다는 것을 대마신만큼이나 빨리 알아챘다.
때문에 그들은, 자신들의 열심히 준비해온 계획을 실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이 세계를 우리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전쟁을.”
세계 곳곳에 숨어 있던 신세계교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Episode.105 : 끝의 시작
내가 가진 두 특성의 각성이 모두 끝난 뒤.
나는 땀범벅이 된 몸을 깨끗하게 씻어내고서 벨이 준 옷으로 갈아입고 거실로 나왔다.
– 감축드리옵니다. 폐하!
“······.”
그리고 난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기사들이 동시에 한쪽 무릎을 바닥에 붙이고 고개를 숙이는, 특유의 경례 자세로 나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큭큭, 부담스러워하지 말아라. 이건 ‘우리’라면 당연히 받을 만한 것이니···.]그 광경을 보면서 흑염룡이 ‘큭큭’이라고 웃는 걸 듣고 있자니 머리가 어질어질했다.
나···, 분명 재능도 강화됐는데 이게 맞나?
고작 이런 거 가지고 머리가 어지럽다니.
“아! 형님. 힘드실 텐데 얼른 소파에 앉으시죠!”
그 와중에 벨은 나를 걱정했는지 벌떡 일어나선 소파 자리를 비켜주었다.
나는 굳이 사양하지 않고 그 자리에 풀썩 주저앉았다.
그 후, 일단 저 부담스러운 것들부터 치우기로 마음먹고 목소리를 깔고서 말했다.
“모두 고개를 들어라.”
– 예!
기사들은 고개를 들고 일제히 나를 쳐다보았다.
···저 초롱초롱한 눈들은 도대체 뭐냐고.
언제나 부처 같은 갤러해드 말고는 죄다 나한테 뭘 기대하는 것 같잖아.
“편한 자세로 있어라. 지금부터, 내가 이 힘을 어떻게 쓸 예정인지 말하도록 하겠다.”
– 예!
분위기가 이러니, 단순히 앞으로의 일을 다른 녀석들과 상의하는 것뿐인데도 무슨 조선 시대 어전회의 같이 되어버릴 것 같다.
당연히 나는 그렇게 되는 게 싫기 때문에, 최대한 힘을 빼고서 상의하는 느낌으로 말하기로 했다.
“오하와. 신세계교의 동향은 어떻지? 벨은 요새도 잠입하고 있나?”
“그건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형님!”
젠장. 나도 모르게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 버렸다.
버릇이 참 무섭다더니.
내가 강대용이 되어도 전생의 말버릇이 남아있구나.
“신세계교 내부에서 교인들의 신체검사를 빡빡하게 하는 터라, 이제 제가 잠입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렇구나.”
“그래도 최근 중국 상해 쪽으로 본거지를 옮겼다는 점은 알고 있습니다.”
“중국?”
아무튼 벨의 이야기를 듣자니, 아즈모데가 뭔가 위험한 계획을 꾸미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예. 자세한 계획은 듣지 못했습니다만, 최근 그들이 벌이는 ‘인간 폭탄’ 테러 행위를 생각해봤을 때 심상치 않은 움직임인 것은 확실합니다.”
중국은 내가 최태훈일 때 살던 저쪽 세계와 마찬가지로 세계에서 인구가 제일 많은 나라다.
그러니 벨의 말대로 갑자기 그곳으로 아즈모데가 이동했다는 건 뭔가 꾸미는 게 있다고 봐야 했다.
“···정말 심각한 게 터지기 전에 막아야 할 것 같구나.”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아즈모데를 이대로 둬서는 안 됩니다.”
벨이 내 말에 동의함과 동시에, 나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가볍게 마력을 방출했다.
사아아···.
각성하기 전과 비교해서 마력의 질 자체가 달라졌다.
이 힘에 조금만 적응하면 분명 아즈모데와 마몬을 쓸어버릴 정도로 강해질 수는 있을 거다.
“오하와. 내가 아즈모데와 마몬을 이길 거라 보나.”
“아마도? 네가 흡수한 정수는 칠마신의 근원과도 같은 거니까.”
“확신은 안 하는군.”
“전장에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까. 예를 들자면, 아즈모데가 사람의 목숨을 빌미로 널 협박할 수도 있잖아.”
“······.”
나는 오하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녀석에게 말했다.
“그런 변수를 줄이는 것부터가 시작이겠군.”
“그렇지.”
“좋아. 그럼 기사들이 할 일은 정해졌다.”
나는 기사들의 면면을 한 번 훑어보았다.
내 표정을 보고 무엇인가를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녀석들은 상당히 긴장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와 오하와는 아즈모데의 테러 행위와 기습을 염두에 두고 있다. 그래서 내가 너희에게 내릴 임무는, 민간인들과 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주역’들의 보호다. 너희들은 나와 연결되어 있으니, 주역들이 누구인지는 알겠지.”
– 예!
“주역을 지키는 자들을 목숨을 걸어라. 다만, 민간인 쪽에 붙는 자들은 목숨이 위험하다면 후퇴해라. 확실하게 구할 수 있는 이들만 구하는 거다.”
내 말에 기사들은 살짝 표정이 굳었다.
그들뿐만 아니라 내 주변에 앉아 있던 다른 녀석들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을 죽게 내버려 두자는 겁니까!”
특히나 샤를의 반응이 격렬했다.
지금 내가 꺼낸 말은 그녀의 신념에 반하는 말인 듯했다.
“샤를. 민간인들 때문에 예정된 멸망에 대항하기 위한 귀중한 인력을 잃을 수는 없지 않느냐.”
“하, 하지만!”
“이 싸움은 대마신에게로 가는 발판에 불과하다. 그 발판에서 기사들을 제물로 삼을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옛날이었으면 조금은 움찔했을 텐데, 아무래도 내 강화된 재능이 내 중심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듯했다.
“지금껏 놈이 만든 폭탄에 희생된 이들도, 어쩌면 내가 강해질 시간을 벌기 위해서 희생되었다고 봐야 할지도 모른다.”
“······.”
“그러니 난, 그 스러져간 목숨들을 위해서 반드시 놈과의 싸움에서 이기겠다. 그리고 곧 일어날 싸움에서도, 혹여나 희생자가 발생한다 해도, 나는 그들을 기억 속에 담고 한 걸음 더 나아갈 것이다.”
내가 강하게 한 말에 샤를은 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그리고 마지 못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나는 그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다시 기사들에게로 눈을 돌렸다.
“모두 들어라. 나는 그간 놈에게 희생된 목숨들을 헛되게 만들지 않겠다. 놈이 정말로 더 큰 참사를 일으키기 전에, 나는 녀석을 막겠다.”
– 네!
“출정은 내가 각성한 힘에 완벽히 적응했을 때, 혹은 놈이 먼저 움직였을 때가 될 것이다. 놈이 먼저 움직였을 경우엔 전장이 중국이 아닐지도 모른다. 한국이 될 수도 있고, 미국이 될 수도 있겠지.”
또박또박 녀석들에게 내 생각을 말했다.
기사들은 이제는 뭔가 비장한 표정을 하고서 조용히 내 말을 들었다.
“갤러해드, 베디비어, 퍼시벌, 가레스, 벨, 황투희는 각각 6명의 주역들을 지킨다. 나머지는 인간 폭탄의 위협으로부터 시민들을 지킨다.”
그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으나, 아쉽게도 내가 할 말은 거의 다 끝났다.
딱히 작전이라 할 것도 없었으니까.
“그리고 난, 신세계교의 목을 노리겠다.”
나는 만마전 원정이 시작되기 전, 가장 큰 난관이 될 두 놈을 이 세상에서 완전히 지워버릴 것이다.
나 혼자서.
***
각성이 성공적으로 끝난 뒤, 벌써 6일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아즈모데 쪽에서 별다른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덕분에 난 새로이 얻은 힘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었다.
또한 아즈모데와 마몬이 여전히 중국에서 상주하고 있다는 사실도 완벽히 체크해두었다.
[조금 더 위쪽으로 휘둘러라.]휘익─!
금요일, 오후 10시.
나는 흑염룡의 코칭을 받으며 마지막 점검을 하는 중이었다.
내가 아주 강해진 것은 사실이나, 아즈모데와 마몬은 마신의 힘을 유지하고 있는 강자들이기 때문에 동시에 상대하려면 꼼꼼히 준비해야 했다.
[큭큭···. 벌써 내일이군. 요새 시간이 빨리 간단 말이지.]“······.”
인정하기 싫지만, 그 과정을 제일 많이 도와준 것은 흑염룡이었다.
그동안 내가 조금 많이 부족했던 검술이나 기술을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법 등, 많은 부분을 알려주었다.
혹시라도 내가 첫 번째 선택지를 택했으면 이런 도움도 못 받았겠지.
역시 내 선택은 틀리지 않은 것 같다.
[슬슬 컨디션 관리를 해야 하니 숙소로 돌아가도록 하지.]“그래.”
그렇게 생각하는 만큼, 내일 있을 싸움이 자신 있었다.
그렇다고 자만하는 것은 아니다.
흑염룡이 알려주는 녀석들의 능력을 하나씩 머릿속으로 곱씹어가며 최선의 싸움법을 연습했고 틈틈이 기사들의 상태도 확인했다.
만일의 사태에도 대비를 해놓았고.
어쨌든 내일 커다란 싸움이 있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니, 오늘은 빨리 숙소에 들어가 체력을 온존하기로 하고 훈련장을 나섰다.
[오. 저기 기네비어군.]그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알리사가 저녁 바람을 맞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재빨리 그녀에게 뛰어갔다.
“리사야!”
“아, 대용아.”
알리사는 뒤로 고개를 틀더니 싱긋 웃었다.
어째서인지 내 눈에는 그 웃음이 그다지 기분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이 시간에 여기서 뭐 하고 있어.”
“너 볼 겸 나왔어.”
“그럼 훈련장 들어오지 왜 바깥에 있어.”
“생도회장 외에는 출입 금지잖아. 그래서 산책이라도 하고 있었어.”
그녀는 내게서 시선을 떼고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뭔가 생각이 많아 보였다.
“대용아. 내일 시간 돼?”
“···응?”
그것도 잠시, 그녀는 내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그녀의 대답에 말문이 막힐 수밖에 없었다.
“내일 시간 되냐구.”
당연하지만, 나는 내일 중국에 가야 하기에 시간이 없다.
그런데 알리사는 그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는 눈치로 저런 질문을 던졌다.
“···미안. 내일 일이 있어서.”
“역시 그렇구나.”
나는 사실대로 시간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알리사는 두 손으로 내 두 손을 가볍게 붙잡고는 이렇게 말했다.
“나, 사실은 네가 대충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
“······.”
“기네비어의 영향인가 봐. 너는 잘 모르고 있었겠지만, 그녀에게는 사랑하는 이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능력이 있거든.”
저 말이 사실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녀는 확실히 내가 무엇을 준비하고 있는지를 알아챈 듯하다.
“내일 싸우러 가는 거지?”
“···그래.”
그래서 난 사실대로 말했다.
거짓말을 해도, 그녀는 나를 억지로 따라오든 미행하든 해서 내 행선지를 알아낼 테니까.
“꼭 필요한 거야?”
그렇게 진실을 말하자, 내 손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그녀는 내가 커다란 싸움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듯했다.
“내가 싸우지 않으면 많은 사람들이 죽어.”
“···그렇구나.”
하지만 알리사는 나를 말릴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 대신에, 갑자기 뒤를 돌아보더니 큰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나와도 돼 얘들아!”
“······!”
그리고 난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풍경이 걷히더니, 익숙한 녀석들이 내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요 며칠간 이상하다 했더니···. 그런 거였구나.”
“또 신세계교인가 그 개자식들이랑 싸우는 거냐?”
내가 가장 지키고 싶은 녀석들.
그 녀석들이 하나 같이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띠고 있었다.
“어떻게 다들···.”
“흥. 네 표정 보면 모르는 게 이상하거든?”
“······.”
아무래도 녀석들은 내 낌새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것 같다.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척 생활했는데, 결국 가장 들키고 싶지 않은 녀석들한테 들키다니.
이거, 아주 낭패구나.
“···대용아. 무슨 일인지 하나도 빠짐없이 설명해줘.”
윤희진은 그녀답지 않게 아주 화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마도 내가 약속을 어겼기 때문이겠지.
“그래 대용쓰! 이럴 때 같이 울고 웃는 게 친구 아니겠어?”
“그렇다 사부!”
낯간지러운 상황에 처한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동시에 크게 걱정이 되었다.
지금, 내가 내일 어떤 싸움을 할 것인지 사실대로 말해야 하는 걸까?
그렇게 되면 이 녀석들은 어떤 행동을 취하는 거지?
“대용아.”
망설이고 있던 그때, 알리사가 내 손을 꽉 쥐었다.
그녀의 눈에는 굳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너 혼자서 전부 짊어지게 안 둘 거야.”
“······.”
“그러니까, 어서 말해줘.”
알리사 뿐만이 아니라 다른 녀석들도 같은 생각을 하는 듯했다.
특히나 최유성은 가장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녀석 특유의 직감으로 무엇을 느낀 거겠지.
[큭큭. 이렇게 된 거, 이 녀석들도 전장으로 데려갈 수밖에 없겠구나.]이 와중에 흑염룡은 또 개소리나 하고 있고.
머리가 터질 것 같다.
왜 이렇게 항상 잘 풀리다가도 한 번씩 돌부리에 걸리는 걸까.
“후우···.”
깊게 심호흡을 한 번 했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싶었다.
“‘마기 폭탄’ 테러를 일으키고 있는 주범들을 잡으러 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