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239
끼익.
나는 문을 열고 곧바로 안에 들어갔다.
내부는 아까 1층보다 훨씬 어두컴컴했다.
그러나 내 [용안]에는, 회의실 중앙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있는 은빛 머리칼을 가진 사내가 선명하게 보였다.
“왔구나 형제여.”
놈은 천천히 일어나 역겨운 마기를 흩뿌렸다.
···SHA에 출몰했던 당시에는, 일부러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건가.
놈의 마기가 전성기 시절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수준으로 강력하다.
“해방.”
나는 허공에서 엑스칼리버를 뽑아 들었다.
마몬은 만연한 미소를 띤 채, 두 주먹을 쥐고서 얼굴 앞으로 들었다.
“주먹 대 주먹으로 맞붙어볼 생각은 없나.”
“···날뛰어라 흑염룡.”
나는 엑스칼리버를 [흑염룡의 그림자]로 휘감으며 마나로 근육을 예열시켰다.
마몬은 그게 마음에 들었는지, 살기를 내뿜으며 더욱 크게 입아귀를 올렸다.
“아무래도 그럴 생각은 없는 듯하구나···.”
콰쾅!
그 말이 끝맺어지자마자, 나와 마몬은 눈에 불을 켜고 서로에게 달려들었다.
Episode.105 : 끝의 시작 (3)
마몬의 전투 방식은 ‘맨몸 격투’로 예전과 같았다.
터엉─!
내가 본 놈들 중에서 그 누구보다도 주먹 쓰는 게 능한 놈이다.
격투 기술에 한해서는 이 녀석과 맞먹을 녀석은 백은호뿐일 정도로 말이다.
“느려.”
격투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스피드.
그렇기에 나는 오랜만에 [사기안]을 발동해 녀석의 민첩을 줄이고 몸을 무겁게 만들었다.
휙! 휘익!
하나, 마몬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내가 사안의 저주를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혀 느려지지 않았다.
확!
오히려 놈의 주먹과 다리는 점점 가속하고 있었다.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공기를 찢는 살벌한 소리를 냈다.
슈왁!
마몬은 상대적으로 방어가 취약한 머리를 주로 노렸다.
놈이 강력한 마기를 방출하면서 두 주먹을 내지르다 보니, 우리가 싸우던 회의실은 이미 회의실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전부 부서져 버렸다.
콰쾅─!
나와 놈은 회의실의 벽을 부수고 나와 전장을 넓혔다.
잠시 멀어졌다가도 다시 서로에게 달려들고, 검과 주먹을 부딪치는 것을 반복했다.
카앙! 터엉!
당연하지만 검을 든 내 쪽이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아무리 단단하다 한들 녀석의 육체는 인간의 것이었고, 놈은 나와 부딪칠수록 망가져만 갔다.
게다가 나는 몸에 [용의 투지]도 두르고 있고 말이다.
쾅!
그럼에도 녀석은 멈추지 않았다.
마치 이 싸움이 자신의 마지막 싸움인 것처럼, 자신의 전력을 내게 쏟아내고 있었다.
“흐읍!”
마몬은 숨을 크게 들어 마시더니, 갑자기 나와 거리를 벌렸다.
부웅!
그리고 느닷없이 허공으로 주먹을 크게 휘둘렀다.
콰과과과─!
그러자 강대한 마기를 품고 있는 거대한 강풍이 일었다.
강풍은 스쳐 지나가는 모든 사물을 가루로 만들며 내게 들이닥쳤다.
놈의 주력기, 템피스트(Temfist)였다.
“큭!”
너무 순식간이었기 때문에, 나는 공격을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콰드드득─!
프리드웬의 갑주가 여기저기 뜯겨져 나가고, 갑주 사이를 뚫은 칼바람이 내 살갗을 찢었다.
“…….”
폭풍(Tempest)과 주먹(fist)을 합한 기술명을 가진 템피스트는, 말 그대로 주먹으로 폭풍을 일으키는 강력한 기술이었다.
마몬은 이 기술로 수많은 영웅들을 갈아버렸는데, 그 중에서는 S급 수준의 강자들도 여럿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왜 그러지? 당황한 눈치다만.”
하지만 아무리 그 정도로 강력한 기술이라도, 지금의 놈이 사용하는 기술의 위력은 줄 수밖에 없다.
아무리 힘을 유지했다지만, 녀석은 지금 ‘마신’의 육체가 아니라 ‘인간’의 육체를 갖고 있으니까.
[나의 분신이여. 길게 끌어선 안 되겠구나.]하나, 놈은 어째서인지 뿜어대는 마기의 세기도 그렇고, 기술의 위력도 그렇고 ‘완벽한’ 마신일 시절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저 육체가 마몬의 영혼과 상성이 좋은 것일까.
그건 잘 모르겠지만, 흑염룡의 말대로 길게 끌어봤자 좋을 건 없을 듯했다.
“오의.”
사아아아….
나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며 일격을 준비했다.
엑스칼리버에서 찬연한 회색빛이 감돌더니 이내 내 몸을 전부 휘감았다.
“…나쁘지 않군.”
마몬은 내 모습을 보더니 한 번 더 주먹에 힘을 불어넣었다.
한데, 아주 익숙한 힘이 녀석으로부터 느껴지기 시작했다.
…올 게 왔구나.
[큭큭…. 놈이 드디어 탐욕의 권능을….]녀석은 칠마신의 권능 중 하나인 [탐욕]을 해방했다.
방금 템피스트를 받아낸 것은 별것도 아니었다.
지금부터가, 난관의 시작일 터다.
부웅─.
녀석은 탐욕의 권능을 사용한 채 다시 한번 템피스트를 사용했다.
콰가가가각─!
아까 사용한 것은 몸풀기라는 듯, 공간 그 자체를 비틀어버리는 위력의 광풍이 발생했다.
게다가 단순히 위력만 강해진 게 아니었다.
지금의 템피스트는 마몬의 마기만 머금고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 살려줘어어…!
– 으어어어….
수많은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귓가에 들려왔다.
이 목소리는 모두 마몬에게 패배한 자들의 목소리.
즉, 사자(死者)들의 목소리였다.
“명한다.”
그 목소리를 들은 나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무구 중 하나의 힘을 지금 빌려야 할 듯싶었다.
촤라라락!
내 등 쪽에서, 황금빛으로 빛나는 사슬 네 개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튀어나왔다.
사슬은 순식간에 내 사지를 뱀처럼 휘감았다.
“너의 왕을 보호하라.”
그 직후, 내 앞에 사슬과 같은 색깔을 띠고 있는 반투명한 방어막이 나타났다.
콰앙─!
방어막과 마몬의 템피스트가 충돌했다.
방금 전 뜯겨나간 프리드웬과 달리, 지금 나타난 방어막은 수월하게 마몬의 공격을 틀어막았다.
사아아아….
곧, 마몬이 일으킨 템피스트의 바람이 잠잠해졌다.
마몬은 어이없는 듯 웃으며 내게 말했다.
“너의 ‘사슬방패’는 역시 뚫기 힘들구나.”
“…….”
나는 그 말을 무시하며 검을 위로 치켜들었다.
내 궁극오의 중 하나를 사용하기 위해서.
쿠릉─!
내가 서 있던 일대가 밑으로 살짝 가라앉으며 균열이 일었다.
휘오오오─.
줄곧 마몬 쪽으로 흐르던 기류가, 내 쪽으로 흐르기 시작했다.
마기로 가득했던 공기에 내 마나가 하얀 물감처럼 번졌고, 그와 대비되는 검붉은 [용의 투지]가 더욱 활활 타올랐다.
[크큭…. 이 일격으로, 끝을 내겠다.]이윽고 내 마나는 모든 마기를 끌어당겼고, 나는 그 기운을 검에 끌어모았다.
그리고 곧장 위에서 아래로 검을 크게 휘둘렀다.
콰아아아아─!
회색빛 섬광이 마몬에게로 뻗어 나갔다.
그와 동시에 건물이 양옆으로 뒤흔들리고 공기가 매섭게 울었다.
“오의!”
그 찰나, 마몬은 활짝 웃으며 자신을 덮친 섬광으로 자줏빛으로 빛나는 오른쪽 주먹을 내질렀다.
– 그만, 그만해에에!!!
– 으아아악!
– 끄어어억!
놈은 탐욕의 힘으로 빚어낸 궁극오의를 사용한 모양이었다.
망자들의 절규가 노골적으로 들려옴에도, 놈은 더더욱 크게 웃으며 왼쪽 주먹도 내질렀다.
그럴수록 끔찍한 목소리는 더욱 내 귀를 괴롭혔다.
[큭큭. 망자의 영혼과 힘을 단순히 힘을 끌어올리는 것에 사용하는 권능. 여전히 기분 나쁘군….]탐욕의 권능.
저 권능은, 망자들의 모든 것을 자신의 영혼에 예속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다.
마몬은 탐욕의 권능으로 언제든 그 망자들의 힘을 자신의 힘에 가세시킬 수 있다.
그리고 지금, 녀석이 사용한 궁극오의는 그 망자들의 영혼을 대거 소모해서 사용하는 ‘진혼권(鎭魂拳)’이었다.
“크으윽….”
그러나 놈은 자신이 품고 있는 망자들의 힘을 빌렸음에도, 엑스칼리버의 섬광을 조금씩 밀어내며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그사이 나는 부서진 프리드웬을 전부 수복하고, 마지막 공격을 준비할 수 있었다.
[떠올려라. 그 회귀자 놈이 사용했던 기술을.]나는 엑스칼리버의 검 끝이 바닥으로 향하게 내렸다.
그 다음 허리를 앞으로 구부리고, 한쪽 무릎을 바닥에 완전히 붙였다.
화르륵!
그러자 엑스칼리버에서 검은 화염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물론 나는 그것에 만족하지 않고, 등 뒤에 매달고 있던 날개를 쫙 펼치고서 마몬을 노려보았다.
“황제일섬.”
쉬악!
준비 자세를 마친 나는 곧바로 기술을 사용했다.
엑스칼리버가 내뿜은 회색 섬광을 타고, 섬전과도 같은 속도로 놈에게 돌진했다.
까드드득─!
엑스칼리버는 마몬의 허리를 정확하게 꿰뚫었다.
살갗이 뚫리고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나며 검붉은 선혈이 솟구쳤다.
“커억! 바, 바알서…!”
서걱─!
그와 동시에 마몬의 상반신과 하반신이 분리됐다.
마몬이 사용하던 궁극오의는 소멸했고, 두 동강이 난 놈의 몸뚱이는 차가운 바닥으로 떨어졌다.
후두두둑….
놈의 허리에서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 피가 나를 적셨다.
보통의 인간이었으면 이는 확인사살의 의미와도 같았지만, 나는 안심하지 않고 시선을 아래에 두었다.
“하, 하하…. 상대도 되지 않았군….”
누군가의 얼굴을 한 마몬은 육체가 죽어가는 와중에도 웃고 있었다.
“우리 마신은 영혼을 파괴하지 않는 한 불멸이다….”
놈에게 있어서 이 육체의 죽음이 녀석의 소멸을 뜻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내게 전부 생각이 있다.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서 특성도 최종적으로 각성시킨 거고 말이다.
[나의 분신이여. 해야 할 일은 알고 있겠지.]나는 흑염룡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엑스칼리버의 칼끝을 녀석의 이마에 올렸다.
그것을 본 마몬은, 입아귀를 치켜 올렸다.
“하지만 너는…. 정수를 흡수한 몸이지….”
“…잘 알고 있구나.”
푹!
나는 칼끝을 그대로 강하게 찍어 누르는 것으로 마몬의 머리를 뚫어버렸다.
[칠두룡의 정수가, 옛 힘을 다시금 흡수합니다.]칼끝을 타고, 기분 나쁜 자줏빛 기운이 내 몸속으로 흘러들어 왔다.
“욱….”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속이 울렁거렸다.
안 그래도 빨리 뛰던 심장이 터질 듯이 빠르게 뛰었다.
하지만 지금부터 내가 얻을 힘을 생각하자면, 이 정도는 감수할만하다고 생각했다.
[권능 : 탐욕을 획득했습니다.] [전 권능 소유주가 가지고 있던 모든 영혼이 당신에게 흡수됩니다.] [당신이 사망에 이르게 한, 탐욕의 마신 : 마몬을 탐욕의 권능으로 흡수했습니다!]***
“후우우….”
마몬의 흡수를 마친 나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빨리 가고 싶었지만, 일단은 흡수한 힘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였다.
[…죽은 자를 짊어진다는 건 상상 이상으로 힘들군.]그 전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기분은 들었지만,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내가 흡수한 영혼들이 모두 마몬이 죽인 이들이라고 생각하니 당연히 꺼림칙할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마몬이 되살아나지 못하도록 흡수했고 말이다.
[하지만 나의 분신이여. 이 힘을 썩혀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하나 기껏 흡수한 것을, 허무하게 날릴 수도 없었다.
어차피 탐욕의 권능에는 영혼을 해방시켜주는 기능도 없고 말이다.
[우리는 더운물, 찬물 가릴 때가 아니다. 이왕 얻은 거 원 없이 사용해야 하는 거다. 알았나?]“…….”
[대답.]“알았다고….”
그나마 다행인 점은, 권능을 발현할 때 빼고는 망자들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들렸으면 아마…, 나라도 정신이 나가지 않았을까.
천만다행이다.
[크큭, 어쨌든 이제 색욕만 해치우면 끝나는군. 퍼뜩 녀석의 권능과 영혼도 흡수하고 일행에게 돌아가자고.]“어.”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발을 빠르게 움직였다.
어느새 호흡도 안정되고, 컨디션도 평소와 별다를 게 없는 수준으로 회복되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