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245
“…그 녀석은 나를 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죽고 싶지 않다고 했어. 그러니까 알아서 잘 돌아올 거야.”
“…….”
“넌 네가 있을 자리에서, 당장 할 일을 하면 돼. 너 역시 결전에서 빠지면 아까운 인력이니까.”
“알았어….”
황투희는 그런 강대용이 상당히 매정하다고 생각했지만, 틀린 말이 하나도 없었기에 얌전히 따랐다.
“…이번엔 오하와가 연락이 안 된다고?”
“네 형님….”
하지만 야속하게도 강대용에게 일어난 사건은, 이 하나가 아니었다.
윤희진이 사라지고 난 그날부터 두 달이 지나 12월 초.
이번엔 가장 중요한 정보원이었던 오하와가 사라졌다.
“윤희진 때와 비슷하게 대응해야겠구나. 나 역시 그녀를 찾을 방법이 전무하다.”
“…명을 하달하겠습니다.”
전(前) 분노의 마신이었던 그녀 역시 대용위키로 찾을 수 없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강대용은 이번에도 역시 윤희진 때와 같은 지시를 부하들에게 내렸다.
‘정말로 끝이 다가오고 있다는 건가.’
이젠 정말, 결전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미래의 윤희진이든, 오하와든 말도 없이 사라진 이유가 분명 있을 것으로 생각하며 애써 신경을 껐다.
“이제 곧 나타나겠군요.”
“그래. 만마전의 윤곽이 잡히기 시작했어.”
우여곡절도 몇 번 있었지만 시간은 계속해서 갔다.
한 해가 지나가고 1월.
새해를 축하하는 대신, 강대용을 비롯한 여러 영웅들은 라이너스를 통해 ‘만마전 소환 진척도’를 확인했다.
“그때와 다를 바 없네.”
“꼭대기 쪽이 꼭 ‘데몬’의 머리같이 생긴 건 여전하구먼요.”
기둥들로부터 뻗어 나오는 거대한 ‘에너지 줄기’는 교차점에서 거대한 ‘물체’를 형성해냈다.
마치 거대한 악마가 날개를 펼치고 있는 듯 보이는 높디높은 얼음의 성(城).
그것은 강대용과 최유성, 그리고 팔용사들에게는 익숙한 모습이었다.
“…슬슬 원정대로 소집하겠다.”
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곧, 이 세계의 명운을 건 싸움의 시작이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했다.
***
1월 말.
임모르탈리스, 제주 지부 길드장실.
“드디어 내일 출발이네.”
“…그래.”
아리아는 회한에 잠긴 눈빛으로 창밖의 달을 본다.
밤공기에 만마전의 냉기가 서려서 그런지, 밝은 달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눈에는 매우 차가워 보였다.
“원석이를…. 찾을 수 있겠지?”
“…그 녀석은 반드시 살아있을 거다.”
“…….”
아리아는 떠올린다.
최후의 결전에서, 자신들을 바깥으로 내보내고 대마신의 만마전과 함께 가라앉은 ‘수호자’의 모습을.
“[방패]는 잘 챙겼지?”
“물론이다.”
따뜻한 달빛조차 식히는 냉기의 근원지에서, 그는 얼마나 추웠을까.
그곳에서 10년 동안 홀로 있으면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런 생각에, 아리아는 자신도 모르게 이빨을 으득 갈았다.
“만나면…. 몇 번이고 때려줄 거야.”
“…….”
“어디에도 가지 못하게, 바로 팔다리를 묶어버릴 거고.”
“…흠. 그 녀석을 두고 오랜만에 싸움이 나겠군.”
그런 아리아의 각오를 듣고서, 알프레드는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그는 팔용사들이 다 같이 티격태격하던, 10년도 더 된 시절을 떠올린 것이었다.
“뭐, 나쁘지만도 않겠어.”
알프레드는 그 시절을 되찾길 바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만마전에서 자신들을 기다리고 있을 수호자를 반드시 구해야 했다.
***
2032년 1월 30일.
만마전이 바다 위에 완벽히 모습을 드러냈고, 세계 각지의 영웅들이 그곳을 향해 진격하기 시작했다.
우웅─!
출항을 알리는 비행선의 고동 소리가 울렸다.
나와 주역들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나눴다.
“에휴…. 우리가 결국 여기까지 왔네.”
지금부터 우리는 태평양으로 간다.
그곳으로 가는 이유는 당연히 ‘만마전의 파괴’ 때문이다.
“그나저나, 진짜 리사쓰네 오빠가 이런 비행선을 만들었을 줄이야.”
“역시 세계 2위 길드네.” “하하….”
우리가 탄 이 비행선은, 본래라면 임모르탈리스가 만마전으로 가기 위해서 개발하던 ‘차원도약비행선’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차원을 넘을 필요는 없어졌으므로, 전투형 비행선으로 개조한 듯했다.
“모두 주목!”
그리 추측하던 중, 조금 떨어진 곳에서 위압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팔용사 중 하나이자 백설의 오빠인 백은호였다.
“모두 어제 전달받았겠지만, 머릿속에 잘 새겨두라고 한 번 더 설명해주겠다.”
그는 작전을 설명하기 위해서 위층에서 내려온 듯했다.
일행들은 모두 긴장한 얼굴로 그에게 집중했고, 나 역시 귀를 기울였다.
“현재, 만마전 주변으로 강력한 마기로 이루어진 결계가 둘러싸여져 있다. 또한 그 결계 바로 앞에는 빙 속성의 데몬과 가고일, 용종 타입의 마물들이 득실거리고 있지….”
명색의 대마신인만큼, 당연히 호락호락하게 만마전을 열어주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만마전에 초입부터 격렬한 전투가 예정되어 있었다.
“각 팀마다 ‘아쿠아 부츠’와 ‘베리어 브레이커’를 지급해줄 거고, 어느 팀이든 그 베리어 브레이커로 결계에 구멍을 뚫으면 다른 팀을 모조리 호출하는 거다.”
게다가 그 전투가 끝이 아니라, 결계를 뚫고 들어가 만마전의 꼭대기까지 가야 한다.
그 때문인지 이곳에 있는 영웅들 중 등급측정으로 S+급 미만을 받은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우리 말고도 세계 각지에서 함선과 영웅들을 보내겠지만…. 결국 핵심은 세계에서 가장 강한 우리들이다. 그러니 모두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오늘의 패배가 곧 이 세상의 종언이라 생각하고 싸움에 임해라!”
-네!!!
필사의 각오를 다지고 탑승한 인류 최강들.
나는 이들과 함께, 드디어 결전에 임하는 것이다.
쿵. 쿵쿵.
묘한 고양감에 심장 박동이 살짝 빨라졌다.
딱히 인류 최강들과 함께 한다는 것 때문은 아니었다.
단지, 이 일이 끝나면 모두가 무사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 형님. 만마전 근처에 ‘그림자’를 설치했습니다.
그때, 벨로부터 텔레파시가 왔다.
그림자 설치가 끝났다는 건, 내가 이끄는 기사들 역시 언제든 출정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연합군이 움직일 때 자연스럽게 그 안에 섞여서 싸워라.’
– 예!
나는 답변을 보내고 눈을 감았다.
복잡한 머리를 정리하고, 긴장을 풀기 위해서 심호흡을 하며 체내의 마나와 마기를 안정화시켰다.
“대용아.”
그러던 중, 내 옆에서 조용히 앉아있던 사람이 내 손을 살며시 붙잡았다.
어느덧 원작의 후반부보다 강해진 알리사였다.
“꼭 이기자.”
“…그래.”
“그리고 음….”
그녀는 말을 하다 말고 입술을 들썩거렸다.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걸까.
“아니야!”
그러나 끝내 하지는 않을 생각인가보다.
…근데 나는 진성 한국인이라 이렇게 끊어버리면 너무 궁금한데.
“뭔데.”
“…진짜 별거 아냐! 그냥, 같이 살아서 돌아가자구.”
“그래?”
딱 봐도 아니지만, 답을 받았으니 굳이 더 물어보지는 않았다.
결전을 앞두고 긴장을 늦출 순 없으니까.
[탑승자들에게 알립니다. 본 비행선은 곧 만마전 인근에 도착합니다.]…게다가 이 비행선, 엄청 빠르다.
괜히 꼬치꼬치 캐물었으면 괜히 전투에 집중할 수 없을 뻔했다.
지금은 머릿속이 최성아처럼 깨끗한 편이 훨씬 낫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의 광경을 보게 될 테니까.
[장비를 착용하고, 하강 준비를 시작해주십시오.]나는 물 위에서 서 있도록 만들어주는 ‘아쿠아 부츠’를 신은 다음 몸속에 담아둔 ‘무구’들을 점검했다.
오른팔과 왼팔에 붕대가 감긴 것을 확인하고, 허리춤에 포션과 비상식량을 넣어둔 아공간 케이스도 찼다.
“으…! 원래 이맘때쯤이면 앨범 작업하고 있었을 텐데.”
그렇게 준비를 다 마친 다음, 나는 이상은이 하는 혼잣말을 들었다.
“앨범?”
그래서 나도 모르게 의문 섞인 말이 튀어나왔다.
그 말을 들은 이상은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더니 빙긋 미소 지었다.
“대용쓰. 나 구해줬을 때 기억나?”
“…아, 1학년 때?”
“응응! 그때 대용쓰 용서해주는 대신, 엄준석 교관님한테 내 앨범 초회판에 사인해서 주기로 했었지.” “아….”
그러고 보니 저 녀석, 뮤직 크리에이터였지.
그런 녀석이 지금은 최고의 영웅들 사이에 섞인, 강한 영웅으로 성장했다니.
물론 원작에서도 상당한 활약을 보여주는 만큼 정해준 수순이긴 했지만, 사뭇 놀랍다.
“얘들아. 잡담은 이제 그만 하자. 이제 곧 떨어져야 하니까.”
“아, 유성쓰. 미안….”
“…….”
뭐 어쨌거나, 최유성 말대로 슬슬 출발이다.
이제부터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
덜커덩─!
영웅들을 바다로 낙하시키기 위해서, 비행선의 문이 열린다.
휘오오오….
지금껏 느꼈던 그 어떤 한기보다도 차갑다고 느껴지는 공기가 비행선 안쪽으로 밀려 들어왔다.
[전원, 하강 준비.]물론 그런 한기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
선두에 있었던 우리 팀은 곧바로 문이 열린 쪽으로 걸어가서 섰다.
그 팀에서 또 가장 앞에 있었던 나는 검은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 한가운데 우뚝 솟아있는 만마전을 내려다보았다.
“…….”
돌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흑염룡의 말대로 대마신과의 싸움은 어쩐지 금방 끝날 것 같았다.
“강대용 팀! 하강하라!”
타닷!
나는 주역들과 함께 힘차게 비행선 아래로 뛰어내렸다.
승리를 쟁취한 뒤에 되찾을 일상을 떠올리면서.
Episode.108 : 결전 (2)
“완전무결한 암흑이여! 너의 주인에게 모든 힘을 바쳐라!”
나는 바다에 다다르기 전에 흑염룡을 해방하고 프리드웬을 몸에 둘렀다.
힘을 온존하기 위해서 광폭화까지 발동하진 않았다.
“온다!”
떨어지는 와중, 우리를 향해 얼음으로 이루어진 얼핏 봐도 수천 마리는 족히 넘어 보이는 가고일의 군세가 날아든다.
하지만 우리는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저런 적들을 상대하기에 아주 적합한 인물이 우리 팀에 있기 때문이다.
철컥! 철컥!
이상은의 주위에서, 무수히 많은 총기들이 순식간에 조립됐다.
이상은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인페르노 건].
저 기술을 이용해, 그녀는 이 만마전 원정에서 숱한 활약을 펼치게 될 것이다.
투다다다─!
그녀의 총열이 진홍의 불꽃을 뿜으며 총탄의 세례를 쏘아댔다.
우리를 향해 날아오던 가고일 놈들은, 그 총탄을 피하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지며 바다로 추락했다.
지우개로 낙서를 지우는 것보다도 빠르게, 가고일이 정리되는 장면이었다.
“나이스!”
“이 정도는 기본이지!”
그녀의 엄호 덕분에 우리는 무사히 바다에 착지할 수 있었다.
푸쉬익─!
팀장인 나는 비행선 쪽으로 무사 착지했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 미리 지급 받은 야광탄을 하늘로 발사했다.
그 직후 아주 큰 목소리로 외쳤다.
“돌격!!!”
나를 비롯한 일행들은 마나를 원 없이 방출하며 달렸다.
커다란 파도를 뚫고 마물들을 빠르게 해치우며 거침없이 전진했다.
“키아아악!”
그때, 괴성을 지르며 익숙한 녀석들이 나타났다.
나는 살짝 입꼬리를 올리며 엑스칼리버에 [흑염룡의 그림자]를 둘렀다.
마동훈, 이민희, 심덕훈 등 그간 내가 해치워왔던 악당들과 똑같은 형상을 한 악마들이 다수 나타났다.
그 군세를 이끄는 놈은, 공교롭게도 알리사의 멘탈을 흔들리게 할 수도 있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한스….”
“…….”
신세계교의 수장, 요한과 똑같은 모습을 한 악마는 그와 똑같은 능력을 구사할 수 있는 듯했다.
지이잉─!
놈은 거대한 황금빛 날개를 펼치고서 우리에게 광선을 쏘아댔다.
카앙─!
나는 엑스칼리버를 몇 번 휘두르는 것으로 광선을 굴절시켰다.
그리고 꽤 놀랄 수밖에 없었다.
[원본보다 강하다니! 역시 대마신이 만든 꼭두각시답구나!]요한을 본 따 만든 저 악마는 요한보다 강하다.
그렇다면 나머지 녀석들도 어쩌면 본판보다도 강할 수 있었다.
콰아아─!
마동훈의 형상을 한 악마가 두 팔로 바다를 내리치자, 해일을 방불케 하는 거대한 파도가 일었다.
지독한 마기를 머금은 저 파도를 그대로 맞는다면, 강해진 우리라도 적잖은 영향을 받을 수 있었다.
“내 뒤로 모여!”
하지만 우리가 이런 광역 공격에 대비를 안 했을 리가 없다.
일행은 곧바로 윤희진의 뒤로 가서 섰고, 윤희진은 은빛으로 빛나는 자신의 방패를 앞으로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