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4
다만, 그 난이도가 매우 높아서 관련된 재능이 없는 생도들은 화기를 고르는 경우가 드물었다.
저 중, 최유성은 한 쌍의 쌍검을 선택한다. 물론 최유성은 개사기 특성 덕분에 어떤 무기라도 잘 다룰 순 있겠지만 일단 가장 잘 맞는 걸 택한 거다.
황재빈은 대검. 무식하게 상대방을 몰아붙이는 녀석 다운 무기다.
윤희진은 방패. 그녀의 외견을 보면 조금 의아할 수 있겠지만, 윤희진은 어떤 영웅을 존경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때부터 방패를 사용했다.
그렇게 주역들을 비롯한 A반의 생도들이 무기 선택을 마쳐가는 와중, 나는 아직 무기를 선택하지 못했다.
그 중엔 내가 찾는 무기는 보이지 않았다.
결국, 나는 조심스러운 기색으로 고약한 명장 영감탱이에게 물었다.
“권사가 사용하는 무기는 어디에 있나요?”
“권사?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았는데… 벌써 권사를 지망하는 녀석이 왔단 말이지.”
권사(拳士).
이 세계에선 흔히 주먹과 다리로 싸우는 영웅을 뜻하는 말이다.
권사는 그리 선호되는 스타일의 영웅은 아니었다.
그 이유는 검사나 창잡이에 비해 사거리가 짧은 것도 있고, 허구한 날 활을 사용하는 궁사나 총을 사용하는 사수에게 얻어맞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 특성상 마물의 피육을 제일 많이 뒤집어쓰는 것도 인기가 저조한 이유 중 하나였다.
하지만 강대용은 중학교 시절부터 권사였고, 나 역시 고등학교 선수로 그쳤지만 킥복싱 선수로 활동한 경험이 있었기에 굳이 다른 길을 고를 수도, 고를 이유도 없었다.
“검이나 도를 고를 사람은 더 이상 없느냐?”
생도들은 모두 묵묵부답이었다.
명장은 몇 초간 주변을 슥 둘러보곤, 고개를 몇 번 끄덕이며 내게 말했다.
“잠시 기다리거라.”
명장은 주머니에서 리모컨을 꺼내 어떤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검 종류를 진열해 둔 진열장의 벽이 통째로 한 바퀴 돌아가며, 그 뒤편에 있던 진열장이 바깥으로 드러났다.
“자, 아무거나 하나 골라서 집어라.”
나타난 것들은 딱 봐도 전부 권사에게 도움이 될 법한 괜찮은 무기들이었다.
마석, 오리하르콘으로 만든 건틀렛부터 시작해서 다리보호대, 아다만티움 클로 등 찬란한 무구들이 내 눈길을 끌었다.
여기서 아무거나 고르라는 건 어찌 보면 좋은 소리긴 한데…
어림도 없지. 나는 절대 아무거나 고를 생각이 없다.
‘내가 지금 생각하는 무기가 어떤 건지 찾아줘.’
속으로 그렇게 말하자, 대용위키가 나를 안내하듯 내 몸을 멋대로 조종한다.
그러나 나는 저항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대용위키가 찾아줄 무기는 내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테니까.
[그건 이 대용위키가 설명해주지! 가 이 무기가 확실하다고 당신에게 말합니다.]몇십 초 지났을까? 대용위키는 금방 그 무기를 찾아냈다.
투박한 외형, 가볍기 짝 없는 무게, 먼지가 그득 쌓여 시꺼멓게 변색된 표면의 무기.
아직까지 무기를 고르고 있는 생도들도 있었지만, 내 선택은 그것으로 확고했다.
너클.
내 손에 들려있는 이 무기야말로, 내게 필요한 기예를 담고 있는 보물이다.
다음화에 계속
Episode.2 : 적응하는 시간
모든 생도들의 무기 선택이 끝난 직후.
명장은 우리 중 몇 사람을 가리키며 불러 세웠다.
그가 불러 세운 사람 외에는 모두 대장간 밖으로 나가서 대기하라는 명령에, 대장간 안에는 나를 포함해서 세 사람, 그리고 명장만 남았다.
“백설, 최유성, 강대용….”
명장은 흥미로운 표정을 짓고는, 호의적인 어투로 우리에게 말했다.
“너흰 꽤 보는 눈이 있구나. 다른 걸 선택하지 않고 그걸 선택하다니, 그 이유를 말해보겠느냐?”
그 질문에, 매우 평범해 보이는 강철검 두 자루를 선택한 최유성이 먼저 입을 열었다.
“뭔가 범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오호라.”
명장은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반응을 보고서, 낡은 강철 지팡이를 선택한 백설이 엄숙한 표정으로 명장에게 말했다.
“무기의 경험이 느껴졌습니다. 선배 분들이 애지중지했다는 걸 알 수 있었죠.”
“허허. 훌륭해!”
아마도 저 두 사람은 ‘무기의 기억’을 뚜렷이 봤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저 둘과 다르다.
내 재능이 무기를 찾아줬을 뿐이지, 난 그런 거 쥐뿔도 볼 줄 모르니까.
그래서 난 아주 솔직하게 대답했다.
“탈착이 편해보여서요.”
“흠….”
‘저도 무기의 기억을 봤습니다.’라고 당당히 말하면 분명 옆에 서 있는 두 사람에게 경계심을 사게 될 것이다.
벌써부터 이 학교에서 적을 늘리고 싶진 않으니, 내가 이 무기를 선택한 게 우연으로 보이게 하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한 거다.
물론 내가 너클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히 탈착이 편해서가 아니다.
이 너클은 SHA내에서 대형사고를 터뜨릴 인물이 선택하게 될 물건이기에 내가 선점한 거다.
그 놈도 이 너클의 진가를 알아보고 고르게 되는데, 그만큼 이 너클은 학교에서 지급되는 무기 중에서 손꼽히는, 아니 아마 바깥에서도 못 구하는 보물일 것이다.
이런 무기를 저 괴팍한 노인네가 만들다니.
명장은 역시 명장이라는 건가.
“뭐, 좋다. 너희 셋은 앞으로 얼마든지 그 무기가 망가지면 내게 오도록 해라. 공짜로 고쳐주도록 하겠다.”
무기의 기억이란, 각인철(刻印鐵)로 만들어진 무기가 사용자의 기술이나 재능을 말 그대로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무기에 새겨진 기억은 다음 사용자에게 전해질 수 있고, 다음 사용자는 그 기억을 통해 전대 사용자의 기술이나 재능의 일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이 너클엔 ‘그 남자’의 기술과 재능이 새겨져 있다.
그것은 분명, 권사인 강대용에겐 최고의 보탬이 될 것이다.
“감사합니다.”
어쨌든 이 무기는 이제 제 겁니다.
나는 짐짓 미소를 짓고는 가벼운 발걸음으로 무기 창고를 나섰다.
***
각인철 무기를 고른 세 사람이 나오자, 많은 이들의 관심이 그들에게 쏠린다.
그 중에서도 단연 전교 수석 최유성과 4등 백설에게 많은 생도들이 몰렸다.
소란스러운 와중, 백설은 생도들의 관심을 자신과 최유성에게 돌리고 유유히 생도들 사이로 빠져나가는 강대용을 보았다.
그 뻔뻔스러운 행동을 보고서, 백설은 입술을 질끈 씹으며 생각했다.
‘저 애, 각인철을 볼 줄 알아.’
SHA 졸업생인 자신의 오빠가 무기들 사이에 분명 섞여있을 거라면서 각인철의 기운을 보고 느끼는 법을 3개월간 질리도록 수련시켰었다.
각인철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끽해봐야 각인철로 직접 능력을 습득해 본 사람이나 각인철을 캐고 가공하는 사람들이나 알 수 있는 희귀한 광석이다.
그런데 저 생도는 고민하는 기색 없이 곧바로 각인철로 만든 무기를 선택하고선, 명장에겐 ‘탈착이 편해서’라는 말 같지도 않은 말로 잡아떼지 않았는가?
마치 자신의 진짜 힘을 숨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에 백설은, 아무래도 자신의 ‘요주인물 리스트’에 추가를 고려해봐야 하는 생도가 한 명 더 늘었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렇게 마음이 착잡한 백설과 사람 좋은 최유성이 생도들에게 둘러싸여 무기를 보여주고 있던 그때, 이만수가 날카로운 목소리로 생도들을 불러 모았다.
“자! 이제 다 고른 것 같으니 교실로 돌아간다. 모두 2열로 줄 맞춰서 서라.”
이만수의 통제 하에 생도들은 대열을 맞춰서 섰고, 최유성은 강대용의 옆에 섰다.
“뭐야 쟤네.”
“최유성이 황재빈이랑 같이 서지 않고 강대용이랑?”
많은 생도들은 저 두 사람의 사이가 의아했다.
매번 언론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저 천재생도가 어째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저 평범한 말라깽이와 친하게 지내려 하는가.
“무기 잘 골랐냐?”
“어. 가장 좋아 보이는 거로 골랐지. 너야말로 좋은 거 고른 것 같더라?”
“뭐… 그냥 편해 보이는 걸로 골랐어.”
최유성에게 편안하게 묻는 강대용, 그런 강대용을 살가운 듯이 대하는 최유성.
그것을 지켜보고 있는 생도들의 물음표는 계속 팽창하기만 했다.
물론 대부분의 생도들이 간과한 것 있다면….
[기술 : 진리를 꿰뚫는 자를 사용합니다.]최유성은 강대용과 친해지려하는 것이 아닌, 그를 경계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그는 억지웃음을 짓고는 강대용을 배려하는 척하며 기술을 발동시켰다.
[대상은 기술의 영향을 받지 않는 존재입니다.] [기술사용을 실패했습니다.]‘실패다.’
하지만 대상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기술, ‘진리를 꿰뚫는 자’는 강대용을 전혀 읽지 못했다.
최유성은 아침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강대용에 대한 기억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마치 이번 생에 처음 만난 인물인 것처럼, 아침에 만났을 때 누구인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가 자신과 같은 반인 것을 보고서야 알았다.
이 녀석은 분명 내 11번의 생에서 빠짐없이 함께했던 인물이다.
단지, 이 인물에 대한 서사나 정보가 전혀 기억나지 않을 뿐이다.
‘그 여자. 내가 회귀하면서 인과율에 뭔 짓을 한 게 분명해.’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었다.
보통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고 꿰뚫어 볼 수 없는 인물은, 자신에게 아주 큰 도움이 되거나 최악의 적으로써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거나, 둘 중 하나였다.
결론은 강대용이라는 인물을 섣불리 건들 수도 없고, 당분간은 가까이 지내면서 관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최유성은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남몰래 이빨을 바득 갈았다.
***
SHA에서의 첫날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실전 수업은 당연히 하나도 없었고, 이론 수업의 경우에도 교사가 자신을 소개하고 앞으로 배울 것들을 간단하게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점심시간에는 별의별 음식을 다 판매하는 학교 식당에서 닭가슴살샐러드와 달걀말이, 흰쌀밥 등으로 구성된 ‘벌크업 식단’으로 점심을 때웠다.
가격은 6000원.
학식이 3000원이라는 걸 감안하자면 굉장히 비싼 가격이다.
그래도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매달 60만원씩 들어오는 ‘기초생활수급자 카드’가 있었기 때문에, 점심 정도는 사치를 부리기로 했다.
점심을 먹은 뒤 이어지는 5, 6, 7교시까지 마친 후 오후 5시, 우리는 이만수의 안내를 받아 기숙사로 향했다.
기숙사는 부지 중앙에 위치한 본 건물에서 남쪽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있는데, 그 기숙사로 가는 길은 중간에 세 갈래로 나눠진다.
이만수는 거기까지만 우릴 바래다주고, 이제 알아서 가라며 ‘해산’을 외쳤다. 어차피 이정표가 잘 표시해주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 남학생 기숙사] [↑ 기숙사 식당] [↗ 여학생 기숙사]나는 당연히 남학생들과 함께 남학생 기숙사로 향했다.
기숙사는 소설에서 묘사된 바와 같이 30층짜리 건물 세 채였다.
그중 한 층당 8명의 생도들이 묵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1학년 기숙사는, 그 자태가 7성급 호텔을 방불케 했고 2, 3학년의 기숙사 역시 마찬가지로 좋았다.
“대용아 몇 층이야? 나는 3층인데.”
“오. 난 1층이네.”
그 초호화 기숙사에서 내 방은 운이 좋게도 1층이었고, 나는 금방 짐을 풀고 나와 최유성과 같이 저녁을 먹으러 갔다.
“쟤는 왜 우리랑 같이 밥을 먹는 거냐?”
“아, 왜 그래 재빈아. 어차피 이제 같은 반 친군데.”
식당에선 최유성 무리와 합석했다.
그런데 날 보는 황재빈과 윤희진, 백설의 눈빛이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특히나 백설의 시선이 가장 부담스러웠는데, 그녀는 내가 학창시절에 짝사랑하던 여자애와 비슷한 고양이상의 얼굴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입학석차도 높고, 최유성과 친한 것에 대해 굉장히 자부심을 가지는 녀석들이다.
그러니 겨우 1학년 300명 중 150위에 불과한 별거 없어 보이는 내가 같이 합석했다는 것 자체가 불만인 거겠지.
“나 먼저 간다.”
“어, 대용아! 이따 훈련장에서 보자.”
하여튼 최유성 무리와 먹는 저녁식사는 녀석들의 눈초리 때문에 매우 불편했고, 다음부턴 혼자 밥을 먹어야겠다고 다짐하는 시간이 되었다.
식사가 끝난 뒤, 나는 곧장 남학생 기숙사에서 북쪽으로 5분 거리에 개설되어 있는 훈련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직원이 강력 추천하는 5만원짜리 단백질 보충제를 구입한 다음, 내가 헬스장에서 매일 하던 운동을 그대로 했다.
‘뭐야. 내가 이 중량을 들 수 있다고?’
나는 당연히 마른 몸이 적응이 되지 않아 난항을 겪을 줄 알았다.
그러나 내 재능, ‘그 정도론 이 몸을 꺾을 수 없다!’ 덕분인지는 몰라도 모든 부위 운동에서 내가 하던 중량보다 30kg이나 무겁게 해도 아주 잘 만 되었다.
강대용의 힘과 체력이 120으로 꽤 높긴 한데, 역시 내 육체보단 능력치의 영향이 큰 듯 했다.
무기 선택부터 일이 술술 풀리는 느낌이라, 내 마음 속엔 이 세계도 생각보다 별 거 아니라는 자만심이 일었다.
하나, 문제는 훈련용 인형과 싸우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씨발… 너무 빨라.”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훈련용 인형의 난이도가 높았던 것이다.
인간형 훈련 인형은 물론이고 4족 보행 파충류형 마물 인형에게 주먹 한 번 맞추지 못했다.
복싱을 배웠다고 자신감을 가진 것이 패착이었다.
강대용의 민첩은 고작 70.
민첩성이 거의 필요가 없는 마법사인 백설이 130이나 된다는 점을 미루어 볼 때, 강대용의 민첩으론 절대 이 훈련용 인형조차 잡을 수 없다는 점을 간과했다.
“어서 특성을 각성시키는 수밖엔 없겠는데.”
빨리 강대용의 특성을 각성시켜서 민첩을 평균치 이상으로 끌어올리지 않는 이상, 앞으로 만날 적들의 머리카락 한 올조차 잡지 못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결국 나는 훈련용 로봇을 느릿느릿한 식물형 마물 인형으로 바꾼 뒤, 마나를 다루는 법부터 익히기로 했다.
“흐읍!”
소설에서 나온 것처럼 온 정신을 검지 끝에 집중시켰다.
내 손에 불꽃이 피어오른다는 상상을 하며, 반드시 불씨를 피우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그렇게 식물형에게 매를 맞으며 40분을 우두커니 서 있었을까.
진전이 없는 훈련을 거치며 인내심은 한계에 다다랐고, 나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손을 부들부들 떨고 있다.
‘쉽지가 않네.’
갑자기 자신감이 확 떨어진다.
이렇게 백 날, 천 날 마나 감응 훈련을 하다가 실전 테스트에서 최하점을 받고 전투식량으로 끼니를 때우게 되진 않을까.
그리고 3류 영웅이 되어 국가기관에서 공무원이나 하는 인생을 소설 세계에서 평생 영위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 부정적인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격언이 사실이었던 걸까.
[당신이 엄청난 집중력으로 훈련에 임합니다.] [조건이 달성되었습니다.] [세 번째 재능이 해금됩니다.]갑자기 내 옆에 메시지가 떠올랐고, 검지에서 미약하지만 뜨거운 마나가 느껴졌다.
[재능 : 「언젠간 최고의 드래곤이 되겠어!」가 당신에게 마나 사용법을 일깨웁니다!]그리고 내 세 번째 재능이 베일을 드러냈다.
다음화에 계속
Episode.2 : 적응하는 시간 (2)
SHA라는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도들이 몸과 능력을 단련하는 훈련장.
그곳에서, 이번 12번째 생을 꼼꼼히 대비하기 위해 최유성이 몸을 풀고 있다.
300kg.
생도들 중에서도 가장 강한 최유성은 그 중량으로 가볍게 벤치 프레스를 하고 있었다.
“야, 최유성.”
“응?”
3번째 세트를 마칠 무렵, 최유성은 자신을 부르는 날카로운 목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목소리의 주인은, 딱 봐도 불만이 있다는 눈빛으로 자신을 쏘아보고 있는 백설이었다.
“어. 설아. 너도 운동하러 왔구나.”
“내가 그렇게 부르지 말랬지.”
“미안. 앞으론 성까지 붙여서 부를게. …그래서 무슨 일이야?”
“우리 무기 선택할 때 남은 걔, 강대용인가?”
강대용이란 이름에 최유성은 귀를 쫑긋 세웠다.
혹시 그 녀석이 그새 수상한 동태라도 보인 것일까?
“응. 대용이가 왜?”
“걔는 뭐하는 앤데 너랑 같이 다니는 거야? 조사 좀 해보니까… 성적도 형편없고 능력치도 힘이랑 체력 말고는 완전 바닥 수준에, 몸 관리도 엉망으로 했던데.”
“그게 어때서?”
“너는 가능성 있는 애들만 골라서 어울렸잖아. 나도 그렇고, 희진이도 그렇고, 황재빈도 그렇고. 근데 왜 갑자기 그런 폐급이랑 친하게 구는 건데?”
백설은 강대용이 최유성과 가까이 지내는 것이 싫었다. 아니, 싫은 것이 아니라 위협을 느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