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40
외모만 봐선 이제 막 중학교에 올라간 것처럼 보이는데, 보기보다 나이가 많은 것일까.
“레… 투희야. 조금 부드럽게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흥. 언니만 아니었으면 당장 모가지 따는 건데. 언니는 이딴 새끼가 ‘정수’를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진짜로?”
“이미 흡수했는데?”
“…거, 거짓말! 이건 사기야! 나도 못 흡수한 걸 어떻게 바로 흡수해!”
단발머리의 소녀는 성난 표정으로 제자리에서 방방 뛰었다.
그녀는 내게 삿대질을 하며 얼굴을 붉혔다.
“웃기지 마! 자기가 누군지도 기억 못하고 여자랑 노닥거릴 시간이나 있는 병신모솔찐따가 그런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씨발, 보자보자 하니까 말 존나 띠껍게 하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작자면 나를 저렇게 씹는 거지.
“야. 말 좀 가려서 해라?”
“안 가려서 하면 으쯜건데! 이 기억상실증 환자 새끼야!”
“아, 강대용. 진짜 미안. 이 년… 내 동생이 좀 싸가지가 없거든. 소개할게. 얘는 황투희야. 네가 정수와 흑염룡의 힘을 다룰 수 있도록, 앞으로 널 훈련시켜줄 친구지.”
“황투희?”
“아, 소설에는 우리 얘기가 안 나와서 잘 모르겠구나. 투희는 현재 ‘황제’에 소속되어 있는 S급 영웅 중 한 명이야. 세계영웅랭킹 34위, 대한민국 10위의 실력자지. 너랑 같은 권사고.”
다른 곳도 아니고 세계1위 길드 ‘황제’에서 활동 중인 영웅이라고? 게다가 세계급 랭커 권사?
이 세계에서 한국의 위상이 ‘가장 많은 하이랭커 보유국’으로 아무리 높다지만, 그렇다고 하이랭커가 바닥에 굴러다니는 나뭇잎마냥 흔하게 구경할 수 있는 것도 아닐 텐데.
하지만 그렇다 해도… 저 싸가지랑 훈련하는 건 좀 꺼져지는데.
“네가 가진 두 가지 힘은 무척 위험한 것들이야. 그러니까, 조금 마음에 들진 않더라도 투희랑 훈련을 하는 게 좋을 거야.”
“…흑염룡은 많이 위험한 것 같긴 해.”
점장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확실히 흑염룡의 정신 침식은 안 그래도 좀 위험하다고 느끼던 중이었다.
“특히나 정신 침식률은 관리를 잘 해야 해. 지속시간을 넘겨서 사용하는 것은 물론, 특정 조건을 달성해도 수치가 상승하니까.”
“이 수치가 100%가 되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지?”
“흑염룡한테 먹히겠지.”
흑염룡에게 먹힌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는 대충 짐작이 간다.
아마도 흑염룡은 ‘과거의 나’와 관계가 있는 특성일 것이다, 그러니, 그 흑염룡한테 먹힌다는 것은 어쩌면 ‘과거의 나’로 돌아가는 걸 의미할 지도 모른다.
“그래도… 방금 흡수한 목걸이의 힘을 온전히 다룰 수 있게 된다면, 흑염룡의 힘을 전부 네 것으로 만들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우리 사이에서 또 심각한 분위기가 조성되려는데, 황투희가 질린다는 얼굴로 그 분위기를 끊어버렸다.
“아, 그 얘긴 됐고! 어서 훈련이나 시작하자고. 언니, 허수공간은 단단하게 만들어둔 거지?”
“문제없어~ 설령 용술사가 온다고 해도 절대로 찾지 못할 걸?”
투희라는 영웅은 이빨을 드러내며 크게 웃었고, 나는 왠지 모를 긴장감에 어깨를 살짝 떨었다.
어쩌면 그녀의 랭킹을 듣고 나서 본능적으로 쫄아버린 걸지도 모르겠다.
“어이, 애송이.”
“왜.”
“지금부터 넌 10분 안에 나를 넘어뜨리기만 하면 돼. 나는 손을 사용하지 않을 거고, 혹여나 내가 손을 사용하게 된다면 바로 다음 단계 훈련으로 넘어갈게.”
“…근데 훈련이란 걸 이렇게 당장 시작해도 되는 거야?”
“하하. 왜? 겁나냐?”
나는 어느새 내 과거에 대한 반성을 잠시 뒷전으로 두고 있었다.
그것보다도, 지금은 저 교만하고 싸가지 없는 여자를 넘어뜨리고 싶어졌다.
[흑염룡이 이렇게 된 거 저 여자라도 부숴야겠다고 성을 냅니다!] [흑염룡이 ‘어서 주문을!’ 이라고 말하며 당신을 재촉합니다!]“크큭. 마음껏 날뛰어라! 모든 용의 정점에 선 존재여!”
그래서 호기롭게 황투희에게 덤볐지만, 나는 끝내 그녀를 쓰러뜨리지 못하고 역으로 쓰러졌다.
그렇게 길었던 수요일이 저물어가고 내 인생은 커다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
다음 날부터는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나는 목요일에 있던 나머지 라운드에서도 가볍게 승리를 따냈고, 무사히 본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모두 수고 많았다! 본선에 진출하지 못한 녀석들 중에 점수로 걱정하는 녀석들이 있을 텐데, 너무 걱정 말아라. 실전 대련 시험은 너희가 어떤 상대를 만났는지, 어떤 태도로 대련에 임했는지 등 많은 부분에서 평가를 내려 점수를 매긴다. 최하점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되니까 안심하고 있도록.”
이만수는 본선에 진출한 생도들을 축하해주면서도, 진출하지 못한 생도들을 위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우리 반은 대체적으로 분위기가 좋았지만, 그래도 길드에 눈에 들어갈 기회를 놓쳐 아쉬워하는 생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으… 떨린다 진짜. 다음 주면 우리 대련이 뉴튜브에서 생중계 되는 거지?”
“뉴튜브에서만 생중계 되는 게 아니고 스포츠 채널에서도 생중계 될 거래. 내 기억엔 KCS 스포츠 채널이었는데.”
“공중파잖아? 역시 클라스가 다르네.”
최유성 무리의 녀석들은 모두 본선에 진출했다.
윤희진은 최유성에게 지긴 했지만 마지막 라운드를 이겼고, 나머지 녀석들은 최성아에게 진 이상은과 알리사에게 진 황재빈을 제외하곤 모두 전승이었다.
어쨌든 간에 강적들이 늘어난 것이니, 나에게는 안 좋은 소식이라고 할 수 있었다.
***
다음 날, 학교의 수업이 마무리되는 금요일에는 조추첨식이 있었다.
“대용님이 첫 번째 대련이네요?”
“…그러게.”
나는 공교롭게도 추첨식에서 개막전에 배치되었다.
게다가 내 상대는, 운이 좋게도 지금 내가 얻은 힘을 시험하는데 딱 어울리는 상대였다.
강대용 – 오태식
1학년 편의 최종보스 오태식.
사실 새로운 힘을 얻기 전이라면 ‘좇됐다’라고 생각했을만한 상대였지만, 능력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하고 특성이 강화된 지금은 이길 수 있다 확신하는 상대였다.
키무라 – 최성아
하지만 오태식을 꺾고 올라갔을 경우 만나는 다음 상대가 심상치 않았다.
때문에 나는, 오늘 저녁에도 그 싸가지 없는 꼬맹이에게 훈련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그렇게 시간은 빠르게 흘러 월요일.
알리사 – 대용님 오늘 아침은 컨디션 관리 차에서 쉬도록 하죠!
알리사 – 오늘 개막전 파이팅!
알리사 – (강아지가 하트 뿅뿅하는 이모티콘)
오늘부터 SHA의 가장 큰 행사이자 시험인 실전 훈련 시험의 본선이 시작된다.
다음화에 계속
Episode.17 : 주목
4월 2일 월요일.
SHA의 입구는 그 어느 때보다도 차량과 사람들이 붐빈다.
오늘부터, SHA는 3일간 1만 명의 외부인들에게 개방된다. 단, 미리 신청해서 허가를 받은 일반인이나 길드 관계자들에 한정해서 출입이 허가되는 것이다.
그중 일명 ‘VIP’라고 불리는 요주 인물들에게는 따로 입구가 마련되는데, 그것이 바로 SHA 북쪽 입구였다.
“이야, 이게 얼마만이야.”
VIP로 지정되는 인물들은 서른 명도 채 되지 않았다.
그 중 선글라스를 낀 호탕한 거한과 윤세라, 그리고 금발의 사내는 그 VIP 중에서도 ‘VVIP’였기에 그들을 태운 ‘B사’의 값비싼 외제차는 세 번째 순위로 입장하고 있었다.
“동생 보러 와서 너무 신난 거 아니야?”
“누님도 나랑 똑같으면서 사돈 남 말 말자고.”
그들은 세계 3위 길드, ‘펜리르’의 고위 인사들이었다.
스카우터를 파견하지 않고 그들이 직접 시간을 낸 것은, 거한과 윤세라는 ‘자신의 동생들이 본선에 진출해서’라는 이유였고 금발의 사내는 길드에 영입할 만한 인재를 눈여겨두고 자신의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였다.
“길드장 님. 곧 주차장에 도착합니다.”
그 거물들을 태운 차는 학교의 도로를 달리다가 어느새 드넓은 외부인 전용 주차장에 도착했다.
아직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입장하지 않은 관계로, 주차장에는 학교 측 차량 몇 대와 ‘그들보다 먼저 입장한 VIP’들의 차량밖에 없어서 매우 한적했다.
“세월이 지나도 여기는 똑같구먼.”
세 사람은 비서가 열어주기도 전에 알아서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오랜만에 학교의 풍경을 눈에 담고 있던 거한은, 허심탄회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길드장님은 무슨 애늙은이처럼 말하시나?”
“분위기 잡는 거 존나 안 어울리네.”
물론 같이 내린 사내와 윤세라의 반응은 그리 좋지 못했다.
그들은 펜리르의 길드장이 어떤 인간인지 아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진지한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는 것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거한은 머쓱한지 뒷머리를 몇 번 긁곤, 곧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무리를 보고 손가락으로 그들을 가리켰다.
“저기 익숙한 사람들이 보이는데?”
“…임모르탈리스와 황제. 역시 와 있었네.”
그들보다 먼저 입장한 임모르탈리스와 황제의 VIP들은 커다란 나무 아래에서 테이블과 양산까지 펼쳐놓고, 여유롭게 티타임을 보내고 있었다.
펜리르의 고위 인사들은 그들에게 얼굴을 비추기 위해서 가까이 다가갔다.
“이야! 이거 정말 오랜만입니다!”
거한은 싱긋 웃으며 그들에게 인사했다.
은발의 쌍둥이 남매와 차가워 보이는 외모의 두 여자는 살짝 미소 짓곤 덩달아 인사했다.
“다들 오랜만이네.”
“어머. 이게 얼마만이에요?”
오랜만에 재회한 일곱 명의 고위 인사들은 저마다 인사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이 만남이 전혀 반갑지 않은 은발의 사내와 금발의 사내는 그저 서로를 노려볼 뿐이었다.
그렇게 간단한 인사가 끝나고, 거한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어쨌든 이렇게 팔용사가 모두 모였군!”
“와, 그거 하나도 안 신나는데.”
그 거한의 말에, 금발의 사내가 짜증난다는 듯 혀를 한 번 차며 말했다. 그러고선 앞에 앉아있는 은발의 남자에게 다짜고짜 시비부터 걸었다.
“어떻게 그 재수 없는 낯짝은 몇 년이 지나도 그대로냐?”
“너야말로 그 알량한 자존심을 떨쳐내지 못한 것 같군.”
두 사람은 같은 스승을 둔 동기임에도 불구하고 사이가 그리 좋지 못했다.
둘 다 마법사였기 때문에 항상 세간에서 비교를 당해왔고, 보통은 금발의 사내가 은발의 사내에 비해 뒤쳐진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이게 자존심일지, 자신감일지는 이벤트 매치에서 확인하면 되겠네.”
그 평가를 뒤바꿀 기회가 이틀 뒤에 준비되어 있었다.
그리고 금발의 사내는 이번에야말로 은발의 사내를 꺾을 비장의 한 수를 준비했다.
물론 그가 한 수를 준비하든 말든, 나머지 팔용사 일원들은 쓸데없는 말싸움을 원치 않았지만 말이다.
“알프레드. 저런 망나니랑 어울려주지 마.”
“하하. 왜들 그러시나! 오랜만에 전우들끼리 만났는데 좀 좋게, 좋게 가자고!”
은발의 여자와 거한은 서로 자신의 길드원을 말렸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적개심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말싸움은 좀 뒷전으로 하지?”
결국 황제의 길드장까지 나섰고, 그제야 으르렁거리던 사내들은 그 기세를 거두었다.
아무리 그들이 강하다고 해도 그녀가 가진 힘에는 당해낼 수 없기 때문이었다.
“아리아 누님.”
그렇게 자강두천의 말싸움이 끝나고, 거한은 은발의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네?”
“그, 저… ‘만마전으로 가는 게이트’의 제작은 잘 진행되고 있슈?”
은발의 여자, 아리아는 그 얘기가 나오자마자 얼굴 표정을 굳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리아는 다시 미소를 되찾고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그게… 요새 좀도둑이 많아져서 영 진척이 없네요.”
“그렇구먼.”
좀도둑이라는 말에, 거한의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그러나 그것을 내색하진 않았다.
그는 그저, 펜리르가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옳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아, 저는 동생이랑 얘기 좀 하고 올게요.”
“갑자기?”
“꿀꿀한 얘기를 하니 기분이 안 좋아졌어요. 그러니, 동생 얼굴이라도 보면서 기분을 좀 풀어야겠네요.”
아리아는 거한이 갑자기 저런 얘기를 꺼낸 데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다.
설마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그가 뭔가를 알고 있거나 자신의 길드 ‘임모르탈리스’를 방해하는 세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건 아닐까 살짝 의심이 들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자신이 시작한 티타임에서 가장 먼저 일어났다.
***
나는 제1 스타디움의 북쪽 생도 전용 통로를 거닐고 있었다.
본선에 진출한 생도들은 9시까지 제 1 스타디움의 ‘생도 대기실’로 집합하라는 공지를 받았고, 나를 포함해서 60명의 생도들이 이곳으로 모일 터였다.
알리사 – 8시 정각에 북쪽 통로에서 뵙죠!
나는 그곳에 1시간 일찍 왔다.
알리사가 긴장이라도 풀 겸 만나서 이야기라도 좀 나누고 싶다고 한 것이 이유였다.
그녀는 컨디션을 관리하기 위해서 평소보다 1시간 늦게, 즉 오전 6시에 일어났고 나는 평소대로 오전 5시에 일어나서 가볍게 몸을 풀고 밥을 먹었기 때문에 오늘은 아직 그녀와 마주치지 않았던 것이다.
그나저나… 얘는 사람을 불러놓고 지금 어디에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쯤, 갑자기 내 등 뒤에서 벽력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왁!”
“아 씨! 깜짝이야!”
“하하. 놀랐어요?”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의외로, 이런 장난을 잘 칠 것 같지 않은 알리사였다.
그녀는 해맑은 표정을 하고서 내게 물었다.
“제가 조금 늦었죠?”
“아냐. 나도 이제 막 왔어.”
우리는 그런 대화를 나누다가, 통로에 비치된 벤치에 앉았다.
“저 오늘 화장 어때요? 과하지 않고 딱 좋나요?”
“괜찮은 것 같아.”
알리사는 그녀답지 않게 많은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화장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오늘부터 수요일까지 자신의 언니와 오빠가 한국에 머무른다는 이야기, 역시 TV에 나오는 거라 좀 긴장된다는 이야기까지.
“근데 대용님… 이제 보니까 체격이 많이 좋아지셨네요.”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녀는 뜬금없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날 보며 말했다.
어쩐지 그 눈빛이 부담스러웠다.
“잘 모르겠는데.”
확실히 나는 점장이 준 목걸이를 흡수하고 나서 육체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것을 ‘새로운 힘을 얻어서 단기간에 성장했다’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시치미를 땠다.
“흐응… 아닌데. 확실히 좋아졌는데.”
그럼에도 알리사는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내 등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이러면 안 되는데, 그 느낌이 왠지 모르게 야릇하게 느껴졌다.
“체한 것도 아닌데 등은 그만 쓸지 그러냐.”
“아, 저도 모르게 그만….”
알리사는 넌지시 손을 땠고, 그 손으로 붉게 상기된 얼굴에 부채질을 했다.
우리는 어색해져서 잠시 입을 꾹 닫았다.
“오랜만에 보니까 연애도 하고 있고. 팔자가 좋네?”
그렇게 서로 멀뚱멀뚱 바라보기만 하고 있던 그때, 우리 옆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리사는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언니.”
언니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나는 사고가 얼어붙는 느낌이 들었다.
알리사가 선수 대기실로 가는 길에서 ‘언니’라고 부를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알리사 남자친구?”
나는 목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선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알리사와 닮은 외모의 여자가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남자친구는 아니고 친한 친구입니다.”
“남녀 사이에 친구가 어디 있나요? 뭐 어쨌든, 만나서 반가워요.”
하나도 반가워하지 않는 듯, 사무적인 어투로 말하며 내게 손을 건네는 알리사의 언니.
나는 차마 그 손을 잡지 못하고 대용위키부터 호출했다.
‘이 여자 정보창.’
[등장인물 정보]─────
이름 : 아리아 폰 그라이펜
생년월일 : 2004년 11월 6일 (현재 27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