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44
쩌적-
그리고 그 불안은 곧 현실이 되었다.
지금껏 틈을 보이지 않았던 용의 투지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아마도 이건 그녀의 재능 ‘무왕의 검무’ 때문일 거다.
무왕의 검무는 상대가 무형(無形)의 존재라 할지라도 베어내는, 일반적인 법칙을 거스르는 재능이었다.
결국 나는 그녀의 검을 받아내다가 다급히 백스탭을 밟았다.
하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내게 붙었고, 그 때마다 날렵하고 현란하게 검을 휘둘렀다.
“역시 잘 막아내는구나. 그럼 이건 어떤가!”
최성아는 검을 휘두르다 말고 그것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그러자, 갑자기 그녀의 검에서 눈부신 백색 섬광이 뿜어져 나왔다.
“보이는가? 이것이 바로 그대를 숨통을 끊을 힘이다!”
에테르 생성.
무엇이든 베어낼 수 있는 미지의 에너지, 에테르를 생성시켜 자신의 무기로 사용하는 재능.
상당한 마나를 소모하겠지만 최성아는 저 에테르를 능숙하게 다룰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므로 많이 위험했다.
과언이 아니라, 저 에테르에 정면으로 맞서다간 내 팔이 찢겨나갈 수도 있었다.
우우웅-!
하지만 다행히도, 그녀는 흥분한 나머지 너무 많은 마나를 소모해 에테르의 크기를 키워버렸다.
그 크기가 드넓은 대련장의 면적을 절반 정도 차지할 만큼 커져버린 것이다.
저 정도 크기의 에테르는 지금의 최성아가 다루기도 힘들 테고, 계속 유지하다간 얼마 못 가서 마나를 탈진할 게 뻔했다.
“자, 이 힘을 받아보거라!”
그러던 말던 저 여자는 뭔가 이상한 것에 꽂혀서는, 괴상한 대사를 외치며 에테르의 섬광을 크게 휘둘렀다.
“방호(防護)의 어둠이여, 나를 삼켜라!”
풍덩-!
나는 그녀가 휘두른 에테르의 섬광을 암중비약으로 가볍게 피해냈다.
암중비약으로 가라앉은 그림자는 마침 내가 밟고 있던 최성아의 그림자 속이었고, 나는 에테르가 뿜어대는 섬광이 잦아들 때까지 잠자코 기다렸다.
“얄팍한 수를 쓰는 것인가! 정정당당하게 싸워라!”
[해방 시간 – 2 : 01]하지만 이것도 오래는 끌지 못한다.
흑염룡을 한계 이상으로 해방하는 짓은 되도록 피해야 하니까.
그러니 아마도 남은 시간 내에 승리하기 위해선, 황투희와 훈련하면서 각인철 너클로 습득해 둔 ‘그 기술’을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첨벙-!
“거기구나!”
나는 최성아의 바로 뒤편으로 뛰어올랐다.
최성아는 그 기습 공격에도 빠르게 몸을 틀어 내 어깨로 검을 휘둘렀다.
솨악-!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렸다.
보통이라면 피하기 힘든 예리하고 정확한 공격이었다.
희미하지만 아직까지 에테르의 기운이 감돌고 있었고, 저 검에 베이면 커다란 데미지를 입을 것이 자명했다.
– 각인철로 습득한 광랑권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유연한 몸놀림은 필수다.
– 씨발… 이 정도까지 다리를 찢는 건 아니잖… 악!
– 우는 소리 해봐야 소용없어 인마. 주말 동안 너를 체조 선수 급으로 만들 테니까.
하지만 나는 그 공격을 피할 수 있는 유연한 몸을 얻었다.
그래서 나는 허리를 매우 크게 틀어 내 어깨로 오는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할 수 있었다.
퍽-!
나는 곧바로 다리를 뻗어 그녀의 배를 걷어찼다.
치이익-!
나름 상당량의 마나를 실어서 한 옆차기였는데, 그녀는 뒤로 밀려났을 뿐 별다른 타격은 없어보였다.
그래도 충격을 흡수하느라 마나를 사용한 모양인지, 그녀의 검에서 에테르의 섬광이 완벽히 소멸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에 최성아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나를 노려보았다.
“역시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나.”
물론 웃음을 잃지 않은 채로 말이다.
에테르를 잃은 최성아는 다시 환영검을 다섯 자루 생성시켰다.
그리고 남은 마나를 쥐어짜서, 빙 속성 마나를 몸에 두르고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후우우….”
…아마도 저 질주가 그녀의 마지막 질주가 될 것이다.
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동시에 황투희와 수련했던 대로 자기암시를 시작했다.
‘이건 주먹이 아니라 발톱이다.’
나는 속으로 이 말을 여러 번 되뇌며, 양팔을 X자로 교차시켰다.
그 후 나에게 돌진한 최성아를 향해 양팔을 크게 벌리는, 광랑권의 첫 동작을 펼쳤다.
촤악-!
그녀의 양쪽 어깨에 커다란 발톱 3개로 긁힌 것만 같은 상흔이 남았고, 새빨간 선혈이 튀어 올랐다.
마나를 찢고 역류시키는 광랑권은 최성아의 재능, ‘금강불괴’의 견고함마저 찢어버린 것이었다.
“네, 네놈….”
나는 반격의 때를 놓치지 않고 빠르게 후속 동작을 이어갔다.
후속 동작은 별 거 없었다. 그냥 평소처럼 주먹을 휘두르기만 할 뿐이었다.
촤악-! 촤악-!
그러나 그 위력은 차원이 달랐다.
광랑권은 최성아의 방어구를 찢어발기고 그녀의 피부에 선명한 상처를 남겼다.
최성아는 얼음방패를 방사해 광랑권을 막아보려고 애썼지만 오히려 그것은 악수(惡手)가 되어 광랑권의 위력을 증폭시킬 뿐이었다.
촤악-! 촤악-! 촤악-!
광랑권의 예리한 발톱은 대련장 바닥을 최성아의 피로 물들였다.
그녀는 피를 뚝뚝 흘리면서도 나에게 계속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녀의 공격은 이젠 가벼운 스텝만 밟아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느려진, 무뎌진 검격일 뿐이었다.
“헉… 헉….”
그녀는 결국 공격을 멈추고 검을 지팡이처럼 사용해 몸을 지탱해야할 지경까지 갔다.
그것과 동시에 나도 공격을 멈췄다.
아무리 봐도 더 이상의 대련은 불가능해보였다.
“포기해.”
나는 그녀에게 항복을 권유하며 전광판을 힐긋 쳐다보았다.
[148위 강대용] / [360위(임시석차) 최성아] [데미지 누적 :12/100] / [데미지 누적 : 97/100]역시나 그녀의 데미지 게이지는 풍전등화였다.
[그건 이 대용위키가 설명해주지! 가, 당신의 마나가 고갈되었음을 알립니다.] [해방 시간 – 3 : 23] [정신 침식률 : 17%]물론 나 역시 광랑권의 힘을 조절하지 못해 마나가 바닥났고, 흑염룡의 해방시간도 초과했지만.
어쨌거나 그녀가 항복을 하는 편이 서로에게 좋을 터였다.
“그럴 수 없지… 이렇게 즐거운데….”
그런데 최성아는 내 권유를 거절했다.
그녀는 검을 지지대로 삼아, 아주 천천히 내가 서있는 곳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아직, 아직 멀었다. 그대에겐 내 ‘진짜 힘’을 보여주지 못했다.”
나는 결국 그녀를 직접 끝내기로 결심하고 주먹을 다시 세웠다.
하지만 그 순간, 대용위키가 내 움직임을 막아섰다.
[그건 이 대용위키가 설명해주지! 가 최성아를 조심하라고 경고합니다!]“뭣….”
그 메시지를 본 찰나, 최성아의 몸속으로 그녀가 펼친 극빙의 영역이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영역을 모두 흡수한 그녀의 등에서 칠흑빛의 마나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씨발.”
그 마나는 이윽고 대련장을 뒤덮을 정도로 거대한, 흑익(黑翼)의 형상을 이루었다.
『허… ㅈ 날ㄱㄹ 펼ㅊ 수 ㅇ는 인ㄱ이 있ㅇ ㅈ이야…』
[진(眞) 흑염룡이 ‘고결한 기술’이라고 평하며 그녀의 기술을 칭찬합니다!]다음화에 계속
Episode.18 : 계약(契約) (2)
와아아아-!
최성아의 검은 날개를 본 해설들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관객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스타디움의 분위기가 내가 최성아를 압도할 때보다도 고조되고 있었다.
[그건 이 대용위키가 설명해주지! 가 저건 ‘밤하늘의 포용’이라고 귀띔해줍니다!] [그건 이 대용위키가 설명해주지! 가 저 날개에 접촉하지 말라고 강력히 권고합니다!]밤하늘의 포용(包容).
모든 별의 파편들이 지닌 강력한 고유기술 중 하나.
저 날개를 펼치면 모든 능력치가 증가하는 것은 물론, 날개에 닿은 대상을 이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상태이상 중 하나인 침식(侵蝕) 상태에 빠뜨린다.
“하아….”
저 기술은 별의 파편 중에서 강한 축에 속하는 최유성조차 2학년까진 사용하지 못했는데, 어째서 최유성보다 약한 최성아가 벌써부터 사용할 수 있는 것일까.
[진(眞) 흑염룡이 자기는 상관없다는 듯 휘파람을 휘휘 불어댑니다.]설마 흑염룡 이 새끼 때문인가?
인과율의 조정 메시지가 안 뜨는 거 보니, 진짜 그럴 수도 있어 보인다.
하긴… 어쩌면 내가 칠마신 중 하나일지도 모르는데, 별의 파편인 최성아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 수도 있는 거겠지.
휘오오오-
아, 근데 이제 어쩐다.
포용의 힘은 주변의 공기까지 빠르게 빨아들이고 있고, 심판은 그냥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고, 마나도 바닥났는데.
“하아….”
항복할까?
어차피 오태식을 이기면서 관심은 많이 끈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 꼭 결승까지 올라가서 최유성과 피 터지게 싸워.
– 왜? 그냥 Top 3 길드들의 관심만 끌면 되는 거 아냐?
– 너도 알거 아니냐. 최유성은 별의 파편 중에서도 가장 거대한 놈이라, 네가 가진 정수에 악의 기운을 축적하기 용이하다는 거. 혹시 알아? 새로운 능력이나, 최유성의 기술 중 하나를 습득할 수 있을지?
그런 생각이 잠시나마 들었지만, 바로 접어버렸다.
이 세계에 어떤 위협들이 남아있는지 뻔히 알면서도 강해질 기회를 놓치는 건 좋지 않다.
심지어 인과율이 조정이 언제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것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더 빨리 강해져야만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아껴두었던 ‘광폭화’를 쓸 수밖에 없는 걸까.
저 날개의 공세를 피하면서 최성아를 제압하려면 아무래도 그 방법밖엔 없을 것 같은데.
“후우….”
되도록 결승까지는 최유성에게 분석당하기 싫어서 아껴두고 싶었지만…
[해방 시간 – 3 : 42] [정신 침식률 : 18%]기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쓰자.
오하와가 정신 침식률은 35%까지는 괜찮다 했으니까.
“심연의….”
나는 결국 눈의 힘을 팍 주고 광폭화를 발동하기 위한 ‘고유 주문’을 외치려고 했다.
그 순간, 내 옆에 상태메시지가 떠올랐다.
[기술 : 용안이 최성아의 상태를 분석하기 시작합니다.]그리고 곧 다소 허무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최성아는 현재 ‘기절’ 상태입니다.] [최성아의 기술 : 밤하늘의 포용이 그 힘을 잃습니다.]“선 채로….”
메시지를 보고 나서, 나는 조심스럽게 최성아에게 다가가 그녀의 상태를 확인해보았다.
“기절했네?”
그녀의 눈에서 초점이 사라져있었다.
동공은 풀릴 데로 풀렸고, 잔뜩 미소를 머금고 있던 입가는 축 처져버렸다.
곧이어 그녀의 등 뒤로 뻗어 나왔던 거대한 밤하늘의 포용도 증발하듯이 사라졌다.
“심판!”
나는 그녀가 확실히 기절한 것을 확인하고 한 쪽 팔을 번쩍 들었다.
심판은 나의 행동을 보고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헐레벌떡 우리를 향해 뛰어왔다.
“마나도 안 느껴지고, 의식도 없는 것 같고….”
그는 유심히 최성아의 상태를 확인한 다음 휘슬을 불었다.
삐-익!
“승자! 강대용 생도!”
– 하아아….
심판의 선언에 관객들은 아쉬운 듯 탄식을 흘렸다.
기대하던 장면이 이어지지 않는 것만큼 실망스러운 일은 없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걸 수도 있었다.
-짝짝짝짝!
그래도 탄식 후에는 박수 세례가 이어졌다.
나는 그들에게 고개를 몇 번 숙여 인사한 다음, 최성아를 뒤로 하고 천천히 출입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악의 기운을 가진 자와 맞붙어서 승리를 쟁취했습니다.] [최성아가 가진 악의 기운이 정수에 축적되었습니다.] [최성아가 가진 악의 기운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술을 일깨웁니다.] [기술 : 홍염의 영역을 획득했습니다.]***
대련이 끝나자마자 나는 제 1 스타디움 내부에 있는 보건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내 몸이 대련이 끝나기 직전까진 멀쩡한 줄 알았더니만, 전혀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다.
“쓰읍.”
“어후… 괜찮아? 많이 아프지? 해마문어 연고를 바르고 힐을 걸어주긴 했는데,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해. 워낙 강력한 빙 속성 공격에 당한 거라, 며칠 동안은 붕대도 계속 해야 할 거야.”
“명심하겠습니다.”
용의 투지와 매콤주먹까지 두르고 싸웠는데도 불구하고, 내 양손은 그야말로 난도질이 난 것처럼 수많은 자상이 남아 망신창이가 되어있었다.
데미지 게이지가 12까지 차오른 이유가 이 양손의 부상 때문이라는 것을 바로 알아챌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부상이었다.
그 탓에 나는 왼쪽 손목에 묶고 있던 마깃붕을 잠시 풀고, 새하얀 치료붕대를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꼼꼼히 묶을 수밖에 없었다.
“16강 진출은 축하하지만, 이 손으로 더 무리하면 평생 남을 흉터를 안고 살아야 할 수도 있어. 그러니까… 되도록 내일 대련은 항복하는 게 좋을 거야.”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결론적으로 최성아는 힘든 상대였다.
그녀가 기절하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나는 날개의 힘에 휩쓸려 이것보다도 더 크게 다칠 수 있었을 거다.
그래서 나는 보건교사의 그런 경고를 듣고도,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힘 234/ 체력 234/ 마력 148/ 민첩 179] [홍염의 영역] (기술)──────
* 상당한 마나를 소모하여, 자신이 서있는 곳을 시작점으로 하여 반경 100m까지 [홍염의 대지]를 서서히 생성시킨다.
* 홍염의 대지 위에서는 모든 화 속성 기술의 위력이 크게 증가한다.
* 홍염의 대지 위에서 자신이 ‘적’으로 규정한 이는 이 효과를 받지 못하며, 대신 지속적으로 화 속성 피해를 입고, 1분 이상 대지의 영향권에 있었을 경우 ‘홍염의 저주’를 부여한다.
* 홍염의 저주 : 화 속성 이외의 기술을 사용할 시 그 기술의 위력이 절반으로 감소하며 민첩이 절반으로 감소한다. 이 저주는 ‘홍염의 대지’를 벗어나지 않는 한 지속된다.
* 지속/재사용 대기시간 : 120초/180초
* 발동 주문 : 이곳은 짐의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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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상처만 남은 것도 아니었다.
악의 기운을 흡수해서 능력치가 증가했고, 최성아의 ‘극빙의 영역’과 유사한 기술인 ‘홍염의 영역’을 획득했다.
…뭐 발동 주문이 있는 게 걸리긴 했지만, 이젠 대수롭지도 않았다.
나는 보건교사에게 꾸벅 고개를 숙인 뒤 보건실을 나왔다.
나오자마자 양손을 쥐었다, 폈다하며 움직이는데 지장이 없는지 확인해보았다.
조금 따갑긴 했지만 다행히 움직이는데 지장은 없었다.
“이제야 치료를 받고 나오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