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45
그렇게 내가 양손을 확인을 하고 있던 그때, 옆에서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최성아…”
시선을 돌려보니, 교복으로 갈아입은 최성아가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녀는 뺨에 솜을 덧댄 밴드를 붙였고, 팔과 다리에는 붕대를 칭칭 감았지만 어째서인지 위압감이 넘쳐보였다.
최성아는 곧 내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와서 말했다.
“한 수 배웠다. 나보다 몇 배는 더 강하더군.”
“…나야말로.”
그녀는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조금 의아하다고 생각했지만, 이내 신경을 끄고 조용히 그녀를 지나쳐가려고 했다.
“잠깐.”
“응?”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저 벤치에 앉아서 음료수라도 한 잔 기울이지 않겠는가? 정말 잠깐이면 된다.”
도대체 뭐지?
승부에서 진 마당에 그녀가 나에게 할 말은 더 이상 없을 텐데.
그래서 좀 고민이 됐다. 원래라면 신세계교와 협력하고 있는 여자니까 피하는 게 맞는데, 내 촉이 그녀와 얘기를 나눠보라 하고 있었다.
“10분 내로 끝내줘.”
나는 자판기에서 호카리를 뽑았고, 그녀는 푸른녹차를 뽑았다.
우리는 그것을 들고 벤치에 가서 앉았다.
“하고 싶은 얘기가 뭔데.”
“부탁이 하나 있다.”
“부탁?”
“그 부탁을 하기 전에, 일단 내 과거에 대한 이야기를 좀 들어다오.”
부탁? 과거에 대한 이야기?
이야기를 어떻게 이어갈 지 짐작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내 호기심은 더 커졌고,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그래. 말해 봐.”
“나는 이 세계의 인간이 아니다. 아니, 인간이라고 할 수도 없겠지.”
…잠깐만. 지금 좀 위험한 발언 하려는 거 아냐?
최성아에게는 분명 ‘대마신의 속박’이 걸려 있을 터이다.
그 속박은 자신이 ‘별의 파편’이라는 것을 남에게 발설하거나, 타인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품었을 때 심장이 멎게 되는 금제였다.
그리고 지금 그녀가 말하려는 것은, 어쩌면 그 금제를 거스르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실….”
“야, 잠시만. 그만 말해. 뭔 말인지 알겠으니까.”
그래서 나는 그녀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것을 저지했다.
내가 갑자기 말을 끊자, 최성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서 내게 물었다.
“그게 정말인가? 자네에겐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능력까지 있나보군!”
“아니, 그건 아닌데….”
“그럼 이야기가 빠르겠어.”
그녀는 내 말을 무시하고 갑자기 치마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것은 푸른 돌멩이 같은 것이 달려있는 목걸이였다.
“이건 내 목숨보다 소중한 목걸이다.”
저건 설마… 별의 파편에게 주어지는 그 목걸인가? 근데 왜 저걸 굳이 꺼내서 나한테 보여주는 거지?
와, 도저히 갈피를 잡지 못하겠네.
의식의 흐름대로 진행되고 있는 그녀의 행동 때문에, 나는 저절로 머리가 쑤셔오는 느낌이 들었다.
“이건 내 목숨보다 소중한 목걸이다.”
“…왜 두 번 말해.”
“그대가 입을 다물고 있어서 못 들었나 했지.”
“아, 그래. 그게 네 목숨보다 소중한 목걸인데. 왜.”
최성아는 두 눈을 깜박이다가 이내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이걸 받고, 내 스승이 되어다오.”
“……?”
“부디 나와 ‘사제(師弟)의 계약’을 맺어다오! 나는 이 세계에서 그대와 같은 스승을 찾아 해매고 있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내게 목걸이를 내밀며 고개를 푹 숙였고, 내 머릿속은 하얗게 변했다.
순간 내가 잘못 들었나싶어, 그녀에게 되물었다.
“지금, 뭐라고?”
“내 스승이 되어달라고 말했다. 제발 부탁한다!”
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고 비장한 기세로 다시 말해주었다.
동시에, 내 앞에 상태메시지가 떠올랐다.
[진(眞) 흑염룡이 설마 이 몸으로 새로운 계약자를 만들게 될 줄 몰랐다고 으쓱해합니다.] [진(眞) 흑염룡이 당신에게 새로운 기술을 하사합니다!] [기술 : 어둠의 계약을 획득했습니다!]그것을 보자마자 나는 생각했다.
미친 특성과, 미친 여자라고.
다음화에 계속
Episode.18 : 계약(契約) (3)
나는 최성아를 피하기 위해 결국 스타디움 바깥까지 나와서 걷고 있었다.
“사부! 왜 자꾸 발걸음을 빨리 하는가!”
하지만 최성아는 내가 앞으로 한 걸음을 내딛으면 두 걸음을 바짝 쫓아왔고, 내가 받아주겠다고 하지도 않았는데도 계속해서 나를 ‘사부’라고 불러댔다.
“누가 네 사분데… 이제 그만하고 네 친구들한테 가라 좀.”
“무인에게 친구 따윈 없다. 그렇기에 나에겐 남는 게 시간이며, 나는 그대가 나를 제자로 받아줄 때까지 삼고초려를 할 생각이다.”
“삼고초려는 씨발. 이미 스무 번도 넘게 거절했잖아.”
“그러니 부탁한다. 앞으로는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오로지 사부의 뜻에만 따를 테니, 나를 제자로 키워다오!”
“안 키운다고 미친년아.”
결국 나는 욕까지 뱉으며 최성아를 떨어뜨리려 했으나 그녀는 굴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이번엔 좋게, 좋게 다시 그녀를 설득하려고 했다.
“야. 애초에 난 너한테 가르쳐줄 수 있는 게 없다니까.”
“굳이 가르쳐줄 필요는 없다. 그저 그대의 옆에서 같이 싸우고, 그대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게만 해주면 된다. 그걸로 충분하다.”
그러나 실패다. 최성아는 내 생각보다 훨씬 나사가 여러 개 빠진 인간이었다.
아무리 일반적인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해도 이 정도로 안 통할지는 몰랐는데, 이것 참 곤란해졌다.
나는 결국 최성아가 스스로 떨어지도록 입을 꾹 다문 채, 제 1 스타디움 주위를 빠른 걸음으로 돌기 시작했다.
부상을 입은 그녀가 지쳐 포기하길 바라서였다.
“어둠왕이여. 그대에겐 정녕 강호의 도리란 없는 것인가? 부디 이 불쌍한 무인을 거둬다오!”
그런데 최성아는 부상이 심한 데도 불구하고 2바퀴까지 나를 따라왔다.
생각해보니 이 여자… 금강불괴라 고통도 덜 느끼지.
[진(眞) 흑염룡이 그래도 내가 하사한 기술의 효과는 보고 결정하는 게 어떠냐고 권유합니다.] [진(眞) 흑염룡이 분명 당신에게 안 좋은 건 절대 없을 거라고 말합니다.]그렇게 세 바퀴째를 돌기 시작했을 쯤, 흑염룡이 어울리지 않게 ‘권유’를 해왔다.
…어둠의 계약이라는 기술명 때문에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최성아가 계속 이런 식으로 내게 붙는다면 달리 선택지가 없을 것 같았다.
“어둠의 계약 기술 설명.”
나는 결국 흑염룡이 준 ‘어둠의 계약’의 기술 효과를 펼쳐보았다.
[어둠의 계약] (기술)─────
* 지고한 존재인 당신의 힘으로 지정한 대상과 어둠의 계약을 맺는다. (최대 2명)
* 계약으로 연결된 대상에게, 당신은 당신이 가진 기술이나 재능을 하사할 수 있다. 하사된 기술이나 재능은 당신이 원할 때 다시 거둬들일 수 있다.
* 계약으로 연결된 대상의 기술과 재능 중 하나를 잠시 동안 빌려올 수 있다. 단, 한 번에 하나의 기술이나 재능만 빌려올 수 있으며, 빌려온 뒤에는 24시간 동안 다른 기술이나 재능을 빌려올 수 없다.
* 빌려온 기술이나 재능은 정확히 10분 뒤, 계약자에게로 되돌아간다.
* 계약의 이행법 [자세히 보기]
─────
…인정하기 싫지만 기술의 효과를 쫙 훑어본 뒤 좋은 기술이라는 판단이 섰다.
하지만 방심할 수 없다.
이건 흑염룡이 하사한 기술이다. 즉, 뭔가 더 있을 터이다.
* 계약의 이행법 [자세히 보기]
그래서 나는 제일 눈에 걸리는 ‘계약의 이행법’을 펼쳐서 읽어보았다.
“…그럼 그렇지.”
그리고 역시나, 그 안에는 무척 보기 힘든 주문들이 적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기술로 최성아와 ‘계약’이라는 걸 하게 되면, 나에겐 여러모로 이로운 점이 많은 게 사실이었다.
“내 뜻에 따른다고?”
“그렇다. 난 이제부터 사부와 계약하여, 사부가 걸어갈 패도(覇道)를 곁에서 같이 걷겠다. 뭣하면 이 몸을….”
“그만. 그건 됐으니까….”
일단 여기서 최성아를 제자로 삼는다고 속이면서 ‘계약자’로 만들어버리면 최유성의 주적 중 하나를 치워줄 수 있어서 좋다.
게다가 그 강한 최성아를 내 동료로 부려먹을 수도 있는 거다.
물론 최성아와 함께 있을 일이 많아지면 그녀의 사차원적인 행동 때문에 많이 귀찮긴 하겠지만, 그 점은 나름 감안할 만 했다.
“지금 협력하고 있는 조직이 있지?”
“오! 역시 사부는 독심술을 쓸 수 있나보군! 맞다. 현재 뜻이 일치해서 잠시 같이 하고 있는 세력이 있다.”
“그럼 그 조직이랑 완전히 연락을 끊어. 그리고 앞으론 날 도와라.”
“그렇게 하면 제자로 받아주는 건가?”
“그래. 받아주마.”
최성아는 그 말을 듣고 곧바로 주머니에 다시 목걸이를 꺼내 내게 들이밀었다.
“좋다!”
“이거, 나한테 맡겨도 되는 거냐?”
“상관없다! 잃어버리지 않게만 잘 간수해다오!”
나는 그 목걸이를 보며 대용위키를 호출했다.
혹시라도 이것이 가짜가 아닌지를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그건 이 대용위키가 설명해주지! 가 아티팩트의 정보를 출력합니다.] [감정(感情)의 위성] (엑스트라)─────
* 대마신 ■■■ 가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최성아에게 하사한 물건.
* 최성아의 힘의 근간을 이루는 돌이며, 소유주는 이 돌의 상태를 활성화/비활성화 중 하나로 선택할 수 있다.
* 활성화 시 : 최성아는 ‘감정지배’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으며 최성아가 사용하는 모든 빙 속성 기술의 위력이 2배로 증가한다.
* 비활성화 시 : 최성아는 모든 초능력을 잃는다.
─────
목걸이는 진짜였다.
보아하니 이 여자의 설정은, 역시 소설의 설정과 크게 다른 게 없어보였다.
…아무리 내 제자라는 게 되고 싶다지만, 힘의 주도권을 나한테 맡기는 꼴이라니.
‘성장 잠재력과 무력은 최유성만큼 높으나, 뇌가 근육으로 되어있기 때문에 허무하게 죽는다.’라는 설정과 딱 들어맞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이 목걸이가 나한테 있으면 최성아를 단 순간에 초능력이 없는 인간으로 만들 수 있는 건 물론이고, 그녀의 권능도 지울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런 행위는, 이 여자가 배신의 기미를 보일 때만 할 테지만.
아무튼 나는 그녀가 건넨 목걸이를 받고선 이렇게 말했다.
“제자로 받아주마.”
“오오! 앞으로 잘 부탁한다 사부!”
“잠시만. 아직 계약은 끝난 게 아니다.”
마음에 들지 않아도 어둠의 계약을 잊어선 안 된다.
정말 죽고 싶을 만큼 쪽팔리는 ‘계약의 이행법’을 거쳐야 하지만, 방금 본 효과대로라면 안 하는 게 너무 손해였다.
나는 결국 평소에 중2병 주문을 외칠 때처럼 마음을 비우고 줄줄이 대사를 외우기 시작했다.
“나는 심연의 어둠과 흑염의 주인, ‘어둠 불꽃의 지배자’이니라. 나와 계약하려는 자여,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나는 오로지 패도를 추구하기 위해 이 세계를 방랑하던 무인, 최성아다.”
“좋다! 그대는 나와 계약하여 나의 심복이 될 것을 맹세하는 바인가?”
“맹세하는 바이다!”
그녀가 눈을 빛내며 말하자 우리 주변에 육망성의 마법진이 펼쳐졌다.
그 마법진은 한순간 자줏빛으로 빛나더니, 곧 두 갈래의 빛으로 나눠져 나와 최성아의 흉부로 빨려 들어갔다.
[등장인물 : 최성아와 ‘어둠의 계약’을 성립시켰습니다!]그렇게 나와 최성아의 ‘사기 계약’은 성립되었다.
사실 나는 커다란 변화가 있을 줄 알고 마음의 준비를 했었는데, 그런 건 쥐뿔도 없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사부!”
“그래.”
최성아는 나에게 90도 각도로 숙여서 여러 번 인사한 뒤, 홀연히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오늘은 더 이상 대련도 없고 그녀 역시 많은 부상을 당해서 휴식이 필요하니, 목적을 달성한 이상 나랑 같이 있을 이유는 없다는 거겠지.
참으로 단순한 행동패턴이다.
“휴.”
뭐, 이걸로 사건 하나는 나에게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해결됐다.
이제 나는 내 상태를 점검하고, 남은 30강 대련이나 보면서 시간을 때우면 된다….
그리 생각하며 스마트폰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꼬똑-! 꼬똑-! 꼬똑-!
그런데, 스마트폰을 키자마자 내 눈에 이상한 코톡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
[희진]– 대용아
– 너 빨리 와 봐야할 것 같은뎅 ㄷㄷ
– 알리사랑 설이가 말싸움을 좀 심하게 하고 있어 ㅠㅠㅠ
– 네 얘기로 싸우고 있는데 와서 좀 말려주라 (강아지가 우는 이모티콘)
─────
그 코톡메시지를 보곤 한 숨 돌릴 수 있겠다는 생각은 눈 깜짝할 새 사라졌다.
아무래도, 또 뭔가 귀찮은 일이 하나 터진 것 같다.
***
30강의 두 번째 대련이 끝난 뒤, 제 2 스타디움.
백설은 가볍게 승리를 쟁취한 후 자신의 캐비닛에서 개인 물품을 챙겨 스타디움 바깥으로 나가고 있었다.
우웅- 우웅-
그 도중, 그녀의 스마트워치가 진동을 울렸다.
백설은 이 시간에 자신에게 통화할 사람이 한정되어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곧바로 스마트워치로 눈을 돌렸다.
[오빠 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수락] / [거절]역시나 자신에게 너무 과한 관심을 가져주시는 오빠 님이었다.
백설은 곧바로 수락 버튼을 누르고 스마트워치를 입 부근에 가져다댔다.
“여보세요?”
– 여어, 우리 동생! 16강 진출 축하한다!
“고마워.”
– 크하하! 학교는 다닐 만하냐? 친구들은 많이 사귀었고?
백설의 오빠, 백은호는 언제나처럼 그녀의 안부를 가장 먼저 물었다.
백설은 그때마다 ‘다 괜찮으니까 걱정 말라’라고 오빠를 안심시킨 뒤 통화를 끊곤 했는데, 오늘은 백은호가 좀 할 말이 많아보였다.
– 아, 혹시 너희 반에 강대용이라는 놈이랑 친하냐?
“…걔는 왜.”
– 뭐, 별 건 아닌데… 오빠가 그놈을 좀 유심히 보고 있걸랑. 그래서 혹시라도 너랑 친한가 물어본 거야.
“광랑권 때문에 그래?”
백설의 질문은 백은호의 정곡을 찔렀다.
물론 강대용을 유심히 보고 있는 이유는 그것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백은호는 강대용이 광랑권까지 쓰는 걸 보면서 더욱 강대용이라는 생도가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광랑권은 백은호와 지금은 세상에 없는 백은호의 ‘사부’가 사용하던 고유 기술이었기 때문에, 광랑권을 사용한다는 건 곧 백은호가 사용하던 ‘각인철 너클’을 골라내는 안목까지 갖추고 있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동생인 백설의 안부도 물을 겸, 그녀에게 강대용과 가깝게 지내라고 언질을 주기 위해서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 뭐 그거 때문에도 있고, 암튼 여러 가지 이유가 많다. 그러니까 혹시라도 걔랑 친하면 쭉 친하게…
“미안한데 오빠, 나 걔 존나 싫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