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46
– 응? 왜, 왜! 그놈이 혹시 너한테 이상한 짓이라도 했어? 하긴 워낙 특이한 놈이기도 하고 우리 동생이 워낙 예쁘니까…
“아, 그런 거 아냐. 그냥… 여러모로 맘에 안 들어.”
백설은 강대용의 30강 대련을 본 뒤로, 더욱 그에 대한 시기와 질투를 불태우고 있었다.
“일단 생긴 것부터 마음에 안 들어. 눈매도 사납고….”
그래서 백설은 복도에 비치된 벤치에 앉아 백은호에게 강대용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백은호는 그것이 영 억지를 부리는 것 같았지만, 그냥 귀여운 동생의 심술이라고 생각하며 잠자코 듣기만 했다.
“그러니까 나한테 기대하지 마. 차라리 그런 건 윤희진한테 부탁해. 세라 언니도 오빠 길드잖아.”
– …알았다. 그래도 너무 그렇게 싫어하지 마라. 어쩌면 같은 길드원이 될 수도 있는데.
“어, 알았어. 끊어.”
백설은 통화를 종료하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결국 자신의 오빠마저 그 잘난 놈에게 관심을 주기 시작한 것일까.
어째 강대용과의 격차가 훌쩍 벌어졌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상념에 잠시 잠겨 있다가, 백설은 목이 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음료수라도 뽑아먹기 위해 벤치에서 몸을 일으켰다.
“저기요.”
그때, 백설의 옆에서 그녀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백설은 인상을 잔뜩 쓴 채로 목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린 곳에는, 알리사가 눈가에 주름을 만들고 첨예한 눈빛으로 백설을 노려보고 있었다.
다음화에 계속
Episode.19 : 파란
두 여자는 예기(銳氣)를 날카롭게 세운 채 서로를 노려보았다.
곧, 알리사는 백설의 코앞까지 바짝 다가와서 언성을 높이고 그녀에게 말했다.
“당신이 뭔데 다른 사람한테 대용님 험담을 해요?”
백설은 여기서 알리사에게 미안하다는 말로 끝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가슴 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울화를 느꼈다.
그 울화는, 쓸데없는 자존심과 강대용에 대한 잡념들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왜. 네 남자친구 욕하니까 화 나?”
“응. 너무 화나는데.”
백설은 알리사가 갑자기 말투를 바꾸자 흠칫 놀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지지 않겠다는 표정을 짓고서 알리사에게 말했다.
“차라리 반말 까니까 좋네. 앞으로도 고상한 척하지 말고 그렇게 좀 말해라?”
“어. 앞으로 너한테만 이러려고. 너처럼 천박한 년한텐 딱히 격식을 차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한마디도 지려고 하지 않는 두 여자의 공방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작은 불씨에 불과했던 말싸움은 점차 걷잡을 수 없는 불길로 번져나가고 있었다.
“처, 천박한 년? 하하! 그럼 그 천박한 년보다도 필기점수가 낮은 넌, 존나 천박한 년이겠네?”
“입학 석차도 나보다 낮으니까 걸고넘어질 게 그 점수 밖에 없지? 얼마 차이 나지도 않는 거로 그러니까 좀 위안이 돼?”
그렇게 두 사람 사이에서 첨예한 대립이 이어지던 중.
목이 말라서 음료수를 뽑기 위해 나온 윤희진이 그 장면을 목격했다.
“뭐지…?”
윤희진은 두 사람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다.
그녀는 자판기 뒤에 숨어서 그들이 하는 말을 잠시 듣다가, 곧 뭔가 큰일이 났다고 느끼곤 강대용에게 코톡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윤희진이 그러는 와중에도, 알리사와 백설은 말다툼을 계속했다.
“혹시 대용님한테 열등감이라도 느껴? 아까 욕하는 거 보니까, 딱 열등감 때문인 것 같던데.”
그 말에 백설은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것을 느꼈다.
알리사가 말한 대로 자신이 지금 강대용에게 느끼는 감정 중엔 ‘열등감’이 분명 섞여있었고, 때문에 그 말은 뾰족한 가시처럼 백설의 마음 속으로 파고들었다.
“…너, 그 말 다시 해봐.”
“하, 설마 진짜였어? 하긴… 언론이 워낙 천재라고 띄워주니까 진짜 천재인 줄 아는 네 수준이 그렇지 뭐. 실상은 한국에서만 유명한 주제에.”
“지금 말 다 했어?”
“아니? 네 욕이라면 이것 말고도 더 해줄 수 있는데?”
알리사의 분노는 참고 참다가 이번에 제대로 터진 것이었다.
그녀는 예전부터 강대용에게 막말을 하는 백설이 탐탁지 않았으나, 강대용이 아무 말 않고 가만히 있어서 자신도 가만히 있었다.
그러나 방금 백설이 통화로 타인에게까지 강대용의 험담까지 하는 것을 보곤, 이젠 더 이상 참지 않기로 했다.
“저기, 얘들아… 둘 다 너무 흥분했는데 이제 그만…”
윤희진은 이러다가 진짜 무슨 일이 터질 것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윤희진은 숨어서 듣는 것을 그만두고, 그들의 사이에서 어떻게든 싸움을 중재해보려고 시도했다.
“야, 그거 아냐?”
“뭘?”
“네 남친이 다른 여자애들한테도 잘해주는 거. 나도 겪어봤는데, 네 남친 좀 쩔더라?”
그러나 싸움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백설은 또다시 선을 넘어버렸다.
알리사가 좋아하는 강대용을 또다시 이상한 구실로 깎아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윤희진도, 나도, 이상은도 네가 좋아하는 강대용한테 도움 받았어. 이 사실로 뭐 느낀 거 없니?”
“응. 대용님이 좋은 사람이라는 건 아주 잘 느껴지네.”
“아, 존나 답답해 진짜. 야, 한 번만 말해줄 테니까 잘 들어라?”
백설은 잔뜩 비웃는 표정을 짓고서 앙칼진 목소리로 말했다.
“네 남친, 어장관리남일 수도 있다고. 혹시 뭔 뜻인지 모르는 건 아니지?”
옆에서 듣고 있던 윤희진은 아무리 그래도 저 말은 좀 아니라고 생각했다.
알리사는, 그 억지스러운 말을 듣자마자 이마에 핏줄을 세웠다.
“상냥한 성격을 그런 식으로 밖에 해석 못 해? 너… 솔직히 말해 봐.”
“…뭘 솔직히 말해?”
“가족한테 사랑 한 번 못 받고 자랐지? 그게 아니면 성격이 그렇게 꼬일 수가 없는데?”
알리사가 한 말을 듣곤, 백설의 뇌리에서 부모님의 기억이 스쳐지나갔다.
항상 오빠와 자신을 비교하다가, 자신에게 칭찬 한 마디 안 해주고 이 세상을 떠난 그 인간말종들의 모습이.
“이 년이…!”
백설은 결국 참지 못하고 먼저 알리사의 뺨으로 손을 휘둘렀다.
알리사는 그것을 가볍게 붙잡고, 역으로 백설의 뺨을 아주 쌔게 때렸다.
찰싹-!
안절부절 하던 윤희진은 그 사달이 터지자마자, 곧바로 마나를 두르고 두 사람 사이로 뛰어들었다.
“둘 다 좀 진정해!”
“이거 놔요!”
그렇게 윤희진이 알리사를 말리기 위해 그녀의 팔을 잡고 있던 그때.
백설이 윤희진을 밀치고 알리사에게 달려들었다.
찰싹-!
그리고 알리사에게 맞은 것을 바로 돌려주었다.
알리사는 백설에게 뺨을 맞고, 가소롭다는 듯 실소를 머금었다.
“아프지도 않네. 너 영웅 지망하는 거 맞아?”
“하… 나 마법사거든?”
그렇게 말했지만, 알리사는 사실 정반대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좀 치네?’
알리사는 그녀의 손이 마법사치곤 상당히 맵다고 생각했다.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놀라울 정도로 쓰라렸다.
때문에 알리사는 적당히 해선 안 된다 생각했고, 몸에 마나를 두르고 백설의 복부를 향해 빠르게 주먹을 뻗었다.
“컥!”
백설은 그 주먹을 맞고 잠시 공중을 날았고, 곧 바닥으로 엉덩방아를 찍었다.
알리사는 바닥에 넘어진 백설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놔… 놔! 이 개 같은 년아!”
“일어나.”
알리사는 백설의 검은 머리카락을 붙잡고 그녀를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백설 역시 알리사의 은빛 머리카락을 붙잡고 그녀를 쏘아보았다.
찰싹-! 찰싹-!
그 이후론 두 사람은 한 마디도 나누지 않고 개싸움을 이어갔다.
서로의 뺨을 손으로 후리고,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할퀴는 것이 계속되었다.
당연히 창술사인 알리사보다 마법사인 백설의 상처가 더 많은 싸움이었지만, 백설은 그건 이제 상관없다는 듯 그저 본능이 이끄는 대로 몸을 움직였다.
알리사 역시 그녀가 다시는 강대용에게 함부로 말하지 못하도록, 이번 기회에 확실히 밟아줄 생각이었다.
“제, 제발 그만…!”
윤희진은 그것을 막기 위해 두 사람 사이에서 버둥거렸지만, 그럴 때마다 옆으로 튕겨나가거나 그녀들이 휘두르는 손바닥과 주먹을 맞고 상처를 입을 뿐이었다.
윤희진은 정말 큰일 났다고 생각하며 마음을 졸이기 시작했다.
이대로 계속 싸움이 이어진다면, 순찰을 돌고 있는 교관에게 발각돼 일이 커질 수도 있었다.
“멈춰.”
하지만 그때, 기다리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윤희진은 고개를 돌렸고, 알리사와 백설도 그제야 싸움을 멈추고 시선을 돌렸다.
싸움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강대용의 등장이었다.
***
나는 제 2 스타디움에 도착하자마자 세찬 숨을 고를 새도 없이 말했다.
“멈춰.”
서로 뒤엉켜서 싸우고 있던 알리사와 백설은 내게로 시선을 돌렸다.
두 사람의 머리카락은 산발이 되어있었고, 얼굴에는 멍 자국과 생채기가 가득했다.
그걸 말리느라 중간에 끼어있던 윤희진 역시 상처가 적지 않아보였다.
“대용님….”
알리사는 울먹이는 표정으로 곧장 내게 달려와 안겼다.
마나도 제대로 안 두르고 싸운 모양인지, 그녀의 상처는 가까이서 보니 훨씬 심각해보였다.
“괜찮아? 왜 이 지경이 되도록 싸웠어.”
내가 묻자, 알리사는 곧바로 내게 이실직고하듯이 말했다.
“백설이 다른 사람이랑 통화하면서 대용님 험담을 하고 있었어요.”
“다른 사람?”
“오빠라고 했어요. 아마도 친오빠겠죠.”
대인관계가 좁은 백설이 오빠라 부를 수 있는 인물을 거의 없다.
아마도 자신의 친오빠인 백은호에게 통화로 내 욕을 늘어놓고 있던 거겠지.
“일단 치료부터 받아야겠다. 많이 아프지?”
하지만 나는 백설이 내 험담을 했다는 사실에 신경 쓰는 것보단, 가장 먼저 알리사의 상태부터 신경 썼다.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차분하게 말했다.
“스타디움 바깥에 있는 ‘무인보건실’로 가자. 보건선생님이 이 얼굴 보면 분명 담임 부를 것 같으니까. 일 커지는 건 너도 원치 않지?”
“…네.”
나는 알리사의 손을 잡고 곧장 스타디움의 출구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걸어가면서, 나는 백설의 상태도 흘깃 살펴보았다.
그녀는 알리사보다 심하게 다친 상태였다.
“야.”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백설은 내 말에 답하지 않았고, 오히려 내 시선을 피하기 위해 눈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아무래도, 그녀는 나와 대화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백설.”
“….”
침묵이 이어졌다.
그래서 나는 결국 그냥 내 할 말만 하기로 했다.
나는 얼굴을 찡그리고, 그녀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내가 혹시 뭐 너한테 잘못한 거 있냐?”
그녀의 성격이 저렇게 된 이유를 내가 알고 있다 해서, 계속 참아줄 순 없는 노릇이다.
때문에 나는 그녀에게 이런 상황까지 온 김에 허심탄회하게 묻는 게 낫다고 생각한 것이다.
타닷-!
하지만 그녀에게서 답이 돌아오는 일은 역시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이고, 아주 빠른 속도로 우리보다 먼저 출구로 달려 나가버렸다.
“저 년이 진짜….”
“…알리사.”
알리사의 입에서 년이라는 말이 나온 건 처음 봤다.
아무래도 그녀가 많이 화난 것 같아서, 좀 진정시켜야 할 것 같았다.
“그냥 우리가 신경 끄자.”
“…시도 때도 없이 저러니까 문제죠.”
그래서 나는 다시 한 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알리사는 그것이 마음에 들었는지, 화난 표정을 서서히 평소의 표정으로 바꾸었다.
그 점에 안심한 다음, 나는 이 상황을 내게 알려준 일등공신에게 말을 걸었다.
“윤희진.”
“어, 어! 대용아 왜?”
“우리랑 같이 가자. 너도 좀 다쳤잖아.”
윤희진은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얼굴을 비춰보곤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근데, 이 정도는 금방 아물어서 괜찮아!”
“그러냐?”
“응. 진짜 괜찮아. 아, 나 설이한테 가 봐도 될까? 내가 네 험담한 이유도 물어봐줄게. 이대로 끝나면 좀 찝찝하잖아… 그치? ”
그녀는 불안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답했다.
“그래. 얼른 가봐. 그리고… 톡 줘서 고맙다.”
“아냐아냐! 네가 관련된 일인데 당연히 말해 줘야지. 그럼… 나중에 보자!”
윤희진은 그렇게 말하곤 곧장 다급한 표정으로 달려 나갔다.
결국, 먼저 나가려고 했던 우리만 이곳에 남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
백설은 도망치듯 그 자리에서 빠져나온 뒤, 스타디움 바깥에 있는 벤치에 주저앉았다.
그녀는 두 손으로 얼굴을 싸 맨 채 고개를 푹 숙였다.
“…병신.”
그 혼잣말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이었다.
이번 일은 자기가 잘못한 게 맞았고, 자신이 사과하면 끝나는 것이었는데 괜히 안 해도 되는 싸움을 만들었다.
백설은, 그런 자신이 너무나 어리석다고 생각했다.
“하아….”
그래서 백설은 어째서 자신이 이런 어리석은 선택을 했는가를 성찰해보기 시작했다.
성찰해서, 이번 같은 실수는 되풀이하지 않아야했으니까.
– 최유성이 못하는 게 있고, 네가 못하는 게 있는 거야. 지금이 딱 그 상황이고.
– 네가 항상 모든 걸 해결하지 않아도 돼.
– 내가 혹시 뭐 너한테 잘못한 거 있냐?
“아아! 진짜!”
하지만 그 성찰은 허무하게 끊겨 버렸다.
왜, 왜, 왜. 도대체 왜.
계속 머릿속에 그 녀석의 면상과 목소리가 맴도는 것일까.
이게 정녕, 단순히 질투와 시기의 감정인 것일까?
혼란스러운 백설은, 안 그래도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스스로 더욱 헝클어뜨렸다.
“저깄다.”
그렇게 백설이 머리를 쥐어뜯고 헝클어뜨리고 있던 도중, 다급히 뛰어나온 윤희진이 백설을 발견했다.
윤희진은, 조심스럽게 백설의 옆에 와서 앉았다.
“설아. 괜찮아?”
그 후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백설은 그 목소리를 듣곤, 머리를 쥐어뜯는 것을 멈추고 고개를 틀었다.
자신의 어리석은 싸움을 말리려다 얼굴에 상처를 입은 유일한 동성친구, 윤희진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