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48
알리사는, 그것을 보자마자 격분하는 표정으로 언성을 확 높였다.
“야, 그 손 당장 안 떼?”
그녀의 반말을 들은 최유성 일행의 얼굴에서 경악감이 감돌았다.
물론 어제 반말을 들었던 윤희진과 백설은 무덤덤한 얼굴이었고, 윤희진은 곧 백설의 옆으로 걸어와서 말했다.
“알리사. 설이가 어제 진짜 반성 많이 했어. 혹시 사과를…”
“…그럴 거면 어제 바로 했어야죠.”
“그, 그래도 어떻게, 마지막으로 한 번만 기회를 줄 수 없을까?”
나는 침울한 표정의 윤희진과 고개를 숙인 백설을 번갈아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들은 이 소설의 주역들, 작품 후반에는 대영웅으로 성장하게 되는 재목들이다.
여기서 내 사적인 감정 때문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이들과 관계를 망치는 것은, 그야말로 바보 같은 짓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알리사.”
“네?”
“마음에 안 들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어떻게 사과하는지만 보면 안 될까?”
“대용님….”
그렇기에 나는 참 힘든 결정을 내렸다.
나는 결국, 백설의 사과를 받아보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백설. 말해 봐.”
나는 딱딱한 말투로 그녀에게 말했다.
백설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갑자기 주머니에서 곱게 접힌 종이를 하나 꺼내들었다.
“그, 그게 뭐냐?”
그것은 아주 작은 글씨로 작성된 빽빽한 깜지였다.
제대로 보지 않았으면 깜지가 아니고 검게 칠한 종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빽빽한 깜지였다.
“바, 바, 반성문이야… 지금부터 이걸 읽을게….”
그리고 그녀는, 부끄러워하는 얼굴로 그 깜지를 읽겠다는 엉뚱한 말을 하고 있었다.
다음화에 계속
Episode.20 : 유명세
“아, 안녕하세요… 저는 SHA 1학년 A반에서 재학 중인 백설이라고 합니다.”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반성문을 낭독하기 시작했다.
그 장면을 지켜보던 알리사는 어이없는 듯 헛웃음을 흘렸고, 나는 저러다가 정말로 저 빽빽한 걸 다 읽을 것 같다는 걱정이 들었다.
물론 백설이 제대로 사과를 준비했다는 점에선 조금 기대감이 들기도 했다.
“저는 어제 같은 반 학우 강대용 군의 험담을 친오빠에게 통화로 늘어놓고, 강대용 군과 긴밀한 사이인 알리사 양에게 신체적인 폭행을 가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백설공주. 얼굴이 왜 그 꼴이 났나 했더니 그런 거였어?”
황재빈은 옆에서 그녀를 별명으로 부르며 비꼬듯이 말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백설은, 눈가에 그렁그렁한 눈물을 머금은 채로 반성문을 읽어 내려갔다.
“흐, 흐극… 저는 제가 잘못했음에… 도 불구….”
이상은은 팔꿈치로 황재빈의 옆구리를 툭툭 쳐서 그의 입을 막았다.
그녀가 울먹이자 주위에 있던 녀석들은 당황과 측은함이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심지어 내 옆에 있던 알리사마저도 차츰 모멸의 시선을 풀어갔다.
“하고… 제 질투심과 열등감 때문에 두… 사람에게 상처를 줬습….”
“백설.”
“흑, 흐극… 훌쩍….”
“그만 읽어도 돼. 네가 반성 많이 한 건 이제 알겠으니까.”
그녀는 살면서 누군가에게 사과를 한 것이 손에 꼽을 정도로 없다.
그렇기에 저 정도 분량의 제대로 된 사과문을 써오고 우리 앞에서 직접 읽는 시도를 한 것만으로도 그녀의 용기를 인정해줘야 할 것 같았다.
백설이 서럽게 우는 이유도 설정 때문에 이해는 하고 있었다.
“알리사.”
“네… 대용님.”
“나는 일단 이번만 넘어가주려고.”
그녀는 오늘, 10년 넘게 붙잡고 있던 자신의 ‘자존심’을 처음으로 버린 것이었다.
백설은 원작에서도 반성문까진 아니지만 비슷한 방식으로 자존심을 버린 뒤 성격이 점차 개선되고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것은 최유성과 엮였으면 좀 나중에 일어날 일이 다소 빠르게 일어난 것이었다.
아니, 다소가 아니라 이 정도면 엄청 빠르다. 아직 4월이니까.
“나는 어제 일 가지고 아무 말도 안 할게.”
“…고마워.”
어쨌든 나는 그녀가 11회보다 얼마나 강해질지 기대되는 마음에서, 그녀를 용서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나보다 주먹다짐까지 했던 알리사인데…
그녀는 나와 백설을 어쩔 줄 모르는 눈으로 번갈아보다가, 곧 백설을 쏘아보며 미간을 좁히고 있었다.
“…나도 용서해 줄게. 그리고 어제 때린 건… 뭐, 미안.”
“응.”
다행히 알리사는 나를 따라서 그녀를 용서해주기로 한 것 같다.
헌데, 그녀가 아직 안 끝났다는 듯 눈을 부릅떴다.
“대신.”
그러곤 갑자기 내 팔에 팔짱을 끼면서 말했다.
“대용이는 어장관리 같은 거 안 하니까 건들지도 마.”
그 선언에 최유성 무리는 물론이고, 경기장으로 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우리에게로 쏠렸다.
“대용이는 곧 내 남자가 될….”
“…알리사 그만해.”
그 시선을 받으니 내 머리 위에서 저절로 화 속성 마나가 만들어내는 스팀이 뿜어져 나왔다.
흑염룡 주문을 외칠 때보다도 더한 수치심이 내 가슴을 죄여온 것이었다.
“….”
뿐만 아니라 그 녀석의 싸늘한 시선까지 나를 압박했다.
최유성은 이제 아예 체념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련에서 만나게 된다면, 난 정말로 반죽음 당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훌쩍… 그, 그럼 이걸로 어제 일은 끝난… 거지?”
“어.”
“휴우.”
…어쨌든 나름 괜찮은(?) 방향으로 백설과의 갈등은 마무리되었다.
백설은 우리 앞에서 바로 주저앉았고, 윤희진은 주저앉은 그녀를 부축했다.
그리고 나는 빨리 이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어, 알리사를 데리고 스타디움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꽈악.
그 때, 백설이 다시 한 번 내 옷 소매를 잡아당겼다.
“왜.”
그녀는 눈물을 대충 닦아낸 다음, 들고 있던 깜지를 나에게 내밀었다.
당연히 난 고개를 갸우뚱할 뿐이었다.
“이, 읽어보던가! 어제 밤새서 쓴 거니까!”
백설은 갑자기 내게 깜지를 쥐어준 뒤, 벌떡 일어나선 혼자 스타디움으로 달려 들어갔다.
당연하게도 내가 물어볼 틈은 없었다.
“뭐지.”
그 당시에는 전혀 몰랐다.
그녀가 어떤 마음으로 내게 이 깜지를 건넸는지를.
***
9시.
16강부터는 모든 현장 중계는 KCS에서 맡게 된다.
오늘부터는 제 1 스타디움에서만 대련이 진행되므로, 약 1만 1천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스타디움 내에는 관객들이 바글바글했다.
[자, 본격적으로 16강을 시작하기 전에 대진표 한 번 보고 가시죠!]관객들의 열기가 가득한 스타디움에선 당연히 해설진의 열정도 타올랐다.
때문에 캐스터는 목청이 터져라 말했고, 곧 전광판에 16강 대진표가 나타났다.
[16강 대진표]=====
148위 강대용 – 15위 안정훈
6위 차유라 – 100위 심덕훈
2위 알리사 – 9위 벤자민
4위 백설 – 12위 성준혁
1위 최유성 – 10위 카나
3위 황재빈 – 26위 진시연
5위 윤희진 – 7위 장민호
359위(임시) 이상은 – 76위 맥스
=====
[어제, 투표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생도는 ‘최성아’ 생도였습니다. 하지만 최성아 생도가 16강 참여를 거부하면서, 그 다음으로 표를 많이 받은 ‘맥스 캘리포니아’ 생도가 16강 대진의 마지막 자리를 차지하게 됐죠?] [그렇습니다! 아쉬워하시는 분들이 많긴 하겠습니다만, 이건 엄연히 SHA에서 진행되는 ‘시험’이기 때문에 생도의 의사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시험을 찍겠다는데 강제로 풀게 할 수는 없는 거죠!] [그렇죠!]그렇게 캐스터와 해설의 또박또박한 설명이 이어진 뒤, 곧 16강의 막이 올랐다.
[그럼 지금부터-! 16강 대련, 시작-! 해 보겠습니다-!]관객들의 환호성과 박수 소리가 들려온 다음, 입장할 생도의 소개가 이어진다.
관객들은 대진표를 봐서 누가 나올지 알고 있기 때문에 모두 숨을 죽이며 대련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자! 개막전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생도죠? 어제 하루 종일 실시간 검색어에서 내려오지 않았던 화제의 다크호스! 벌써 별명도 생겼다면서요?] [네! 어제만 해도 많은 별명이 쏟아져 나왔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많은 호응을 이끌어 낸 별명은 ‘중2병권사’죠!] [그렇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중2… 푸흡! 중2병권사가 어디까지 갈지 기대되는데요. 오늘도 과연 상위권 생도들을 상대로 이변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겠죠?]캐스터가 중간에 참지 못하고 터지는 바람에 관객들 사이에서도 잠시 커다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자신의 실수를 사과한 뒤, 바로 입장할 생도의 이름을 호명했다.
[자! 큰 박수로 맞이해주십시오. 강대용 생도, 입장합니다!]– 와아아아아아!!!!
커다란 함성과 함께 오른쪽 입구에서 양손에 하얀 붕대를 한 강대용이 입장했다.
그는 매우 시큰둥한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입장했는데, 그 모습이 딱 철없는 반항아 같아서 별명과 무척 어울려보였다.
[하하! 붕대가 2개로 늘었네요! 오늘은 하얀 붕대인가요?] [또 어떤 기행을 보여줄지 기대됩니다. 자, 그럼 다음 생도의 소개로 넘어가 볼까요?]관객들은 어제의 대련 덕분에 그에 대한 기대치가 더없이 높아진 상태였다.
오늘은 과연 저 생도가 또 어떤 유쾌한 반란을 보여줄까, 어떤 오글거리는 대사로 대련을 시작할까.
그런 기대치가 그를 주목하게끔 만들었다.
[전기 속성의 마법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전투 마법사!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안정훈 생도, 입장합니다!]관객들은 강대용이 입장할 때와 비슷한 함성으로 안정훈을 맞이했다.
그렇게 입장이 끝난 두 사람은 둥근 형태의 대련장 위로 올라가 마주보고 섰고, 심판은 어제와 같이 말했다.
– 두 사람은 서로를 격려한 뒤에 스타트 라인으로 가서 서도록!
그리고 안정훈과 강대용은 각각 이렇게 말했다.
– 잘 해보자.
– …필멸자여. 나의 끝없는 심연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말한 강대용은 어제와 같은 모습으로 변했고, 그가 하고 있던 붕대는 그대로 찢어져 버렸다.
관객들은 그런 강대용을 보고 자기들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또라이 맞네.”
“컨셉이 진짜 좀….”
“그래… 자기가 좋아하면 됐지….”
그래도 저 컨셉이 이젠 강대용이라는 생도의 정체성이었기에, 관객들은 겨우겨우 납득하는 듯 했다.
사실 그들에겐 대련 내용이 재밌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 대련 시작!
아무튼 그들의 격려인사(?)가 끝나고 대련은 바로 시작되었다.
쿠르릉-!
선공은 안정훈의 강력한 썬더볼트였다.
그가 지팡이를 앞으로 뻗자, 허공에서 강대용이 있는 부근으로 푸른빛 낙뢰가 떨어졌다.
[강력한 벼락입니다! 강대용 생도, 과연 무사 할까요!]그 낙뢰와 함께 자욱한 먼지가 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쾅-!
어제 대련에서 보여준 것처럼 강대용이 총알과 같이 안정훈에게 쏘아졌다.
그 장면을 본 관객들은, 강대용이 오태식과 싸웠을 때랑 같은 방식의 공격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다.
화륵-!
“어?”
“뭐야!”
그런데 뭔가 어제와는 달랐다.
그의 주먹이 아닌 발등에서 거센 불꽃이 일어난 것이었다.
휘릭!
순간 강대용이 등을 돌린 다음 왼쪽 다리를 높게 치켜들었고, 그것을 곧바로 안정훈의 머리로 휘둘렀다.
파칭-!
안정훈은 급히 마나실드를 전개해 공격을 막아보았지만, 허무하게 깨져버렸다.
마나실드를 뚫고 들어간 다리는 안정훈의 관자놀이에 꽂혔다.
– 컥-!
안정훈은 외마디 비명을 질렀으나, 강대용은 그것에 개의치 않았다.
그는 주문을 외치면서 시끄럽게 싸웠던 어제와는 달리 묵묵히 공격을 이어갔다.
퍽! 퍽! 퍽! 퍼억! 퍽!
어제 보여줬던 속사포 같은 주먹과 대조되는, 흐르는 강물처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동작의 연속 발차기.
그의 발등에서 피어오르는 불꽃이, 그 자연스러운 동작을 비현실적으로 보이게 했다.
[아, 아! 강대용 생도! 어제는 펀치 위주의 싸움을 보여줬습니다만, 오늘은 킥으로 상대방을 압도하고 있습니다!]관객들은 그것을 보고 역시 수준이 다르다고 느꼈다.
대부분의 관객들은 컨셉이 특이한 만큼 실력 또한 범상치 않은, 말 그대로 ‘다크호스’라는 별칭이 아깝지 않은 생도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그런 관객들만큼이나, 길드 관계자들 또한 그를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태권도다.”
“태권도?”
“…이거 진짜 재밌는데? 어제까지는 복서였는데, 오늘은 무슨 태권도 사범이여 아주.”
권사인 백은호는 흥미로운 눈빛으로 강대용의 발차기를 감상했다.
그의 발차기는 화려하지만, 쓸데없는 움직임은 일체 들어가 있지 않았다.
심지어, 그는 발차기를 하면서도 여유가 있는지 손은 일체 사용하지 않고 있었다.
“마법을 고스란히 받아내면서, 반달차기와 돌려차기로 몰아붙이고 있군.”
“저 오라도 역시 특이하네. 저 마법사 생도가 발산하는 전기 마법도 약해보이지는 않은데 완벽히 차단하고 있어.”
그뿐만이 아니었다.
안정훈이 계속해서 방출하고 있는 스파크 공격에도, 강대용은 끄덕 않고 발차기를 꽂아 넣고 있는 것이었다.
강대용 본인만 알고 있는, 마력을 이용한 공격에는 비정상적으로 강한 ‘용의 투지’ 덕이었다.
퍽! 퍼억! 퍽!
때문에 안정훈은 강대용에게 흠씬 뚜들겨 맞을 뿐이었다.
그의 얼굴이 화 속성 발차기에 맞아서 시뻘겋게 달아올랐고, 강대용은 그런 안정훈에게 쉴 틈을 주지 않았다.
퍼억-!
강대용은 뒤돌아 차기로 안정훈의 배를 걷어찼다.
발차기에 맞은 안정훈의 허리가 크게 휘었고, 그의 몸뚱이는 허공을 날았다.
“터져라!”
퍼엉-!
그리고 발차기에 곤죽이 되어 날아가던 안정훈은 허공에서 검은 화염과 함께 터졌다.
동시에, 데미지 게이지가 순식간에 차올랐다.
[아! 설마 어제와 같은 결과가 나오나요!]공격에 맞은 안정훈은 빠르게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는 대련장 위에서 대자로 뻗었으나, 그의 몸에서는 검은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