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5
그녀는 오늘 점심시간에 자신의 오빠와 한 통화에서 똑똑히 들었다.
– 오빠. 정말 각인철을 보려면 마력이 높아야 해?
– 암. 그 녀석이 말했는데 마력이 낮은 사람은 절대 무기의 기억을 볼 수 없다고 했다. 우리 동생 수준으로 마력이 높지 않은 이상은, 각인철을 발견할 수 없어.
마력이 높지 않으면 절대 각인철의 기운을 느낄 수 없다.
오빠가 이끄는 펜리르(Fenrir)의 부 길드장인 그 사람의 단언이니까 예외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펜리르에 있는 정보원의 도움을 받아 조사한 바론, 강대용의 마력 등급은 ‘E’. 그리고 그것은 정말 기본적인 마나만 운용할 수 있는 저질스러운 등급이었다.
때문에 백설은 확신했다.
강대용은 아마도 자신의 힘을 은폐하는 재능을 갖고 있다.
그러니까 자신의 친구에게 이것저것 다 알려주는 최유성과 계속 붙어 다닌다면, 금방 자신이 노력 끝에 확고히 한 전교 4위의 자리를 빼앗을 존재가 될 지도 모른다.
그래서 강대용을 신나게 까 내렸다만, 백설은 사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다.
내가 이렇게 말해봤자 저 바보같이 착한 호구 자식은, 황재빈과 친하게 지내기 시작할 적에 했던 말과 비슷한 말을 나에게 돌려주리라는 것을.
“가능성이 보이니까 친하게 지내려 하지.”
***
훈련 인형을 소환해서 대련을 할 수 있는 훈련 캡슐 안.
그 안에서 나는 아직도 식물형 인형이 휘두르는 넝쿨 채찍을 흠씬 맞고 있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방금 얻은 재능 자세히 보기.”
나는 얼떨결에 해금된 재능을 열람해보았다.
마나의 감응을 도와주는 재능이라니. 도저히 안 보고 넘어갈 수 없다.
[언젠간 최고의 드래곤이 되겠어!] (재능)─────
* 놀라운 적응력을 얻고 특성, 재능, 기술의 숙련도를 다소 쉽게 쌓을 수 있다. 또한 훈련 시 모든 능력치의 성장 속도가 크게 증가한다.
* 놀라운 적응력 : 어떤 상황에 놓이든 원래 잘하던 일인 것처럼 풀어갈 수 있는 적응 능력을 갖춘다.
─────
“와 미친….”
이번에도 재능명이 쓰레기 같은 건 마찬가지지만, 이거 진짜 개사긴데.
주역들의 재능 중에서도 이런 건 거의 없다 봐도 될 정도로 사기다.
그나마 그 잘난 주인공 새끼가 비슷한 걸 가지고 있지만, 내 거와는 조금 다를 것이다.
지금 내가 얻은 이 재능은 딱 그거다.
그 왜. 웹소설에서 흔히 등장하는 클리셰가 하나 있지 않은가?
‘운이 좋군.’
아, 시원해. 이게 웹소설 빙의지.
나한텐 왜 그 흔하디흔한 장면이 안 나오나했다.
이것만 있으면 마나를 손발처럼 다루는 건 물론이고 각인철 너클로 습득할 기술과 재능도 다소 빠르게 내 걸로 만들 수 있겠어.
“좋아.”
나는 이제야 제대로 뭘 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고, 재능의 힘을 곧바로 시험해보기로 했다.
“흐으읍!”
신경을 집중하자 내 오른손에서 방금 전과는 비교조차 안 되는 커다란 불꽃이 피어오른다.
사실 이 정도는 이 학교의 어떤 생도든 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나에게 있어선 장족의 발전이 라고 할 수 있다.
[당신이 처음으로 화 속성의 마나를 손에 둘렀습니다.] [기술 : 매콤주먹을 획득합니다.]“뭐여.”
연달아서 터지는 희소식에 나는 순간 벙 쪘다.
갑자기 이래도 될까싶을 정도로 일이 수월하게 풀리는데?
“방금 얻은 기술 자세히 보기.”
[매콤주먹] (기술)─────
* 화 속성의 마나를 두른 주먹을 빠른 속도로 내지른다.
* 이 기술로 타격한 적에게 매우 낮은 확률로 화상을 입힌다.
[기술 진화까지 : 매콤주먹을 사용해서 적을 타격 0/200] [수 속성의 마나를 가진 적에겐 위력 반감.]─────
아, 이거 권사들에게 있어서 아주 기본적인 기술이네.
그다지 특별한 건 없지만, 어쨌든 앞으로 있어서 꼭 필요한 기술이니까 감지덕지 써야겠다.
퍽!
기술도 얻었겠다, 나는 곧장 식물형 인형의 머리를 온 힘을 다해 후려 보았다.
목(木) 속성의 마나를 가진 훈련 인형은, 매콤주먹의 맛을 보더니 아주 좋아죽으려 한다.
나는 처음 샌드백을 치던 그 때를 회상하며, 거침없이 식물형의 대가리를 스트레이트와 잽, 훅을 번갈아가며 계속 때렸다.
‘아까부터 계속 때렸지? 어디 한 번 너도 맞아봐라.’라는 심정으로 정신없이 때리다보니, 어느새 식물형 인형은 묵사발이 된 채 내 앞에 나뒹굴고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재밌네. 몇 마리 더 소환해서 패볼까.”
그런 생각으로 ‘재소환’ 버튼을 누르려고 하던 그때.
[1학년 A반 1번, 강대용 생도, 강대용 생도. 오늘의 최대 사용 시간이 끝났습니다.] [훈련 종료 버튼을 누르고 바깥으로 나와 주세요.]캡슐 시스템이 그것을 막았다.
생각해보니, 이런 설정도 분명 있었지.
이 캡슐 안은 인공 마나의 농도가 짙기 때문에 너무 긴 시간 사용하면 ‘마나 중독증’이 올 수 있다. 그것을 위한 조치로, SHA는 이 캡슐의 사용시간을 하루에 1시간 30분으로 제한해두었다.
“후우!”
그래도 얻을 건 충분히 얻은 느낌이라, 나는 홀가분하게 종료 버튼을 누르고 바깥으로 나왔다.
이제 마지막으로 ‘특성 각성’만 끝내면 나는 다른 생도들과 겨룰 만큼 강해질 것이다.
그 중요한 마무리를, 생도들이 다 같이 사용하는 훈련캡슐이나 훈련장에서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강대용의 특성은 오직 나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에서 몰래 각성시킬 생각이다.
***
SHA 기숙사 방은 내가 처음으로 눈을 뜬 강대용의 기생수 아파트보다 훨씬 좋았다.
가정집에 있을 법한 물건은 전부 기본적으로 구비되어있고, 2주마다 치약, 샴푸, 바디워시 등 세면용품을 배달해주는 특급 서비스까지 있는 초호화 기숙사라 보면 된다.
나는 샤워를 마친 후 침실로 와서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방바닥에 정좌로 앉았다.
그리고 특성 자세히 보기를 외쳐 내 특성을 확인해보았다.
[이무기] (특성)─────
* 힘과 체력이 강해지고, 내구력이 증가합니다.
* 뭔가 커다란 자극을 받으면 진정한 모습을 드러낼 것 같습니다.
[조건이 충족되면 이 특성은 각성합니다.]─────
역시 원작 그대로의 텍스트구나. 그럼 아마 각성 조건도 같을 것이다.
나는 곧바로 그 과정에 돌입했다.
조용히 눈을 감고 회상에 잠겼다.
어릴 적 뚱뚱해서 애들에게 놀림 당하던 기억.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올라와서는 운동부였기에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던 기억.
그냥 내가 인생을 살면서 기억에 남을 정도로 안 좋았던 온갖 사건들을 감정의 밑바닥에서 끄집어냈다.
놀라울 정도로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들은 마치 다시 겪는 것처럼 생생했다.
그 기억들이 가슴 한편에 뭉쳐 격렬한 분노가 되었고, 분노는 곧 하나의 불씨를 지폈다.
각성의 조건은 격렬한 분노와 증오를 구체화시키는 것.
본작의 강대용은 그 심성이 너무 선해서 누군가를 미워해본 적도, 화를 가져본 적도 없는 답답할 정도로 착한 놈이다. 그래서 죽기 직전에야 이 특성이 각성했던 거다.
하지만 난 다르다.
오늘 하루만 해도 종일 화나있었고, 나를 이 세계에 던져놓은 누군가를 증오했다.
나의 인간상은 이 특성을 각성시키기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당신의 분노에 똬리를 틀고 있던 이무기가 반응합니다.] [이무기가 허물을 벗고 진정한 모습을 되찾습니다.]그렇게 30분 정도 끔찍한 시간을 보내던 나에게, 드디어 메시지가 들려왔다.
[당신의 특성이 진화합니다.] [특성 : 미르의 후예를 획득했습니다.]그리고 내 특성은, 각성을 성공했다.
“나이스!”
미르의 후예.
이 특성은 악마를 삼킨 회귀자 세계관에서 거의 등장하지 않는 특성에 속하는, ‘변신계 특성’인데 강대용은 이 특성을 해방해 ‘용인(龍人)’으로 변모할 수 있다.
이것으로 나도 다른 생도들과 비슷한 수준까지 힘을 끌어올렸다고 할 수 있다.
용인이 되면 능력치 보정을 받고 내구가 평범한 초능력자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튼튼해지기 때문이다.
그렇게 혼자 신나서 소설의 설정을 머릿속으로 나열하고 있던 때였다.
[■■의 ■■의 영향으로 미르의 후예가 진화합니다!]내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특성이 또 진화한다고?
『ㄷㄷㅇSㅌㅅㅇSㄱㅅㅎㄱㄴ.』
그걸 깨달은 순간, 뒤통수에 방망이라도 얻어맞은 듯 골이 떨린다.
또, 또 이 두통이냐. 이제 제발 그만 좀 괴롭히지.
어쩐지 아까 계속 퍼주더니 이번엔 또 어떤 이상한 짓을 하려는 것일까.
[특성 : 흑염룡(黑炎龍)을 획득했습니다.]그런 피해망상을 하던 도중, 나는 아픔을 참지 못하고 그대로 고꾸라졌다.
***
“으윽···.”
앓는 소리를 내며 정신을 차렸다.
스마트워치를 켜서 시간을 확인하니, 오전 1시. 아무래도 2시간 정도 기절했었나보다.
아 맞다. 내 특성이 갑자기 한 번 더 진화하지 않았나?
“내 특성 자세히 보기.”
[흑염룡(黑炎龍)] (특성)─────
* 어째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흑염룡의 피가 흐른다.
* 선천적으로 힘과 체력이 한계치가 굉장히 높고 신체를 단련할 경우 빠르게 상승효과를 볼 수 있다.
* 해방 시 : 자신의 몸속에 흐르는 주체할 수 없는 힘을 한계 시간 동안 해방하여, 신체의 일부분을 흑염룡의 것으로 변화시킨다. 모든 능력치가 80 증가한다. 하지만 뭔가 굉장한 주문을 외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을 듯하다.
* 한계 시간을 초과해서 해방하거나 특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정신이 흑염룡에게 침식당하기 시작한다.
[해방 한계 시간 : 3분] [정신 침식률 : 0%] [해방 해제 코드 : 돌아와.] [해방 해제 시, 재 해방 대기시간 : 3시간] [특성 강화까지 : 흑염룡 해방 시간 0/30분]─────
드디어 ‘악마를 삼킨 회귀자’다운 긴 텍스트의 설명이 등장했다.
이게 미르의 후예가 진화한 특성이구나.
그런데 능력치가 80이나 증가한다고?
본래 미르의 후예였다면 능력치 보정이 60 증가로 그쳤을 텐데 굉장히 높은 수치다. 그것도 모자라서 특성이 강화까지 된다니.
다만, 마냥 좋아하기도 좀 그런 게… 미르의 후예에는 없을 괴상한 제한이 여럿 붙었다는 점이 영 불안하다.
해방 한계 시간과 대기시간, 정신 침식, 뭔가 굉장한 주문을 외쳐라.
이 네 가지가 그 제약인데, 특히나 굉장한 주문을 외치라는 점이 가장 거슬렸다.
제기랄. 그래도 일단 능력치를 80이나 올려주니까, 뭐라도 시도해야하지 않을까.
결국 나는 끝내 체념하고, 흑염룡이라는 특성을 발동하는 주문을 아무거나 외쳐보았다.
“나와라 흑염룡.”
[흑염룡이 날 부르는 주문으론 너무 약하다고 말합니다.]약하다는 게 도대체 뭔 개소리야. 부탁을 존댓말로 하라는 거냐?
“흑염룡님 제발 도와주십시오!”
[흑염룡이 날 부르는 주문으론 너무 약하다고 말합니다.]존댓말도 아니면 도대체 뭘 말하라는 거지.
그 뒤로도 나는 내 특성에게 절을 한다던가, 애걸복걸 빌기도 하며 온갖 생쇼는 다 부렸다.
하지만 연신 돌아오는 메시지는 ‘너무 약해’ 뿐, 그 어떤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 씨발. 어쩌라는 건데.”
[흑염룡이 당신의 반항적인 모습에 살짝 움찔거립니다.]그 때, 뇌리에 불길한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아니지. 그건 내가 살던 세계에서나 조금 유행한 밈이잖아.
…그래. 딱 한 번만 해보자.
당연히 아니겠지만 일단 시도정돈 해 볼 수 있는 거니까.
나는 두 손의 주먹을 꽉 쥔 뒤, 침을 꼴딱 삼키고 최대한 간드러진 톤으로 중얼거렸다.
“크큭. 이 몸에 잠들어있는 흑염룡이 날뛰고 말거든.”
[흑염룡이 힘을 빌려주겠노라고 선언합니다.]이런 미친 새끼가.
다음화에 계속
Episode.2 : 적응하는 시간 (3)
새벽 4시 30분.
내 눈은 감기지 못한 채 말똥말똥 떠져 있다.
아무래도 난 원래 세계에서도 걸린 적 없던 불면증에 시달릴 듯하다.
[흑염룡이 자신의 심복이 된 당신에게 어서 피의 전장을 마련하라고 울부짖습니다.]“하 씨… 저 개같….”
흑염룡을 각성한 이후, 결국 한숨도 자지 못했다.
대용위키보다도 시끄러운 내 특성은, 쉴 새도 없이 내게 이상한 메시지를 보내왔다.
내가 빙의한 소설이 성좌물이었나 싶을 정도로 오글거리는 문구들은, 저절로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나는 결국 자는 걸 포기하고 침대에서 일어나 몸을 풀었다.
근성장에 도움이 되는 테스토스테론은 수면을 잘 해야 나오는데. 이거 살이 찌기도 전에 근손실이 오게 생겼다.
[재능 : 그건 이 대용위키가 설명해주지! 가 음소거 모드가 있는데 사용하면 어떠냐고 당신에게 권유합니다.]···그걸 이제 말 해주냐?
대용위키 이놈은 분명 시스템 AI같은 게 아니고 사람 새끼가 분명하다.
소설 세계에 떨어진 것도 황당한데 진짜 황당한 건 내 재능이랑 특성이네 씨벌.
“에휴.”
나는 녀석이 말한 음소거 모드를 실행하고 세면과 양치를 시작했다.
확실히 머릿속에서 울리던 ‘띠링’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고, 눈앞에서 쉴 새 없이 올라오던 상태메시지도 그 자취를 감춰 아주 편해졌다.
그래서 다시 누울까 잠시 고민했지만, 이미 잘 시간을 놓쳤기도 하고 씻기도 했으니까 외출하기엔 조금 이른 이 새벽에 훈련장으로 향하기로 했다.
정말 싫지만, 흑염룡 특성이 얼마나 강한 지도 테스트해봐야 하고….
어제 어영부영 끝낸 각인철에 새겨진 힘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도 시작해야 한다.
***
동이 트지 않아 어둑어둑한 새벽 5시.
새벽이라 그런지 차가운 공기를 머금은 바람은 어제보다 더 거세다.
하지만 어제와는 달리, 난 그다지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내 마나 속성은 화 속성이기 때문에, 그것을 다룰 수 있게 된 이상 이런 추위 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게 내가 새벽공기를 느끼며 느릿느릿 걸어가고 있는데, 아는 얼굴과 마주쳤다.
검은색 트레이닝 복이 어울리는 환한 얼굴과 포니테일 스타일로 묶은 갈색머리의 여생도.
헤어스타일이 다르지만 확실히 윤희진이다.
그녀가 나를 보고 멈춰서더니, 골똘히 생각하듯이 눈살에 힘을 주다가 이내 짤막하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
“어… 안녕.”
어색한 인사를 주고받은 나와 윤희진은 어쩌다가 같은 길을 동행하게 되었다.
아직은 사이가 서먹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같이 걷는 그녀의 걸음걸이가 조금 엉성하다.
결국, 조금 답답한 마음에 내가 먼저 말문을 텄다.
“너도 훈련장 가는 길이었어?”
“응. 중학교 때부터 항상 이 시간에 훈련하러 가.”
역시 부지런하다.
이러니까 최유성이 고등학교 와서도 그녀를 챙겨주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