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51
“뭐냐 그 힘은…!”
심덕훈은 내 기술들을 보고도 정신을 못 차렸는지, 3류 악당이 뱉을 법한 대사를 내뱉었다.
그 대사를 말한 뒤, 녀석은 허리를 낮게 숙인 채 내게 달려들었다.
“뭐냐고 묻지 않았나!”
슈와아악-!
그러나 너무 정직하고 감정적인 돌진이다.
공기가 요동칠 정도로 강력한 ‘왕의 주먹’이 내 턱을 노렸으나, 이번에도 나는 녀석의 주먹을 뒤로 고개를 젖히는 것으로 가볍게 피해냈다.
물론 그의 상태에 대해 알게 된 이상, 계속해서 피하기만 할 이유는 사라졌다.
“뭘 피하기만 하는 거냐! 빨리 저 검을 사용해보시지!”
그래… 지금부턴 내 차례다.
나는 최유성이 전투할 때마다 외치는, 그 주문을 똑같이 외쳤다.
“검이여.”
그 나지막한 외침에, 공중에서 맴돌고 있던 환영검 열 자루가 바퀴처럼 회전했다.
회전하던 환영검은 쏜살같은 속도로 내 주위로 모여들었다.
슉-! 슉-!
내 허리춤 주변에서, 칼끝이 바깥으로 향하도록 세우고 회전하는 10자루의 화염검.
그 모습은. 의지를 갖고 나를 호위하는 병사들처럼 느껴졌다.
“칫, 결계인가.”
환영검의 포진은 심덕훈에게 위협을 주는 데 충분했고, 녀석은 공격을 멈추고 살짝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홍염의 영역’의 영향권 안에 있었다.
“하, 하하! 이거 꽤 뜨겁군. 좋은 능력이구나 강대용!”
[기술 : 용안(龍眼)이 심덕훈의 상태를 분석합니다!] [심덕훈은 현재, 홍염의 저주에 잠식된 상태입니다!]벌써 1분이 지났나.
그럼, 이제 슬슬 마무리를 시작해볼까.
“가라.”
내가 앞으로 손을 뻗자, 환영검이 날렵하고 첨예한 기세로 심덕훈을 향해 쇄도한다.
심덕훈의 기술은 현재 전부 내 기술로 교체되었기 때문에, 마법사의 기본 방어 기술이라 할 수 있는 ‘마나 실드’조차 사용할 수 없었다.
또한, 마력을 분출하여 피부에 두르는 것만으론 최성아에게 빌려온 환영검은 절대 막을 수 없었다.
즉, 그에게는 피하는 것 외에는 환영검에 대항할 수단이 달리 없다는 말이었다.
슈악-! 빠드득-!
환영검의 세례가 심덕훈이 어깨와 다리에 두르고 있던 방어구를 찢었고, 날렵했던 녀석의 움직임은 홍염의 저주에 의해 눈에 띌 정도로 느려졌다.
“하하! 겨우 이정도인가! ‘흑염룡’이라는 이름이 무색해지는군!”
물론 녀석은 아직까진 여유로운 기색이었다.
나의 속성을 복사해, 녀석의 마나도 화 속성으로 바뀐 만큼 홍염의 저주가 부여하는 패널티를 덜 받게 되니까.
화르륵!
그러니 지금부터 본격적인 공격에 돌입해야 한다.
나는 발바닥으로 화 속성 마나를 내뿜은 다음, 그것을 분출시켜 녀석을 향해 높게 뛰어올랐다.
퍽-!
첫 공격은 녀석의 머리를 향해 가볍게 날라 차기.
그 공격은 아쉽게도 심덕훈이 두 팔을 모아서 막아냈다.
퍽-! 퍼억-! 퍼억-!
물론 그 공격으로 그치지 않는다.
나는 허공에서 돌려차기와 이단차기를 연달아서 차는 동작을 아주 빠른 속도로 반복했다.
심덕훈은 초장에는 복싱 특유의 방어자세로 잘 막아냈지만, 그 방어는 금방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제, 제길! 어둠의….”
[기술 : 용안(龍眼)이 심덕훈이 기술 : 암중비약(暗中飛躍)을 시도하려는 것을 포착합니다!]아무래도 잠시 숨을 돌리려고 했던 모양이구나.
하지만, 절대 그렇게 안 되지.
퍼억-!
“컥!”
곧바로 녀석의 따귀를 향해 발을 날렸다.
가드를 풀어가던 녀석은 내 발에 맞고 주문 영창을 끊어버렸다.
게다가 나는, 화 속성 마나의 추진력을 이용해 아직 공중에서 머물러 있었다.
그리고 내 발 역시, 아직 멈추지 않았다.
퍽! 퍽! 퍽! 퍽!
오른발, 왼발, 오른발, 왼발.
녀석에게 주문을 외칠 틈을 주지 않도록 쾌속으로 때려 박는다.
마치 무중력 상태에서 발차기를 반복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기술은, ‘황투희의 기술’ 중 하나다.
이건 그 중에서도 첫 번째 기술─
“어, 어둠의 베일이….”
타악! 퍽! 퍼억!
“여…!”
무중력(無重力) 나래차기.
거기에 더해, 회심의 일격으론 놈의 턱을 향해 앞차기를 날렸다.
타악-!
심덕훈의 턱이 크게 흔들리며 경쾌한 소리를 냈다.
그것을 듣자마자 나는 내 승리를 확신하고 다음 동작을 이어갔다.
콰아아아-
심장에서 머물고 있던, 요동치는 화 속성의 마나.
나는 그 강력한 마나를 혈류를 통해 왼쪽 다리로 빠르게 이동, 응집시켰다.
그러자 발등에서 거세게 피어오르던 시뻘건 화염의 색은, 선명한 푸른색으로 변했다.
나는 곧바로 온 힘을 다해서, 푸른 화염을 두른 다리로 놈의 흉부를 향해 뒤돌려 차기를 했다.
이 기술은 황투희에게 배운 두 번째 기술─
콰드드드득-!
청염회축(靑炎廻蹴).
기술이 명중하자, 심덕훈이 흉부에 두르고 있던 얇은 마석 방어구가 산산조각 났다.
그와 동시에 녀석의 몸은 달려오는 차에 부딪친 것처럼 크게 휘었고, 곧장 빠른 속도로 스타디움 벽을 향해 날아갔다.
콰앙!
심덕훈은 그대로 벽에 꽂혔다.
녀석이 벽에 꽂히자마자 A급 마석으로 만든 튼튼한 벽에는 커다란 균열이 일었다.
[진(眞) 흑염룡이 가짜 녀석을 쳐부쉈다면서, 감개무량한 한숨을 내쉽니다!]그것을 보고, 나는 곧바로 전광판으로 시선을 돌렸다.
[148위 강대용] / [100위 심덕훈] [데미지 누적 : 3/100] / [데미지 누적 : 100/100]“스, 승자! 강대용 생도!”
이제, 결승까지 한 걸음.
조금만 더 나아가면 나는 지금보다도 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
대련이 끝나자마자 커다란 무력감이 내 몸을 휘감았다.
심장에 있던 마나의 위치를 급격히 이동시킨 것만으로도 상당한 반동을 입은 것이었다.
황투희와 훈련할 때도 느꼈지만, 역시 청염회축은 아직 내겐 부담스러운 기술이라는 생각이 확실히 드는 순간이었다.
“후우.”
그렇기에, 나는 좀 더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방어구를 벗고 대기실로 돌아왔다.
대기실에 들어서자, 알리사가 활짝 미소 지으며 내 앞으로 달려왔다.
“대용님, 수고 많으셨어요!”
그녀는 내게 깨끗해 보이는 흰색 수건과 호카리 캔을 내밀었다.
호카리 캔은 금방 뽑은 모양인지 아주 차가웠고, 나는 그녀의 성의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고맙다.”
물론 괜히 부끄러워질까 그것을 내색하진 않고, 땀을 닦아내며 대기실에 있는 소파에 가서 앉았다.
내가 소파에 앉자, 윤희진이 두 눈을 거슴츠레 뜨고서 내게 말했다.
“흠, 대용이… 넌 역시 펜리르에 필요한 인재야.”
“그거 아쉽게 됐네요. 대용님은 어차피 저랑 같이 임모르탈리스에 갈 거거든요.”
“허허, 알리사 양. 방심은 금물이라네. 골키퍼 있다고 골이 안 들어가는 건 아니지 않나!”
윤희진은 목소리를 억지로 굵게 해서 할아버지 같은 목소리로 알리사에게 말했고, 알리사는 자신만만한 눈빛으로 그 말을 맞받아쳤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꽤 재밌어서, 나는 호카리를 홀짝이며 그녀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대용아.”
그때, 갑자기 최유성이 말을 걸어왔다.
이번엔 또 무슨 의도로 내게 말을 건 것일까.
어째 또 귀찮은 주제로 대화를 나누게 될 것 같아서, 나는 최대한 힘든 얼굴로 녀석의 말을 받았다.
“…왜.”
헌데 최유성의 표정이 한층 부드러워진 느낌이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고 뭔가 기대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그냥 대련 잘 봤다고 말하려 했어.”
“그러냐.”
“어. 내가 배울 점이 많았다.”
녀석은 어떻게든 말을 이어가려는 듯 내게 친근한 어투로 말했다.
…16강 끝난 직후에는 의심까지 했던 놈이 갑자기 왜 이럴까.
혹시 환영검을 사용하는 걸 보고 뭔가 나에 대한 생각이 좀 바뀌었나.
하기야. 환영검은 별의 파편의 상징과도 같은 거니까, 내가 녀석에게 했던 거짓말에 타당한 근거가 될 수도 있겠네.
뭐 이제 와선 내가 권능 소유자보다 더한 놈일 수도 있게 됐으니, 그다지 의미 없는 거짓말이 됐지만.
“다녀올게요!”
그렇게 생각하며 최유성과 대화를 나누던 도중, 알리사가 대기실을 나갔다.
그녀는 분명 웃으면서 나갔지만, 어째서인지 그 뒷모습에서 위압적인 기운이 풍겨왔다.
그 기운은 당연히, 그녀의 다음 상대 때문일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
최대한 웃는 얼굴로 인사를 하고 나온 알리사는, 나오자마자 표정을 잔뜩 구겼다.
다음 상대는 반드시 어떻게든 이겨야만 한다.
그런 생각만이, 알리사의 머릿속엔 가득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각오는 대련을 시작하기 직전까지 이어졌다.
“서로를 격려한 다음 스타트라인에 가서 서도록!”
대련을 시작하기 전부터, 백설과 알리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은 예사롭지 않았다.
두 사람은 결국, 아무런 격려의 말없이 스타트라인으로 가서 섰다.
“…대련 시작!”
그렇게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백설과 알리사의 대련은 시작됐다.
“기요틴, 강철비!”
처음 나눈 눈빛만큼이나, 두 사람은 서로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기세로 격한 싸움을 이어갔다.
슈슈슈슈슉!
백설은 아이언 기요틴과 강철비를 이용해서 계속 알리사를 노렸다.
하지만 알리사는 암 속성 마나를 강하게 방출해 그 위협적인 공격을 쉽게 막아버렸다.
알리사는 아직은 그 형태가 미숙하지만, 오라(Aura)를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강철비로 그녀에게 타격을 주는 것은 힘들었다.
그럼에도 백설은 무수히 많은 강철 칼날을 알리사에게 날렸고, 알리사는 그걸 계속 튕겨내며 백설에게 접근했다.
“중력장!”
그 도중 백설은 알리사에게 중력장을 사용했다.
많은 생도들을 저 기술과 강철비의 조합으로 쓰러뜨린 만큼, 당연히 시도해봄직한 기술이었다.
그러나 알리사에겐 저 기술은 통하지 않았다.
챙-!
알리사의 재능, ‘고결함’은 ‘물리 왜곡계’ 마법을 무효화 시킨다.
그러므로 ‘중력의 법칙’을 왜곡시키는 마법, 중력장은 알리사에게 절대 통하지 않았다.
결국 백설은 알리사의 접근을 허가했고, 곧 그녀의 쾌속 찌르기를 마나 실드로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슉-! 타닷-!
슉-! 타다닷-!
연속 텔레포트로 거리를 벌려보지만, 알리사는 재빠른 발놀림으로 금방 따라붙었다.
가깝게 붙을 때마다, 알리사의 찌르기 공격은 계속 이어졌다.
강대한 암 속성의 마나를 두른 창은 백설의 마나 실드를 마모시키고, 곧 깨뜨릴 지경까지 갔다.
쨍그랑-!
결국엔 산산이 깨져버린 백설의 마나 실드.
백설의 민첩은 알리사에 비해 훨씬 달리기 때문에, 마나 실드가 깨진 뒤부턴 그녀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했다.
촤악! 스걱!
창을 받아낼 때마다 백설의 방어구가 부서지고, 살갗이 찢어지면서 핏방울이 튀었다.
알리사는 흡혈귀 특성으로 그 피를 흡수하여 점점 더 강해졌고, 반대로 백설은 계속 약해졌다.
[아, 알리사 생도! 역시 강하네요. 그 강했던 백설 생도를 위기에 몰아넣습니다!]승기가 기운 듯 보였다.
백설의 데미지 게이지는 어느덧 80까지 차올랐고, 더 이상 공격할 기력도 남아있지 않아보였다.
알리사는 이대로 몰아붙여서 끝낼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백설에겐, 일격으로 자신을 쓰러뜨릴 수 있는 숨겨둔 패가 있다는 사실을.
‘이 정도라면 그 기술을 사용할 수 있어.’
대련장 바닥에 백설이 창조해 둔 강철비의 강철 조각들이 널려있었다.
조각을 흡수하면 그녀의 특성 ‘강철의 주인’ 덕분에 마나를 대량으로 회복할 수 있을 텐데, 백설은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그 기술’외에는 자신에겐 알리사를 이길 수 있는 위력의 기술을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백설은, 처음부터 이 플랜을 노리고 ‘강철의 생성’에만 집중한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백설은 그 조각들을 이용해 자신의 모든 마나를 쥐어짜서 ‘철 속성 마법의 오의’라고 불리는 마법을 사용했다.
“아이언….”
그녀가 힘겹게 손을 뻗자, 대련장 바닥에 널려있던 강철 조각이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며 알리사의 두 다리를 휘감았다.
“이런….”
알리사는 그 속박에서 벗어나보려 했으나 두 다리가 굳어버린 것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가 묶인 곳 바로 옆에선, 나머지 강철 조각들이 빠르게 거대한 형상을 이루어갔다.
시시시시-!
이윽고 수많은 강철조각이 모여, 거대한 뱀의 형상을 이루어냈다.
그것이 바로 백설의 숨겨둔 비장의 패, S급 마법기술 아이언 파이썬(Iron python)이었다.
“…파이썬!”
그렇게 완성된 아이언 파이썬은, 백설이 주문을 외치며 손아귀를 움켜쥐자 날카로운 아가리를 벌리고 바닥에 묶여있던 알리사를 덮쳤다.
콰앙-!
거대한 굉음이 들려왔고, 자욱한 먼지구름이 피어올랐다.
백설은 그 기술을 쓰고자 모든 마나를 사용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풀썩 주저앉았다.
‘이, 이겼다!’
백설은 확신했다.
아마도 알리사는 이 기술로 치명상을 입었을 것이다.
위력은 조절했으니 죽지는 않았겠지만, 당장 이 대련에서는 더 이상 싸울 수 없는 상태에 빠졌을 거다.
이 기술로는 오빠가 잡아온 A급 마물, ‘옵티란도스 센티피드’도 일격에 해치우지 않았는가.
그리 생각하며, 백설은 전광판으로 눈을 돌리려고 했다.
쉬아아악─!
하지만 그때였다.
날카롭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그녀의 귀에 들려온 것은.
푸욱─!
검은빛 마나를 머금은 창이 날아와 백설의 오른쪽 어깨에 정확히 꽂혔다.
방어구 파편과 함께 핏줄기가 터져 나왔다.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마나는 백설의 몸으로 스며들었고, 백설은 근육이 굳어가는 것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