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72
게다가 놈들은 모두 내 매콤주먹에 두드려 맞아 껍질 여기저기가 찌그러진 상태.
나는 녀석들에게 새로운 흑염을 사용했다.
“터져라! 내 흑염에 범벅이 되어 죽어라!”
[진(眞) 흑염룡이 얼마 전에 진화한 진(眞) 흑염으로 적을 섬멸합니다!]콰아앙!
흑염룡─과거의 자신─과 인격이 섞인 나는, 전투 중에 수치심을 느끼지 않게 되었다.
이제 중2병 주문이나 대사를 외치는 것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야! 왜 그렇게 신났는데!”
심지어 이런 나의 모습을 보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한 치의 부끄러움도 느껴지지 않는다.
백설은 대사를 외치며 뛰어다니는 나를 보면서 영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오히려 나는 반응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텐션이 높아졌다.
“신난 게 아니야! 전투의 고양감이 나의 영혼을 고조시키고 있는 거지!”
“어휴···.”
백설은 한쪽 손을 이마에 짚은 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 유치하기 짝 없는 전투를 보고만 있어야 하는 그녀에게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
“쿠쿡! 어둠에 가라앉아라!”
전투에 심취한 난, 중2병의 자연숙주 그 자체니까.
콰드득-!
“돌아와···.”
그런 자기변명을 하며 코코넛 크랩을 말살한 뒤, 나는 숨을 고르면서 흑염룡을 거둬들였다.
흑염룡을 거둬들이고 나니 거짓말같이 수치심이 되돌아왔다.
나는 그 자리에서 두 손에 얼굴에 파묻고 어디라도 숨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하아···.”
“···고생 많았다?”
하지만 의외로 백설은 아무런 트집도 잡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아까 여기까지 오면서 배낭에 챙겨왔던 코코넛을 내게 내밀었다.
“땡스.”
뽁-!
나는 곧장 검지로 코코넛에 구멍을 뚫고, 그 구멍을 통해 과즙을 꿀떡꿀떡 넘기며 마른 목을 축였다.
백설은 그런 내 모습을 보면서 살짝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오.”
“꿀꺽. ···왜? 네 코코넛도 뚫어줘?”
“뭐, 그래주면 고맙고···.”
백설은 살짝 새침한 표정으로 코코넛을 하나 더 내밀었다.
나는 이번에도 검지를 치켜세우고 예리한 기세로 코코넛의 껍질을 뚫어버렸다. 뽁.
“자.”
“고마워.”
백설은 그것을 홀짝홀짝 들이키다가 입가를 닦아냈다.
그러곤 나에게 살짝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저, 강대용···. 근데 그 이상한 주문들은 계속 외쳐야 해?”
“후우···. 전에도 말했지만 이게 다 사정이 있어.”
“음, 만환가 뭔가 좋아한다고 했던 그 이유 때문이야? 진짜로?”
백설은 약간 수상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녀는 살짝 입을 삐죽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딴 이유로 일부러 주문을 외친다는 게 말이 안 되는데···.”
[진(眞) 흑염룡이 ‘이래서 눈치 빠른 인간은 싫다니까’라고 말하며 격노합니다!]그녀가 한 말에 뭔가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드디어, 드디어 내가 이 빌어먹을 주문을 외치는 것에 의구심을 품는 사람이 나타났구나.
그래. 오히려 지금까지 다들 컨셉이라고 생각하는 게 더 이상했어.
“응. 네가 생각하는 게 맞을 수도 있어.”
“···서, 설마 그런 주문들을 외쳐야 강해지고 막 그러는 거야?”
“말은 못 하겠다~ 내 망할 특성 때문에.”
[진(眞) 흑염룡이 나를 욕하는 건 네놈 스스로를 욕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당신을 놀립니다!]나는 시치미를 떼듯이 말했고, 백설은 침음을 흘리며 동정의 눈빛을 보냈다.
그녀는 ‘특이한 특성이네···.’라고 중얼거린 뒤 이내 코코넛 하나를 전부 마셔버렸다.
“강대용! 이제 저거 먹자.”
“그래야지.”
백설은 입가에 묻은 과즙을 손수건으로 닦아낸 뒤, 내가 쓰러뜨린 코코넛 크랩에게 사뿐한 발걸음으로 다가섰다.
이미 내 흑염으로 살이 잔뜩 익어있었기 때문에, 달콤한 냄새와 게살이 익는 특유의 냄새가 같이 풍기고 있었고 그런고로 바로 먹어도 무방해보였다.
“일단 스캔 먼저 하자. 총 열두 마리니까 각자 여섯 마리씩 어때?”
“응? 네가 다 쓰러뜨렸는데? 난 세 마리만 줘.”
“네가 걸어준 마법 아니었으면 이 정도로 쉽게 못 잡았을 걸.”
나는 짐짓 웃어주며 그렇게 말했다.
백설은 그런 내 얼굴을 피하며 콧방귀를 꼈다.
“흥. 사양은 안 할게.”
우리는 각각 6마리씩 스캔을 해서 포인트를 얻은 뒤, 바로 해체 작업에 들어갔다.
콰직-!
나는 다리 앞부분을 들기 쉬운 크기로 부숴서 백설에게 하나 주었다.
백설은 그것을 탐지 마법을 사용해 확실히 익었는지 확인한 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잘 익었네.”
그녀는 본격적인 식사를 위해 늘어뜨린 옆머리를 귀 뒤로 쓸어 넘겼다.
그 후 내가 건네준 다리에서 강철 조각을 이용해 능숙하게 게살을 발라낸 뒤, 그것을 여러 조각으로 잘라서 ‘부유’마법을 사용해서 허공에 둥둥 띄웠다.
“흐음~.”
그것 중 하나를 집어서 입에 넣은 백설은 레스토랑의 음식을 음미하듯 볼을 잔뜩 부풀려서 꼭꼭 씹어 먹었다.
눈이 감기고 입꼬리가 올라가는 거 보니 정말 맛있나보다.
[진(眞) 흑염룡이 저 여자가 먹는 모습은 그만 감상하고 우리도 만찬을 즐기자고 당신을 닦달합니다!]콰직-!
나는 코코넛 크랩의 집게발을 깨부수고 그 안에 가득 차 있는 새하얀 게살을 주시했다.
그리고 그 게살을 게걸스럽게 맨손으로 집어먹기 시작했다.
“후루룩! 우적우적! 쩝쩝!”
순간 흑염룡의 탐식 본능이 내 몸을 지배했다.
안 그래도 요새 식사량이 너무 늘어서 걱정이었는데, 마물 고기를 보니까 더 정신을 못 차리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으그···. 천천히 좀 먹어.”
“아, 미안.”
그 모습이 좀 안쓰러워보였던 모양이다.
백설은 그런 나를 보며 살짝 핀잔을 준 뒤 큼큼 헛기침을 하더니 갑자기 주머니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녀가 방금 썼던 것과 똑같은 종류의 손수건이었다.
“···잘생긴 얼굴 다 더러워졌잖아! 이걸로 빨리 닦아줄래?”
“자, 잘생긴 얼굴?”
“아! 내가 볼 땐 잘생겼는데 어쩌라고!”
···이게 그 말로만 듣던 이미지 왜곡인가?
아무튼 나는 그녀가 준 새로운 손수건으로 입가를 슥 닦으며 식사를 계속했다.
그 도중, 백설은 자신이 한 말이 부끄러워졌는지 귀까지 빨갛게 익히곤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그거 걍 너 가져! 선물이라 생각하든가!”
***
코코넛 크랩의 게살은 마나를 다량 함유하고 있어 일주일 간 자연적인 부패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에 비축 식량으로 좋다.
때문에 우리는 코코넛 크랩의 게살을 뽑아서 커다란 야자수 나뭇잎으로 꼼꼼히 싸맨 뒤 그것을 배낭의 빈자리에 넣었다.
쑤욱-.
생존 키트로 지급된 배낭에는 화장실과 모닥불을 세트가 전부 들어가야 했기에 ‘아공간’ 기능이 있었고, 덕분에 꽤 많은 게살을 챙길 수 있었다.
아공간의 인벤토리의 특성 덕분에 배낭은 매우 가벼웠고, 우리는 다시 여정에 올랐다.
“가, 강대용!”
“튀자!”
중간에 생도들은 몇 번 맞닥뜨리긴 했지만, 그들은 우리를 보자마자 부리나케 도망쳤다.
한 명당 10p지만, 나는 성적에 큰 욕심이 없었고 백설도 마나를 낭비하기 싫어했기에 굳이 그들을 쫓지 않았다.
[PM – 3 : 40] [등장인물 : 알리사 폰 그라이펜과의 현재 거리 – 0.8km]아무튼 종종 앞길을 막는 여러 종류의 마물들을 때려잡으면서 나아가다 보니, 어느새 섬의 남쪽 중앙 지대에 다다른 것 같다.
언제부턴가 우리의 오른편에선 깨끗하고 투명한 시냇물이 졸졸 흐르더니, 이내 강의 하류에 다다랐는지 물살이 빨라지고 폭이 넓어졌다.
백설은 그 앞에 양반다리로 앉았다.
“여기서 잠깐 쉬자.”
후룩-.
그녀는 ‘불순물 제거’ 마법을 사용해 강물의 불순물을 제거했다.
또한 그것을 ‘응집’ 마법을 사용해 커다란 물방울 형태로 만든 뒤 자신의 손 위에 올려서 국물을 마시듯 들이켰다.
후웅-.
백설은 그런 형태의 물방울을 하나 더 만들어서 부유 마법으로 내 앞에 들이밀었다.
“···마시던가. 가뜩이나 화 속성 마나 때문에 수분도 금방 날아가잖아.”
“땡큐.”
나는 그것을 사양하지 않고 전부 들이킨 후 강물에 세수를 했다.
그 강물에도 마나가 함유되어 있어서, 세수를 한 것뿐인데 절로 기분이 상쾌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강대용.”
“응?”
“오늘 안에 애들 다 찾을 수 있는 거 맞지? 안 그러면 이따가 밤에···. 단 둘이서 자야 하잖아···.”
그 상쾌함도 잠시, 백설이 얼굴을 붉히며 그런 말을 하니까 멋쩍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그녀가 걱정하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알리사가 이 근처에 있으니까.
“내 감이긴 한데···. 그럴 일은 없을 거야.”
[등장인물 : 알리사 폰 그라이펜과의 현재 거리 – 0.3km]···그건 그렇고.
우린 움직이지도 않고 있는데 점점 가까워지는데?
때문에 이렇게 되면 곧 만나겠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그때였다.
“흐아아앙아아!”
“흐아아앙! 알리사! 같이 가아아!”
강 건너편 숲속에서 알리사와 윤희진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비명이라기 보단 울음소리와 절규에 가까웠다.
“히아악! 대용, 대, 용! 대용아아아!”
이윽고 숲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그녀는 나를 발견하곤, 신발이 젖는 것조차 개의치 않고 재빠른 속도로 강을 주파해왔다.
“허억! 허억! 사, 살았다흐아앙···.”
“무, 무슨 일이야?”
알리사는 그렁그렁한 눈물을 머금은 채 기겁을 하며 나에게 안겼다.
나와 백설은 왜 이러나 해서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나는 곧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개, 개, 개구리! 개구리!! 제, 제발 치워줘! 대용하아앙!”
“…….”
나는 곧바로 알리사가 도망쳐온 방향을 주시했다.
그곳에서는 나중에라도 꼭 찾아야했던 윤희진과 함께 커다란 개구리 몇 마리가 빠른 속도로 점프해서 다가오고 있었다.
윤희진도 알리사만큼은 아니지만 살고 싶다는 표정을 한 채 강물을 잔뜩 적시고 우리 쪽으로 뛰어왔다.
“아, 알리사! 나 버리고 가면 어떡해에에!”
B급 마물, 자이언트 팩맨.
윤희진과 알리사의 트라우마를 자극하기에 딱 좋은 외형의 마물이 대거 등장한 것이었다.
개굴! 개굴!
세상에서 무서울 것 하나 없을 것 같은 그녀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
그것은 바로 개구리였다.
***
“···우리 네 사람으로도 충분할 것 같긴 한데, 일단 나머지 세 사람도 찾아보자.”
“황재빈이랑 최유성, 그리고 이상은 말이지?”
“엉. 불침번을 설 수 있는 인원이 많을수록 더 안전하니까.”
알리사, 윤희진과 합류한 나는 그녀들이 끌고 온 팩맨을 ‘태산염왕파’로 한 번에 정리해버린 다음, 그녀들을 달랜 뒤 휴식을 충분히 취하고 다시 탐사 길에 올랐다.
[등장인물 : 황재빈과의 현재 거리 – 53.4km]그 중간에 마물이 많이 등장했기 때문에 우리 네 사람은 포인트를 짭짤하게 벌었다.
걸리는 것이 있다면, 꽤 많이 걸었는데도 불구하고 신세계교의 잔당들과는 단 한 번도 마주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이 순간에도 ‘타락’이 진행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니 좀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해가 저물고 있어.”
“···슬슬 머물 지점을 정하자.”
하지만 계속 무작정 전진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체력과 마나는 한정되어 있고, 섬의 지형도 매우 복잡했기 때문에 그 소모 속도가 매우 빨랐다.
그래서 오늘 하루 머물 장소를 물색하던 중, 아늑해 보이는 작은 동굴 하나를 발견했다.
“여기가 좋겠어. 바로 앞이 숲이라는 건 좀 걸리지만··· 벌레랑 같이 자는 것보단 여기가 낫겠지?”
“찬성이야!”
“나도.”
“나도!”
내 말에 세 여자는 모두 하나가 된 듯 고개를 주억거렸고, 그렇게 오늘의 숙소가 정해졌다.
그 안에 나뭇잎과 나무로 침상을 만들다보니, 저녁 7시 30분.
해가 완전히 저물고 나는 히로인‘이었던’ 두 사람, 윤희진과 동굴 바로 앞에 둥글게 모여 앉은 뒤 그 중심에 모닥불을 피웠다.
“야. 왜 대용이랑 같이 다니고 있었어?”
“우연히 만났지? 왜? 혹시 불만 있어?”
“하, 하하! 얘들아! 이상한 거로 힘 빼지 마!”
그 후 세 여자 사이에선 오묘한 분위기가 흘렸다.
“흥!”
“흥!”
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의 반대방향으로 고개를 휙 돌리며 콧방귀를 뀌었고, 윤희진은 그 사이에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꼬르륵-.
그리고 천둥 같은 배꼽시계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의 주인인 백설과 알리사는 동시에 얼굴을 붉혔다.
“그만들 하고 밥이나 먹자.”
그 귀여운 광경을 보며 미소를 띤 채, 나는 배낭을 열어 아까 싸왔던 코코넛 크랩 게살을 꺼내들었다.
다음화에 계속
Episode.32 : 신세계교의 마수(魔手)
나는 네모난 모양으로 싸놓은 게살 덩어리 4개를 그대로 모닥불 위에 올려서 다시 익히기 시작했다.
마나를 머금은 마운틴 코코넛 크랩의 게살은, 잘 타지도 않고 익히는 정도에 따라 색다른 맛을 낸다는 설정이 있다.
그래서 식은 것을 먹기 보다는 한 번 더 익히는 게 괜찮다고 판단한 것이었다.
“대용아 그게 뭐야?”
“마운틴 코코넛 크랩. 유명하니까 잘 알지?”
“지, 진짜?”
알리사는 내 말을 듣고 눈을 번뜩 치켜떴다.
···역시 알리사는 성격이 변한 후에도 이런 종류의 음식을 무척이나 좋아하는구나.
내가 기억하고 있는 사실이 변하지 않았음에 다행이라 생각하며, 나는 연이어 배낭에서 깨끗하게 씻어놓은 나무 꼬챙이를 꺼내 세 사람에게 나눠주었다.
“아까 쉬는 도중에 만들어뒀어. 좀 조잡하긴 한데, 이거로 집어먹으면 돼.”
“역시 대용이!”
그녀들은 그것을 하나씩 받아들고 코코넛 크랩이 익어가길 기다렸다.
나뭇잎 사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더니 금방 달콤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