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77
“아. 너는 내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 수도 있겠네.”
『송구하오나, 저희 ‘군단’은 폐하와 정신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 말은?”
하지만 곧 용이 자신의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것은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 정신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어렵잖게 알 수 있었으니까.
『저 역시 과거의 일은 거의 기억나는 것이 없습니다. 제가 페하를 알아볼 수 있었던 것도, 폐하께서 권능을 손수 사용해주셨기 때문입니다.』
“쓰읍. 그러냐.”
강대용은 침음을 삼켰다.
이제야 좀 뚜렷한 기억의 단서를 찾을 수 있을 줄 알았건만, 역시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할 듯싶었다.
『저, 폐하.』
“왜.”
『···폐하께서만 허락하신다면, 앞으로 폐하의 곁에서 보필에 힘쓰고 싶습니다.』
‘그녀’는 황금빛 눈동자를 빛내며 강대용에게 고개를 숙였다.
확실히 기억이 온전치 않아도 충신은 충신이었다고 강대용은 기껍게 생각했으나, 이렇게나 거대한 그녀를 곁에 둘 순 없었다.
‘이만수의 부적 같은 아공간 둥지가 있으면 몰라도···.’
강대용이 용술사인 이만수처럼 ‘아공간 둥지’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사실상 SHA로 데려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에게 있어선, 그냥 이 동굴에 계속 놔두는 것이 맞았다.
‘흠. 진짜 데려가고 싶긴 한데. 앞으로 신세계교랑 싸울 때 큰 전력이 될 것 같고.’
하지만 강대용은 욕심이 났다.
테이밍을 당하지 않은 아글로베일은, 모든 능력치가 전부 650을 넘어가는 괴물이기 때문이다.
‘이거 방법이 없나.’
이런 그녀를 SHA에 둘 수만 있다면, 앞으로 계속 학교에 잠입할 빌런들을 상대할 때 최고의 전력이 될 수 있을 터였다.
심지어 용종인 그녀는 인간처럼 ‘성장’할 수 있는 여지도 있었다.
그래서 강대용은 머리를 쥐어 싸매고 고민했다.
‘아!’
그 순간, 강대용의 뇌리에 번쩍 좋은 꼼수가 떠올랐다.
‘베일에겐 그 기술이 있었지! 그럼 용 덕후인 이만수가 환장할 수도 있겠는데.’
꼭 자신의 곁에 두지 않아도, 그녀를 잘 돌봐줄 능력이 있는 스승에게 맡기면 되지 않을까?
마침 아글로베일에겐 이만수가 좋아하는 능력도 있고 말이다.
“베일.”
『네. 폐하.』
아글로베일은 드레이크이긴 하나 ‘그 기술’을 사용할 수 있다는 설정이 있다.
그리고 강대용은, 그 점을 이용하여 이만수에게 아글로베일을 맡기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폴리모프]를 사용해서 인간으로 변신해 보아라.”
그 기술은 바로 폴리모프였다.
***
강대용이 나태민을 처리한 후에서 조금 지난 시점.
최유성과 최성아는 각각 황재빈과 이상은을 제압하고 그들의 이마로 검 끝을 들이밀었다.
“쿨럭···.”
“재비낭··· 역시 안 되나봐···.”
마리오네트에 조종당한 그들은 상당히 잘 싸우긴 했지만, 역시나 별의 파편 페어에게는 역부족이었다.
황재빈은 최유성의 뺨에 옅은 화상을 남겼으나 몇 분 만에 쥐어 터졌고, 이상은은 역시나 최성아와 상성이 좋지 못했다.
최유성은 그들의 팔과 다리를 절대영도로 얼려서 못 움직이게 만든 다음, 최성아에게 말했다.
“최성아.”
“왜 그러지?”
“데미지 초커만 목에서 떨어뜨려. 애들 안 다치게.”
최유성은 마리오네트에 조종당하는 이상, 일단 두 사람을 떨어뜨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데미지 초커를 벗겨낼 경우 강제로 텔레포트가 되기 때문에 더 이상 그들에게 상처를 입힐 필요는 없었다.
“알았다.”
최성아는 고개를 끄덕인 뒤, 이상은의 초커를 끊으려고 했다.
최유성 역시 황재빈의 초커를 끊기 위해 그의 팔과 다리를 절대영도로 얼리고 그의 목덜미로 칼을 들이밀었다.
팅-
하지만 그 찰나, 최유성은 황재빈과 이상은의 머리 위에 연결되어 있던 ‘마나의 실’이 끊기는 것을 포착했다.
“최성아. 잠깐.”
“왜 그러지?”
최유성은 최성아를 멈추게 한 뒤 잠자코 황재빈과 이상은을 살폈다.
그리고 곧 두 사람의 흐리멍덩했던 눈동자에 활력이 돌더니, 황재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아 씨···. 머리 개 아프네.”
그 말을 들은 최유성은 바로 황재빈에게 물었다.
“상은아, 재빈아. 정신이 좀 들어?”
“유, 유성쓰? 언제부터 우리랑 같이 있었어?”
“응? 최유성···. 갑자기 어디서 튀어나왔냐···?”
최유성은 갑자기 황재빈의 마리오네트가 풀릴 것을 보고 기뻐하는 한편 얼른 절대영도로 얼려두었던 두 사람을 풀어주었다.
“너희는 [마리오네트]라는 정신계 기술에 조종당하고 있었어.”
그 후 최유성은 두 사람에게 이렇게 되기까지에 상황을 설명해준 뒤, 다친 그들을 위해 휴식을 취한 뒤 주변에서 베이스캠프나 찾아보기로 결정했다.
“나태만인가 뭔가 하는 새끼가 우리를 조종했다는 거지? 씹새끼. 학교로 돌아가면 대련으로 존나게 밟아 버려야···.”
“하하. 재비낭! 너무 화 내지마. 착하지~”
그렇게 하루 만에 휴식을 취하면서, 최유성은 갑작스레 끝난 상황에 대한 결론을 내렸다.
‘나태민이 쓰러졌다.’
누군가가 나태민을 완벽히 쓰러뜨렸다.
마리오네트의 실은 나태민이 완벽히 기절했을 때 끊기게 되니까 확실했다.
‘대용이가 큰일을 해냈군.’
최유성은 그럴 사람이 자신과 같은 목적을 가진 강대용 밖에 없다고 확신했다.
그런 확신을 가진 최유성의 얼굴엔 저절로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최유성. 왜 그렇게 웃고 있지?”
“별 거 아냐.”
과연 ‘예언의 검은 용’다운 실력이다.
최유성은 그런 생각을 하며 이번 생에선 빌어먹을 회귀를 끝낼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 마음을 안고, 최유성은 땅바닥에 앉은 채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보았다.
기분이 좋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유난히 맑은 하늘···
슈와아아아-
인 줄 알았는데 이상한 게 나타났다.
최유성은 곧바로 벌떡 일어나서 쌍검을 뽑아들었다.
“이런 미친.”
“드, 드레이크다!”
최유성 일행 위로 거대한 레드 드레이크가 나타났다.
드레이크의 날갯짓에 나무와 풀들이 거세게 흔들렸고, 새들이 구슬프게 울었다.
“최유성! 저 용은 우리보다 강하다! 어서 부상자들을 데리고 도피를···.”
강자와의 싸움을 즐기는 최성아조차도 이 괴물은 감당이 안 된다고 느꼈는지 최유성에게 다급하게 말했다.
“최성아! 두 사람을 데리고 도망쳐!”
최유성 역시 긴장을 바짝 한 채 입술을 짓깨물었다.
‘설마 대용이가 아글로베일까진 감당하지 못한 건가? 나태민만 겨우 쓰러뜨린 거였어?’
그런 불안한 추측을 한 최유성은 쌍검을 꽉 쥔 채, 곧바로 [유성검]을 준비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곧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곤 쌍검을 내렸다.
“최유성! 왜 궁극오의를 취소하는 것인가!”
“저 드레이크··· 우리랑 싸울 생각이 없어 보여.”
“뭐야?”
아글로베일은 조용히 날개를 펄럭이고 있을 뿐, 공격은커녕 위협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흉포한 레드 드레이크에겐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쿠쾅-!
드레이크는 커다란 굉음과 함께 땅으로 내려앉았다.
그 직후 치켜세우고 있던 기다란 목을 땅으로 내렸다.
“저, 저거···!”
그리고 그 순간, 최유성 일행은 보았다.
드레이크 등 위에 자신들이 아주 잘 알고 있는 사내가 올라타 있는 모습을.
다음화에 계속
Episode.34 : 1학기 끝, 여름 방학 시작.
나는 베일을 타고 가던 도중 최유성 일행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들을 내버려둘까 말까 고민하다가, 결국 그 강건한 차유라까지 타락한 것을 떠올리며 그들을 데려가기로 했다.
타락의 기운은 ‘타락하지 않은’ 사람들끼리 뭉칠수록 그 영향력이 약해진다.
살짝 집단지성의 힘이라고 해야 할까?
···어쨌든.
나는 그들을 데려가는 편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하이.”
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던 녀석들은 하나 둘씩 내게로 달려왔다.
나는 베일의 등 뒤에서 사뿐히 내려오며 일행들에게 태연히 인사했다.
“···강대용. 너 대체 뭐냐?”
“엉?”
“어떻게 레드 드레이크를 타고 있는 건데!”
“역시 사부다! 용을 자신의 수족처럼 부릴 수 있다니!”
녀석들의 표정은 상당히 볼만했다.
황재빈은 무슨 귀신을 보는 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고, 최성아는 푸른 눈동자를 빛냈다.
최유성의 표정에는 놀라움이 서려있었고, 이상은은 뭔가 재밌어 보인다는 눈으로 나와 드레이크를 번갈아보았다.
“가면서 설명해줄 테니까 일단 타라.”
“···타라고?”
네 사람은 베일을 경계하는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런 무례한 시선에도 베일은 커다란 눈꺼풀을 감더니, 마치 윗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그 모습을 본 모두가 동시에 침음을 흘렸다.
“믿어도 된다니까. 완벽히 내 부하로 만들었어.”
“···근데 대용쓰. 우릴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야?”
이상은이 살짝 껄끄러워하는 표정으로 질문했다.
하긴, 행선지가 어딘지도 모르는 채 경쟁 관계인 생도가 거느리는 용 위에 순순히 올라탈 수는 없을 테지.
그 마음을 이해한 나는 그녀의 경계심을 풀어주기로 했다.
“일단 몇 군데 들렸다가 알리사, 백설, 윤희진이랑 합류할 거야. 걔네까지 태우고 ‘마물 노다지’로 갈 거고.”
“마, 마물 노다지?”
내 말을 들은 최유성은 살짝 미소를 만들었다.
녀석은 마물 노다지가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을 터.
그렇기에 내 의도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절대 나쁜 곳은 아닐 거야. 뭐, 타기 싫은 사람은 여기 남아도 되니까 알아서들 해.”
그 말을 끝으로, 나는 다시 베일의 목을 타고 올라가 그녀의 등 뒤에 앉았다.
베일은 내가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비늘 하나를 세워 의자와 같은 형태로 만들었다.
“난 사부를 따라가겠다!”
그걸 본 최성아는 토끼처럼 폴짝 점프해서 내 옆에 착지했다.
최유성도 천천히 베일 위에 올랐고, 황재빈과 이상은도 얼떨떨한 표정으로 탑승했다.
“출발.”
나는 일행들을 베일의 등 뒤에 태우고 섬을 누비기 시작했다.
“시원해!”
“메우! 이거 죽이는데?”
그녀의 비행속도는 매우 빨랐지만 매우 편안했다.
스쳐가는 바람은 찝찝함을 싹 날려주었고, 비늘로 만들어진 의자는 의외로 폭신폭신했다.
그 편안한 이동수단인 베일을 타고, 나는 요람을 잃은 신세계교의 추종자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내 하나하나 무찔렀다.
“왜 너희가 드레이크를···!”
“브레스.”
콰아아아아-!
물론 추종자들의 처리도 베일이 전부 해주었다.
그녀는 내뿜는 브레스의 세기를 조절하여, 죽지 않을 만큼만 추종자들을 불태우는 것을 반복했다.
당연히 오태식보다 약한 녀석들은, 브레스를 버티지 못하고 리타이어 됐다.
“야. 생도들을 왜 계속 탈락시키는 거냐? 그냥 걔네 있는 곳으로 바로 가면 안 돼?”
“사정이 있어.”
“···또 뭔 사정이야.”
계속 리타이어 시키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추종자인 ‘안정훈’까지 모두 쓰러뜨렸다.
나는 이제 페어인 알리사에게 돌아가기 위해 대용위키로 알리사의 위치를 설정했다.
“흐메. 많이도 따라붙었네.”
알리사에게 가는 도중, 꽤 많은 수의 옵저버들이 아글로베일의 주변을 맴돌았다.
아마도 이 섬에 넣은 적이 없는 마물이기 때문에 학교 측도 많이 당황했을 테지.
“근데 우리한텐 별 다른 메시지는 안 오네?”
“용을 타고 다니는 게 반칙 행위는 아니니까. 마물을 조종하는 건 허용되어 있잖아.”
“얼. 그래서 당당히 타고 다니는 거였냐?”
하지만 학교 측은 별다른 제재를 가하진 못한다.
일단 SHA의 생도들이 등 뒤에 버젓이 타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 세계에서 특정 마물을 조종하는 것이 상당히 흔한 능력이라는 점이 그 이유였다.
예를 들자면 용술사 이만수가 대표적이고, SHA 재학생 들 중 마법사들의 상당수가 특정 종류의 마물을 길들이는 능력을 갖고 있다.
물론, 나처럼 수월하게 ‘용종’을 조종할 수 있는 건 이 세계에도 몇 안 되지만.
『폐하. 지금 생각하고 계시는 위치로 가면 되겠습니까?』
“그렇게 해.”
“···강대용. 아까부터 누구랑 얘기하냐? 설마 드레이크랑 얘기하는 거냐?”
“어.”
“허참···.”
베일은 나와 정신이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대용위키가 지정해주는 위치를 향해 똑바로 날아갔다.
어느새 베일을 타는 것에 적응된 녀석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누거나 벌렁 드러눕거나 하고 있었다.
그 중 최성아는, 배를 긁적이며 멍청한 표정으로 내게 물었다.
“사부. 이제 어디로 가나?”
“아까 말했잖아. 세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간다고.”
“아! 대용쓰. 그러고 보니 걔네가 있는 위치는 어떻게 찾을 건데?”
“내 기술 중에 특정 인물의 행적을 좇는 기술이 있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보니 알리사가 있는 좌표 근처에 도착했다.
나는 베일에게 명령하여 그녀를 천천히 하강시켰다.
쿵-!
그녀가 내려앉자 나무가 꺾이고 흙먼지가 일었다.
나는 베일을 잠시 이곳에 대기시킨 뒤, 다른 녀석들과 함께 대용위키가 표시해주는 화살표를 따라 이동했다.
[AM – 10 : 38]“저기 있군!”
그렇게 5분 정도 걸어 도착한 곳에서는 커다란 시체를 중심에 두고 서로를 쏘아보고 있는 백설과 알리사가 보였다.
그녀들이 사이에서 윤희진이 곤란한 표정으로 중재하고 있는 듯 했다.
“내가 숨통을 끊었으니까 이 마물은 내 거야!”
“흥! 내 지원이 없었으면 뼈도 못 추렸을 텐데 너무 우기는 거 아냐?”
아무래도 마물의 포인트를 누가 가질 것인가를 싸우는 듯 했는데, 시체의 외형을 보니 곧바로 이해가 갔다.
저건 A급 정예 마물 ‘제네럴 레어메탈 멘티스’다.
공부를 잘 하는 두 사람은 당연히 그 사실을 알고 있을 터이니, 200포인트를 누가 가질 거냐를 두고 논파를 벌이는 거겠지.
아무튼 그 신경전을 벌이는 모습이 마치 유치원생 같아서 나는 픽 실소를 터뜨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