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79
알리사는 너무 조급해하지 말자고 마음을 다 잡았다.
이번 시험에서 강대용이 다급한 얼굴로 사라졌을 땐 마음이 많이 불안했지만, 이번엔 직접 그가 같이 여행이라도 가자했으니 어디로 사라질 걱정은 할 필요 없을 테니까.
‘대용이를 믿자! 내 친구들처럼 어디로 갑자기 사라지지도 않을 테니까!’
자신은 강대용과 계속 같이 있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알리사는 그런 마음으로 집착을 좀 지우고자 결심한 다음,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
학교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샤워를 한 뒤 푹신한 침대에 누웠다.
사실 몸이 피곤하거나 그런 건 아니었지만 편안히 사색하기 위해선 침대에 눕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내 능력치.”
띠링─
[힘 362/ 체력 362/ 마력 360/ 민첩 340]기말고사 때는 아티팩트 사용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민첩과 마력을 더 올리진 못했다.
그렇다 해도, 나는 이미 평범한 생도 수준은 훌쩍 넘은 것은 물론 주역들과 견주어도 꿀리지 않는 스펙을 갖추게 되었다.
“내 권능.”
[가장 위대했던 용의 왕] (권능)─────
* 당신보다 격이 낮은 ‘용종(龍種)’ 모두가 당신을 굳게 믿고 따른다. 상시적으로 그들에게 [절대명령]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당신의 격 : 왕(王)]
* 당신을 따르는 용종은 모든 능력치가 [50] 증가한다. 또한, 당신이 발동하는 공격 기술로부터 피해를 입지 않는다. 이 효과는 당신의 격이 오를수록 크게 증가한다.
* 당신을 따르는 용종과 언제든지 텔레파시를 나눌 수 있다.
* 당신보다 격이 높은 용종으로부터 받는 피해가 절반으로 감소한다.
─────
뿐만 아니라 예상치도 못했던 권능─ [가장 위대했던 용의 왕]과, 충직한 신하 아글로베일을 얻게 되었으니 이제 신세계교도 함부로 날 건드리지는 못할 터였다.
“점검은 끝났고.”
그것과 더불어 내가 얻은 기술과 재능 등 여러 가지 부분에서 꼼꼼히 확인을 마쳤다.
그런 다음 나는 스마트폰을 켜서 코톡 메시지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 오랜만입니다 형님.
그 메시지를 받는 것은 다른 누구도 아닌─
[Alfred]– ㅇㅇ
알리사의 오빠인 알프레드였다.
내가 알리사와 사귀게 되고 임모르탈리스의 인턴이 되기로 한 뒤, 그는 나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부담 없이 연락하라고 코톡 아이디를 알려주었다.
웃긴 건 연락할 때마다 칼답이었고 지금도 칼답이 온다는 것이었는데, 이것은 아마도 그가 업무를 처리하는 시간 외에는 핸드폰만 들여 보고 있다는 설정 때문에 그런 것 같았다.
─────
부탁이 있습니다 –
[Alfred]– 부탁?
네. 제가 사실 리사랑 여름에 여행 계획을 잡아놨는데 –
[Alfred]– 단 둘이?
– ㄴㄴ 허락 못 한다 오빠로서 용납이 안 돼
– 나를 대동하거나 친구를 더 데려가거나 하도록
그래서 형님께 동행을 요청하고 싶습니다. –
[Alfred]– ………
– 영악한 놈. 그래서 날짜가 언젠데?
리사가 오늘부터 독일에 4~5일 정도 있을 거라 해서 –
다음 주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생각 중입니다. –
장소는 ‘탱글탱글섬’이 될 것 같고 –
여행비용은 제가 리사 거까지 내줄 겁니다. –
─────
내가 그에게 코톡을 한 이유는 혹시 모를 습격에 대비해 이 세계 최강의 보디가드로 그를 데려가기 위해서였다.
사실 그가 아니어도 임모르탈리스에서 강한 축에 속하는 사람을 보호자로 붙여줘도 큰 상관은 없었다.
어차피 여행 가는 곳 근처에 베일을 대기시켜둘 생각이었으니.
─────
[Alfred]– 알았다. 그 날엔 반드시 시간 비워놓으마.
– 마침 곧 휴가기간이기도 했고.
– 그리고 여행비용은 내가 많이 보태주마.
감사합니다! –
─────
물론 알프레드의 성격 상 절대 다른 보호자를 보낼 일은 없었다.
그는 쿨하게 휴가기간을 쪼개서 우리의 보호자가 되어주기로 결정했다.
***
이튿날, 이만수의 간단한 설명이 끝나고 방학이 시작되었다.
최유성 일행은 교실에서 나서기 전에, 왠진 모르겠지만 내 자리 주변에 둥글게 모여선 여름방학에 뭘 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너희는 뭐할 거냐? 나는 다음 주부터 쭉 하와이에 있으려고.”
“오! 그럼 나는 재비니랑 같이 가야징~”
“···누가 너 데려간다고 했냐? 김칫국 에반데.”
여러 이야기가 오고갔다.
황재빈과 이상은은 아마도 같이 하와이에 놀러갈 듯 보였고, 최유성은 별 말 없이 웃을 뿐이었다.
“설아~ 우리도 재빈이 따라서 하와이나 갈래?”
“···나 바빠. 마법 교습 받기로 했어.”
“치···.”
백설은 뭔가를 상당히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그녀는 이번 여름방학 기간에 이만수에게 개인교습을 받게 된 모양이었다.
···이 사실은 그녀가 어제 나한테 굳이 갠톡으로 자랑해서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백설공주 버리고 너만 와. 우리 누나 개인 별장 근처에서 제트스키도 타고 바비큐 파티도 할 생각···”
“···야, 너 또 백설공주라 했지?”
“하하! 왜? 또 화나냐?”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고 주먹을 부들부들 떨었다.
나는 그래서 오랜만에 황재빈과 백설이 티격태격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후우···.”
하지만 백설은 갑자기 나를 힐긋 보더니, 그저 한숨만 길게 뿜을 뿐이었다.
“뭐··· 앞으로도 종종 그렇게 부르라고.”
“……?”
황재빈은 못 볼 걸 본 사람 같은 표정을 지었다.
백설은 그런 황재빈을 보며 피식 비웃음을 흘린 뒤 내게 말했다.
“강대용. 너는 방학 때 뭐하냐?”
그녀가 나한테 살갑게 말을 걸자, 알리사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알리사는 백설에게 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하하. 백설? 내 남친한텐 무슨 일이니?”
“···별 거 아닌데? 시간 나면 마법 훈련 좀 도와달라고 부탁하려 했지?”
“훈련은 핑계고, 사실 꼬리 치려는 거 아닌가?”
“무, 무슨 꼬리! 훈련 도와주라 하는 것도 꼬리 치는 거냐?”
두 사람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불꽃이 튀기는 듯 보였다.
백설에게 충격을 받아 멍하니 있던 황재빈은, 그 장면을 보곤 이상은에게 이렇게 말했다.
“야 이상. 편의점 다녀오자.”
“잉? 갑자기 왜?”
“팝콘 사오게.”
그렇게 말한 황재빈은 이상은을 이끌고 편의점에 다녀온다 말했다.
아무래도 재밌는 광경이 펼쳐질 거라고 예상한 듯 보였다.
“불여우!”
“폭력배!”
황재빈의 예상은 딱 맞아 떨어졌다.
그녀들은 기말 고사 때 200pt를 갖고 싸웠던 그때처럼, 서로를 노려보며 유치한 말싸움을 시작했다.
“얘네 또 싸우네··· 그만 좀 싸워!”
“얘들아. 조금 진정하고···.”
그리고 옆에서 그걸 지켜보던 윤희진과 최유성은 그녀들을 말렸다.
[진(眞) 흑염룡이 역시 여자들 싸움 보는 게 제일 재밌는 거라고 당신에게 동의를 구합니다!]***
SHA가 방학 기간에 들어간 당일, 영국.
오하와는 런던의 작은 박물관에서 자신의 [탐지] 기술을 사용해 어떤 물건을 찾아 해매고 있었다.
분명 그 물건이 영국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그걸 찾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근 한 달 동안 영국 곳곳을 뒤졌으나 계속 허탕이었고, 오늘 못 찾으면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찾았다.”
하지만 마침내 오하와는 그 물건을 찾아냈다.
그녀는 유리벽 너머에 전시된 한 물건을 보며 입가에 커다란 호선을 만들었다.
그녀가 본 물건은 시꺼먼 색을 띤 전신갑옷이었다.
마치 용의 비늘을 엮어서 만든 듯 보이는 외형은 갑옷이 살아있다는 착각을 주었고, 흉갑은 용의 머리를 연상케 하는 생김새였다.
“···오랜만이야. 살아있는 갑옷.”
그 갑옷은 바로, ‘과거의 강대용’이 입었던 ‘의지’를 품은 흉물─
『···‘왕’을 타락시킨 자여. 나에겐 무슨 일인가?』
용갑(龍鉀), 프리드웬(Prydwen)이었다.
다음화에 계속
Episode.34 : 1학기 끝, 여름 방학 시작. (3)
알리사와 백설의 말싸움은 다행히 별로 커지진 않았다.
진짜로 팝콘을 사 온 황재빈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지만, 녀석을 제외한 생도들은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대용아. 이따가 봐~”
“어. 끝나면 톡 할게.”
그렇게 어찌어찌 상황이 정리된 후, 오전 10시.
나는 최유성 일행과 서로 일정을 정리한 후 점심 먹을 때 보기로 하고 무리에서 빠져나왔다.
그 다음 내가 향한 행선지는 SHA 본관 건물 5층이었다.
똑똑-
그 층 왼쪽 복도 끝에 있는 투박하고 낡은 나무문을 두드렸다.
그러자 철컥, 소리가 나더니 문이 저절로 열렸다.
염동력이었다.
“들어오세요.”
그 나무문 너머로 펼쳐진 모습은 마치 커다란 서재 같았다.
여길 봐도 책, 저길 봐도 책이 꽂혀있었고 방 중앙에는 손님용 소파가 양옆으로 놓여있었으며, 또 그 소파 사이에는 직사각형 모양의 낮은 테이블 하나가 위치했다.
그리고 그 테이블 뒤편에는 고풍스러운 느낌이 나는 책상 하나가 놓여있었다.
그 뒤쪽에 앉아있던 한 미중년이 안경을 쓰고 책을 읽다가 그것을 내려놓는 모습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이사장님.”
“오, 강대용 군. 오래간만입니다.”
SHA의 이사장, 신태양이 웃는 얼굴로 안경을 벗으며 나를 맞이했다.
“거기 앉으시죠.”
“아, 네.”
이사장은 나를 손님용 소파에 앉히곤 바로 나에게 물었다.
“커피 한 잔 하시겠어요?”
“아! 아까 마시고 와서 괜찮습니다.”
내 대답에 이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비틀거리는 움직임으로 내 반대편 소파에 앉았다.
그러곤 주저리주저리 서론을 늘어놓지 않고 바로 본론에 들어갔다.
“이번 방학 때부터 학교 밖으로 나가고 싶다면서요?”
“네. 아무래도 학교 안에만 있는 건 너무 불편해서요. 미지의 조직 때문이라면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아서 허락 맡으려 왔습니다. 들으셨겠지만 용을 다루는 힘도 얻었고, 또···”
사실 이사장이 내 행동을 통제한 적은 없었다.
단지, 학교 바깥으로 나가는 말아줄 것을 적극적으로 당부했을 뿐이지 언제든 나갈 순 있었다.
허나 아무 말 없이 나가면 그건 이사장이 신경 써준 것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이만수가 나에게 충고했기 때문에 나는 본격적인 외부 탐사를 시작하기 전에 이사장에게 얼굴을 비추려고 온 것이었다.
“하하. 허락이라뇨. 그런 거 받을 필요 없습니다.”
“아, 감사합니다···.”
“그리고···.”
그런데 이사장은 갑자기 웃음기를 싹 지우더니 내게 말했다,
“제 앞에선 미지의 조직이라고 할 필요 없습니다. 강대용 군.”
“……?”
“신세계교의 공세를 아주 잘 막아내셨더군요.”
나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이사장이 신세계교에 대한 것을 알고 있다고?
아니, 그럴 리가 없다.
원작에서는 그런 묘사가 일체 나오지도 않았고 그저 최유성에게 ‘검’을 주는 역할만 하고 퇴장하는 조연에 불과했다.
“···당신 뭐야.”
“아, 이거 본의 아니게 오해를 산 것 같군요.”
그는 다시 미소를 만들어내며 조곤조곤 내게 말했다.
“투희와 이야기는 나눠봤겠지요. 오하와가 지금 영국에 가있다고요.”
“……!”
[진(眞) 흑염룡이 그 여자들과 아는 사이였다면서 살짝 놀라움을 드러냅니다!]오하와와 황투희를 알고 있다니.
이 사람 도대체 정체가 뭐야?
그냥 이빨 빠진 호랑이인 줄 알았는데, 혹시 엄청 중요한 역할이었나?
“이빨 빠진 호랑이는 맞지만 엄청 중요한 역할은 아닙니다.”
“···생각까지 읽는 거냐.”
그런 의아함을 느끼고 있던 나에게 이사장은 염동력을 이용해 책 한 권을 들이밀었다.
그 책은 오하와가 내게 보여줬던 것과 매우 흡사한 형태를 하고 있었다.
책의 제목은 바로 ‘악마를 삼킨 회귀자’였다.
“저도 악마를 삼킨 회귀자의 독자 중 한 명입니다.”
“···당신도?”
“하하. 네. 강대용군이 읽던 소설에선 제 행적에 대한 건 거의 드러나지 않았겠군요.”
그는 손가락을 테이블을 톡톡 건반 두드리듯 두드리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당연합니다. 악마를 삼킨 회귀자의 독자는, 대마신에 의해 소설에서의 등장이 거의 배제되었으니까요. 저 역시 최유성 군에게 검을 넘겨준 장면이나 외모 묘사 말고는 거의 등장이 없었죠.”
“그건 처음 듣는 얘긴데.”
“오하와···. 그 음흉한 여자가 당신에게 얘기해주지 않는 부분이 꽤 많을 겁니다. 당신도 이번에 그 점을 알게 됐고요. 그렇죠?”
싱글싱글 웃으며 말하는 이사장이었지만 어째서인지 그의 눈동자에선 굳건한 기백이 느껴졌다.
물론 왜 이제 와서 그가 자신의 정체를 밝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오하와나 황투희처럼 나와 협력관계가 될 사람이라 봐도 무방해보였다.
“후우···. 맞아. 그래서 오하와를 좀 의심하게 됐지. 그리고··· 당신 역시 믿을 수 없고 말이야.”
“···이해합니다. 저 역시 당신에게 절 믿어달라는 말씀은 안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그는 나에게 염동력을 이용해 또 어떤 물건을 내밀었다.
이번엔 옥색으로 빛나는 조그만 팔찌였다.
“그래도 이 물건은 받아주시면 감사하겠군요. 외부 세력으로부터 당신을 안전하게 보호해줄 아티팩트니까요.”
“···되게 모순적인 거 알지? 믿어달라는 말은 안 하겠다면서 수상한 물건을 들이미는 게 정상적으로 보여?”
이런 말을 하면서도 나는 일단 팔찌를 받았다.
상식적으로 최유성에게 이 세계 최고의 아티팩트를 주는 사람이, 나에게 해를 끼칠 이유는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 그래도 일단 받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