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Academy's Black Flame Dragon RAW novel - chapter 8
“이 세계의 의지가 결정하는 문제지.”
***
알리사와의 스케줄이 끝난 후 하루는 빠르게 지나갔다.
방과 후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냈다.
낮선 세계에서 맘 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를 빨리 만들면 좋기야 하겠지만, 하필 지금 가장 가까운 녀석들이 TMT(투 머치 토커) 기질이 짙은 두 사람과 회귀자 녀석뿐이다.
계속 붙어있으면 안 그래도 피곤한데 더 피곤해질 것 같아서, 저녁 시간엔 흑염룡을 다루는 훈련과 각인철 너클의 기억을 흡수하는 훈련 후 하체 운동을 하는 것으로 일과를 끝냈다.
“내가 아는 내용들이 변경됐다면….”
그 뒤 숙소로 돌아와, 머리를 쥐어 싸매고 ‘인과율의 변경’에 대해서 생각해보다가 피곤해서 스스르 잠들며 힘든 하루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이튿날, 1교시 마물학 시간.
“모두 활동복으로 잘 갈아입었지?”
– 네!
우리 A반은 학교 남쪽 끝에 위치해있는 실습 장소인 봉인의 수해(樹海)로 향했다.
봉인의 수해는 학교에서 연구용으로 붙잡아놓은 마물들을 마법을 통해 봉인해둔, ‘봉인의 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는 커다란 실험장 겸 실습 장소다.
오늘 우리가 할 실습은, 수해 속에서 튀어나오는 마물 인형들을 뚫고 여교수가 제시한 공동(空洞)에 도달해, 그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정예 마물 인형’을 찾아서 격퇴하는 것.
점수에 반영은 안 되지만 격퇴 시간이 빠른 순으로 순위를 매겨서, 1등부터 3등 팀에겐 각각 한 사람 당 ‘포인트’를 7만, 3만, 1만 포인트 지급하겠다고 여교수가 약속했다.
그 설명 직후 내가 속한 알리사조는 출발했고, 우리는 스마트워치로 공동의 위치를 확인하며 거침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키이익!
[그건 이 대용위키가 설명해주지! 가 발동합니다.] [등장인물 정보]─────
이름 : 알리사 폰 그라이펜
생년월일 : 2014년 11월 9일 (현재 17세)
신장 : 170cm
몸무게 : 50kg
혈액형 : A형
능력치 : 힘 260/ 체력 200/ 마력 150/ 민첩 200
마나 속성 : 암(暗)
기술 : 아놀드류 창술, 광속 찌르기…
재능 : 살생유희, 기사회생…
특성 : 흡혈귀(吸血鬼) [자세히 보기]
─────
알리사의 무기는 창.
그녀는 창을 사용하는 ‘여제’의 제자로서 뛰어난 솜씨를 지닌 창잡이였다.
고라니처럼 생긴 마물 인형이 계속 튀어나왔지만, 심덕희의 강화 기술이 우리를 보호했고 알리사와 나는 인형을 물리쳤다.
“강대용님!”
그렇게 나아가다가 어느새 공동에 다다르기 직전.
상금에 열정을 올린 알리사는, 민첩이 낮아 한참 뒤쳐진 나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조금만 더 빨리 뛰어주세요! 상금이 걸려 있으니까!”
“최선을 다 하고 있어!”
“대, 대용아! 나는 괜찮으니까 천천히 와!”
그리고 결국 공동 입구에서 나를 기다리던 알리사는 뭔가 조바심 내는 표정으로 고개를 획 돌려버렸다.
어쨌든 꽤 편하게 공동에 도착한 우리는, 별 다른 정비 없이 바로 그곳에 입장했다.
“저 녀석이에요!”
알리사가 식충식물을 닮은 커다란 인형을 가리키며 우리에게 말했다.
징그러운 촉수와 뿌리를 꿈틀거리는 게, 굉장히 혐오스러운 외형이다.
“작전대로 제가 먼저 돌입하겠어요. 대용님은 인형의 공격으로부터 덕희님을 보호하세요.”
“알았어.”
“여, 열심히 보조할게!”
알리사는 마치 재규어와 같은 기세로 놈에게 달려들었다.
아마 저 인형은 아무리 정예라 해도 금방 끝날 것이다.
알리사는 우리 학교에 입학 석차 2위로 합격한 엘리트 중 엘리트.
이미 마물 사냥도 많이 다녔을 테고, 식물형 마물의 형태인 녀석의 약점을 정확히 알고 있을 테지.
“큭…!”
뭐야 씨발.
왜 저렇게 표정이 안 좋지.
고작 실습용 인형에게 알리사가 저렇게 애를 먹을 리가 없는데.
그리고 알리사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가히 절망적이었다.
“…공격이 먹히지 않아요.”
“그, 그게 무슨 소리야. 알리사 양의 공격은 아다만티움도 찢는다면서.”
뭔가 이상하다.
저 인형… 이제 보니 느껴지는 기운도 인형 특유의 인공 마나와는 다르다.
아니, 다른 정도가 아니고 아주 지독한 기운을 내뿜고 있다.
[그건 이 대용위키가 설명해주지! 가 마물의 정보를 출력합니다!]“이건….”
젠장. 왜 실습장에 저 녀석이 나타난 거지?
이번 실습은 분명 인형을 격퇴하는 실습이었을 텐데. 도대체 왜?
─────
마물명 : 다크 블랙플랜트 네펜데스
성장도 : 성체
선제공격 여부 : ○ (매우 사나움)
위험 등급 : B+(정예)
마물 속성 : 목(木), 암(暗)
마물 타입 : 식물종
능력치 : 힘 200/ 체력 300/ 마력 180/ 민첩 0
기술 : 넝쿨채찍, 자가회복, 소화액 뱉기…
특성 : 어둠에 뿌리내린 꽃 [자세히 보기]
─────
…이건 튀어야 한다.
나는 빠르게 전황을 파악하고, 조원들에게 크게 외쳤다.
“도망가자. 저 놈은 우리가 절대 못 잡아.”
“그게 무슨 소리죠?”
“다크 블랙플랜트 네펜데스야. 암 속성의 마나를 흡수하는 외피를 가지고 있어서, 백 날 때려봐야 네 공격은 통하지 않아.”
“하지만 저건 인형이잖아요. 원본보다는 훨씬 약화됐겠죠.”
나는 얼굴을 최대한 찡그리며 심각한 어투로 반론했다.
“저게 인형이 아니라 진짜라면.”
“…뭐라고요?”
“지, 진짜라고?”
“어. 그러니까 얼른 튀자. 놈은 너무 위험해.”
나는 우리가 들어온 입구를 가리키며 말했다.
심덕희가 먼저 살고 싶은 모양인지 헐레벌떡 뛰어갔고, 나는 그 뒤를 따랐다.
“이, 이거, 이건!”
헌데 그녀의 행동이 심상치 않다.
먼저 도착한 심덕희가, 뭔가에 가로막힌 듯 허공에 하염없이 주먹질을 하고 있다.
“차단막이야! 차단막이 생성되어 있어!”
“네?”
“뭐?”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스멀스멀 내게 기어온 불안감에 사고가 정지되었고, 내 옆에 상태메시지가 떠올랐다.
[누군가의 회귀로 세계가 인과율(因果律)을 조정합니다.] [다른 등장인물에 비해 등장인물 : 알리사 폰 그라이펜에겐 위기가 거의 없음. 그러므로 이번 세계에선 그녀에게 시련을 주고자 함.]또?
아니. 이게 보자보자 하니까.
[길드 : 임모르탈리스와 신세계교(新世界敎) 사이의 갈등이 심화됨. 그에 따라 신세계교가 그들의 유망주인 알리사 폰 그라이펜을 위협하기 시작함.]다음화에 계속
Episode.3 : 변수와 사고 (3)
봉인의 수해, 서쪽 시작 지점.
생도들이 전부 출발해 한적해진 그곳에서 마물학 담당 교수 나미선과 실습 담당 교관 권찬영은 공동 안에 설치된 CCTV 화면을, 허공에 띄운 커다란 스크린에 영사해 생도들의 모습을 확인하고 있었다.
“이런 생도들이 들어온 게 몇 년 만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팔용사’ 세대 이후로 저런 재능을 가진 생도들은 더 이상 안 나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권찬영은 손가락으로 수염을 어루만지며 영화라도 보듯 생도들의 전투를 감상하고 있다.
10개로 나눠진 화면 중 하나를 짚으며, 나미선이 수다스러운 입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윤희진 생도는 사실 조금 의심하기도 했어. 첫 시간부터 꾸벅꾸벅 졸고 있어서, ‘아. 얘는 큰 영웅이 되긴 글렀구나.’ 그런 생각을 했지.”
“윤희진 양의 중학교 데이터를 보시면 알겠지만, 필기 점수가 많이 낮습니다. 이론에는 영 소질이 없고 본인도 싫어하는 거죠. 하지만··· 지금 보시다시피 실습만 들어가면 팔영웅의 전투광으로 유명한 그 ‘은랑(銀狼)’에 버금가는 싸움꾼으로 변합니다.”
권찬영 역시 나미선 못지않게 말이 많아 두 사람은 죽이 잘 맞는 편이었다.
그걸 알고 있는 나미선은 계속 해서 다른 화면을 가리키며 권 교관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황재빈 생도는 누나를 닮았는지 검술이 범상치 않네. 특성도 독특한 것 같고.”
“듣기론 중학교 1학년 때까진 영웅의 길을 포기하려 했다가, 최유성 생도를 만나고부터 급격히 성장했다고 합니다. 저 경지에 이르는데 3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데… 실은 요령이 없던 것뿐이지, 뿌리부터 천재였던 거죠.”
화면의 황재빈은 혼자서 다 하는 수준으로 정예 인형을 압도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흥미로운 눈으로 지켜보던 나미선은, 이번엔 백설의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백설 저 친구도 아주 기대주야. 자기 오빠랑은 완전 정반대의 스타일이고.”
“네. ‘육체파의 정점이라 불리는 오빠와, 역대급 마법 재능을 가진 동생’… 백설 생도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그런 기사로 화제가 됐었죠, 아마? 입학시험 때 백설 생도의 특성을 확인했는데, 저대로만 성장하면 ‘대마도사’나 ‘마도병기’급의 영웅이 될 가능성도 보입니다.”
그 말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나미선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다음으론 이번 신입생 중 최고의 유망주로 촉망받는 알리사의 화면을 가리켰다.
“그리고 차석의 알리사 생도인데… 어? 저 조는 왜 저렇게 힘들어 하지?”
“…뭔가 이상한데요. 알리사 조가 잡고 있는 인형, 다른 조의 인형들과는 외형이 다르네요.”
“권 교관. 저거 다크 블랙플랜트 네펜데스 아니야? 위험등급 B+ 정예 마물인데 왜 저기에 있어!”
“확인해보겠습니다.”
권찬영은 급히 스마트워치를 조작해 ‘무전기’ 메뉴를 터치했다.
무전기 기능은, 상대방이 받아야 연결되는 ‘통화’와는 다르게 긴급 상황 시 곧바로 연결되도록 만들어진 옵션이었다.
“B 공동 담당 요원! 응답하라. B 공동 담당 요원!”
– 치지직… 치직….
그래도 응답이 없으면 말짱 도루묵이다.
권찬영은 불길한 전조에 미간을 좁히고, 낮은 목소리로 나미선에게 보고했다.
“담당 요원과 연결이 되지 않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미선은 다시 화면으로 눈을 돌렸다.
열심히 뛰어다니는 생도 셋은 그 모습이 굉장히 위태로워 보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바깥으로 도망치지 않는다.
“퇴각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데 공동 안에서 도망만 다니고 있어.”
“…차단막 같은 강력한 봉인 마법에 가로막힌 거군요.”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대충 눈치 챈 두 사람은,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권찬영은 다른 요원들을 모조리 호출하여 B공동으로 향하게 했고, 나미선은 스마트워치로 누군가를 호출했다.
“이 교관님? 이만수 교관님! 긴급 상황입니다! 지금 바로 하던 업무를 멈추고 봉인의 수해 B공동으로 출동해주세요!”
***
콰쾅!
입구가 막혀 공동 안에 갇힌 우리는 녀석이 휘두르는 줄기와 촉수를 피하기 위해 여기저기로 뛰어다니고 있다.
민첩이 낮은 나는 이미 몇 대 맞아서 아픔을 억지로 참고 있고, 최덕희와 알리사는 아직 한 대도 맞진 않았지만 거센 숨을 몰아쉬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는 결국, 녀석에게서 최대한 거리를 넓히며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지 의논하기 시작했다.
“우린 죽을 거야… 저 괴물한테 잡아먹힐 거라고….”
“정신줄 꽉 잡아 심덕희!”
“이제 어떡하죠? 제 공격은 안 통하고, 덕희 님은 지원 특화고, 대용님은….”
젠장, 그래봤자 그럴 듯한 해답은 역시 안 나온다.
역시 ‘그 방법’밖에 없는 건가.
내 예상보다 너무 빨리 사용하게 됐는데 이거….
“……지금부터 듣고 보는 거 전부 못 본 척 해줘.”
“네?”
“내 뒤에 서. 그리고 심덕희! 이것 좀 받아줘.”
나는 너클과 신발, 그리고 양말을 벗어서 그녀에게 던진 뒤 활동복의 소매를 걷었다.
[흑염룡이 어서 자신을 해방하라고 독촉합니다.]좇같은 중2병 새끼.
나는 속마음으로 욕을 뱉은 후,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최대한 크게 외쳤다.
“…끝없는 어둠의 심연 속에서 내게로 와라! 흑염을 두른 용이여!”
[흑염룡이 꽤 괜찮은 주문에 만족하며 자신의 힘을 빌려줍니다.]주문을 영창하자 어제와 같은 모습으로 몸이 빠르게 변화했다.
그 모습을 뒤에서 지켜보던 두 사람 중 한 명이 ‘헉!’이라고 탄성을 내질렀고, 나는 쪽팔림에 부르르 떨리는 손을 최대한 꽉 쥐었다.
그 후 천천히 고개를 돌려 두 사람의 표정을 확인했다.
심덕희는 동그란 안경을 깔짝거리며 넋이 나간 표정을 지었고, 알리사는 눈을 휘둥그레 뜬 채 살기를 내뿜고 있었다.
“당신… 그 모습 뭐에요? 혹시 반….”
“반마 아니니까 나중에 얘기해.”
알리사는 으르렁대는 표정으로 나를 향한 적의를 어김없이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눈앞에 거대한 적을 보고서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녀는 나름 잘 삼킨 것이다.
알리사는 반마에 대해서 매우 끔찍한 기억을 갖고 있으니까.
『키에엑!』
아무튼 지금 중요한 건 그녀의 트라우마가 아니다.
우선, 저 괴물부터 쓰러뜨려야 한다.
쾅!
어느새 우리가 있는 방향으로 꾸물꾸물 기어온 네펜데스의 거대한 촉수가 우리를 향해 내리꽂혔다.
우리는 그 공격을 피하느라 두 방향으로 나눠졌고, 알리사는 내게 물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거죠?”
“내가 신호하면 그때부터 공격해. 녀석의 외피는 화 속성 마나가 붙으면 그 효력을 잃으니까.”
“알았어요.”
“심덕희. 너는 우리한테 사용할 수 있는 강화마법 전부 다 걸어. 마나가 고갈될 때까지 계속!”
“으, 응! 맡겨줘 대용아!”
나는 그 말을 녀석들에게 남기고 냅다 뛰기 시작했다.
이것은 살기위한 발버둥일까, 아니면 전투에서 이기기 위한 돌격일까.
…그건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나는 아직 죽고 싶지 않다.
나는 정면으로 달리다가, 녀석의 약점인 ‘뿌리’ 쪽으로 몸을 틀었다.
놈은 그것을 눈치챘는지 촉수와 가시 줄기로 나를 방해하고, 때렸다.
푸슉!
가시에 꽤 깊게 긁혀 핏줄기가 튀었다.
단단한 촉수에 맞아 근육이 찢어질 것 같이 아프다.
[그 정도론 이 몸을 꺾을 수 없다! 가 당신의 맷집과 정신력을 강화합니다!]하지만 내 재능으로 그 아픔을 견뎌냈고, 나는 결국 뿌리에 도달했다.
화륵!
매콤주먹을 발동시키고 놈의 뿌리 주위를 빠르게 맴돈다.
맴돌면서, 지속적으로 주먹을 날리는 것도 잊지 않는다.
『ㄱㄱ. ㅇㅈ.』